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소속사에서 강태오의 학폭에 대한 공식 해명 기사를 내보냈다.
조진만 때문인지 예전보단 시간이 걸렸지만, 서도경다운 훌륭한 처신이었다.
[메이터스 ‘강태오 학교 폭력 논란 사실무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조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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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오의 학교 폭력 논란에 대해 메이터스 엔터테인먼트 측에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강경 대응할 것임을 예고하며, 일말의 선처와 합의는 없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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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만 나갔으면 애매했을 텐데 증언 먼저 나와서 물타기 잘 했네 ㅋㅋㅋㅋ
- 메이터스 일 잘하는 줄 알았더니 ㅜ
- 딱 요즘 논란 플 특이었음 무증거 졸업앨범 하나 띡 올리고 사람 매장하기가 유행인 듯
- 죽이려고 달려드는 거지 뭐
- ㄹㅇ 우루루 몰려가서 패는 거 극혐이다
- 제발 아이돌 검열에 힘 좀 빼자 ㅜㅜㅜㅠㅜㅜ 누구 하나 뭐 나오면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물타기 플로우 타는 거 개무서워
기사만 나갔으면 애매했을 텐데, 먼저 나온 증언들과 합쳐지니 괜찮은 시너지를 보였다.
서도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루머를 만들어 낸 글쓴이를 찾아냈다.
이제 그만하라는 조진만의 말에 수긍한 척한 뒤에 가서 가해자에겐 몰래 접촉한 것이다.
‘차은석, 압니까?’
‘…네?’
‘학폭 논란 루머 게시자입니다. 확인해 보니 동급생이었던 것 같은데.’
차은석이라면 분명 나도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강태오의 과거 고교 시절로 갔을 때, 녀석에게 시비를 건 놈 말이다.
그때 당시에는 치기 어린 질투 정도로 봤었는데,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 감정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괴롭힌 건 본인이었으면서 도리어 상대방을 가해자로 만드냐. 쩨쩨한 걸로 모자라서 성격이 참 모난 인간이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 사람은 강태오에게는 잊힌 인물이었나 보다.
강태오는 동급생이었단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이름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애초부터 가해자 녀석은 안중에도 없었군. 열등감을 표출하는 건 저기뿐이었단 소리였다.
‘그럼 됐습니다.’
‘대표님, 진짜 고소하시려고요?’
‘그러고 싶긴 한데, 뒤에서 몰래 건드린 거라서요. 공식 기사를 내비친 건 어디까지나 협박성이었습니다. 조 이사, 그 사람 때문에 더 나서긴 힘들 것 같고. 그냥 가볍게 사과문이나 받아 볼 예정입니다. 아직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확고한 증거를 보여 주려는 거죠.’
하하……. 그렇지, 아무래도 고소당하는 것보단 인터넷에 사과문을 게시하는 게 싸게 먹힐 테니까 말이야.
애초에 서도경은 그걸 노리고, 차은석에게 접촉했던 것 같다. 조진만과 엔필름의 귀엔 안 들어가는 선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만 얻어 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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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강태오 학교 폭력 논란을 처음으로 게시했던 당사자입니다.
우선 하이사인 여러분을 비롯하여 회사 및 팬분들께 피해를 입혀 죄송합니다.
제가 당시 적었던 글들은 모두 거짓이었으며, 그에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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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심 뒤졌나
- 미친아 진짜 아이디 똑같네;; 야 욕하던 애들 다 나와라
- 아직도 중립 기어 박는 사람 있음? 그럼 그건 고장난 거임 ㅋㅋㅋㅋ
- 강경 대응 말하니까 바로 꼬리 내리는 것 봐 ㅜ 저기요 그렇게 배가 아팠어요? ㄹㅇ얼척없네
- 고소한다고 하니까 개무서웠나봐 ㅋㅋㅋㅋㅋ
- 태오야 ㅜㅜㅠㅜㅜㅠㅜㅠ 우리 애 그럴 사람 아니라고 내가 몇 번 말했냐!!!!
- 유어돌때부터 본 사람들은 전부 안 믿었음 겉으론 틱틱거려도 쟤만큼 순한 애가 없는데 이게 무슨 헛소리임?
- 이제 와서 잘못했어요 웅앵 하는 거 너무 치졸하다 당사자한테 가서 직접 사과해라
- 강태오 진짜 욕 많이 먹었는데, 하이사인도 다 싸잡혀서 학폭돌 이지랄 나지 않았었음? 그나마 빨리 해명글 나와서 다행이다;;
- 원래 무식한 애들이 용감한 거랬어 ㅋㅋㅋㅋㅋ
이걸로 거의 피니시였다. 뒤에 가서 중립 기어를 박아 보겠다며 버틴 사람들도 하나둘씩 손을 들었다.
- 야야, 미친 강태오 강난오 아들이었음???
- ?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 학폭 논란이고 자시고 할 게 없다 링크 타서 보고 와라 ㅋㅋㅋㅋㅋ
- 지금 강태오 실트 정복이야 돌았냐;;;
- 그래서 강난오가 누군데?
- 외국에선 존나존나 유명한 피아니스트임 우리 세대는 모를 수도 있는데 엄빠 세대는 이 사람 이민 갔다는 걸로 뉴스탄 것도 봤다고 함
그러던 와중에 강태오에 대해선 새로운 이슈가 터져 나왔다.
학폭 논란이 끝났으면 바로 좋은 흐름을 타 줘야지.
이건 강태오의 아버지가 아들인 강태오를 위해 해 준 선행이었다.
[17년만의 첫 국내 인터뷰. 한국을 떠난 피아니스트의 재림.]
[강난오 ‘부족하지만 못난 아들, 잘 부탁한다.’ 자식에 대한 첫 언급]
[하이사인 태오, 피아니스트 강난오의 아들이었다.]
Q. 국내에 돌아오신 건 정말 오랜만이다.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신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다.
Nan o. K: 고국 땅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었다. 또한 몇 년 전 한국으로 먼저 보낸 둘째가 신경 쓰여서 들어온 것이기도 하다. 지금 이 인터뷰는 나보다도 아들에 대해 자랑하고 싶어서 허락한 것이기도 하다. (웃음) 이렇게 말하면 서운하실지도 모르겠다.
Q. 자식에 대해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로 알고 있다. 첫째이자 독일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강진오를 제외하고, 둘째 아들에 대한 건 처음이다.
Nan o. K: 첫째와 달리 둘째는 피아노를 업으로 삼고 싶어 하지 않았다. 강제로 시킬 생각은 없었는데, 성숙한 녀석이라 아비도 형도 이걸 하니 업보처럼 받아들인 적이 있다. 그래서 더 안쓰러운 마음에 둘째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아비로서 자식에게 짐을 씌워 준 것 같아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Q.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한국행 인터뷰와 아들의 자랑이라니 그 둘의 연관성에 대해 묻고 싶다.
Nan o. K: 둘째가 한국에서 아이돌 가수를 하고 있다.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이사인의 ‘태오’가 우리 아들이다. 피아노는 취미로 남게 된 이후, 아들 녀석이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부모 된 도리로서 지금까지 노력해 준 아들에 대해 지지해 주고 싶었다. 홀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간 뒤 그렇게 몇 년 동안 노력한 아들 녀석이다. 혼자만의 힘으로 거기까지 해낸 게 대견한 마음에 이젠 자랑하고 싶어졌다.
Q. 정말 놀랐다. 하이사인의 태오라면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가수이다.
Nan o. K: (웃음)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감사드린다. 얼마 전 좋지 못한 일과 관련이 되었었는데 염려를 끼친 것 같아 사죄드린다. 아이가 그 시절 잠시 혼자 한국에서 머물렀었다. 반년 무렵이었는데, 우리 때문에 다시 독일로 돌아와야만 했다. 제대로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급히 귀국해야 하는 일이어서 무언의 오해라도 생긴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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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오의 아버지는 강태오가 전학 간 것이 과거 청산을 위했던 일이 아니라 가족들이 있는 독일로 돌아갔던 것이라고 밝혀왔다.
거기에 조용했던 태도마저 반항적인 이미지가 아닌 힘든 성장기를 겪은 서사로 돌려 버렸다.
이 인터뷰는 강태오의 학폭 루머에 따라 크게 조명받으며 팬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거기선 나도 모르고 있던 사실을 하나 더 알 수 있었다.
- 강태오가 강난오 아들이면 채미연 아들이란 것도 아님? 둘이 결혼해서 같이 독일로 떠났었잖아
- 채미연? 그건 또 누구야
- 여기도 우리 세댄 알기 힘든데 엄빠는 기사보고 깜짝 놀라더라 엄빠 젊은 시절에 잠깐 활동한 여배우래 근데 엄청 예뻐서 유명했었대;
- 와 강태오가 채미연 아들이었어? 그 얼굴이 거기서 온 거였구나….
- 미친 와꾸 바로 이해됨; 부모님한테 얼굴이랑 재능 둘 다 물려받은 거였네 ㅋㅋㅋㅋ
- 유어돌 때 쓸 수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 입 다문 것만 봐도 태오 성격 보이지 않냐 ㅜㅜ
- 난 다른 것보다 태오가 피아노 칠 줄 안다는 것에 가슴이 뛴다…… 태오야 제발 피아노 자컨 찍어줘 ㅜㅜㅜㅜㅜㅜㅜㅜ
- ㅁㅊ 상상만 해도 과호흡 온다
강태오와 닮은 얼굴로 녀석을 안쓰러워하던 장면이 떠올랐는데, 그때 본 강태오의 어머니도 국내 유명 인사였던 듯하다.
시선이 가는 스타성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우리 팀엔 알게 모르게 독특한 녀석들이 많이 있었다.
다이아 수저 윤명에, 화려한 집안의 강태오라. 지금까지 숨긴 게 정말 용할 정도들이다.
* * *
“혜성아.”
“왜, 형?”
“넌 뭐, 특이한 거 없지? …혹시 너도 외국인이냐?”
“엥?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 한국 사람인데!”
숙소 거실에 앉아 있던 오후였다. 옆에서 과자를 까먹던 권혜성이 나를 돌아봤다.
“집이 기업체 같은 건 운영 안 하고? 가족 중에 유명인은 없는 거지? …나 그만 놀라고 싶거든.”
그러니까 제발 사전에 말 좀 해 줄래…….
“푸학……!”
“으악, 혜성이 형 과자 뿜었어!”
소파 아래의 문채민이 쏟아진 과자 가루에 항의를 내비쳤다. 권혜성은 내 말을 듣고 뭐가 그리 웃겼는지 깔깔거리기 바빠 보인다.
“으하하! 형, 태오 형 때문에 그렇구나!”
“진심이거든. 너도 혹시 뭐 있냐? 채민아, 너도 그래? 이유준은?”
“어? …난 평범한데? 유준이 형네도 별다를 건 없을걸.”
“혜성이 넌?”
“에이~ 우리 집도 똑같아~ 꼬맹이 둘 동시에 대학 가면 등록금 내기도 허리 휘는 소시민이야~”
“아, 맞다. 혜성이 형, 형 동생 쌍둥이랬지.”
“엉, 걔넨 언제 크나 몰라. 이제 고1이거든! 둘 중 한 놈은 내가 책임져야 한단 소린데.”
“우와, 혜성이 형이 이런 얘기하니까 진짜 안 어울린다…….”
“뭐? 문채민! 너 이리 안 와?!”
먹다 만 과자를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문채민을 잡으러 간 권혜성이었다. 우당탕하는 소음을 느끼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저 두 녀석 말고 더는 없는 거겠지. 나도 내심 이번 일로 놀랐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사건 사고는 둘째 치고, 엄청난 배경들에 손이 다 떨린다.
진짜 잘도 숨겼다니까. 고개를 내저으며 강태오의 방으로 다가갔다.
사실 강태오는 이번 문제가 해결된 이후 멤버들을 불러 모아 사과의 의사를 내비쳤다.
쯧, 자기 잘못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지나치게 성실하여 손해를 보려고 들었다.
‘미안, 너무 늦게 말해서 미안해.’
‘뭐가 미안하단 건데?’
‘에엥, 형이 우리한테 사과할 일이 있던가?’
‘나 때문에 이런 일 겪게 한 것도 그렇고, …우리 집안일 숨겨 뒀던 것도 그렇고.’
그 이야기를 들은 멤버들은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을 지었다. 이건 뒤늦은 사과로 인한 게 아니라 쟤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단 의미였다.
‘그걸 우리한테 왜 사과하는데?’
‘…어?’
‘맞아. 형, 우리한테 미안해할 일이 있었어?’
‘나도 채민이 말에 동감. 불러 놓고 뭐 하려나 싶어서 나온 거지.’
‘…태오 형, 그렇게 치면 나도 사과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까 윤명, 넌 돈도 많으면서 그렇게 내 거 훔쳐 먹고 다녔냐? 뱉어 내, 이 자식아!’
‘…뭐래. 권혜성, 너도 그만큼 내 거 먹었거든.’
‘…헤헷, 그건 할 말 없다.’
강태오는 그런 우리 반응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 댔다. 나도 머리를 긁적이고는 이런 얘기면 굳이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알려 줬다.
‘형, 그럼 나 방에 간다? 게임 돌리다가 와서.’
‘이유준, 넌 문채민 좀 감시해라. 하루에 몇 시간 하는지 다 기록해 놔.’
‘하하! 알았어. 정원이 형, 그럼 나도 가 본다?’
‘어? 그럼 난 편의점 갔다 와야지~ 윤명, 용돈 많이 남았냐? 나 과자 사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좋아. …오늘은 내가 하나 사 줄게.’
‘오오~ 통 크다? 제일 비싼 거 사야지!’
‘그럼 나도 갈란다. 에휴, 뭔가 했더니.’
그렇게 뿔뿔이 흩어지는 멤버들 속에서 이정원이 강태오의 어깨를 한 대 툭 건드렸다.
강태오는 멍한 얼굴로 자신의 어깨만 만지작거렸다.
어느덧 거실에는 일어날 타이밍을 놓친 나와 강태오만이 남아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말을 고르던 찰나에 내 옆에 주저앉은 강태오가 입을 열었다.
‘도무지, 속들을 모르겠다니까.’
‘그건 너도 똑같거든.’
머쓱하단 표정으로 무릎을 세운 강태오가 팔을 얹은 채 정면을 바라봤다. 딱히 위로라고 해 줄 것도 없고. 모든 일들이 마무리된 이후였다.
‘형.’
‘왜.’
‘…내가 이번 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건 알겠는데 말이야.’
‘갑자기 뭔 소리래?’
‘왠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
‘교실에서 형을 본 것 같아서. 머리… 쓰다듬어 준 기억이 있어.’
…설마, 그때 눈이 마주친 거 말하는 건가? 애초에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메모리 서칭 아이템은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문채민과 이유준도 날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미안, 내가 좀 지쳤었나 봐. 그냥 잊어.’
‘어, 어어……. 이, 인마, 놀랐잖아. 무슨 소리인가 했네!’
당황하여 허둥거리는 날 보고 강태오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는 듯 몸을 돌린 상태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찰나, 등을 보인 강태오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건 녀석이 처음으로 보이는 깊은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형, 고마워.’
‘어?’
‘그냥, 고생했다고.’
조용히 거실을 떠나는 강태오의 뒷모습 위로 익숙한 상태 창이 하나 나타났다.
[확률 성장 트리]
미개화: ?? ??? ???(??)
[17… 43… 62… 87… 99… 100%]
[확률 성장 트리 개화]
[확률 성장 트리]
개화: 스타 라이트 메이커(심화)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스타성 +50%
이젠 그렇게 당황스럽지도 않네. 그저 녀석의 재능 하나가 빛을 발했다고 여겼을 뿐이었다. 어쩐지 강태오에겐 시선이 가더라. 본인과 잘 어울리는 능력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런 식이면 다른 애들도 개화할 일이 있으려나. 남은 멤버들을 떠올리며 멀어진 강태오를 바라봤다.
등을 돌려 사라지는 강태오를 두고 새로운 창이 하나 더 떠올랐다.
[미션이 완료되었습니다.]
[미션]
‘활동은 화려하게’ - 부속 미션 그 첫 번째
하이사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제거하세요.
성공 시 - 보상: 1,000 코인 + 블랙 쿠폰 1매
실패 시 - 페널티: 랜덤 (데미지 크리티컬 3단계 - 내용 비공개)
저 부정적인 여론이란 건 강태오 사건을 뜻했던 모양이다.
[신해신]
나이: 22
외모: A
보컬: A+
댄스: A-
운: B-
끼: A
정보: 플레이어
[보유 스킬]
‘한번 보면 잊지 못해(F)’ - On
‘부릉부릉 운전기사(E)’ - On
‘저세상 귀염둥이(D)’ - Off
‘가위바위보의 신(B)’ - On
‘폼生폼死(B)’ - Off
[현재 코인]
6,665 코인
[블랙 쿠폰]
3매
[저당 금액]
(1) 28억 6,250만 8,729원
(2) 4,235만 1,074원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 - 제거
‘데뷔는 성대하게’ - 제거
‘데뷔는 성대하게(부속 이벤트)’ - 제거
‘활동은 화려하게’ - 제거
‘활동은 화려하게(부속 이벤트)’ 진행 중
[Bug]
‘(호칭 공개)인과관계’ - 제거
‘(호칭 공개)당위 손실’ - 제거
‘(호칭 공개)필수 불가결’ - 제거
‘(호징 공개)오류 복구’ - 제거
‘(호칭 비공개)Bug’
뭐, 페널티도 피했으니까 해피 엔딩이라면 해피 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지.
코인 캐기가 막힌 상태에서 보상으로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그렇게 강태오의 방문 앞에 도착해서 노크하려던 찰나였다. 슬쩍 열린 문틈 사이로 침대에 앉아 있는 강태오의 뒷모습이 보인다.
얘는 불도 안 켜고 뭘 하는 거래? 문을 열며 막 말을 걸려던 순간이었다.
전화하고 있던 강태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상대방의 이름을 불렀다.
‘…아버지.’
아, 강태오 녀석. 그 모습을 보고 강태오의 방문을 닫아 줬다.
“그럼 난 회사나 가 볼까나…….”
오랜만에 갖는 부자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 * *
“뺨은 이제 괜찮아졌나 보네요.”
“네, 뭐……. 화장품의 힘을 좀 빌리긴 했는데, 심한 정도는 아니에요.”
아직 티가 나서 꽁꽁 싸매고 나온 길이다. 서도경이 모자를 눌러쓴 채 마스크를 걸고 있는 나를 바라봤다.
모든 일이 정리되고 난 이후론 최종 보고를 하기 위해 방문한 회사였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만 봐도 조진만 때문에 서도경이 고생 중인 걸 알 수 있었다.
“컴백 전까진 전부 사라질 것 같군요. 저희도 슬슬 준비에 들어가야 해서 말입니다.”
“하긴, 그렇겠어요. 그, 사외 이사 건은 잘 되고 있을까요?”
“나름 뒤에서 이런저런 자료들은 찾아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더 구질구질한 사람이던데, 엔필름 측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여러 대책을 세워 놔야겠죠.”
과연 기업인은 다르긴 한 것 같네. 하긴, 이건 내가 낄 싸움은 아니지.
“…저기, 혹시 이게 도움이 될까요.”
피곤해 보이는 서도경에게 챙겨 온 메모리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 사실 오늘 여기 온 목적은 보고를 포함해 이것도 같이 있었다.
“이게 뭐죠?”
“그때 당시 녹음 파일입니다. 뭐, 약점은 하나라도 더 잡고 있는 게 낫잖아요. 증언해 줄 사람들이 필요하면 멤버들은 그렇고… 아, 마케팅 팀 직원 몇이 목격했을 거예요. 거기에서 구해 주세요.”
내 말을 들은 서도경이 재밌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그럼 내가 가만히 맞고만 있었겠냐?
강태오와 대화할 시간도 필요했지만, 골치 아픈 인간을 치우고 싶은 마음도 컸다.
지원겸의 투철한 교육 지침 아래 주머니엔 항상 녹음기를 넣어 뒀다.
적당한 상황이 만들어졌단 확신에 손을 넣어 곧바로 버튼을 눌렀는데.
내가 낄 싸움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동맹이란 건 변치 않는 사실이었다.
뭐, 한 대 맞으면 두 대로 갚으라고 했었으니까. 사람 치는 일이 잘못된 거란 건 알려 줘야 할 것 같았다.
“하, 하하……. 하하하!”
“…대표님?”
“좋아요. 이것도 잘 써 보죠. 당장은 힘들겠지만 패는 될 겁니다. 나도 이건 눈치채지 못했는데, 잘했어요, 신해신 씨.”
크게 웃음을 터뜨린 서도경이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메모리 카드를 챙겨 들었다.
아까 전 보인 피곤한 기색은 전부 날린 듯한 유쾌한 모습이었다.
“그나저나, 멤버들에겐 잘 이야기했습니까? 보아하니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던데.”
아, 그 얘기는 하지 마라. 이제는 날 놀리는 듯한 시선의 서도경이다.
강태오의 사건 무마와 회사 방문을 핑계로 도망 다니던 게 벌써 며칠째였다.
다른 놈들은 어떻게 달랬다 싶었는데. 예상 외의 인물 하나가 복병으로 나타났다.
‘형은, 어떻게 그래……?’
그건 아직도 찬 바람이 불고 있는 냉정한 얼굴의 이유준이었다.
소파에 앉아서 얼굴을 감싼 녀석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 얘는 또 어떡하지. 이유준은 내게 화가 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