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178화 (177/328)

178화

첫 번째 경기가 종료된 이후, 사설 경기장에서 두 번째 종목이 진행됐다.

대형 스크린 너머로 보이는 모래판과 장애물 트랙. 이건 바로 승마 부문이었다.

“우와, 쟤는 다시 봐도 진짜 크다!”

권혜성이 화면 너머의 말들을 보고 입을 떡하니 벌리며 놀란다.

사실 처음엔 나도 경기 리스트를 잘못 본 줄로만 알았다.

훈련소인 승마 클럽에 가 보고 나서야 방송국이 진심이었음을 깨달았지.

말이라는 동물과 함께하는 승부여서 위험 요소가 크다고 할 수 있는 경기였다.

제작진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는지 각 팀에서 2명의 선수만 차출하겠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그래서 우리 네 그룹은 사전에 출전 정보를 공유해 왔다. 주된 내용은 누가 나가야 안전하고 빠르게 승기를 잡을 수 있겠냐는 거였다.

생소한 종목에 모두 주춤거리던 시점. 예상외의 지원자가 하나 나타났다.

“형, 명이 형 진짜 겁 없지 않아? 되게 태연하네.”

문채민의 감탄사가 나옴과 동시에 스크린 너머로 헬멧을 쓴 윤명이 등장했다.

옆에는 얼티밋 나인의 멤버가 함께 서 있었는데, 여긴 윤명과 달리 제법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쟤야 걱정할 게 없으니까…….”

알고 있는 내용을 떠올리며 시큰둥하게 받아쳤다.

그러자 같은 팀의 얼티밋 나인 멤버가 트랙에 앉아 있는 나를 돌아본다.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했는지 근처까지 다가와서 질문을 던졌다.

“저, 궁금해서 그러는데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손제완, 저거 또 한눈판 사이에…….”

“그냥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

답변 안 해 주면 귀찮게 굴 것 같지? 저 사람에 대한 캐릭터 해석은 이미 완료한 상태였다.

“그, 승마 부문 제일 먼저 지원한 게 명이 님? 명이 씨? 라고 들었는데. 혹시 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저 진~짜 궁금했거든요!”

“하하…….”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종목만 결정하고 일체 교류는 없던 사이였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궁금증이 발동했나 보다.

다른 멤버들도 안 그러는 척 여길 돌아보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거기엔 뻔뻔하다 못해 대놓고 우리 옆자리를 차지한 지원겸도 포함되었다.

뭐, 윤명이 말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굳이 따지자면 경력직이라서요.”

“…네?”

“해신이 형, 그건 너무 생략한 거 아니야?”

“그래도, 쟤 말이 맞긴 하잖아.”

“하하! 경력직. 그래, 그것도 경력직은 맞지.”

스크린을 보고 있는 강태오를 제외하곤 나머지 멤버들이 저마다 한마디씩을 꺼냈다.

“도대체 승마 경력직이 뭔 소리야? 신해신, 이해하기 쉽게 좀 설명해 봐.”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 그룹 놔두고 우리와 섞여 있던 지원겸이다. 문득 본인 호기심이 풀리지 않으면 여길 떠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추어 승마 대회에 출전해 봤대요.”

“네?!”

너무 축약했나? 아무래도 저 사람은 많이 놀란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유소년 대회랬어요. 물론 지금은 안 탄 지 꽤 됐다고 하더라고요.”

내 말에 주변에 있던 아이돌들이 스크린 속의 윤명을 바라봤다.

외부 경기장에 있는 윤명은 여전히 태연하고 멍한 얼굴이었다.

평소에 티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윤명 쟨 부잣집 도련님이 맞았다.

정확하게 어떤 집안인지는 모르겠지만,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부유한 건 맞는 듯하다. 나를 제외한 멤버들은 최근에나 눈치챈 사실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없고. 우리에게 윤명은 사차원에 걱정스러운 점이 있는 막둥이 중 하나일 뿐이었다.

[아이돌 전국 체전, 승마 부문 경기가 있겠습니다.]

“윤명! 지고 오기만 해 봐!”

“형이 봤을 때 명이 형이 질 거 같아?”

“…아니. 저번에 보니까 되게 잘 타던데…….”

“운동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것까지 하니까 대단하다 싶네.”

이정원의 말에는 제법 공감하는 바이다.

다들 안 그런 척했지만, 피지컬이 좋아서였을까, 하나같이 운동신경이 발군에 가까웠다.

특히 우리 중 톱은 이정원과 윤명이었는데, 승마 클럽에서 말을 타던 윤명은 타고난 밸런스와 센스에 대해 칭찬받았다.

“다치지만 않으면 괜찮아.”

사실 지는 건 됐으니까 무사히 끝내고 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선수 소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때, 본격적인 경기에 돌입하며 선수 프로필이 소개됐다.

화면 위론 흰색의 바지와 남색의 재킷으로 이뤄진 승마복을 입은 윤명이 나타난다.

[하이사인의 명 선수죠? 다른 선수들과 달리 특이한 이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유소년 아마추어 승마 경기 출전 경험인데요?]

[서류를 보니 말을 타지 않은 시간이 꽤 긴 것 같습니다. 연습 당시에는 어땠는지 한번 정 감독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취미로만 탄 게 아쉬울 정도로, 굉장히 밸런스가 좋은 선수였습니다. 이 선수가 배정받은 말은 롤링이라는 친구인데요. 온순하긴 하지만,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구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명 선수와는 호흡이 아주 잘 맞았습니다. 말과의 교류가 중요한 경기인 만큼 강력한 우승 후보군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거, 경기도 전에 극찬이 나왔습니다. 연습 일지를 보아하니, 노력파 천재예요.]

해설 위원의 설명에 팬들에게서 함성이 쏟아졌다. 설명을 들은 타 팀에게선 술렁거리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아까 e스포츠에서도 팀 블루가 엄청 눈에 띄었었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흐름을 탄 것 같은 우리다.

선수들의 소개가 완료된 이후, 비교적 난이도가 쉬운 편의 예선전부터 치러졌다.

14명이 각자의 기록을 측정한 뒤 3위까지의 선수들로 결승전에 돌입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돌들은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그동안 호흡을 맞춘 말들과 프로들의 도움 아래에 경기를 진행했다.

“꺄악!”

[아, 방금 위험했습니다! 말을 조금 진정시켜야 해요! 선수의 도움을 받아 그 구간은 우선 패스합니다!]

타 그룹 아이돌의 순서에서 자잘한 실수와 위험해 보이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대기하고 있던 프로들에 의해서 별 탈은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나중에 안전성으로 말 좀 나오겠군. 이제 안 봐도 이슈에 대해 점찍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남은 경기가 진행되며, 드디어 윤명의 차례가 돌아왔다.

긴장이라곤 전혀 볼 수 없는 말간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나타난다.

고삐를 잡은 윤명이 출발선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삐익-]

[자! 출발합니다!]

[명 선수, 굉장히 빠릅니다! 안정적으로 A코스를 지나갔어요!]

이윽고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윤명과 말이 트랙으로 이동했다.

순하던 눈빛이 돌변하며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지그재그로 놓인 러버 콘을 피해서 다음 구간으로 움직인 윤명이었다.

거침없이 등자에 발을 걸치더니 망설임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말에 몸을 실었다.

[기승법을 단번에 성공합니다! 굉장히 깔끔했어요! 이제 말이 흥분하지 않도록 조절하며 이동하는 게 중요한데요? 연이어 평보로 B코스도 성공합니다! 여기선 속도를 낼 필요가 없었죠? 아주 좋아요!]

“윤명! 잘한다!”

“혜성이 얘는 경기장 갔으면 쫓겨났겠다.”

“여기 있는 게 다행인 것 같네.”

이번에도 열렬히 응원 중인 권혜성이다.

굉장히 빠른 기록을 보여 감탄에 가까운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쟤, 왜 이렇게 잘 타?”

“형, 태서야, 둘 제자들, 너무 잘난 거 아니야?”

그건 인클루도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지원겸과 공태서를 비롯하여 다른 멤버가 우리 쪽 방향을 돌아봤다.

“난 몰랐는데, 겸이 형은 알았어?”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윤명, 쟤는 유어돌 할 때도 특이하더니. 진짜 희한한 애네.”

“몰라, 형네 제자들 다 이상해. 무서워~”

그거 지금 우리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 전혀 무섭지 않다는 표정으로 장난을 거는 멤버였다. 그에 이유준이 웃으며 슬며시 대답해 준다.

“뒤에도 재밌는 경기가 많을 거예요.”

“와우, 멋있는데요? 나 오늘부터 하이사인 짱 팬! 하이눈 2기 가입합니다.”

“하하, 영광입니다, 선배님.”

그러던 사이 윤명은 난이도가 높아진 코스로 진입해 있었다.

[라인 전혀 벗어나지 않은 상태로 감점 요소를 완벽하게 빗겨 나갔습니다. 여태까지 퍼펙트! 속도도 좋고, 말 컨트롤도 훌륭해요.]

[자~ 지금 말의 얼굴을 보세요. 전혀 불편한 기색이 보이지 않잖아요? 이대로만 가면 신기록이 나옵니다. 명 선수, 경속보로 들어갔지만 침착합니다!]

속도가 빨라진 말 위에서 자세를 바로잡고 컨트롤하는 윤명이다.

안장에 붙은 긴 다리가 능숙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 코스! 자! 속도를 냅니다! 달려요! 명 선수! 달려! 롤링!]

다른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트랙을 가로지르는 윤명이었다.

해설 위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도착 라인에 들어가며 이번 경기에 대한 최종 기록이 나타났다.

[들어왔습니다. 명 선수! 엄청난 기록입니다! 신기록이에요!]

[무결점 경기로 1위에 진입합니다! 하이사인의 명~~ 결승 진출!]

“아자아~! 윤명!”

“명이 형! 잘했어!”

“후우, 실수 없이 해냈네.”

“뭐야, 강태오 너, 지금까지 명이 걱정돼서 아무 말도 못 했던 거야?”

환호하는 멤버들 너머로 말에서 내린 윤명이 보인다.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장면이었는데 차분한 얼굴의 말이 함께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종료된 예선 이후에는 코스에 대한 재정비가 진행됐다. 선수단은 물을 마시거나 말의 상태를 보며 다음 경기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윤명에겐 나름의 응원을 보내던 중이었다.

멋있는 장면은 충분히 뽑아냈으니까, 제발 다치지 말고 돌아오란 의미였다.

그렇게 다시 이어진 장면에선 아까보다 난이도가 높아진 코스를 확인했다.

다소 긴장된 얼굴의 결승 진출자들이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해 온다.

[자, 이제 최후의 3인입니다! 저번 승마 경기에서 우승했던 선수죠? 팀 옐로우 클래비의 신디 선수예요~ 아주 여유로워 보이는데요? 이번엔 저번 경기에 함께 했던 스칼렛 대신 나리와 호흡을 맞추게 됐죠?]

[아, 나리라~ 개나리가 떠오르는 예쁜 이름인데요. 이거 팀 옐로우와 맞춘 걸까요?]

[그 옆은 3위로 들어온 팀 퍼플, 에이티 케인의 신페이 선수입니다! 함께 할 친구는 최강이입니다!]

[마지막 선수는요? 아까부터 장 감독님이 눈을 떼지 못한 팀 블루의 하이사인 명 선수! 아전체 승마 부문 첫 출전에 무실점 신기록 달성이라는 어마어마한 다크호스죠! 함께하고 있는 친구는 오늘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이는 롤링입니다!]

“롤링~~~”

“썬더~~~!”

“……?”

저게 뭐야. 권혜성과 인클루의 장난기 넘쳐 보이는 멤버 하나가 요란한 구호를 외쳤다.

도대체 언제 맞춘 거지. 그걸 제쳐 두고서라도 무진장 창피한 응원법이다.

“저, 저! 아주 팀 창피는 다 시키고 있어요. 야, 서은휘! 너 이리 안 와?”

“으악! 겸이 형 화났다! 혜성 후배, 난 잠깐 도망 좀 갑니다! 마지막으로 롤링~~~”

“썬ㄷ… 읍!”

“제발 얌전히 좀 있어!”

“태오 형이 나서는 걸 다 보네. 혜성이 형, 진짜 대단하다.”

지원겸이 일어나서 인클루의 멤버를 사로잡고, 그 뒤를 이어 강태오가 권혜성의 입을 틀어막았다.

쟤가 저러는 건 진짜 흔치 않은 일인데…….

부끄러운 마음에 인클루를 비롯하여 같은 팀의 아이돌들에게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 저희 애가, 과도하게 발랄해서요…….”

죄송합니다. 사실 저도 컨트롤이 안 돼요.

“…저희야말로, 신세가 많습니다…….”

인클루에서도 차분해 보이는 멤버 하나가 내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아무래도 여긴 리더 대신 다른 멤버가 수습 담당인 모양이었다.

간신히 권혜성을 제압한 강태오가 마른세수를 반복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권혜성의 흥은 사라지지 않았는지 다시 일어나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쟤를 정말 어떡하면 좋지.

골치가 아프다고 생각한 찰나, 내 옆으로 무서운 얼굴의 최종 보스가 등장했다.

정색한 이정원이 권혜성을 향해 날카로운 말투의 제지를 건다.

“이만 앉는 게 어때?”

“그래, 혜성아. 형들이 네 뒤치다꺼리하고 있잖아.”

“…네, 죄송합니다. 흥에 겨워서 그만…….”

살벌한 기운의 이정원과 함께 웃곤 있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이유준이었다.

그대로 나를 한번 살핀 권혜성이 미안하다며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마지막 결승전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3위의 아이돌로,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었다.

[아, 이런~ 에이티 케인의 신페이 선수! 한 번에 올라타는 걸 실패합니다! 최강이가 조금 흥분했어요! 우선 진정시켜야 합니다!]

초반에 삐끗했던 탓일까, 바뀐 트랙에서 연이어 실수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앞서 예선전보다는 좋지 못한 기록이 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음 선수가 긴장한 낯으로 경기장에 입장했다.

여기가 그 전년도 우승 선수인가 보네. 헬멧을 쓴 걸 그룹의 멤버였다.

능숙한 동작으로 말을 모는데, 거기서 묘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라인을 넘어서 실점 하나가 들어갔습니다!]

[신디 선수! 페이스가 조금 빠릅니다! 그렇죠~! 거기선 침착하게 경속보! 실수가 하나 있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좋은 경기였어요!]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로 인해 불안해진 말이 라인을 벗어났다.

물론 금방 제 페이스대로 무사히 경기를 완료하긴 했다.

아쉽다는 기색을 내비치며 말에서 내린 뒤 인사하는 장면이 마지막이었다.

드디어 마지막인 윤명의 차례가 다가왔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압박감 속에서도 평소와 같은 태연한 얼굴을 유지한 녀석이었다.

눈에 초점만 없었으면 넋을 놨다고 생각했을 텐데. 하여간에 우리 멤버였지만, 참 유별난 구석이 있는 성격이다.

[삐익-]

[명 선수, 출발합니다!]

다시 울리는 구호 속에서 눈빛이 돌변한 윤명이 발을 움직였다.

리스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선보단 훨씬 빠른 발놀림이었다.

고삐를 쥔 손이 말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해당 구역에 맞춰 정지한 뒤에는, 등자에 발을 걸어 말 위로 올라탔다.

휙- 날쌘 몸놀림 이후엔 말의 등을 쓰다듬으며 호흡을 정리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해설 위원의 설명을 들으니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었던 듯하다.

[역시, 명 선수~~ 안정적입니다! 롤링이 전혀 흥분하지 않았어요. 경속보를 하는 와중에도 자, 보세요! 상하 운동에 맞춘 움직임이 완벽합니다! 균형 유지 좋고요. 속도도 훌륭해요! 그렇죠! 거기선 반동으로 충격을 완화합니다!]

[라인 이탈 없이 가장 빠른 노선으로 차근차근 진행되는 경기입니다. 아~ 장 감독님 말씀대로 정말 움직임이 깔끔해요!]

복잡해진 코스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유연하게 빠져나가는 윤명이었다.

어느덧 마지막 순서까지 끝내곤 몸을 숙여 속도를 높인다.

그렇게 진지한 표정을 풀지 않은 채, 최종 입구까지 계속 달려 나갔다.

[이제 들어갑니다. 명 선수~~! 이번에도 완벽한 무실점 경기! 퍼펙트 신기록 달성입니다!]

[롤링이와 차분하게 끝까지 잘 마무리 지었어요! 아, 라인만 잘 지킨 게 아니라 동작 하나하나가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경기였습니다! 명 선수, 정말 명선수입니다!]

[아이돌 전국 체전 승마 부문~~~ 최종 우승은! 팀 블루의 하이사인 명 선수!]

[축하드립니다!]

“아자! 윤명, 잘했다!”

“이건 칭찬해 줘야지. 명아~ 잘했어!”

“되게 잘 타네.”

“태오 너, 되게 긴장하며 본다?”

“다치면 어떡해.”

“하여간에, 걱정은.”

“윤타냥이다 윤타냥. 아, 명타냥인가? 명이 형, 최고!”

흥분한 멤버들의 외침 속에서 스크린 너머의 윤명이 활짝 웃어 보였다.

그러곤 보이지도 않은 팬들과 멤버들을 향해 본인답지 않은 격한 감정을 표현했다.

[형들! 하이눈! 나 우승했어요!]

헬멧을 벗어 던진 상태에서 헝그러진 머리의 윤명이 브이자를 그린다.

나는 그에 축하한다는 의미로 몸을 일으키곤 힘껏 박수를 쳐 줬다.

“윤명!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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