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생일 카페 탐방을 끝낸 하루였다. 저녁 무렵엔 숙소로 돌아가서 멤버들도 보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밤 11시가 되던 무렵, 우리 방으로 멤버들이 들이닥쳤다. 영문을 몰라 하는 나를 끌어 강제로 외투를 걸치게 한 녀석들이었다.
그대로 눈 위엔 안대가 씌워지고 납치당하듯이 밴에 태워져 움직였다.
이게 무슨 일이냐. 목 놓아 소리쳤지만, 그 누구도 답해 주지 않는다.
“야, 이정원! 뭐야! 말 좀 해 봐!”
“아, 거 되게 발버둥치네. 신해신, 얌전히 좀 있어라.”
가장 큰 배신감을 느끼게 한 건 바로 옆에 있던 이정원이었다.
나와 같이 방에 있던 상태에서 장난스러운 얼굴의 권혜성과 윤명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포박에 도와달라며 녀석을 돌아봤더니, 처음부터 한편이었다는 듯이 제 외투를 걸치던 걸 목격했다. 이런, 알고 보니 나를 제외하곤 모두 한편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밴에서 내린 뒤 얼마나 걸었을까, 엘리베이터로 추정되는 공간에 들어섰다.
버튼을 누르는 소리, 문이 여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봤다.
“가, 강태오. 문채민! 너희도 있지! 야, 말 좀 해 봐!”
그나마 믿음직한 놈들의 이름을 부르니, 오른쪽 팔을 잡고 있던 사람이 흠칫 놀란다.
강태오, 이 자식……. 믿을 놈 정말 하나 없다고 하더니 전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지금 내 팔을 포박한 인원 중 한 놈이 그 강태오다.
그럼 왼쪽이 이정원인가?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며 주변 상황을 판단했다.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 알림음이 울리고 인접한 곳에 있던 문이 열렸다.
더듬더듬 이끄는 대로 따라 들어가는데 왠지 익숙한 기운이 감도는 장소였다. 보이진 않더라도 뭔가 와 본 적 있는 곳 같단 뜻이다.
그렇게 한참을 따라 걸으니 묵직한 질감의 쇳소리가 들렸다. 멈칫한 나를 등 뒤에 있던 누군가가 가벼운 손길로 밀어냈다.
“야, 얘들아……. 농담 아니고, 나 진짜 슬슬 무섭거든? 등 뒤엔 또 누구야!”
“…푸흡.”
“이유준, 너구나!”
문이 하나 더 열린 것만큼은 확실한데. 갑자기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게 된 것 같았다. 드러난 뺨으론 찬 공기가 느껴지고, 내 추측은 확신으로 변했다.
작은 턱을 넘어 발을 옮기자 어느덧 주변에 있던 멤버들이 몸을 물렸다. 양팔을 잡고 있던 두 녀석이 떨어지고 곁에는 한 명 정도의 인원만이 남아 있는 듯했다.
얼떨떨한 마음에 좌우를 두리번거리자 권혜성이 큰 목소리로 외쳐 왔다.
“하나, 둘, 셋!”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눈을 가린 안대가 벗겨졌다. 그걸 신호 삼았었는지 사방에선 폭죽 소리가 울려 퍼졌다.
펑-
“형, 생일 축하해~!”
정신도 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확인해 보니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폭죽을 쏘아 올리고 있는 멤버들이 보였다. 여기는 나도 잘 알고 있는 곳인데.
올라올 일은 별로 없었던 회사 건물의 옥상이었다. 늦은 밤, 어두운 길가 너머론 건물의 조명과 가로등이 반짝거렸다. 고층 빌딩은 아니었지만, 높은 지대 탓에 제법 그럴듯한 야경이 펼쳐졌다.
“뭐, 뭐야…….”
정신이 차려진 이후에는 옥상을 꾸미고 있는 작은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에 살짝 흩날리고 있었지만 제법 아기자기한 풍경이었다.
[HBD HASSIN]
HBD면 Happy BirthDay의 줄임말이지? 그제야 멤버들이 날 여기로 데려온 이유를 알게 됐다. 생일 축하 한번 참 요란한 녀석들이네. 어이없는 마음 반, 고마운 마음 반으로 작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형! 생일 축하해!”
“촛불 꺼.”
언제 준비해 놓은 건지, 강태오와 이유준이 케이크를 들고 와선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살벌한 방식으로 데려온 것에 비하면 참 말랑말랑한 구석이 있는 놈들이었다.
“원래 풍선 철자 다 있었는데 혜성이 형이 몇 개 터뜨리고, 명이 형이 날려 먹어서 줄임말이 돼 버렸어. 그건 양해해 줘.”
“야! 문채민! 비밀이었잖아!”
“나 A 하나밖에 안 날렸는데…….”
“신해신, 나도 좀 봐 줘. 다른 애들 여기 꾸민다고 정신없을 동안 너 붙잡는 역할이었거든. 거실 나가는 거 막는다고 애 좀 썼네.”
아, 그래서 그렇게 조용했던 거구나. 숙소로 들어가자마자 각자 할 일이 있다며 흩어진 멤버들이었다. 나도 적당히 이정원을 따라 방에 들어갔는데, 묘하게 거실이 조용해서 이상하다 싶었다.
권혜성의 외침이나 문채민의 누군가를 놀리는 목소리, 혹은 이유준의 웃음이 들려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옥상에서 하자고 한 건 내 의견이었다?”
“HAPPY BIRTHDAY가 HBD가 된 건 전적으로 유준이 형 탓이야!”
“하하! 그게 그렇게 되는 거야?”
뿔이 난 권혜성과 뭐가 그리 좋은지 마냥 웃고 있는 이유준을 바라봤다. 강태오는 얼른 불을 끄라며 고갯짓을 하고 있었다.
“후~”
“해신이 형, 이제 완전한 스물셋이네.”
“문채민 쟤는 생일 축하한다는 말도 되게 특이하게 하네…. 신해신, 우리 이끄느라 고생 많다. 내가 맨날 말로는 뭐라고 해도 너한테 많이 의지하고 있어.”
“맞아, 해신이 형.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발 벗고 나서잖아.”
“뭐야……. 낯간지럽게 왜 그래.”
이정원과 이유준의 칭찬 세례에 민망한 기분이 들어 입가를 가렸다. 뭐라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받아 든 케이크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주변에 있던 빵칼로 커팅 한 뒤 멤버들에게 나눠 주니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윤명의 눈이 빛난다.
“자, 명아.”
“…어?”
“아까부터 먹고 싶단 얼굴이었잖아.”
내 말에 무표정하던 윤명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옆에 있던 권혜성은 그런 윤명을 타박하기 바빴지만 정작 자기도 바로 다음 순서로 케이크를 받아먹었다.
“너나 나나다, 진짜…….”
“야, 그래도 난 두 번째거든!”
“형, 좀 봐줘. 여기 꾸민다고 저녁도 못 먹었어. 명이 형이랑 혜성이 형 절대 안 굶는 거 알잖아.”
밥까지 포기해 가면서 내 생일을 축하해 준 거야? 카페 투어 일정으로 지쳐 있었으나 녀석들의 재롱 아닌 재롱에 기분이 좋아졌다. 곁에서 멀뚱멀뚱 케이크를 들고 있던 강태오에게도 어깨를 치며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이정원 빼면 나머지 이끈 건 너였겠구나. 고생했다.”
“…뭐, 힘들긴 했지만. 생일이니까.”
역시 솔직하지 못한 놈이라니까. 시큰둥하다는 듯 펜스 방향으로 이동한 강태오였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녀석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걸 봐 버렸다.
“나중에 대표님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려. 여기 개방해 주신 거 대표님이거든. 아, 물론 그 사람한텐 절대 비밀로 했고. 우리 이따 수거하려면 007 작전 펼쳐야 한다? 물론 너도 포함이야. 당사자라고 빠질 생각은 하지 마라.”
“푸핫, 그게 뭐야!”
케이크를 포크로 뒤적거리던 이정원이 옥상을 꾸미고 있는 풍선과 가랜드들을 가리켰다. 그 수가 그리 적지 않아 보이는데 뒷정리도 일이라며 계획을 짜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나저나 서도경이 여길 개방해 줬다고? 하긴 우리 숙소의 건물 옥상은 안전 문제로 폐쇄가 되어 있었다. 야경을 보여 주고 싶었던 모양인데. 이유준과 이정원이 서도경에게 따로 부탁한 듯하다.
강태오를 따라 펜스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이유준을 바라봤다. 나와 같이 하루 종일 카페 투어를 하고서도 이 작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한 것 같은 멤버였다.
얼핏 눈이 마주치나 싶었더니 슬쩍 입꼬리를 올린 이유준이었다. 그러곤 어깨를 으쓱이며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단 뜻을 전했다.
좋은 일 하고서 내빼기는. 그룹으로 엮인 이후부턴 형제처럼 비슷한 구석이 생긴 것 같았다.
야경을 보기 위해 가장자리로 움직이자 그런 내 뒤에 멤버들이 쫓아 붙었다. 케이크 접시는 적당히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채 펜스 인근에 붙어 먼 곳에 있는 건물들과 밤하늘을 구경했다.
“우와~! 여긴 밤에 보면 이렇구나!”
“…뭐, 괜찮네.”
“형들, 하늘 좀 봐. 14일이라서 그런가, 거의 보름달이야.”
“야, 윤명. 저거 아침에 일어난 네 얼굴 같다.”
“나보단 권혜성 너 같은데…….”
“저것들 또 싸우네, 또 싸워.”
“풍경에 비해선 너무 시끄러운 것 아니야?”
“태오 형, 혼자 멋진 척하고!”
“그런 적 없거든.”
그래, 조용하면 우리 멤버들이 아니지. 이 낭만적인 장소에서까지도 쉼 없이 다투는 녀석들이었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자 옆에 있던 이유준이 작은 목소리로 말해 왔다.
“형, 어때, 마음에 들어?”
“뭐가?”
“가끔 숙소 베란다에서 달구경 했잖아. 어때, 사색에 빠지기엔 조금 시끄럽지만, 그래도 꽤 멋지지?”
그걸 다 보고 있었나. 스케줄이 끝나면 멤버들이 잠든 틈을 타 작은 베란다 너머로 하늘을 구경하곤 했다. 회귀란 이상한 상황을 겪으며 비현실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던 나였다.
그게 너무 생소하기도 하고, 믿기지 않는 마음에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자 하늘을 보며 고민한 게 버릇이 되었던 거였다.
인기척을 잘 내지 않는 멤버들은 그런 사실을 전부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아직 추운 감이 있는 이 계절에 옥상에서 야간 파티를 열어 준 거겠지.
대충 고맙다는 뜻을 담아 이유준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에 나를 한번 돌아보더니 고개를 돌려 하늘의 달을 올려 본다.
뭐, 이런 생일이면 진짜가 아니어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멤버들이 판을 깔아 줬으니까 경치나 잔뜩 구경할 마음이었다.
띠롱-
[Total System: ‘신해신’ 님께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그때였다. 달을 보고 있는 시야 앞으로 반투명한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선물?
단순한 인공지능처럼 여긴 시스템이었는데, 생일을 축하한다며 선물을 보내 오니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너… 나랑 대화할 수 있어?
혹시나 싶은 마음에 말을 걸어 보니 그건 불가능하다는 듯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아,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띠딕-
[System2: ……….]
[System1: 현재는 실행할 수 없는 코드입니다.]
[System2: debug가 필요합니다.]
어? 그때 내 눈앞으로 여러 개의 창이 떠올랐다. 뭔가를 설명하려는 듯이 같은 말을 반복해 댄다. 디버그? 코드? 그건 또 뭔데.
치직-
[System2: debug가 필요합니다.]
[System2: debug가 필요합니다.]
[System2: debug가 필요합…….]
[System2: debug가 …………….]
치직- 치지직- 팟-
[System2: 접속 종료.]
혼란스러운 상황에 들이닥치자 노이즈가 낀 것 같은 기계음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내 전원 버튼이 나간 것처럼 뚝- 하고 몇 개의 창이 사라졌다.
[System1: 현재는 실행할 수 없는 코드입니다.]
[System1: ‘신해신’ 님의 선물을 오픈합니다.]
[!HIT! 어드밴티지 찬스 – 스폐셜 스킬 부문]
[Loading…….]
[보유 스킬]
‘한번 보면 잊지 못해(F)’ - On
‘부릉부릉 운전기사(E)’ - On
‘저세상 귀염둥이(D)’ - Off
‘가위바위보의 신(B)’ - On
‘폼生폼死(B)’ - Off
[System1: Update 통합권을 오픈하시겠습니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스템의 등장에 이어 처음 보는 보상이 나타났다. 스폐셜 스킬이라고 하면 유어돌이 끝난 뒤론 좀처럼 쓸 일이 없던 부분이었다.
한참 바쁠 땐 버그에 의해 막혀 있었는데, 그게 풀린 뒤로는 다른 일들로 확인하지 못했다.
데뷔한 이후 애매한 스킬을 뽑을 바에야 스탯을 올리는 게 낫다는 지론도 좀 있었고.
그나저나 Update 통합권이란 건 뭔데. 대답을 해 줄까 싶어서 질문해 봤다.
[Update 통합권]
스폐셜 스킬을 통합하여 업데이트 후 신해신 님의 재능으로 귀속합니다.
다만 더는 스폐셜 스킬 뽑기의 이용이 불가능해집니다.
[통합 스킬]
‘올라운더 기어(S)’
재능은 멈추지 않고, 무한 동력을 발산한다.
*스킬 버프: 모든 스탯의 성장 속도 +50% 가속
+ ‘한번 보면 잊지 못해(F)’ - 귀속
+ ‘부릉부릉 운전기사(E)’ - 귀속
+ ‘저세상 귀염둥이(D)’ - 귀속
+ ‘가위바위보의 신(B)’ - 귀속
+ ‘폼生폼死(B)’ - 귀속
올라운드 기어? 한 번도 듣지 못한 내용의 스킬이었다. 심지어 처음으로 보는 S등급이었다.
말장난 같던 이름들에 비해서 다른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는데. 버프 하난 정말 최고라고 봤다.
모든 스탯의 성장 속도가 +50% 가속한다고? 미션을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이건 대형 찬스였다.
스폐셜 스킬의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게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의 좋은 기회로 보인다.
어차피 박스 상점도 있었으니까. 그냥 저걸 택해 보자. Update 통합권을 오픈할게.
[System1: Update 통합권을 오픈합니다.]
[스폐셜 스킬 귀속]
[스폐셜 스킬 Update]
.
.
[적용 완료]
[신해신]
[보유 스킬]
‘올라운더 기어(S)’
정말 스탯 창 위로 모든 스킬들이 정리되며 새로 업데이트된 올라운더 기어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아, 이게 끝인 건가? 스폐셜 스킬 뽑기?
삐빅- 삐빅- 삐빅-
[System1: 사용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정말이네. 스폐셜 스킬 뽑기를 불러도 예전과 같은 룰렛이 나타나지 않았다. 몸이 달라졌단 체감은 안 드는데. 다른 스킬이 내게 귀속된 게 진짜인가 싶어 옆에 있던 이유준에게 말을 걸었다.
“야, 유준아. 나랑 가위바위보 좀 하자.”
“어? 한참 멍하니 있더니 갑자기?”
“생일이잖아. 좀 부탁할게. 안 내면 진다. 가위, 바위…….”
“보.”
가장 확인하기 쉬운 건 가위바위보의 신이었다. 냅다 손을 내밀어 보니 보자기를 낸 이유준과 가위를 낸 내가 확인된다.
“아~ 졌네~ 형, 진짜 가위바위보 실력 하난 인정한다니까. 근데 갑자기 이건 왜 하자고 한 거야?”
“어? 아니, 그냥.”
이걸로 귀속됐다는 말도 사실이라고 판명됐다. 어리둥절한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사이 눈앞에 있던 시스템 창들은 빠른 속도로 점멸해 가고 있었다.
팟- 팟- 팟-
이렇게 그냥 가 버린다고? 내가 불러낼 수 있는 스탯 창이나 여타 창들과는 다른 성향을 띄던 시스템이었다.
바보같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넋을 놓고 있으니 마지막 자비라는 듯이 새로운 창이 하나 떠올랐다.
[System1: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신해신 님.]
[Sysadmin DBA 접속 종료]
영문을 알 수 없는 말만 남기며 그렇게 모든 창이 종료됐다. 뭐, 뭐지?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에 놀라서 아무것도 못 하고 넋을 놓고 있었다.
“형! 뭘 그렇게 보고 있어!”
그런 나를 바라보던 권혜성이 등 뒤에서 매달리듯 몸을 눌러 왔다. 소란스러운 녀석의 행동에 주변에 있던 멤버들도 여길 돌아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불러도 답도 안 하고.”
“별건 아니야.”
적당히 얼버무리며 답하는데,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모두 각자의 핸드폰을 뒤적거렸다.
이건, 서도경?
갑작스러운 호출 문자에 멤버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용을 확인한 이후에는 나도 눈만 깜빡거리길 한참이었다. 이 시간에 이런 문자라니.
[서도경]
정규 앨범 타이틀에 대한 의견이 정리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긴급 미팅 진행합니다.
생일이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서도경에게선 공격적인 뉘앙스의 통보가 전해졌다.
아무래도 다음 활동을 위한 시동이 걸린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