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176화 (175/328)

176화

아이돌 전국 체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세팅을 끝내고 나오니, 헤어밴드를 한 권혜성이 펄펄 날아다니고 있다.

“나 이거 tv에서 봤는데! 꼭 1등 한다!”

“그래, 그래~”

오늘 녹화는 설 특집으로 방영되는 만큼 꽤 장기간 진행된다고 전달받았다.

경기 종목도 많아서 진짜 대회를 연 기분이다.

“우린 팀 블루라고 했었지?”

“어.”

벽에 붙여 놓은 명단을 살펴보니 아는 그룹명이 줄지어 정리되어 있었다.

멤버 수가 다양한 그룹의 만남으로, 네 그룹이 묶여 한 팀이라고 배정받았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팀 블루로 들어가게 됐는데, 그 안엔 묘하게 낯익은 사람이 많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팀 내 유일한 걸 그룹 나비소녀(娜備小女)였다.

[팀 블루]

하이사인 (HISIGN)

나비소녀 (娜備小女)

.

.

여기 같은 경우에는 메인 보컬인 희주가 김환준과 함께 쇼플레이 MC로 선정된 걸 본 적 있었다. 이 사람의 파트너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죽자 사자 피해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나저나 오늘은 조심해야겠는걸.

팀 리스트가 팬덤에 유출된 이후론 인터넷이 꽤 시끄러웠다.

[아전체 팀 리스트 뜸]

────────────────────────

제곧내

연차 성별 다 상관없이 그냥 4팀씩 묶은 듯

총참가 28그룹이고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깔로 팀명 나옴

(사진)

────────────────────────

- ㅅㅂ 내 돌 남미새로 유명한 애랑 같은 팀 됐네

- ㅋㅋㅋㅋㅋㅋ 자아 존나 비대한 것 봐 누군지 알 것 같은데 걘 눈 높거든

- 와 벌써 살벌하네 하지만 나도 이럴 때가 아니다 데뷔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여돌 영접 기회요? 결사반대임

- 이딴 거 할 시간에 음방 스폐셜이나 돌려

- 또 번따의 장이 열리는군 응 동물의 왕국

- 이거 언제 폐지해?? 세금으로 내 돌 소개팅시켜 주기 싫은데

- 남돌 정병러들이 제일 빡쳐 저기 우리 애는 댁네 빻은 페이스에 관심 없거든요 커리어 야망녀라 니네 오빠들이 지랄해도 꿈쩍 안 하는 프로라고 ㅜ

- 이거 원래 걸그룹 빠순이들 전용 한 쳐먹는 프로그램임

- 니네만 먹냐? 우리도 먹는다 이 짓을 몇 년째 하는 거야 여기에 출석 좀 그만 시켜

대체로 이런 반응이 많은 편이었지. 그건 우리 팬덤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

메이터스 일 존나 잘하는 줄 알았더니

왜 저기 내보냈냐고!!!!

────────────

────────────

미친 거 아니야

아가명 구라열애설 터진지 얼마나 됐다고

내가 또 억까 조리돌림당하는 그 꼴을 봐야 해?

────────────

────────────

우리사인 존나 불안한 거 강태오의 미친 와꾸

번따 안 당하면 이상할 우리 애

좋은데 싫어 어케 하냐 나 지금 1초에 다리 50번 떠는 중

────────────

────────────

해신이 생긴 건 저래 봬도 맘 약한 천사뽀이라

누가 와도 거절 못하는데 ㅠㅜㅠㅜㅠㅜㅠ

악의적인 캡쳐 넘쳐날 거 생각하니 저혈압 치료 뚝딱된다

────────────

여태까지 활동하면서 걸 그룹과는 얽힐 일이 없었던 우리였다.

그런데 이번에 같은 팀으로 묶여서 팬들의 불안감이 치솟은 모양이다.

뭐, 욕도 많이 먹고 있었지?

나비소녀는 여팬과 남팬이 4:6 비율을 자랑하는 여팬 노선도의 그룹이다.

덕분에 우리도 엮여서 비난을 듣게 된 상황이다.

- 애들 남자한테 관심 없거든 찐남미새들이 꼭 그렇게 매장하더라 ㅠ

- 희주 안 그래도 쇼플레이건으로 쳐맞아서 빡쳤는데 ㅋㅋㅋㅋ 이번에는 하이사인이냐; 회사 놈들 일머리 심각하다 진짜 애들한테 왜 그럼?

- 느그 오빠들 서바로 편하게 올라왔을 때 우리 애들은 다 무너져가는 사다리 타고 기어 올라왔다고 후려치기 좀 그만해

물론 이런 의견이 100%를 차지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내에는 제법 살벌한 팬덤 싸움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여기만 걸리는 거면 또 몰라. 팀 블루에는 나비소녀를 제외하고도 두 개의 다른 그룹이 더 들어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유어돌 당시 커버했던 무대의 원곡자, 얼티밋 나인 (Ultimate'9)이다.

[팀 블루]

하이사인 (HISIGN)

나비소녀 (娜備小女)

얼티밋 나인 (Ultimate'9)

.

네 팀 중에 두 번째로 연차가 높은 그룹이었다. 음악 방송 복도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을 제외하곤 묘하게 볼 일이 없던 사람들이라고도 생각했다.

연말 시상식 조금 전에 컴백을 했는데. 새해부터 왕성하게 활동하더니 아전체에도 참석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매니악한 컨셉 때문에 대중성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팬덤 파워가 센 편이어서 여기도 그리 쉽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았다.

- 에휴 시발아 경로우대 모르냐 타 팬덤 사이에서 쳐맞게 생긴 우리 애들이 불쌍하다

- 비슷한 짬끼리 묶어주던가 하여간에 센스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요

- 나 하이사인 별로 안 좋아하는데; ㅇㅇㄷ에서 애들 노래 커버쳤던 걸로 후려치기 당한 거 PTSD임

- 나미소가 데인 짝녀였다는 소문도 돌았는데 이게 진짜 최선임? 나 지금 정병걸리게 생겼어요

심지어 이곳의 멤버 하나는 나비소녀의 멤버와 묘한 염문설도 돌았던 모양이다.

불행이라고 해야 하나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솟구치는 불판 속에서 가장 연차가 큰 그룹도 호명됐다.

아, 여기랑도 엮이게 될 줄은 몰랐는데. 크고 격한 반응의 팬덤을 살피며 앞으로의 난관을 떠올려 봤다.

- 아니 6년차인 우리 애들도 나오는데 뭔 얼티밋 나인이 경로우대 ㅋㅋㅋㅋㅋㅋ

- 쟤네가 경로우대면 저흰 뭐죠?

- 저세상

- 미친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저세상 그룹 인클루입니다

- 니네 오빠들 우리 애한테 그만 비비라고 ㅠㅠ < 이 패턴 안 지겹냐 할미는 벌써 천번 정도 본 것 같아요 창의성 점수 0점 드립니다.

- 좀 더 참신한 걸로 다시 갖고 와

- 앜ㅋㅋㅋㅋㅋ 클러스터들 주둥이 존나 쎄 ㅋㅋㅋㅋㅋㅋ 다년간 피 터지는 싸움으로 다져진 조동아리 깡패들

- 데버럽은 솔까 유어돌빨로 다시 차트인하고 숨띵곡 평가도 듣지 않았었음? 내로남불 오지네 아 우리 애가 멘토로 있던 그룹이라서 편들어주는 건 아니고 ㅎㅎ

- 솔직하다 이래야 우리 팬덤이지

유어돌의 멘토이자 동맹을 맺은 지원겸네 그룹 인클루(INCLUE)다.

얘네 연차로 체육대회에 나올 줄은 몰랐는데 올해 하반기 컴백을 했으니 가능성은 있겠다고 두고 보고 있었다.

디레스트가 먼저 출전 소식을 알려 와서 여긴 출연을 피했을 줄 알았지.

그런데 결국 꾸역꾸역 나왔네. 하여간에 요약하자면 전쟁도 이런 전쟁이 없었다.

- 우리사인 첫 아전체 출연 1등 다 먹고 오자~!

- 고양이의 얼굴을 가지고 저세상 팔뚝을 지닌 남자가 하나 있어요 이가든 많관부

- 나 우리애들이 웅냥냥거리면서 체육대회할 거 생각하니까 가슴이 벅차 엄마

- 슨배님들 제발 님들 싸움에 와기사인은 끼워넣지 말아주세여

- 아니 와기사인은 무슨 ㅋㅋㅋㅋㅋ 덩치로 봐선 애들이 넘버원인데

- ㄴㅂㅅㄴ옆에 있으면 머리 한 개는 그냥 큼 ㅇㅌㅁㄴㅇ보다도 평균 신장 4cm는 큰뎁쇼

- 멘토님들이랑 같은 팀 된 거 나만 두근거리냐… 지공이랑 애들 다시 만나는 거 존나 기대됨 언제 본방함 방청 갈걸 ㅠㅠㅠㅠ

- 좋겠다… 너넨 정병없어서…… 난 벌써 애들 번따 당하고 여돌이랑 친목 쌓일 거 생각하니 정신 나갈 것 같음

- 유사 먹고서 맑은 정신을 원했냐 욕심 쩐다

- 운동천재의 얼굴을 가지고 허당만렙 신해신 오늘도 의문의 개그캐 좀 보여줫음 좋겟다

- 그렇게 예능도 알박기하는 거고 그렇지 뭐 ㅎ

- 저희 지금 비상인데요 올비주얼멤 그룹 하이사인 잊었음? 태오 빠들만 긴장탄 게 얼척없네 님들아 얘네 다 수요 존나 높은 상이잖아요 정신차려;

그래서 우리는 사전에 미리 방법을 고안해 놨다. 그건 바로 쓸데없이 타 그룹 사이에 끼지 않는 것이었다.

대기실에서 복도로 나가기 직전, 나와 이유준이 주의 인물로 삼은 멤버 몇을 불러 세웠다.

“…또 나야?”

“윤명, 넌 은근히 잘 휘말리잖아~”

“권혜성, 너도 불렸으면서…….”

맹한 표정의 윤명이 권혜성과 함께 나를 바라봤다. 성인이 되긴 했지만, 행동으로 봐선 막내만도 못한 둘이었다.

“형이 뭐라고 했었지?”

“여자 아이돌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또?”

“팬석에 수시로 인사하고 바라봐 준다.”

“마지막으론?”

“…뭐더라.”

“야, 그거잖아. 그, 그!”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 윤명과 제 머리를 벅벅 긁은 권혜성이었다. 그런 둘을 바라보던 이유준이 팔짱을 낀 채 한숨을 내쉬었다.

“디레스트랑 얽히지 않는다.”

“…맞다.”

“특히 김환준 그 사람은 주의 또 주의야. 알겠지?”

도발에는 아주 특화가 된 인물이니까. 한번 겪어 본 바에 의하면 악의가 없어서 더 상대하기 벅찬 사람이다.

팬들이 보는 눈앞에선 아예 얽히지 않는 게 정답이기도 했다.

다른 멤버들에게도 신신당부하니 문채민과 이정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너, 그 사람 성향에 대해 꽤 잘 아는 눈치다? 어떻게 알았어.”

“…뭐, 그냥 우연히.”

“또 어디 가서 뭔 짓 했나 보네.”

“해신이 형은 휴식 날 나간다고 하면 물어봐야 할까 봐.”

이정원과 이유준의 쿵짝이 맞는 대화엔 고개를 돌리며 회피해 버렸다.

이제 남은 건 한 놈뿐인데……. 권혜성과 윤명 옆에서 미간을 찡그린 채 서 있는 놈이었다. 불만스럽단 얼굴의 강태오가 팔짱을 끼곤 질문해온다.

“쟤네는 그렇다 치고, 난 왜 불러 세운 거야?”

“강태오 너도 주의 인물이랬어.”

“내가 왜.”

처신으로 따지자면 얘만큼 믿음직한 사람이 없었는데 오늘은 다른 문제로 급부상한 멤버다.

…저놈의 얼굴. 강태오 쟤한테는 저 빛나는 미모가 독이 됐다.

평소보다 훨씬 내추럴한 상태였음에도 분위기로 모든 걸 승화한 녀석이다.

대기실로 들어오던 복도에서 아이돌들이 강태오를 흘끔거리는 걸 목격했었다.

남자들의 시선에는 견제와 신기함이 담겨 있었지만, 여자들은 묘한 호감이 섞인 눈빛이었다.

너라면 그걸 봤는데 안 걱정되겠냐?

여태까진 우리끼리 뭉쳐 다녀서 쉽게 접근하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에 들어간다면 언제 어디서 누가 말을 걸지 몰랐다.

쟤 성격에 알아서 커트는 치겠지. 근데 목격자까진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강태오도 저 둘과 함께 신신당부를 해 놔야 하는 멤버로 선정했다.

“태오야, 내가 긴말은 안 할게. …넌 다른 아이돌분들이랑 눈을 마주치지 마.”

“와, 태오 형이 제일 어려운 거 받았네!”

“그러게, 근데 해신이 형… 그거 가능한 거야……?”

되도록 아예 여지를 주지 말라고. 무조건 우리랑 팬석만 바라봐. 그래, 남돌까지는 허락해 줄게.

이어지는 내 설명에 강태오는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형들, 해신이 형이 제일 걱정스럽지 않아? 나만 그런 건가.”

대충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하던 찰나, 소파에 앉아 있던 문채민이 추가 의견을 덧붙였다.

쟤는 또 뭔 소리래. 미간을 찡그리곤 고개를 갸웃거리자 다른 멤버들이 공감한다는 뉘앙스를 보였다.

“맞아! 문채민, 너 말 잘했다! 형이 제일 조심해야 해!”

“…확실히, 어디 가서 위험한 짓 제일 많이 하는 건 형이었잖아…….”

“신해신, 애들 의견은 이렇다는데?”

…내가 여기서 뭐라고 답해 줘야 하는 거냐?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서 있으니 내 어깨에 팔을 걸친 이유준이 웃었다.

“뭐~ 형은 우리가 지켜 주면 되는 거고?”

“뭐라는 거야. 너도 괜히 다른 데랑 얽히지 마. 특히…….”

디레스트 거기랑.

김환준과 이유준은 재미있어 보이는 것에 돌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해신이, 넌 위험한 짓 좀 벌이지 마.”

“…네.”

그렇게 이정원의 팩트 폭력을 들으며 멤버들과 복도 바깥으로 나갔다.

* * *

체육관의 입구를 코앞에 두니 다른 아이돌 그룹들이 목격됐다.

음악 방송에서 본 적 있는 얼굴들과는 가볍게 인사하고 스태프의 안내하에 문 뒤에 정렬해 있었다.

모든 출연진이 개성 넘치는 패션을 자랑하며 같은 팀끼리 뭉쳐 섰다. 아직 오지 않은 얼티밋 나인과 인클루를 기다리며, 나비소녀와는 어색한 인사를 이어 갔다.

팬석이 보이지 않은 틈을 타 모든 이야기를 끝내 놔야지.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그, 오늘 있잖아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리더로 보이는 멤버가 목소리를 낮춰 대화를 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엇갈릴 수 있을까요? 저희가 유일한 걸 그룹이라…….”

저런, 저기도 여론이 꽤 빡셌나 본데.

어딘지 아이돌 같지 않은 초탈한 표정의 사람이었다. 얼굴만 봐선 이미 한숨을 백 번도 더 쉰 것 같은 모습이다.

“예,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 하이 터치도 생략하죠.”

“좋아요. 응원할 때도 적당히 호응하는 정도로만 하는 건 어떨까요?”

나머지 멤버들은 리더끼리의 대화를 들으며 서로 시선조차 마주치려 들지 않았다. 아직 팬석은 보이지 않았지만, 철저하게 논란을 차단하는 방식이었다.

…정말 다들 프로구나. 나와 나비소녀의 리더는 참담한 심정에 연신 마른세수만 반복했다.

“작전 회의 중에 미안한데, 저희도 끼워 주시면 안 될까요?”

그때 멀지 않은 복도에서 새까만 차림새의 남자들이 다가왔다.

컨셉 한번 확고한 쟤네들은 우리와 같은 팀인 얼티밋 나인이었다.

리더로 보이는 녀석 뒤에는 예전에 나를 보고 손가락질한 멤버도 같이 있었다.

오늘도 뭐가 그리 신기한지 나와 문채민 그리고 윤명을 가리키며 호들갑 떨기 바빠 보인다.

“어……!”

“실례라니까 몇 번 말하냐.”

저것도 예전에 본 광경인데. 보모 역할인 멤버 하나가 호들갑 멤버의 손가락을 접어 줬다.

쟤넨 나중에 살펴본다 치고. 조용히 모임에 끼어든 얼티밋 나인의 리더를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음, 일단 간단하게 통성명이라도 할까요? 리더인 류정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나비소녀의 안지입니다.”

“안녕하세요. 하이사인의 해신입니다.”

류정의 말에 안지와 내가 아까 먼저 나눈 대화를 설명해 줬다. 전적으로 우리 의견엔 동의했는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 저희랑 나비소녀는 더 조심해 보죠. 데인아, 알지?”

“…어.”

류정이 골치 아프단 얼굴로 본인네 그룹 멤버 하나를 돌아봤다. 거기엔 비주얼 멤으로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하나 서 있었다.

되게 불편해 보이는데? 그걸 본 나비소녀의 멤버가 다른 멤버의 뒤로 몸을 숨겼다.

쟤네가 그 염문설이 났던 애들인가. 이거 아무래도 팀 선정이 잘못된 것 같다.

멤버들에겐 조용히 모르는 척하라는 신호를 보내 놨다. 그에 이유준이 알았다는 듯이 작게 끄덕거린다.

권혜성은 슬쩍 엄지를 치켜세웠는데, 그 꼴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사이 복도 저 멀리에서는 한 무더기의 출전 그룹들이 나타났다.

“여어, 신해신.”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제일 골치 아픈 아군이 하나 등장한 것이다.

그나저나 저거, 아군이라고 해도 되는 거야?

흐린 눈으로 지원겸을 살피자 멤버들의 시선이 내게 꽂혀 들었다. 뒷통수가 뜨거운 게 왠지 돌아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역시, 넘버원은 해신이 형이었어.”

“쉿, 명이 형, 정원이 형이랑 유준이 형 눈빛 좀 봐.”

“뭐야, 이거 완전 흥미진진한데?”

무사히 끝낼 수 있으려나. 설 특집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엔 다소 난해한 시작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