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142화 (142/328)

142화

MXP ent. 아이돌 명가라고 불리며 다수의 그룹을 론칭한 엔터테인먼트였다. 디레스트의 연차가 적지 않다 보니 그사이에 나온 다른 후배 그룹을 보고 여길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그럼 그 후배 그룹의 후배 그룹이 스턴즈인 거지? 김환준이야 그냥 좀 수상한 사람으로 넘긴다 치고, 알 수 없는 적의의 원인부터 찾자고 생각했다.

혹시 이건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인터넷을 뒤적거리는데, 팩트라고 보기엔 애매한 게시물 하나가 발견된다.

지금이야 화력이라고 볼 것도 없이 죽은 것 같은, 예전에 나왔던 지라시 스타일의 추론 글이다. 댓글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 네티즌들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웃어넘긴 모양이다. 보아하니 시기도 스턴즈가 데뷔하기 전으로 다섯 달은 훌쩍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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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엠엑스피 신인 런칭 할말하않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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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ㄹㅅㅌ 아직 짱짱한데 뒤에 ㅍㅇㅈ 냈잖아

그래 내가 여기까진 존나 이해해줌

쟤네 연차면 후배그룹 양성할만 하지

물론 ㄷㄹㅅㅌ로 번 돈 죄다 쓴 건

좀 빡치지만 ㅍㅇㅈ 낫배드니까 ㅇㅋ함

한줌단이라서 그렇지 얘네도 푸시해주면

읍엑스피 먹여 살릴 애들이란 거 인정할게

근데 벌써 또 내는 건 너무 빠르지 않냐? 양심 어디 나가 뒤짐?

심지어 여기 멤 하나 원래 ㅇㅇㄷ 즌투 나가려고 했던 애라며

나 방송국에 아는 언니 있어서 들은 이야기인데

데뷔조인 거 들켜서 막판에 서류에서 짤렸다더라?

거기 피디가 이런건 존나 칼같잖아 사정보면 급조한 팀 아님?

한명 들이밀어서 거기서 데뷔시키고 입싹 닫은채

다른 애들 대기타다가 인지도빨 밀려고 했던 모양인데

응 다 들켰어 ㅅㅂ 떨어졌어도 떨어진대로 빨리 합쳐서

호구잡으려고 했겠지 도대체 읍엑스피 뭔 생각이냐?

ㄷㄹㅅㅌ 국내 인지도 잡아먹기 일보 직전에

해외 뺑이 돌리던 것도 빡치는데 들어오자마자 ㅍㅇㅈ 런칭해

얘네한테 정붙일만하니까 신인 이지랄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신인도 ㅇㅇㄷ에 내밀어서 팬들 농락질하려다가 걸린 애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개노답 엔터 인정합니다.

디레스트 코어팬 존나 많이 탈덕한 거 아직도 원망하고 있음

돈만 잘 벌면 뭐하냐 리얼 생각하는 게 좃소보다도 못한 얼레벌레 경영인데

ㄷㄹㅅㅌ 탈출하라고 한 백만번 얘기한 것 같다

야 너네 연차면 그냥 1인 기획사 차려라

ㄱㅎㅈ 7년 채우면 재계약 때리지 말고 애들 데리고 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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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렇게 신박한 개소리를 다 들어보네

└ 근데 가능성은 있지 않냐? 나 보면서 좀 소름돋았는데

└ ㄴㄴ 내가 보기엔 걍 읍엑스피에 한쳐먹은 ㄷㄹㅅㅌ 팬녀 1임 ㅋㅋㅋㅋㅋㅋ

└ 신인 런칭을 핑계로 ㄷㄹㅅㅌ 잘챙겨달라는 절절문같은데

- 우리 애들은 왜 꺼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조용히 글삭하자

└ ㅍㅇㅈ 팬덤도 지금 신인 런칭한다고 해서 개빡쳐하지 않았음? 왜 아다르고 어다르냐

└ 응 그 ㅍㅇㅈ 너네도 이제 언플용 그룹으로 소비된다 ㅋㅋㅋㅋ 한번 겪어봐^^

└ 우리 애들 리얼 노답회사에 갇혀 있네 아이돌 명가 드립칠때마다 살릴까 죽일까 이럼

└ ㅍㅇㅈ도 이제 3년차임 근데 푸시도 해주다 말고 신인 내는 리얼 구멍가게가 있다?

└ 그 구멍가게가 우리 엔터야 ㅅㅂ

└ 구멍가게라기보단 졸부지

└ 이래서 엠엑스피가 머기업 취급 못받는거임

└ 경영을 뭣같이 하는데 빠들 돈만 보고 달려드는 거 진짜 정털려 애들때문에 참고 있다

- 빡쳐하는 것도 이해하고 읍엑스피 지랄난것도 이해하는데 신인 애들 저 찌라시는 좀 오버아니냐? 방송국에 아는 지인 있는데~ 이 썰 구라 안치고 케이팝 빨면서 한 200번 본 것 같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남현욱이 칼같아도 엠엑스피인데 그렇게 짤랐을까?

└ 읍엑스피가 자본은 있으니까

└ 응 그거 다 우리 애들이 해투로 개고생해서 벌어온 외화임

└ ㅅㅣ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을 애국자 만드는 엔터가 여기 다 있네

└ 오죽하면 얘네 해투 시기에 맨날 팬들 절절문 씀 ㅅㅂ 너네 또 돈떨어졌냐?? 하고 ㅋㅋㅋㅋ

└ 있는데 없는 척 하는 거란게 더 빡침

└ 아 그런거였어? 진짜 더 열받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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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 'ㄷㄹㅅㅌ'이란 게 아까 봤던 도민과 김환준이 속한 그룹, 디레스트 같았다. 그러면 'ㅍㅇㅈ'이 디레스트의 후배 그룹인 포인즈인가. 앞에 나열된 저곳이 영향력 있는 아이돌 그룹이라, 주된 내용보단 다른 쪽으로 치중된 듯하다.

게시 글을 쓴 사람부터 디레스트 쪽 팬덤의 사람으로 보이는데, 이게 오히려 이야기의 신빙성을 떨어트린 것 같았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당신의 아이돌 시즌2 take off를 줄여 부르던 유어돌에 대한 것이었다.

남현욱의 이름이 거론되는 걸 보곤 잠깐 놀랐을 정도다. MXP인데 자를 수 있겠냐고 했지.

…남현욱이라면 가능하다. 그 아저씨, 규율에서 어긋난 건 질색했는데 얄미운 거 빼면 꽤 공정한 스타일이었다. 엔터 거르는 데 박 CP가 난관이었겠지만, 그쪽은 연줄 타고 내려온 것치곤 귀가 얇았으니까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스턴즈에 있는 멤버 중 하나가 원래는 유어돌에 참가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권혜성네 소속사만 하더라도 인지도를 노려 데뷔조 멤버들을 출연시켰으니 충분한 확률이 있는 가설이었다.

운이 좋게 들키지 않은 채 방송을 마무리 지은 소속사가 있는가 하면, 초장부터 들켜서 서류가 잘린 곳도 있어 보이는데 그게 바로 MXP의 연습생인 듯했다.

정황만 봐선 조승화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그걸로 나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 한들, 데뷔조였던 덕분에 스턴즈로 나올 수도 있었던 거잖아.

거기다 해당 프로그램에 나가지 못한 걸로 불만이 있었다면 내가 아니라 우리 그룹 전체를 못마땅해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걸 모르면 말이 안 된다고, 조승화의 악감정은 내게 쏠려 있었다. 그 눈치 빠른 이정원과 이유준이 두 번째나 돼서야 시선을 알아차린 게 증거였다.

"…혹시 얘."

일반인이던 내가 자신이 서류에서 떨어진 이후 들어간 대타라고 생각하는 건가? 설마 그런 억지를 부릴… 리가 있지. 다른 걸 떠나 엔터에서 말을 흘렸을 수도 있었다.

원래 성격에 모난 구석이 존재한다면 이런저런 추론을 통해 기정사실화할 수도 있는 어린애였다. 워낙에 이 판이 경쟁 사회다 보니까 자신이 놓친 것에 대한 비통함을 돌릴 원망의 대상이 필요했을 수도 있었다.

그 주체가 내가 된 게 힘들 뿐이지. 제발 이런 것만 아니길 바랐는데, 굳이 따지자면 내 잘못은 하나도 없는 거였다.

오해랍시고 주절주절 풀기도 애매한 주제가 나왔는데, 확신하기도 복잡한 상황에서 먼저 말을 한다는 건 좀 그랬다. 일단 이유 없는 원망은 내 몫이 아니잖아……. 나도 시스템에게 협박당해서 나간 거다.

"그걸 떠나서 앞으로가 난항이네."

100% 장담은 못 하겠지만, 흐름으로 보아 저기와는 자주 부딪칠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말을 흘린 게 엔터라면 더 난감하다. 유어돌에서 잘린 걸로 원한도 있을 텐데, 하필이면 데뷔 시기까지 비슷해서 엮일 듯했다.

서도경이 어떻게 대처할지는 모르겠지만, 언론 플레이를 하려 들 건 불 보듯 뻔했다. 엔필름의 자본을 떠나서 현재의 메이터스는 신생이었다. 이런 경쟁에선 같이 싸워야 하는 입장이었다.

결론적으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였는데, 일이 벌어질 거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가만히 지켜봐야 하다니 난처하다.

어떤 식의 난관이 우릴 기다릴지 모르겠지만 대처 방법은 강구하면 나올 것 같기도 했다. 조승화라는 이름은 익숙한 게, 분명 들어 본 적 있는 사람 같으니까.

신해신 이 멍청아, 왜 있던 일도 기억을 못 하냐. 숙소에 돌아가면 이런저런 뒷정리로 바쁠 것 같았다.

"형, 아까부터 뭘 그렇게 중얼거려?"

"아, 채민아."

"해신이 형, 표정이 영 굳었는데? 라디오 스케줄 땐 멀쩡하더니 왜 그래?"

"별거 아니야."

이마를 싸매며 한탄하기가 무섭게 얌전히 있던 문채민과 권혜성이 말을 걸었다. 윤명과 강태오도 여길 보고 있었는데 내가 눈에 띄긴 한 모양이다.

이런 걸 알려 줘 봤자 걱정만 쌓이지. 굳이 말을 해 줄 필요는 없을 듯했다. 게다가 조승화가 가장 미워하는 건 나일 테니까.

* * *

"아, 오늘 첫방이시구나. 엄청 떨리시겠다."

"긴장되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와~ 우리 때에 비하면 훨씬 잘할 것 같은데요? 그치?"

"맞아, 그나저나 다들 엄청 크시다. 야야, 너 옆에 서 있지 마. 비교되잖아."

"뭐래."

서바이벌을 통해 데뷔했어도 신인은 신인이었다. 그래서 틈이 나는 즉시 다른 출연자들의 대기실을 돌며 인사를 하는 중이었다. 강태오가 한가득 들고 있던 음원 CD를 건넸다.

다행히도 이번 선배 그룹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인물들 같았다. 이유준이 적당히 띄워 주는 역할을 자처하니, 분업으로 연계하여 빠져나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박재민은 멀찍이서 우리의 뒤를 쫓아 붙고 있었는데, 큰일이 없는 이상 끼지는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어색할까 봐 배려해 준 것 같은데 아까 전부터 대기실 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어!"

"…네?"

"어, 어!"

"…네, 네?"

"야, 손제완. 너 뭐 하냐."

다음 방으로 넘어가려던 찰나, 복도 한가운데에서 나와 문채민 그리고 윤명을 본 아이돌 한 명이 손가락을 뻗어 왔다. 옆에 있던 멤버가 실례라며 굽혀 줬지만, 여전히 감탄사를 뱉기 바쁜 인물이다.

…뭐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커먼 옷을 입고 있던 장신들로 오늘은 참 요란한 사람들만 만나는 듯했다. 그룹으로 다 같이 있는 것 같았는데 마침 잘됐다며 이정원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곤 대형을 정비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하이사인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오늘 음방 하시는구나. 안 그래도 아침에 사녹 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만나서 반가워요."

"손제완이 왜 난리인가 싶었더니 그럴 만했네. 그러니까 해신 씨하고 채민 씨? 여기는 명 씨 맞죠? 이해해 주세요. 얘가 유어돌 1차 미션 보고 엄청 좋아했거든요."

이제야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기억났다. 얘네, 얼티밋 나인이다.

나와 문채민 그리고 상대 팀이던 윤명이 서바이벌 당시 1차 미션곡을 했던 원곡자 그룹이었다. 무대에선 살벌한 표정들을 지어서 잠시 못 알아본 것 같았다. 생각보단 훨씬 밝은 기운의 아이돌 그룹이다.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선배님들 곡을 커버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때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잖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합동 무대도 같이 해 보고 그래요."

"저희야 너무 감사드리죠."

"얘들아, 시간 없다!"

"갈게요! 그럼 저흰 매니저 형이 불러서 이만… 다음에 또 봅시다."

"어어……."

"제완아, 너도 그만하고 얼른 와라."

여기도 양반들이었는지 얌전히 CD를 받아 들곤 자리를 이동해 보였다. 손제완이라 불린 정신없던 멤버만 아쉽다는 듯이 여길 돌아본다. 두 번이나 연속으로 착한 선배 그룹들만 만난 상황이었다. 견제가 없었다곤 못 하겠지만 오전 중에 고생했다고 운이 따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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