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179화 (178/328)

179화

쉬는 시간, 의상과 메이크업 수정을 위해 전 그룹이 실내에 들어간 상태였다.

각자 시간을 보낸 뒤 다시 경기장에 돌아가려 하는데, 우리 대기실 문 앞에는 아는 사람이 하나 서 있었다.

쟤가 왜 여기 있지? 저건 팀 블루의 일원이자 얼티밋 나인의 멤버인 손제완이다.

“저기요!”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목소리 하나 참 우렁차네.

“저요?”

“네! 저기 괜찮으면……!”

뭐야, 지금 이 상황은? 눈앞에 손제완의 핸드폰이 들이밀어졌다.

“…번호 달라고요?”

“네! 괜찮으면 연락처 교환하실래요? 저번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기회가 돼서요.”

볼 때마다 손가락질하던 이유가 그거였나? 뭐, 사람은 착해 보이니까.

거절하기도 난처해서 핸드폰 위로 내 연락처를 찍어 줬다. 그때 등 뒤 대기실의 문이 열리며 문채민과 윤명이 밖으로 나왔다.

“제완이 형, 드디어 해신이 형 번호도 땄나 보네?”

“…그러게. 형, 이런 거 쉽게 안 주는데…….”

“채민이랑 명이, 안녕? 나 타이밍 맞추려고 뛰어왔거든. 잘했지?”

얘네는 언제 말을 놨대. 문채민과 윤명이 손제완에게 아는 척했다.

“전 스물셋이에요. 우리 동갑으로 알고 있는데 말 편하게 할래요?”

“역시 친화력으론 혜성이 형 버금간다니까. 해신이 형, 우린 먼저 경기장에 가 있는다?!”

멀어진 윤명과 문채민으로 인해 내 눈앞엔 과도하게 텐션이 높은 인간만 남아 있었다.

…이거 허락해 줘야 하는 분위기지?

나랑 상반되는 적극적인 타입 같은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니 뭐가 그리 좋은지 활짝 웃는다.

“아, 예…….”

“아싸! 해신아, 아, 해신이라고 부를게? 너희 데뷔 무대 때 말을 걸었어야 했는데~ 이제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다.”

“어, 어.”

기운이 넘친다곤 생각했지만 내 예상 이상으로 활기찬 사람이었나 보다.

일단 경기장에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 그대로 녀석을 달고 복도를 걸었다.

“너, 무대 되게 잘하더라. 나 유어돌도 전부 봤거든. 데버럽 했을 때부터 친해지고 싶었는데. 드디어 소원을 이뤘네~”

“고, 고마워…….”

“우리 나중에 기회 되면 진짜 무대 한번 같이 올라가자! 연말이나 이벤트성 기획 같은 거 말이야. 너희랑 우리랑 색깔이 많이 달라서 합치면 되게 재밌을 것 같지 않아?”

“그래, 기회가 되면…….”

유일한 동갑내기이던 이정원과는 너무 다른 케이스라서 적응이 안 된다.

나름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며 경기장의 문을 열고 입장했다.

그런 우리 둘의 등장이 생소했는지 좌석 너머 팬들은 여길 주시해 왔다.

난 이제 할 일이 있는데?

그런 내 상황을 눈치챈 건지 얼티밋 나인의 멤버가 빠르게 다가왔다.

“기어코 네가 번호를 따 냈구나…….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얘가 귀찮게 굴었죠?”

“아, 아닙니다.”

“야, 권민재. 나 오늘 채민이랑 명이 그리고 해신이까지 전부 연락처 교환했다?”

“그새 말도 놨냐? 어휴, 이 망아지야. 얼른 가자, 팬분들이 너 찾더라. 그럼 이만…….”

“아, 야! 좀 놔 봐~ 해신아! 이따 또 보자~! 안녕~”

“…어, 그래. 안녕.”

뭐지? 내가 입을 열 틈도 없이 손제완을 끌고 가 버린 사람이었다. 양팔을 휘적거리는 손제완을 향해선 작게나마 손을 마주 흔들어 줬다.

얼떨떨한 얼굴로 멤버들과 합류하니 이유준이 궁금했다는 듯이 물어본다.

“뭐야, 형. 친구 사귀었어?”

“어쩌다 보니.”

“제완이 형이 그렇게 형 번호 노래 부르던데.”

“맞다. 채민아, 넌 언제 걔랑 말 놨냐? 명이도 아는 기색이던데.”

고개를 빼꼼 내민 문채민과 그 옆에 앉아 있던 윤명이었다.

분명 나보다 먼저 안 기색이었지. 개회식 전까진 알고 지낸 분위기가 아니었던 터라 신기했다.

“쉬는 시간 되자마자 달려오던데? 나랑 명이 형한테 관심이 있었대. 번호 달라길래 줬지. 유어돌에서 얼티밋 나인 무대 커버했던 게 마음에 들었나 봐.”

“…응, 맞아. 나한테도 그렇게 얘기했어.”

“결국 형도 연락처 교환한 거야?”

“어, 대기실까지 찾아왔는데 줘야지. 무엇보다…….”

거절하기가 힘든 스타일이란 말이야.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라서 거절하기 힘들었지?”

“윤명, 너 어떻게 알았냐.”

“익숙한 느낌?”

이유준의 질문에 윤명은 저 멀리서 박스를 뒤적거리고 있는 권혜성을 바라봤다.

“혜성이?”

“그게…….”

묘하게 쟤랑 겹쳐 보이더라고. 사실 권혜성이 생각나는 캐릭터라서 거절하기 힘들었었다.

“혜성이 쟤, 사랑받고 있었네.”

“어? 유준이 형! 나 불렀어?!”

“아무것도 아니야~”

꽤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귀신같이 제 이름을 캐치한 권혜성이었다.

본인 몫의 박스를 훌쩍 든 채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우다다 달려온다.

“뭔데 그래? 윤명, 뭐야? 나 왜 불렀어?”

“…너 부른 거 아니거든. 바보.”

“왜! 분명 내 이름 들었는데!”

“됐으니까, 그거나 내놔…….”

권혜성의 뒤편에선 이정원과 강태오가 카트를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무슨 상황이냐며 되묻는 권혜성을 무시한 채 다른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 * *

“부족하면 더 얘기해 주세요~!”

팬석에 도시락을 나눠 주던 상황이다.

여기저기 계속 말을 거니 팬들이 놀란 표정으로 밥을 먹는다.

“나 때문에 밥 먹기 힘들려나.”

“아, 아니! 괜찮아! 해신아, 너흰 밥 먹었어?”

“응, 안에서 다 먹었어요.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드세요. 혹시 뭐 더 안 필요해요?”

“아니야, 엄청 많아……! 이것도 다 못 먹을 정도인걸.”

지금 이건 팬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역조공이었다.

방송국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사전부터 알고 있는 문화이기도 했다.

특히 이런 특집 프로그램에선 팬덤끼리 비교도 펼쳐진다고 들었지.

오늘을 위해 회사와는 여러 차례의 미팅을 진행했었다.

‘맞아, 종일 앉아 있어야 하잖아. 그거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거기 많이 추우려나? 담요 같은 것도 좀 넣어 줄까?’

‘거기에 핫팩이랑 방석도 같이 꾸려.’

‘…밥은 무조건 잘 나와야 해.’

‘드디어 네 식사량이 도움 될 때가 왔구나~ 윤명, 너 맛있는 거 많이 알지? 아이디어 좀 꺼내 봐!’

‘커피 같은 건 식후에 별도 주문받는 게 좋겠지? 찾아보니까 바로 앞에 스X벅스 있더라.’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 뭐 아는 사람? 의견 좀 내 봐.’

‘음, 집 가서는 푹 쉬라고 향초 같은 것도 하나씩 넣어 줄까?’

정해진 예산에 잘 먹는 윤명의 아이디어를 합쳐서 최종 선물의 구성을 꾸렸다.

저번에 들은 그 이야기 때문인지 예산으론 조금 아쉬운 금액이 나왔었다.

저당금이라곤 하나, 이 사람들 덕분에 돌려받은 게 컸으니까. 몰래 사비까지 보태며 즐겁게 준비한 이벤트이기도 했다.

“여기 쇼핑백 안엔 핫팩이랑 담요 들어있으니까 이따 추우면 꺼내서 써요. 방석도 있거든요. 밑에 깔고 앉아서 경기 봐 주세요.”

“이건 간식 패키지들~ 우리 계속 올라올 거긴 한데, 경기 들어가면 늦어질 수도 있으니까 미리 줄게요.”

“도시락 안 받은 사람, 손!”

“…하난 딸기 크림이고, 나머지 하난 초코 크림인데. 커피는 지금 태오 형이 주문받고 있어요……. 형 오면 무조건 비싼 메뉴로 불러요, 알았죠……?”

“쇼핑백 봉투 안에 치킨 기프티콘 프린트한 거 있거든요. 밤에 집 가서 야식으로 시켜 드세요!”

빠르게 할 일들을 해치우니 양 사이드의 팬석에서 힐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진다.

뭐야, 벌써 우리 빼고 다 내려갔나. 놀란 얼굴의 하이눈에겐 서둘러 준비된 선물을 나눠 줬다.

[선수들은 트랙으로 모여 주시길 바랍니다.]

알림 방송에 멤버들의 손길이 급해지고, 가장 먼저 할 일을 끝낸 이정원이 계단을 올라왔다.

좋아하는 팬들에겐 손을 흔들어 주면서도 내겐 작은 목소리로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만 가자.”

“어.”

남은 선물만 마저 주고. 들고 있던 쇼핑백들을 빠르게 나눠 줬다.

* * *

[하이사인의 혜성 선수 빨라요! 정말 빠릅니다!]

“혜성이 형, 엄청 잘 뛰네.”

“벌써 저렇게 힘 빼면 계주 때는 어떡하려고 그러지…….”

걱정 안 해도 될걸. 오전 내내 좀 쑤셔서 죽겠다고 한 애였으니까.

육상 60M 부문에 출전한 권혜성이었다. 오전 종목에선 나설 일이 없던 터라 아직도 쌩쌩한 체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남자 육상 60M 부문, 예선 A조 1위는 팀 블루~ 하이사인의 혜성 선수입니다!]

[그 뒤론 팀 오렌지 판테온의 최주원 선수와 팀 그린 시클러스의 정민 선수가 차례대로 들어옵니다! 이렇게 3위까지 결승 진출~!]

역시 저런 관상들이 달리기 하나는 끝내줘. 순식간에 트랙을 가로질러 결승선을 통과하는 중이다.

그러곤 벽에 붙은 쿠션에 부딪힌 뒤, 파묻힌 몸을 꺼내 양팔을 들어 올렸다.

“하이눈~ 나 결승 가요~”

“혜성아!”

손을 연신 휘적거리면서도 다음 결승을 위해 대기석으로 향하는 녀석이었다.

[남자 육상 60M 부문, 예선 B조가 시작됩니다.]

트랙이 재정비되며 예선 B조의 출전자들이 등장했다. 하나같이 팔다리가 긴 게 피지컬이 장난 아닌 구성인 듯하다.

“환준아! 파이팅!”

음, 디레스트는 김환준이 나왔네. 아전체에선 운동신경으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들었던 게 기억난다.

하는 짓은 영 미스터리 한데, 의외의 부문에서 특이한 성향을 띠고 있는 듯했다.

모든 선수들이 라인에 정비하고, 자세를 취하기가 무섭게 출발 신호가 터져 나왔다.

탕-!

[역시! B조! 60M 부문 챔피언이었던 팀 레드 디레스트의 김환준 선수! 오늘도 빠르게 치고 나가는데요!]

[아~ 정말 빠릅니다! 다른 선수들과 간격이 크게 벌어졌어요!]

[넘어지지 않는 이상 격차를 줄이기 힘들 거리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른데? 경기를 본 해설 위원들은 큰 목소리로 설명해주기 바쁘다.

운동이라곤 전혀 즐기지 않을 것처럼 생겨 놓고.

팔다리의 근육을 당겨 빠르게 앞서 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뒷 선수들과 큰 간격을 만든 김환준이 가장 먼저 결승 라인을 통과하며 모두의 환호성을 받았다.

[팀 레드 디레스트의 김환준~! 남자 육상 60M 부문, 예선 B조 1위로 들어옵니다~!]

[아, 예전 자신의 기록을 또 깨 버렸어요! 0.07초 단축!]

권혜성, 쟤 괜찮을까? 강력한 우승 후보로는 권혜성과 김환준이 호명될 것 같은 기분이다.

혹시 몰라 살펴본 권혜성은 태연한 얼굴로 물을 마시고 있었다.

“혀엉~! 윤명~! 채민아아~~~”

“어어, 그래.”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네.

“…바보는 긴장 안 한다던데, 진짠가 봐.”

“혜성이 형한텐 안 들릴 거리라서 다행이다.”

물통까지 내려놓은 뒤 양팔을 크게 흔들어 보인 권혜성이었다.

얼떨결에 인사해 주자 똥강아지라도 된 것처럼 제자리에서 일어나 폴짝거린다.

직설적인 윤명과 문채민의 대화가 이어지고, 트랙이 재정비된 이후에 남자 육상 60M 결승전이 치러졌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권혜성의 옆에는 김환준이 딱 붙어 있다. 의무적인 미소를 띤 김환준과 태연한 얼굴의 권혜성이 마주 인사한다.

쟤네는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지.

불길한 감은 있었으나 권혜성의 표정을 보니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에, 잔머리는.”

“어? 형, 뭐가?”

“아니야.”

저거, 다 눈치챘구만. 머리를 굴릴 때면, 종종 짓곤 하던 비즈니스적인 웃음이다.

김환준도 권혜성과 비슷한 상황 같았는데, 이내 몸을 돌려 다른 선수들과 이야기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자세를 갖춘 선수들의 곁으로 스타트 건을 든 스태프가 다가왔다.

[제자리에, 준비-]

“…한번 눈썹 빠지게 달려 봐, 권혜성.”

“혜성이 형, 제발.”

“안 다치기만 하면 돼.”

[탕-!]

출발 신호와 함께 각 레인에 서 있던 선수들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해설 위원들은 진즉 이번 대결이 권혜성과 김환준의 승부였음을 예측했던 것 같았다.

점차 벌어지는 다른 선수들과의 거리에 흥분 어린 중계가 쏟아져 나온다.

[김환주운~! 혜성~! 둘이 박차고 앞서 나갑니다! 아, 너무 빨라요~!]

[다른 선수들과 격차를 벌리기 시작하는데요? 양보 하나 없는 격전의 승부입니다! 차이가 거의 없어요!]

엎치락뒤치락 비슷한 속도로 결승전을 향해 움직인 둘이었다. 몇 센티 되지 않는 간격을 보여 그 승부는 끝을 알 수 없게 돼 버렸다.

[아, 김환준 앞으로 혜성이 치고 나갑니다~! 어어~! 바로 잡혔어요!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차이~! 박빙의 승부, 그 결과는~~~~!]

엄청난 속력으로 달려 나간 두 사람이 반대편 벽에 고정된 쿠션에 파묻혔다.

그러곤 다급한 몸놀림으로 등수가 적힌 전광판부터 찾아본다.

[남자 육상 60M 부문, 최종 1위는~~~ 팀 레드 디레스트의 김환준 선수입니다!]

“아! 아쉽다!”

“…그러게, 아슬아슬했어.”

“한 끗 차이였지?”

같은 타이밍에 들어갔으나 고속 카메라가 김환준의 승리라고 알려 줬나 보다.

권혜성은 천장을 올려다보곤 2등을 했다며 팬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이눈~ 나 2등 했어요~!”

“혜성아! 잘했어!”

그 뒤론 숨을 고른 김환준이 허리를 펴서 카메라에 인사했다. 뒤에 달려오는 디레스트 멤버들에겐 수건을 건네받곤 땀을 닦아 낸다.

[이로써 김환준 선수는 3회째! 아전체 남자 육상 60M 부문에서 챔피언을 차지합니다!]

[혜성 선수도 굉장히 잘 뛰었어요! 新다크호스의 등장이에요!]

해설 위원들의 말에는 백번 공감했던 게, 이건 전부 운에 의해 갈린 승부였다.

다시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를 정도로 박빙이었던 건 확실했다.

김환준이 3번이나 이겨 먹었단 건 내겐 그닥 중요치 않은 사실이었다.

그때 권혜성이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걸 목격했다.

저 멀리서는 김환준이 1위 소감을 발표하고 있었는데, 거길 바라보며 조금은 아쉽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나 졌어어~~ 아쉽다! 진짜, 지~~인짜 조금 차이였는데.”

“혜성이 형, 기록 보니까 0.02초 차이더라. 다음엔 이길 수 있을 거야.”

“권혜성 너 제법 뛰던데……. 2등이지만…….”

“윤명, 너 이리 안 와?!”

“…내가 왜 가.”

“혜성아, 충분히 잘했어.”

윤명과 술래잡기하던 권혜성에겐 엄지를 치켜세워 칭찬해 줬다.

“혀엉~~~ 이따가 이겨 줄 거지? 나 일부러 우리 비밀 병기 있는 거 얘기 안 했다?”

“부담스럽다.”

허리에 붙어 치대는 권혜성에겐 먼 산을 바라보며 조용히 얘기해 줬다.

“뭐, 같은 순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갚아 줄게.”

“우리 리더, 짱!”

에휴, 체력이나 비축해 둘까. 허언이 되지 않으려면 노력해 봐야 할 것 같았다.

* * *

60M가 끝난 이후엔 곧바로 100M 경기에 돌입했다. 여긴 우리 팀이 아닌 인클루의 멤버가 출전하기로 했던 부문이었다.

인클루에서 대표로 나서는 건 리더인 지원겸이었던 모양이다.

맞아, 저기도 꽤 잘 뛴다는 말이 있었지. 인터넷에 본 게시물을 떠올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의 지원겸을 바라봤다.

“야, 신해신. 너희 이제 저기로 넘어가냐?”

“예, 슬슬 애들한테 가 봐야죠.”

“제자가 스승님 응원도 안 해 주고 그냥 가 버리네. 매정하기는.”

“저기, 거기 멘토님네 멤버분들도 출전하셨는데요.”

“쳇, 쏜살같이 1등 가져갈 테니까, 가서 딱 기다려.”

오늘도 지 말만 하고선 쿨하게 등을 돌려 사라지는 인간이었다. 알아서 어련히 잘하겠지.

디레스트도 100M는 출전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심하고 양궁 예선전으로 이동했다.

[남자 양궁 단체전, 팀 블루 하이사인이 준결승에 진출합니다.]

“와아아!”

방송이 들림과 동시에 양궁장에서부터 큰 환호성이 쏟아진다.

“음? 형들 준결승 올라갔나 본데!”

“어! 유준이 형이다!”

스크린을 돌아보니 거기에는 활을 든 이유준이 강태오와 하이 파이브 하고 있었다.

“…잘 쏘네?”

화면에 보인 점수는 내 상상 이상의 고점이었다.

[61/70]

우리 또 1위 하는 거 아니야? 왠지 운동돌이란 별명이 붙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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