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아, 머리야.”
어제 몇 시까지 마셨더라.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붙잡고 어젯밤 기억을 더듬어 봤다.
용케도 방에 들어가서 잠들었네.
거실로 나가는데 그런 나를 본 멤버들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
…뭐지? 이상한 기시감에 고개를 돌리자 식탁에 앉아 있던 이유준이 말을 이었다.
“하하, 형, 혹시 어제 기억나?”
“…어제?”
분명 새벽까지 이정원과 음주 대결을 펼쳤었다. 욱하는 마음에 주량을 넘겨 가며 술을 마신 게 떠오른다.
추가로 마신 2캔까지는 나름 잘 버텼던 것 같은데, 그 뒤에는… 뭘 했더라?
녀석들의 뜨거운 반응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말했잖아. 쟤, 완전히 갔었다니까?”
“이정원, 넌 왜 멀쩡한 거야. 나보다 더 마시지 않았어?”
“푸핫!”
뭔데, 얘기라도 좀 해 주든가. 부엌에 서 있던 이정원이 내게 물잔을 건네주다 말고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미간을 찡그리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미성년자 삼인방이 날 돌아봤다.
생일인 윤명은 선물을 까다 말고 빤히 내 얼굴을 관찰하던 중이었다. 지긋하다 못해 무거운 시선에 심장이 요동치는 기분이었다.
“어른도 술 앞에선 어쩔 수 없던 거였어~”
“권혜성, 그게 무슨 소리야.”
“와! 진짜 기억 하나도 안 나나 보네?”
“음, 해신이 형. 말려 주지 못해서 미안해.”
안타까워하는 문채민의 뒤로 방문을 연 강태오가 나타났다. 술을 안 마신 애답게 홀로 말끔한 상태였다.
거실 한복판에 서 있는 나를 보곤 흠칫 놀란 표정을 짓는다.
“…못 본 걸로 할게.”
그 말 한마디에 의심은 곧 확신으로 변해 버렸다.
식탁 위에 머그잔을 내려놓고 머리를 짚으니 권혜성이 어제 일어난 일들을 설명해 줬다.
“형, 어제 우리 할머니 같았어.”
“…할머니?”
나 무서우니까 얼른 말해.
“해신이 형, 술 마시고 취해서 멤버들한테 하소연한 거 기억 안나? 왜, 나랑 명이는 엉덩이까지 토닥토닥해 줬잖아. 뭐라고 했더라?”
“…‘처음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성인이네.’라고 했어.”
“채민이한텐 많이 먹고 얼른 크라고 했었지?”
“…정확히는 ‘우리 막내, 언제 어른 되냐. 잘 먹고 쑥쑥 자라라.’였어.”
…내가? 밀려오는 민망함에 입가를 틀어막았다.
그나저나 윤명은 쟤는 왜 대사까지 기억하고 있는 거야.
더는 듣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둘의 대화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부끄러움에 바짝 쪼그려 앉으니 머리 위에서 이유준과 이정원의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유준이 형이랑 정원이 형한테는 칭찬보단 한탄이었지?”
“…응. 그래도 마지막엔 고맙다고 했잖아.”
“나 녹음했는데.”
안 들려 줘도 괜찮아.
그런 내 마음을 무시하고 이유준이 제 핸드폰을 꺼내 어제의 대화를 재생했다.
- 형, 다시 말해 주면 안 돼?
- …왜 두 번이나 시켜, 번거롭게……!
- 미안해. 한 번만 더 얘기하자, 응?
- 야, 명아. 저거 사진 찍어 놓을까?
- …동영상이 낫지 않겠어?
- 형들, 그거 찍으면 해신이 형이 우리 안 보려고 들걸.
- 큭, 그러니까 덤비지 말랬잖아.
- 정원이 형이 제일 못됐어.
이어지는 멤버들의 대화 속에 웅얼거리는 내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완전히 맛이 갔었구나, 신해신. 헛숨을 들이킨 채로 마른세수를 반복했다.
- 유준이 넌! …너무 숨기는 게 많아. 물론, 나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형이잖아, 그런 건 고민하지 말고 다 말하라고.
- 저번 일이 그렇게 서운했어?
- 아니, 서운한 건 아닌데 그냥…….
- 그냥?
- …마음이 안 좋았어.
- 해신이 형…….
- 와우, 문채민 지금 대박 감동 먹은 얼굴.
- 형은 산통 좀 깨지 마.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 정원이 넌, 너무 세… 가끔은 어? 브레이크도 좀 걸어 주란 말이야…….
- 그게 그렇게 힘들었냐.
- …아니, 힘들진 않았어……. 그냥, 나중에 상처받을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 허, 신해신 술 들어가니까 솔직해지네. 넌 어디 술자리 가면 안 되겠다. 사고는 안 치겠지만 이거 영 불안해.
- …사고는 안 치지! …내가 왜 쳐! …우린 아이돌인데!
- 그렇지. 아이돌이지.
- 그룹이잖아. …그룹, 우린 다 같은 멤버.
- …얘는 보면 볼수록 사람이 참 무르단 말이야. 뭐, 그래서 다들 좋아하는 거겠지만.
- 정원이 형, 어째 형도 좀 취한 거 같다?
- 뭐래, 이유준. 너도 나랑 비슷한 생각이잖아.
제발 그만 꺼라. 손바닥에 느껴지는 얼굴은 뜨겁다 못해 화끈거리고 있었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는데, 뒤에 이어진 대화 때문에 입을 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 형, 그럼 태오 형은?
- 야, 문채민 넌 왜 또.
- …태오? 강태오?
- 맞아. 형, 태오 쟤 얘기도 해 줘야지.
- 하아.
- 태오… 너도, 참 말 안 해 줘……. 그 생일도 안 알려 주는! 그런 놈이 어딨냐…….
- 오! 처음으로 놈이란 단어가 나왔습니다!
- …….
- …그래도 항상 수고가 많다……. 뒤에서 애써 주는 거 다 알고 있어……. 그때 그 일도 비밀로 해줘ㅅ…….
- 야, 이유준. 이제 그만하고 형 재워.
- 강태오, 나 방금 이상한 단어를 들은 것 같은데?
- 술 마신 사람한테 뭘 바라는 거야. 헛말 나온 거겠지. 오늘은 그만하자. 윤명, 너도 생일 케이앱 해야 할 거 아니야.
- 에이~ 태오 형, 갑자기 맥 끊는 게 어딨어! 맥 커터다! 맥 커터!
- …그래도 형 말이 맞지 않나. 해신이 형 곧 고꾸라지겠는데…….
강태오 쟤는 내가 술김에 페널티 사건을 말하려던 걸 알아챈 것 같았다.
그래서 빠르게 내 입을 막으려 한 것이고.
큰일을 막아 준 당사자는 고개를 튼 채 먼 곳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저런 식으로 좋은 일 하고서 모르는 척 빠져나가는 게 특기인 놈이었다.
다들 캐릭터가 너무 확고하다니까. 고마운 마음에 넌지시 말을 걸었다.
‘고맙다.’
‘…뭐라는 거야.’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녹음 파일이 종료됐다.
민망함이 엄습했지만, 마지막 이야기를 기점으로 정신이 번쩍 든 것 같기도 했다.
이거 원, 좋아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헷갈리는 기분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나, 뭐가 이렇게 절절했던 거냐…….”
“그러게. 너 취중 고백 한번 참 거창하더라.”
“…미안.”
내 옆으로 다가온 이정원이 물을 마시며 멤버들을 둘러봤다. 고개를 숙여 무릎 위로 얼굴을 숨기자 다리를 발로 툭 건드린다.
“뭔 소리야. 미안할 게 뭐가 있다고. 신해신 속 궁금할 때면 술이나 왕창 먹여야겠어.”
“다시는 너네랑 안 마실 건데.”
“푸핫, 과음이나 하지 마라.”
* * *
“후후.”
“혜성이 형, 왜 저래?”
“스물까지 얼마 남았다고 기쁜가 봐.”
12월 31일, 올해 마지막 스케줄을 끝내고 귀가하는 밴 안이었다.
아침부터 종일 들떠 있던 것 같더라니. 권혜성이 턱을 괸 채 만족스럽단 미소를 흘린다.
동갑인 윤명도 티는 내지 않았지만 묘하게 상기된 기색을 내보이고 있었다.
성인이라……. 우리에겐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쟤네한텐 처음 있는 신기한 일이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꼭 해 보러 동해까지 가야 해?”
“하여간에, 윤명~ 낭만이라곤 밥이랑 같이 먹었지?”
“…밥이나 사 주고 그런 말 해.”
“야! 너랑 밥 먹으면 밥값이 얼마 나오는 줄 알아? 양심도 없다!”
오늘도 쉬지 않고 입씨름하는 예비 스무 살 둘이다.
그런 둘 뒤에서 팔짱을 낀 이정원이 창밖을 살피며 잔소리했다.
“혜성이 넌 오 팀장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려.”
“옛설, 팀장님……! 감사합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사실 오늘의 목적지는 숙소가 아닌 다른 곳이었다. 강원도 속초시 정암리.
우린 지금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 바다로 가는 중이었다.
며칠 전 거실에 앉아 있던 내게 스케줄표를 확인한 권혜성이 제안했다. 한 해의 마지막인 만큼 멤버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31일에 바다를 보러 가자고?’
‘응! 우리 스케줄 보니까 저녁 8시 전에 끝나더라! 이거 완전 하늘이 주신 기회 아니야? 자정 전에는 동해에도 도착하잖아~ 우리 가서 해 뜨는 것도 보고 소원도 빌자! 응? 해신이 혀엉~~’
‘뭐, 나야 상관없긴 하다만…….’
운전은 누가 하는데? 그리고 회사에서 허락해 줄까?
우선 멤버들의 허락을 받아 오라고 이야기해 주니 권혜성이 폴짝거리는 걸음으로 방에 들어갔다.
걱정되는 마음에 따라 들어가 보자 침대 위에 엎어져 있는 윤명과 그런 윤명을 설득하고 있는 권혜성이 보였다.
‘야아~! 가자, 응?’
‘…춥잖아.’
‘에이 씨, 윤명! 넌 추운 게 중요하냐. 아님 형들이랑 채민이랑 추억 쌓는 게 중요하냐!’
‘…권혜성, 치사해. 그렇게 말하기 있냐.’
윤명이 부루퉁한 얼굴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윤명이 허락해 주자 본격적으로 자기편을 모집하려던 모양이다. 거침없이 몸을 돌린 권혜성이 다음 타자가 있을 방으로 들어갔다.
하여간에, 약았다니까. 거긴 문채민과 이유준의 방이었다.
문채민이라면 모를까, 이유준은 재미있어 보이는 일에 유한 구석이 있는 성격이었다.
‘바다? 나야 좋지. 언제 또 스케줄이 되겠어.’
‘유준이 형, 너무 쉽게 넘어가 주는 거 아니야?’
‘야아~ 문채민! 윤명도 오케이 했는데!’
‘음, 나만 좋다고 하면 과반수가 넘어가는구나?’
‘…하여간에 똑똑해 가지고. 아, 그래서 좋아 말아!’
‘뭐, 괜찮긴 해. 대신 형이 아침밥 사.’
‘어우, 어디 막내길래 이렇게 계산 머리가 빨라.’
‘형네 막내지~’
모종의 거래를 통해 문채민까지 넘어온 이후론, 강태오는 손쉽게 영입해 왔다. 다짜고짜 방문을 열어젖히고는 누워서 악보를 보고 있던 강태오에게 달려든 것이다.
‘윽……! 권혜성, 너 뭐야!’
‘태오 형~’
‘뭐야, 너 왜 그렇게 쳐다봐. 형, 얘 왜 이래?’
‘혜성이한테 직접 들어라.’
‘형! 우리 바다 가자!’
‘…뭐?’
‘31일에 일출 보러 가자! 형만 오케이 하면 거의 다 넘어왔으!’
‘얘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 가자~! 가자, 가자! 응? 가자!’
‘버둥거리지 마! 무거워.’
강태오의 위에서 몸을 굴리는 권혜성을 보며 안됐다는 마음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반쯤 강제로 허락을 받아 낸 권혜성이 마지막 행선지인 방문 앞에서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형, 정원이 형한텐 형이 말해 주면 안 될까.’
‘지금까지 강하게 나가 놓고 왜 주춤거려?’
이거 웃기는 놈일세. 팔짱을 낀 채 권혜성을 지켜보는데 이정원을 제외한 멤버들이 집합했다.
이유준과 문채민은 언제 이동했는지 소파의 상석을 차지한 상태였다.
어슬렁거리는 윤명의 뒤로 가슴팍을 누른 채 미간을 찡그린 강태오가 나왔다.
‘태오 형, 형은 또 왜 그러고 있어……?’
‘윤명, 권혜성 쟤, 몇 키로인지 아냐. 더럽게 무겁네.’
‘…응?’
권혜성이 문고리에 손을 얹으려던 찰나, 방문이 열리며 그 사이로 이정원이 등장했다.
‘뭔데 이렇게 다 몰려 있는 거야?’
‘어, 그, 어 있잖아…….’
눈치 보는 권혜성 너머로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댄 이정원이 보였다.
알아서 해라. 난 모르겠다며 뒤로 물러서는데 권혜성이 다급하게 내 옷자락을 낚아챘다.
‘혀, 형! 해신이 형이 할 말 있대!’
‘…어?’
‘와, 권혜성, 진짜 치사하다…….’
‘오, 저렇게 빠져나가는 거였구나.’
‘하하, 채민아, 이런 것도 배우려고?’
야, 너 이런 얘기는 없었잖아.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니 사슴 같은 눈망울을 하곤 여길 향해 두 손을 모아 요청했다.
에휴, 이렇게까지 가고 싶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이정원을 향해 본론을 얘기했다.
‘정원아, 우리 바다 보러 갈래?’
‘바다?’
‘응, 사실 이미 1:6이라 확정인 것 같아.’
‘그게 뭐야.’
그 뒤론 헛웃음을 지은 이정원과 함께 매니저들에게 연락했다. 리프레시를 빙자한 권혜성의 땡깡이 있었다고 전달하자 한지헌과 서도경에게도 허락이 내려왔다.
깜깜한 도로를 얼마나 달렸을까, 차창 너머 아득하게나마 바닷가가 보였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본 덕일까, 세워진 몇 대의 차량을 제외하면 제법 한적한 풍경이었다.
“우와~! 바다다~!”
밴 밖으로 내리기 일보 직전, 창문에 코를 박은 권혜성이 소리쳤다.
사복으로 갈아입은 지는 오래였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모자와 목도리 등 중무장을 한 복장이었다.
이내 밴의 문이 열리고 어둠에 잠긴 바닷가 앞으로 멤버들이 달려 나갔다.
멤버들이라고 할 게 있나. 뛰어간 건 권혜성과 반쯤 끌려가고 있던 윤명뿐이었다.
“윤명! 달려!”
“나, 난 안 뛸 건데에……!”
“우왁! 밤바다 처음 와 봤어!”
뛰지는 않았지만, 우리 곁에 서 있던 문채민도 제법 상기 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유준과는 눈짓 후 문채민의 등을 떠밀어 저기에 합류하라고 이야기해 줬다.
“가 봐.”
“윽, 어린애 취급이야?”
“뭐래. 너 아직 열여덟이거든.”
우리의 눈치를 살핀 문채민이 빠른 걸음으로 권혜성과 윤명에게 다가갔다.
성인 네 명은 그런 광경을 지켜보다가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담 언저리에 주저앉았다.
강태오가 들고 있던 핸드폰 너머에선 새해 카운트를 알려 주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그와 동시에 장정 넷이 고개를 모아 작은 화면 하나를 주시했다.
“오길 잘했지.”
“뭐, 나쁘진 않아. 내일 집 갈 때 고생할 것만 빼면.”
“이유준, 강태오. 어째 너흰 낭만이 없다?”
“정원이 형도 비슷하면서.”
삭막한 어조였지만 입김을 뿜어내며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제법 들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 짓다가 핸드폰에서 나오는 멘트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카운트를 시작하겠습니다.]
[5! 4! 3! 2! 1!]
[댕-]
커다란 종소리가 화면 너머 울려 퍼지고, 아주 먼 곳에서부터 불꽃이 쏘아 올려졌다. 펑-
공짜 불꽃놀이네? 재수가 좋았다며 화려한 밤하늘을 구경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윤명! 스무 살 축하한다~!”
“…뭐, 권혜성 너도 축하해!”
“난 언제 스무 살이 되는 거야~!”
비슷한 타이밍에 바다를 향해 목청껏 소리 지른 10대 삼인방이다.
이유준이 웃음을 터뜨리고 강태오가 고개를 내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저 철부지들.”
모두를 따라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선 애들이 있는 바닷가로 걸어갔다.
빨개진 얼굴을 확인한 뒤에는 패딩 모자를 눌러 씌워 주고 축하 인사를 던졌다.
“새해 복 많이 받아.”
“형도……!”
“권혜성, 윤명. 너흰 스물 축하한다. 채민아, 넌 1년만 더 기다리고.”
“에휴, 응.”
“하하!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아!”
“하이사인! 화이티잉~!”
“…권혜성, 쟤 되게 뜬끔없다…….”
“왜! 너도 해야지! 넌 우리 잘되는 거 싫어?”
“…화이팅.”
“올 한 해도 잘 부탁해.”
“그래.”
두 번째로 맞이한 스물셋은 동료라고 할 수 있는 녀석들과 함께 있었다.
시스템이 허락하는 한에선 좋은 기억만 잔뜩 가져갈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