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161화 (160/328)

161화

대기실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그간의 일들을 회상했다. 윤명의 사생 처리가 끝남과 동시에 첫 번째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비활동기에 접어들자 이벤트를 성공했다는 알림도 도착했다.

[이벤트 발생]

‘데뷔는 성대하게’ - 부속 이벤트

첫 번째 활동 종료까지 대중 호감도 60% 이상을 달성하세요.

실패 시: 잔고 ‘0’원 + 파산

[호감도] (활동 기준 100%에서 시작)

현재: 83.7%

[Clear!]

[이벤트 ‘데뷔는 성대하게 – 부속 이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플레이어 ‘신해신’ 님께는 업적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1 - 이벤트 ‘데뷔는 성대하게 – 부속 이벤트’가 제거됩니다.]

[보상 2 - 업적 코인 1,000 코인 지급됩니다.]

[보상 3 - 플레이어 ‘신해신’ 님의 ‘Bug(2)’가 제거됩니다.]

- 호칭 비공개 Bug(2)가 호칭 공개로 전환됩니다.

- [Bug] 필수 불가결: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길’: 스타 코인 스탯 해금 지불 코인 변동 1,000코인 → 5,000코인 [제거]

거기서 세 번째 Bug의 정체도 밝혀졌다. 필수 불가결이라니, 이번에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을 만난 게 우연이 아닌 필연이란 소리인가? 뭔가 알 듯 말 듯한 힌트가 주어진 상황이다.

[보상 4 - 일부 저당 금액의 페이백 시스템이 오픈됩니다. - (1) 저당 금액 페이백 오픈]

- 플레이어 ‘신해신’ 님의 A 통장으로 1억이 반환되었습니다.

- A 통장 입금 완료. 페이백 시스템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저당 금액]

(1) 29억 6,250만 8,729원

(2) 4,235만 1,074원

1억을 더 돌려받았지만, 아직도 30억에 가까운 저당금이 남아 있었다. 1군을 하면 한 번에 돌려주겠지? 남은 기간 안에 성공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보상 5 – 아이템 ‘D 트레일러’가 주어집니다.]

[(구매 불가)D 트레일러 – 다회성 아이템]

버프: 사용자의 위험 상황을 예고해 줍니다. (횟수: 3회)

거기에 저번처럼 박스 상점에선 볼 수 없었던 아이템도 주어졌다. 위험 상황을 예고해 준다니, 사고 같은 걸 미연에 방지하라는 의미인가 싶었다. 예전 일들을 교훈 삼아 바로 착용하자 아이템 창 위에는 하얀 별 3개가 떠올랐다.

[D 트레일러]

사용 가능 횟수: ☆☆☆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거였군. 그와 동시에 마지막으로 보이는 보상도 나타났다.

[보상 6 – 키워드 룸 ‘기억 키워드’ 전환 시스템 오픈]

- 키워드 룸의 달성 키워드를 ‘기억 키워드’로 전환해 드립니다.

- 호칭 공개 Bug와 연동하여 사용하세요.

[플레이어님의 진전을 축하드리며, 보상은 이상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얘가 끝났으면 걔도 나와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새로운 창들이 앞다퉈 떠올랐다. 갱신된 이벤트와 호칭을 알 수 없는 버그였다.

[새로운 이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벤트 발생]

‘활동은 화려하게’

생애 단 한 번뿐인 기회, 신인상을 수상하세요.

실패 시: 잔고 ‘0’원 + 파산

[!Bug 발생!]

[!Bug 발생!]

[!Bug 발생!]

[Bug가 발생했습니다!]

[!시스템 난이도 업그레이드!]

[Bug] - 호칭 비공개

랜덤 스탯 3가지 동결(스타 코인 스탯 해금 적용 불가능) → 외모, 댄스, 운

[신해신]

나이: 22

외모: A

보컬: A

댄스: A-

운: B-

끼: A

정보: 플레이어

[보유 스킬]

‘한번 보면 잊지 못해(F)’ - On

‘부릉부릉 운전기사(E)’ - On

‘저세상 귀염둥이(D)’ - Off

‘가위바위보의 신(B)’ - On

‘폼生폼死(B)’ - On

[현재 코인]

6,325 코인

[블랙 쿠폰]

1매

[저당 금액]

(1) 29억 6,250만 8,729원

(2) 4,235만 1,074원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 - 제거

‘데뷔는 성대하게’ - 제거

‘데뷔는 성대하게(부속 이벤트)’ - 제거

‘활동은 화려하게’ 진행 중

[Bug]

‘(호칭 공개)인과관계’ - 제거

‘(호칭 공개)당위 손실’ - 제거

‘(호칭 공개)필수 불가결’ - 제거

‘(호칭 비공개)Bug’

…신인상 수상? 외모, 댄스, 운 스탯 동결?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상태 창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되짚었다. 그래도 나름 적응했다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자신이었다.

그렇게 비활동기에 접어들었으나 쉰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회사 역시 신인상을 노리고 있었는지 바로 다음 타이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공식적인 첫 미팅 자리에서 모든 이의 고개가 한 방향을 향해 돌아갔다. 왜 날 봐……?

‘…저요?’

‘네, 두 번째 타이틀 ‘Pandora’의 센터는 신해신 씨입니다.’

그게 바로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었다. 휘몰아치는 연습과 앨범 준비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컴백을 해 버린 상황이다.

“…….”

“해신이 형~! 또 넋 놓고 있어?”

“쟤도 참 특이해. 무대에선 날아다니더니.”

너희라면 안 그러겠냐. 밤이고 낮이고 회사에 출근하면서 보냈었던 두 달이었다. 이를 악물고 준비했는데, 난감한 사건과 마주했다.

“…컴백 주간에 MC들이 교체됐네.”

윤명의 말에 모니터를 바라봤다. 오늘을 기점으로 바뀐 MC의 신고식 무대가 진행되고 있었다. 걸 그룹 리드 보컬인 여자 아이돌의 뒤로 마주친 적 있는 익숙한 실루엣이 등장했다.

- 설레는 마음이

손끝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애태워

기존 멜로디에 맞춰 랩을 뱉는 남자였다. 아이돌은 아이돌이라고 삭막하던 본성격을 숨기며 적당한 제스처를 취하는 중이다.

- 이제 그만 내게 말해 줘

그 한마디만 기다려 왔잖아

Say you love me

Look into my eyes and tell me

…김환준, 저 인간이 왜 여기 있어. 스턴즈가 비활동기에 들어가니까 디레스트가 튀어나왔다. 이건 컴백하자마자 찜찜한 사람과 마주친 사태다.

* * *

- 아, 말해 주는 걸 깜빡했다. 디레스트 걔네 곧 컴백한대.

“그걸 지금 말해 주시면 어떡해요…….”

- 뭐 어때~ 너 걔네 나온다고 하면 컴백 미룰 생각이었어? 너희 대표 성깔 장난 아니라며.

“제가 언제 성깔이 장난 아니랬어요……! 그냥 눈치챈 거 같으니까 조심하라고 한 거죠.”

복도 구석에 서서 불만을 표출하길 한참이었다. 알고 있었으면 미리 얘기 좀 해 줘. 대수롭지 않다는 지원겸의 목소리에 두통이 몰려온다.

- 그게 그거지~ 컴백 밑밥 미리 깔 것 같긴 했는데, 그게 쇼플레이 MC였구나. MXP가 좀 요란한 편이거든. 나도 음방 가면 저 자식 마주쳐야 하는 건가. 에이~ 그건 싫은데.

“지금 제 목표가 뭔지 아세요?”

- 뭔데?

“쇼플레이 탈출 전까지 거기랑 안 마주치는 거예요. 상대하기 힘들거든요.”

- 푸핫! 너 진짜 웃기는 놈이구나!

농담 아니니까 웃지 마. 물론 이건 지원겸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혹시 거기 컴백 날짜도 알고 계세요?”

- 컴백? 들리는 바론 보름 안에 나올 것 같던데. 1위 하고 싶으면 초장에 얼른 받아 놔라. 내가 보기엔 아직 너흰 걔네 상대 못 한다.

“저도 알거든요.”

- 너 내가 연락 안 해서 골났구나? 미안, 미안~ 여기도 바빴어.

앨범 발매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다던 지원겸이었다. …그나저나 인클루는 언제 나오는 거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저기, 멘토님… 저 가설 하나가 떠올라서 그러는데요.”

- 응? 뭔데?

“설마 멘토님도 컴백하시는 거 아니죠?”

- …….

뭐야. 왜 아무 말도 안 해.

- 너, 진짜 눈치 빠르다? 맞아. 우리도 곧 나가.

아, 안 돼. 오지 마. 여긴 이미 지옥이었다.

- 너한테만 알려 주는 거니까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된다? 우리 디레스트 걔네랑 붙을 예정이거든. 알아들었으면 다음 주 음방에서 확실하게 1위 챙겨 놔.

디레스트 쟤네로도 충분히 벅찬데, 이젠 인클루까지 컴백을 예고했다. 나, 신인상 타라고 하지 않았나. 왠지 파산이라는 단어가 가깝게 느껴졌다.

* * *

쟤네가 나오기 전에 입지를 다져 놔야 해. 그 일념 하나로 지옥같이 구른 일주일이었다. 멤버들에겐 사정도 설명하지 못한 채 하드한 연습과 스케줄을 이어 나갔다.

“으윽, 내가 죽으면 범인은 바로 해신이 형…….”

“…권혜성 너도 비슷했거든.”

“뭐야! 윤명, 여기선 내 편을 들어 줘야지!”

너흰 아무것도 몰라서 좋겠다. 시끄러운 둘을 바라보다가 이정원과 눈이 마주쳤다.

“해신이 너, 이거 알고 있었지.”

들어 올린 핸드폰엔 디레스트와 인클루의 컴백 예고 기사가 보였다.

“맞아. 형, 이거 어떻게 알았어? 형이 이상해진 시기, 플모 뜬 날보다 전이던데.”

눈치 빠른 이유준까지 합세하니 완전히 막다른 골목이다.

“애들은 몰라도 돼…….”

“뭐라는 거야. 나 너랑 동갑이거든.”

“정원아, 그냥…….”

오늘을 즐겨. 조금 있으면 무서운 사람들이 쏟아질 예정이니까. 여기저기 안 치이면 다행인 연차다.

“축하드립니다! 하이사인 ‘Pandora’!”

새로 바뀐 MC 중 한 명인 나비소녀의 멤버 희주가 마이크를 건네줬다. 주변 반응이 좋았던 탓이었을까 이번 주 음방에서는 무사히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젠 눈물을 참는 것이 익숙해졌는지 멤버들 역시 능숙하게 소감을 발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1위를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이눈, 정말 고마워요!”

“하이눈! 사랑해요! 고마워요!”

쏟아지는 꽃가루 속에서 다른 가수들이 무대를 내려가는 걸 목격했다. 눈인사가 오가며 대응하길 한참, 어디선가 진득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건 MC 중 하나인 디레스트의 김환준이었다. 마이크를 멀리 한 채 조용히 말하는데 보는 눈이 많아서 피하기도 힘들 것 같았다.

‘1위 축하해요.’

하… 하하. 어색하게나마 미소 지은 뒤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곤 전주를 핑계 삼아서 멤버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일단 무사히 탈출하자. 앵콜 무대를 하는 중에도 묘한 기운이 맴돈다.

* * *

“다 불어. 봐줄 만큼 봐줬으니까.”

“이게 무슨 상황이야.”

“형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아?”

방송국을 빠져나왔단 사실 하나로 기뻐했는데, 숙소에 돌아와서는 죄인처럼 침대에 앉아 있었야만 했다.

방문을 걸어 잠근 이정원이 팔짱을 끼곤 나를 내려다본다. 시선을 돌린 반대편엔 이유준도 함께 앉아 있었다.

“알아서 잘하니까 놔뒀는데, 최근에는 영 불안해 보인단 말이야. 쯧, 다른 건들은 넘긴다 치고, 오늘 일은 어떻게 안 거야?”

결국 이런 날이 왔구나. 그래, 이 귀신같은 녀석들 사이에서 영원한 비밀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예상보다 조금 빨라서 그렇지, 적당히는 얘기해 줘도 될 듯하다.

“뭐, 대충 얘기하자면…….”

물론 과정은 철저히 비밀이었다. 설명하기에도 너무 복잡한 일들이다.

“역시, 그때 내가 물어본 게 맞았구나. 하도 아니라고 발뺌해서 넘어가 줄까 했더니.”

“이유준, 넌 넘어가 준다는 애가 이래? 알면 내보내 줘.”

빈틈이 생긴 사이에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한 걸음 떼기가 무섭게 등 뒤에서 이정원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해신이 너, 어디 가.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네.”

숨긴 내가 죄인이지. 다시 얌전히 침대에 앉았다.

“그러니까 거기 컴백 소식을 당사자한테 들었다고? 디레스트 쪽은. 설마 너, 거기랑도 연락해?!”

“아니야……! 거긴 나도 껄끄러워.”

어째 얘는 브레이크가 없어. 지금까지 이정원을 단속한 건 아주 잘한 일 같았다.

아무래도 그 둘과는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채민이의 반만큼이라도 선배님 호칭을 붙여 주지 않을래? 지금쯤 밖에서 엿듣고 있을 애가 떠올랐다.

“근데 골치 아픈 건 사실이네. 예고해 준 건 감사하지만 말이야. 우리도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

“뭐?”

“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야. 너 설마 1위 한 번 했다고 만족한 건 아니지?”

“맞아, 형.”

“너희 혹시…….”

강경한 태도의 이정원과 느긋하게 미소 지은 이유준이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얘네 지금.

“거기랑 붙어 보려고 그래?!”

“당연한 거 아니야?”

“형, 위는 먼저 차지하면 끝이야.”

깜빡 잊고 있었다. 호랑이 새끼도 결국 호랑이지. 신인이라는 점을 빼면 결 자체는 비슷한 인간들이다.

* * *

“우와, 해신이 형, 오늘 이거 섭외는 어떻게 한 걸까?”

“그러게? 나도 궁금하네.”

“흐~음, 너 항상 이런 식으로 빠져나갔구나.”

“…….”

멤버들과 함께 모여 있는 연습실이었다. 이 시간엔 보기 힘든 카메라와 스태프들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어? 형들, 오신 것 같은데.”

“안녕하세요~ 와, 진짜 오랜만이네요. 다들 잘 지냈어요? 이런 인사하기엔 너무 야심한 시각인가?”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모두가 아는 인물이었다.

“배우님,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이 사람은 고우림이었다. 유어돌에서 대표를 맡은 국민 남자 배우이기도 하다.

“아니에요. 나도 곧 식구가 될 텐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아차, 이거 아직 비밀이었나? 어디 가서 얘기만 하지 말아요. 나도 서 대표님은 좀 무섭거든요.”

여기가 왜 이 늦은 시각에 우리를 찾아왔냐고? 그건 바로 서도경이 힘을 써 줬기 때문이다.

인클루와 디레스트는 연차가 있던 탓에 팬덤의 구조가 탄탄한 편이었다. 그래서 신인인 우리가 저길 상대하려면 여러 가지 준비를 해 둬야 할 것 같았다.

방법을 찾는 이 둘에게는 서도경을 찾아가 보는 게 좋을 거라고 알려 줬다. 대표가 일 잘하면 써먹어야지. 이미 한번 겪어 본바, 그 인간은 뭐든 해낼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뒤에 나올 그룹들과 비견해도 안 밀릴 만한 화제성이 필요하단 거죠?’

‘네…….’

‘확실히 거기라고 하면 조금 애매하겠어요. 아무것도 안 했을 때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죠. 코어 팬덤과 대중성, 두 개 다 노립시다.’

‘그게 가능한 건가요?’

얘기를 듣고 있던 이정원은 어이가 없단 표정이었다. 처음에 이 사람을 찾아가자고 했을 때도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애였다. 봐, 내 말 맞지? 이유준 역시 희한하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두 분 반응을 보니 날 찾아온 건 신해신 씨 의견이었나 보네요. 일단 잘 얘기했어요. 이쪽에서도 할 수 있는 건 해 봐야죠. 한 실장님, 마케팅실에 전달해 주세요. 준비해 뒀던 콘텐츠 영상, 디레스트와 인클루 컴백 주간 전까지 전부 오픈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우리가 회사 사람들에게 못 할 짓을 한 것 같은데. 일단 그건 넘기기로 했다.

‘자, 그럼 코어 팬덤을 위한 선물은 준비가 됐으니 거기가 결집하기만을 기다리면 되겠네요. 남은 건 대중적인 화제를 갖고 오는 건데, 우리도 유행을 쫓아가 볼까요? 마침 적절한 인재가 하나 있거든요.’

그게 바로 고우림이었다.

그날 서도경은 우리에게 메이터스 내 배우 팀이 꾸려질 계획이란 걸 알려 줬다. 그리고 바로 고우림이 전속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물론 오피셜로 공개되지 않았으니까 입단속 하라는 말도 함께였다. 배당금이니 뭐니 하는 협박성 문구가 곁들여져 있어서 식은땀을 흘렸던 게 기억난다.

“이거 되게 어려워 보이던데, 제가 잘할 수 있겠죠? 하하.”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고우림이 연습실 가운데 자리했다. 우리가 지금부터 찍을 것은 타이틀곡 ‘Pandora’의 챌린지 영상이었다.

대충 틀을 잡기 전까진 간략한 안무 교육이 진행됐다. 티칭은 댄서인 권혜성과 강태오가 맡아 줬다.

“딴, 따단! 하고 팔~을 뒤~로! 오, 배우님, 금방 쫓아오시네요?”

“그래요? 이거 꽤 재밌는데요?”

“여기 다리 짚으실 때 무릎도 같이 굽혀야 관절 상하지 않습니다. 더 내려 보세요.”

가만히 안무를 따라 하는 고우림을 바라봤다.

“유행이란 게 챌린지 영상일 줄이야. 대표님, 화법이 참 특이한 사람이었네. 그나저나 해신이 넌 잘 알고 있다는 얼굴이다?”

“…뭐, 그동안 이런저런 일이 좀 있었거든.”

“그래도 난 이거 좋은 것 같은데. 음악 방송은 코어 팬덤으로 막고, 스트리밍 성적은 대중성으로 잡아 보겠다는 거잖아.”

이씨 둘과 담합하기를 한참, 문채민이 우리와 합류했다.

“형들, 이거 화제성 하나는 끝내줄 것 같지 않아? 배우님, 얼마 전에 하신 드라마 시청률 엄청 높았거든. 게다가 아이돌 안무, 이런 거 하신 걸 본 적이 없어서…….”

백 퍼센트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겠지. 그럼 자연스레 우리 노래도 접하게 될 테고 말이야. 문채민 역시 지금 이 상황이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채민아, 너도 그러냐. 사실 나도 그래. 수를 써 줄 걸 알아서 찾아간 거였지만, 예상보다 더 큰 도움을 받았다.

그나저나 메이터스에서 배우 팀 꾸린 건 이 시기가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에이 몰라, 일단 이런 건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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