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172화 (171/328)

172화

깜깜한 무대 위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별이 새겨진 검은 하늘이 나타나고 그 가운데로 조명을 받은 윤명이 고개를 든다.

눈 밑에 붙어 있던 글리터가 빛났는데 그와 동시에 맑은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깔렸다.

[Please grant my wish]

흰색의 너울거리는 셔츠 차림이 마치 동화 같은 광경처럼 느껴졌다. 그에 팬들도 댓글로 즉흥적인 소감을 달기 시작했다. 기존 곡을 새로운 형식으로 보여 줘서 그랬는지 컨셉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보인다.

└ 뭐야 판도라 아니고 Night하는 거야???

└ 당황스;

└ 헐 영상미 쩐다 심지어 편곡임 오르골ver 뭔데 ㅠㅜㅠㅜㅠㅠ

└ 여름에 들었을 땐 여름밤 냄새났는데 이렇게 보니까 완전 연말곡이네 편곡 잘한듯

└ 머박스 나 지금 황홀함 ㅠ 노래 좋다 ㅠㅜㅠ

└ 마 이게 연말이지! 엄마 나 심장아파

윤명이 손에 들린 작은 오르골을 돌리는데, 동작에 맞춰 아기자기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따라라라란- 따란- 따란-

팟! 스크린 위로 거대한 회전목마가 나타나서 음악에 맞춰 돌아가기 시작한다.

탕! 탕! 탕! 탕! 탕! 탕!

몸을 돌린 윤명의 옆으로 조명이 켜지며 하이사인의 멤버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마치 병정 인형처럼 각기 다른 자세를 고수하고 있던 멤버들이었다.

인트로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고개를 돌려 가운데 서 있는 윤명을 바라본다.

무표정하던 처음과 달리 감정이 깃든 듯 벅차오른 표정이었다.

└ 헐 뭐야;;; 윤명 빼고 전부 태엽 인형인??

└ 표정 연기 개잘하네 인트로 나올 때 혈색도 도는 기분 들었어 미쳤다

└ 혹시 소원을 이뤄달라는 게 이거인 거야?

└ 그러고 보니까 윤명 말곤 아무도 눈 밑에 글리터 장식 안 하고 있네 나머진 전부 인형이라 이건가??? 소름……

본격적인 무대에 들어가자 손을 활짝 펴선 하늘로 뻗은 윤명이다.

- Wish the night

이 밤 달빛에 비쳐오는

너와 나의 emotion

의상 곳곳에 길게 늘어진 끈을 단 권혜성이 윤명의 도입부에 맞춰 발을 움직였다. 시선은 측면에 둔 상태로 어딘가 아련한 기운을 뽐낸다.

그런 권혜성과 함께 대칭을 이룬 강태오가 팔로 큰 호선을 그렸다.

맑고 명랑한 목소리의 권혜성과 묵직하지만 깔끔한 보컬의 강태오가 만나 풍성한 보컬을 자랑하는 파트다.

- 어둠에 잠겨 보이지 않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어

- 눈 감으면 나타나

아른거리는 감정 속 설레임

└ 강태오 춤 잘추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보니까 어지간한 장르는 다 소화하는구나 ㅠ

└ 혜성이 진짜 유연하다 어떻게 저 동작 연계하는데 관절이란 게 안 느껴지지??

└ 제일 신기한 점은 스타일 다른 둘이 완벽하게 호흡 맞추는 거야

└ 여기 퍼포먼스로 못 깐다

온통 새하얀 복장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의상에 달린 긴 끈들이 나풀나풀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사이드에 있는 스크린에선 흰 눈이 쏟아지고, 그걸 기점으로 곡이 변주되며 멜로디가 풍성해졌다.

발레리노같이 긴 팔다리를 뻗어 흩어지는 멤버들 사이에서 기도를 하는 자세의 신해신이 등장했다. 그 옆에는 이정원이 함께 있었는데 서로의 눈을 마주보곤 천천히 화음을 쌓아 올린다.

- 날 깨우는 melody (melody-)

별빛에 따라 발걸음을 내디뎌

운명이 여섯 번 반짝일 때

깨달은 일곱 번째 작은 희망

└ 시발 내 귀 지금 홀리해짐

└ 저도 모르게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 뭐가 연말의 기적이냐 이걸 보고 있는 내가 연말의 기적이지

└ 주접 오지네 ㅋㅋㅋㅋㄱㅋㅋㅋㅋ

└ 야 해신이 노래 더 좋아지지 않았음? 나 저번 돌돌너부터 느낀 건데 정원이랑 화음 장난 아니야;;;

└ 얘넨 이제 메보 둘이라고 봐도 될 듯 신해신 어디서 호흡하는 지 알수도 없게 잘불르네

└ 이정원 미성 개깔끔한데 쭉쭉 올라가서 미친 거 같아 저렇게 말끔히 올리는 애들 엄청 드문데

└ 정원이 원래 미성인데 성량은 커서 이런 노래에 레전드 찍음 마른 체구로도 저렇게 울림이 있을 수 있었구나;;

둥글게 위치한 대형 속, 낮게 앉은 멤버들 가운데로 윤명이 솟아올랐다.

팔을 뻗어 높이 들어 올림과 동시에 노래의 메인 싸비가 이어졌다.

- Night 한 밤의 동화

그 겨울 환상 속 새로운 감동이 밀려들어

모든 게 궁금해 In your dreams

아치를 그린 등이 일자로 펴지며 턴을 한 동작이었다.

그 속에서 걸어 나온 이유준이 제 눈가를 훑어 내곤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 깐다.

기도하는 것 같은 경건한 목소리로 손을 긋는 제스처를 취한 이유준이다.

- For you to shining

중요한 건 보이지 않아

비밀을 알려 줄게

You look happy

I will tell you

이제야 안 나의 깨달음

└ 윤명의 깔끔한데 특색있는 목소리에 이어서 이유준 저음 공격나오면 걍 끝임

└ 와 진짜 저런 낮은 목소리로도 발음이 전부 들릴 수 있구나;

└ 딕션 개좋아

이유준을 교차하여 윤명이 다시 한번 센터로 이동해갔다. 팔을 이용해 몸을 돌리는 동작과 함께 레이스가 달린 넓은 소매자락이 나풀거린다.

- 길었던 시간 간절한 동경

더는 외롭지 않아 Come with me

영원히 함께야

└ 아가명은 일단 분위기가 오졌음

└ 몽환이랑 찰떡이지 괜히 보고 있으면 가슴이 막 울렁거려 ㅠㅜㅠㅠ

그 뒤를 이어 권혜성과 강태오가 서로를 마주 본 채 거울처럼 같은 동작을 이어 나갔다.

평소와 달리 자연스레 흐트러트린 앞머리가 강태오의 눈가를 가리며 그림 같은 광경을 만들어 냈다.

권혜성 역시 비슷한 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차분한 표정이 어딘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 흔적을 쫓아 담아 보내는 작은 염원

- 희망의 빛 속 그렇게 춤을 출게

둘이 좌우로 흩어진 순간 가운데를 제외한 모든 조명이 암전됐다.

스크린 속 장면도 어두운 밤하늘로 변하고 유리같이 빛나는 먼지들을 헤치며 흰 마이크를 든 문채민이 걸어 나왔다.

바닥엔 옅은 스모그가 깔리고, 오르골 멜로디가 느리게 흘러갔다.

- 모든 건 운명이야

세상이 환희로 들어차

In the fantasy

눈부시게 빛나

이게 바로 우리의 평행선

Really destiny

└ 이유준이 무게 중심이라면 문채민은 핵심 포인트다

└ ㅁㅊ아 정답이네

└ 비트 쪼개서 흐름 타는 거 미친 듯 스킬이 그냥 넘사임;;

└ 18살이 이 정도인데 몇 년 후엔 얼마나 더 쩔까

문채민의 뒤는 어둠에 잠겨 있던 놀이동산에서 조명이 켜진 채 돌아가는 몽환적인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동시에 하늘에선 함박눈이 쏟아졌다. 클라이맥스의 시작과 동시에 꿈결 같은 장면들이 이어져 나온다.

센터의 신해신과 이정원, 두 명을 제외한 멤버들이 무릎을 꿇은 채 안무를 췄다. 길게 뻗히는 팔과 다리가 어딘가 이질적으로 보이는 풍경이었다.

- 날 깨우는 melody

별빛에 따라 발걸음을 내디뎌

운명이 여섯 번 반짝일 때

- 깨달은 일곱 번째 작은 희망

이제야 알았어 Night

드디어 만났어

멤버들에게 섞여 들어가는 둘을 등지고 중앙엔 다시 윤명이 나타났다. 각자 자신의 위치로 이동해서 처음과 같은 자세를 취하며 정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윤명이 돌아가는 놀이 기구를 등지고, 맑은 미성을 뽐내며 마지막을 구절을 내뱉었다.

손은 무언가를 원한다는 듯이 하늘 높이 뻗어 든 상태였다.

- 그 겨울 환상 속 새로운 감동이 밀려들어

한 밤의 동화 그리고 빛나는 우리의 Night

쏟아지는 함박눈을 맞은 멤버들이 그런 윤명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서서히 꺼지는 조명을 등대 삼아 윤명이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온통 새하얀 광경 속에서 창백하게 질린 멤버들의 얼굴이 카메라에 스쳐 지나갔다.

역광으로 그림자가 진 풍경은 겨울의 쓸쓸함과 연말의 신비로움을 모두 담고 있었다.

└ 하이사인은 레전드다

└ 갓전드 인정 우리 애들이 곧 내 신이고 내 나라다

└ 얘네 신인상 엔필름 빨이라고 주둥이 턴 인간들 다 어디 갔음?

└ 연출 퍼포먼스 보컬 헤메코 전부 완벽 ㅠㅜㅠㅜㅠㅜㅠ 레전드 나왔다 진짜 ㅠㅜㅠㅜㅠ

└ 매 무대마다 찢어버리니까 뭐라 할 말이 없네 ;;

└ 가사 여름에서 겨울로 바꾼 것도 ㅠㅜㅠㅜㅠ 디테일 안 놓치는 거에서 소름 돋았어

└ 연말이라고 바빴을텐데 하나하나 전부 편곡하고 무대 구성 다시 짠 거 정성 미쳤다

└ 이렇게 기강 잡힌 남돌이 어딨어요 ㅜㅜ 애들 올해 몸 갈아서 활동한 거 느껴지잖아

[하이사인 연말 무대 레전드라고 칭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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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존나 좋아하는 감성 건들임

연말+눈+몽환+희망참+쓸쓸함 = 사람 울컥하게 만드는 요소 다 때려부었네

얘네 판도라처럼 세고 화려한 구성 가능한 노래도 있는데

night 고른 것부터 똑똑하다고 생각했어

빠순이들도 좋아하지만 머글들도 보면 좋아할 무대라고 해야 하나?

물론 실력 안 됐으면 개같이 멸망했겠지

ㅋㅋㅋㅋㅋㅋ 얘네니까 해냈다는 것 인정할게

자신감도 있어서 이런 구성에 도전한 거 진짜 리스펙트한다

메이터스도 생각보단 푸시 괜찮게 해주는지 연출 거슬리는 거 없었고

적재적소 적당히 투자한 느낌도 들어서 만족하고 본 것 같아

타팬이지만 얘넨 덕질할 맛 있을 듯 ㅜ 신인상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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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쓰니맘 내맘

- 분석 잘했네 읽어보니까 전부 맞말임

- 솔직히 좀 영악하다곤 생각드는데 원래 연말은 먼저 부수는 사람이 이기는 거잖아??

- 영악할 게 뭐가 있어 ㅜ 이것도 우리 애들 실력이야

- 그냥 근래 많이 했던 판도라 말고 오랜만에 night 보여준 거 아니야? 난 이렇게 복잡하겐 안 봤는데

- 데뷔한 이후 진짜 무대 여러 스타일로 보여주는 거 좋아 ㅠㅜㅠㅜㅠ 우리가 원하는 걸 전부 캐치해주는 기분? 돌판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거 아니다 ㅠㅜㅠㅜㅠ

공연 이후 하이사인의 무대에 대한 평가들이 넘쳐났다.

물론 전부 좋은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꼽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었으니까 말이다.

- 얘네는 신인상 못 타면 망돌 소리 들어야 하는 수준 아니었음? 그냥 패시브 받은 거 같고 좀 오바하네

- 여기 팬들 원래 우쭈쭈오짐 서바출신돌들은 시녀들 많아

- 스턴즈 그 사건만 안났으면 어떻게 됐을지 약간 궁금한데 ㅋㅋㅋㅋ

- 남들 다 하는 무대로 너무 어그로 끄는 것 같지 않냐

- 솔직히 무대 그렇게 좋았나? 난 그냥 그렇게 봤음 일단 내 취향 아니야

- 약간 독식하는 기분에 취해있는 거 같은 느낌 으;

하지만 그 여론도 많은 이들의 칭찬 속에서 큰 힘을 발휘하진 못했다. 쉬지 않고 이어 간 활동들과 완벽한 매너를 보인 시상식 리액션 캠들 때문이었다.

다른 시상식에선 인기상을 수상하며 신인상은 받지 못한 하이사인이었다. 그럼에도 수상자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모습들을 보여 견제가 아니었냐는 의견을 묵살시켰다.

- 얘네 친분이 있었나??

- 견제한다더니 그런 분위기 1도 없구요~

- 연말 무대 몇 안 되는 전체 편곡 그룹 짱이사인 가슴이 웅장해진다 ㅜ

- 앜ㅋㅋㅋㅋㅋㅋ 권혜성 ㅋㅋㅋㅋㅋㅋㅋ 자기가 탄 것도 아닌데 왜 폴짝거리냐고 앉아있는데도 궁둥이 들썩거리는 거 느껴져 ㅋㅋㅋㅋㅋㅋㅋㅋ

- 해신이 서안이랑 눈인사하는 거 넘 좋다 ㅎㅎ 리더끼리 유대감 있는 거 같아서 맴이 따수워짐

- 채민이랑 닉이랑 나이가 비슷했나? 둘이 얘기하는 캠도 찍혔음 표정보니까 서로 축하해주는 것 같은데

* * *

무사히 시상식 무대를 끝내고 내려왔다. 백스테이지에 들어서는 쿵쿵거리는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기분이 참 묘하단 말이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 신경을 한곳에 집중한 채 공연하고 있던 자신이었다.

엔딩 장면에서 빛이 사라져 갈 때쯤 전신에 피가 도는 기분을 느꼈다.

그나저나 이유준, 머리를 잘 썼는데? 오늘 이 무대가 있기까지의 일들이 떠올랐다.

- 푸시해주는 거 장난 아니네;

- 어신하 어차피 신인상은 하이사인 EZR할거면 시상식 왜 하는 지 모르겠음

- 편파 너무 오지는 거 아니냐 ㅜㅠ 이젠 좀 치사해보일 지경임

- 성적으론 말 못하는 거 알겠는데 아쉽다 올해 여돌이 좀 별로지 않았나 여돌줄거 남돌들 나눠줬으면 좋겠네

- 미친 또라이아니야; 여돌빠들 혈압오르는 소리하고 있네

- 이래서 소속사가 중요하단 거임 중소돌 잔뜩 나온 판에 엔필름 등에 없는 소속사끼고 있는데 당연히 쟤네란 소리가 나오지 ㅋㅋㅋㅋㅋ

시상식 전 우리는 다양한 여론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라이벌 구도로 밀리던 스턴즈가 발을 빼며 더욱 눈총이 몰렸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지. 멋진 무대 보여 드리면 되는 거야.’

무대 연습을 앞두고 다시 모인 미팅 자리에서 여러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이유준이었다.

뭔가 생각해 둔 것이 있었는지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해신이 형, 연말하면 뭐가 떠올라?’

‘연말?’

‘난 이거라고 떠오르거든. 한해를 마무리하며 감성에 젖은 사람들.’

그 말에 미팅에 참여한 모두가 이유준을 돌아봤다.

‘우리 시상식 무대, 판도라 말고 Night로 가는 게 어떨까?’

머리 잘 썼네. 저건 기존 팬덤을 떠나 대중적인 방향까지 신경 쓴 선곡이었다.

판도라가 팬덤에겐 큰 사랑을 받았지만 세고 강렬한 기운이 없지 않아 있었으니까 말이다.

반면 ‘Night(한밤의 동화)’는 멜로디컬한 음색이 강해 지금 시기에 맞춰 편곡하기 좋아 보였다. 소스도 겨울과 융합하기 훌륭했으니, 한 해를 마무리 짓는 퍼포먼스론 제격이란 판단이었다.

예상대로 모두의 기억에 남을 만한 무대를 선보인 것 같다. 그 감성에 취한 건 우리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멤버들도 나와 비슷했는지 여전히 무대 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상황이었다.

스태프들의 분주한 외침에 맞춰 땀을 닦아 내곤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하이사인, 가수석으로 이동하실게요!”

“네!”

“오랜만에 Night로 무대 서니까 너무 재밌다! 윤명, 너 센터에서 잘하더라?”

“…뭐, 혜성이 너도 좀 괜찮았어.”

“에이, 괜찮았어가 아니라 잘했다고 해 줘야지!”

투닥거리는 권혜성과 윤명을 뒤로하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주변 가수들의 인사를 받은 뒤에야 드디어 여유를 되찾았다.

“역시, 해신이 너. 실력이 좋아졌단 말이야?”

“너랑 같이 연습해서 그런가 보지.”

“뭐야, 갑자기 띄워 주는 거야?”

아니, 정원이 네가 무서워서 회피하는 거야.

다른 녀석들 모두 사전에 당부해 놓은 탓인지 좋은 태도로 시상식을 관람하고 있었다.

이젠 안심해도 될 것 같다며 무대를 향해 고개를 돌리던 찰나, 익숙한 시계 초침이 들리고 온 세상이 멈춰 버렸다.

“왔네.”

뒤이어 이벤트 성공에 대한 보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벤트 발생]

‘활동은 화려하게’

생애 단 한 번뿐인 기회, 신인상을 수상하세요.

실패 시: 잔고 ‘0’원 + 파산

[Clear!]

[이벤트 ‘활동은 화려하게’를 성공하셨습니다.]

[플레이어 ‘신해신’ 님께는 업적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1 - 이벤트 ‘활동은 화려하게’가 제거됩니다.]

[보상 2 - 업적 코인 1,000 코인 지급됩니다.]

[보상 3 - 플레이어 ‘신해신’ 님의 ‘Bug’가 제거됩니다.]

- 호칭 비공개 Bug가 호칭 공개로 전환됩니다.

- [Bug] 오류 복구: ‘잘못된 것을 되돌리는 방법’: 랜덤 스탯 3가지 동결(스타 코인 스탯 해금 적용 불가능) → 외모 댄스 운 [제거]

가장 궁금하던 건 바로 이거였다. 4번째 버그의 호칭말이다.

기억 키워드를 통해서 본 광경이 떠올라 새로 밝혀진 버그의 이름부터 살펴봤다.

…오류 복구라, 지금까지 받아 온 정보를 통해 몇 가지 가설은 세워 볼 수 있었다.

아직 확신은 없는데, 아무래도 그걸 한번 써 봐야겠어.

계획한 일들을 떠올리며 나머지 보상을 확인해봤다.

[보상 4 - 일부 저당 금액의 페이 백 시스템이 오픈됩니다. - (1) 저당 금액 페이 백 오픈]

- 플레이어 ‘신해신’ 님의 A 통장으로 1억이 반환되었습니다.

- A 통장 입금 완료. 페이 백 시스템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저당 금액]

(1) 28억 6,250만 8,729원

(2) 4,235만 1,074원

[플레이어님의 진전을 축하드리며, 보상은 이상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응? 이게 끝이야? 보상은 6가지 고정이 아니었나?

생각보다 빨리 끝난 이벤트 성공에 허무한 마음으로 상태 창을 바라봤다.

아, 맞다, 내 목적은 저당금이었지. 너무 자연스럽게 넘겨 버려서 아차 싶었던 부분이었다.

아직도 남은 잔고는 많이 있었지만, 받은 금액만으로는 그리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내가 언제 이런 돈을 가져 보겠어. 서민으로선 쉽지 않은 돈이 통장에 돌아와 있었다.

……근데 왜 썩 기쁜 마음이 안 드는 걸까?

이상한 기분을 느끼면서 다음 이벤트에 대한 알림을 읽어 나갔다.

[새로운 이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벤트 발생]

‘활동은 화려하게’ - 부속 이벤트

초동으로 밀리언 셀러를 달성하세요.

실패 시: 잔고 ‘0’원 + 파산

…밀리언 셀러면 그거 아니냐. 그러니까 한 앨범의 초동만으로 백만을 팔라는 뜻이다.

입이 떡 벌어져선 상태 창만 바라보길 한참이었다.

연이어 내게는 날벼락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이어졌다.

[!Bug 발생!]

[!Bug 발생!]

[!Bug 발생!]

[Bug가 발생했습니다!]

[!시스템 난이도 업그레이드!]

[Bug] - 호칭 비공개

코인 캐기 시스템 정지 → 사용 불가능

“…이거 큰일인데.”

사용 불가능? 지금까지 중에선 최악의 제재라고도 볼 수 있었다.

이건 주요 시스템인 코인 캐기를 아예 막았단 이야기였다.

어떡하냐. 그동안 모아 둔 게 있긴 했지만, 이벤트 성공 조건인 밀리언 셀러를 달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몰랐다.

막막한 사태에 암담해하던 찰나, 눈앞으론 업데이트된 스탯 창이 나타났다.

하하… 그냥 받아들이란 소리구나.

[신해신]

나이: 22

외모: A

보컬: A+

댄스: A-

운: B-

끼: A

정보: 플레이어

[보유 스킬]

‘한번 보면 잊지 못해(F)’ - On

‘부릉부릉 운전기사(E)’ - On

‘저세상 귀염둥이(D)’ - Off

‘가위바위보의 신(B)’ - On

‘폼生폼死(B)’ - Off

[현재 코인]

5,665 코인

[블랙 쿠폰]

2매

[저당 금액]

(1) 28억 6,250만 8,729원

(2) 4,235만 1,074원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 - 제거

‘데뷔는 성대하게’ - 제거

‘데뷔는 성대하게(부속 이벤트)’ - 제거

‘활동은 화려하게’ - 제거

‘활동은 화려하게(부속 이벤트)’ 진행 중

[Bug]

‘(호칭 공개)인과관계’ - 제거

‘(호칭 공개)당위 손실’ - 제거

‘(호칭 공개)필수 불가결’ - 제거

‘(호징 공개)오류 복구’ - 제거

‘(호칭 비공개)Bug’

방법이 있나. 시키는 대로 해야지.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원래의 시간이 돌아왔음을 느꼈다. 마른 입을 생수로 축이며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무대를 바라봤다.

드디어 바쁜 연말도 끝을 보이고 있었다. 회귀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던 무렵으로 참 스펙터클한 한 해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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