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매니저와 여타 스태프들을 피해서 빠져나온 복도의 구석이었다. 이번에는 촬영 전과 달리 권혜성과 문채민도 함께 있었다.
션이라고 불리던 디레스트의 멤버는 대기실에 두고 온 것 같은데.
영문 모를 김환준의 부름에 문채민과 권혜성은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
“또 본다니요? 혹시 저희랑 선배님들 스케줄이 겹치는 게 있나요?”
“음, 글쎄요. 그나저나 멤버들이 죄다 똑같네. 경계하는 거 말이에요. 리더 닮은 건가?”
권혜성의 물음에 김환준이 낮게 웃으며 벽에 몸을 기댔다. 권혜성은 그럼 김환준의 대답을 듣곤 슬쩍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아침에 나눴던 얘기로 살짝이나마 긴장을 푼 상태였다. 하여간에 방심할 겨를을 주지 않는 이상한 인간이었다.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저은 뒤 본론부터 물어봤다.
“그냥 놀리고 싶은 거면 솔직하게 말하세요. 괜히 분위기 잡는다고 요란하게 굴지 말고.”
“…해신이 형?”
“내가 편해지긴 했나 보네. 신해신 씨, 그쪽도 적응력 좋다는 말 많이 듣죠?”
“네, 안 그러면 선배님들 같은 사람한테 계속 당하거든요.”
이전과 사뭇 달라진 내 태도에 문채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곤 옷깃을 건들며 설명을 요구했다.
얘네에게 전부 이야기해 주긴 그런데.
나는 대화를 통해서 대략적인 목표를 알게 된 이후였다. 김환준은 MXP의 도구가 되어 우리와 메이터스를 견제하는 일에 실증이 나 있었다.
‘예리하단 건 제 말에 긍정한다는 소리죠?’
‘뭐, 한 80%는 맞아요. 이젠 순순히 해 주는 게 지겹기도 하고. 가만히 듣기만 하니까 요구하는 게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근래 하는 짓들도 수위를 넘어선 것 같던데……. 거기도 한번 당했잖아요? 질 나쁜 사람까지 매수해서 그런 건 드물었거든요.’
순간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이유준과 문채민에게 생겼었던 루머였다.
사내 괴롭힘과 폭력 행위가 얽힌 가해자 중 하나를 불러들여 물타기를 시전했던 행동이었다.
김환준의 말을 듣자 하니 돈을 쓰거나 수를 쓴 적은 있더라도 그런 방향의 사람까진 안 썼던 모양이었다.
확실히 이런 식으로 나가면 김환준이 속한 디레스트도 위험성을 안고 가야 했다.
김환준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처음으로 내 앞에서 구겨진 표정을 보여 줬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말도 안 되는 파워를 지닌 사람은 아니거든요. 일단 가만히 숨죽이며 지켜보는 게 전부였죠. 그런데 이젠 더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보기보다 촉은 좋은 편이라서요.’
‘그러면 뭘 어쩌시려고요. 그리고 그걸 전부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는 이유는 뭔데요.’
이상한 말만 해 대며 우리를 뒤흔들고 다닌 김환준이었다. 태세 전환도 이런 태세 전환이 없다고. 너무 솔직한 답변들에 경계만 더 강해졌다.
주춤거리며 발을 물리니 팔짱을 낀 김환준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고는 피식 웃음 지으며, 자신의 계획에 대해 설명해 줬다.
‘아부를 떨어 놓는 거죠. 솔직히 말하면 회사에서 시키는 거랑 별개로 내가 그쪽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건 알고 있었잖아요?’
‘…초딩입니까?’
욱하는 심정에 목소리가 커졌다. 사실 김환준의 말은 전부 정답이었다.
내가 김환준을 껄끄러워하던 것과는 별개로, 저 사람이 우리에게 갖은 감정에선 큰 악의가 느껴지진 않았다.
도리어 즐긴다는 뉘앙스였는데 한 번씩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사디스트적인 면모라기보단, 딱 어린 남자애들이 재밌다며 찔러 보는 분위기였다.
쉽게 말하자면 혼자 진지한 척, 고상한 척은 다 하더니, 결국 이 사람도 재미주의자였단 뜻이다.
인생 참 할 것도 없다. 사람 놀리는 게 그렇게 즐거운가?
‘초딩이라니……. 내가 그쪽보다 5살은 더 많은 거 알고 있죠?’
‘예, 알다마다요. 근데 하는 짓이 딱 그렇잖아요. 그래서 어쩌려고요. 말 돌리지 말고 꺼낸 김에 까 보세요. 저도 이렇게 된 거 다 들어 봐야겠거든요.’
‘그래요. 내가 이런 말 하는 걸, 신해신 씨가 어디다 써먹겠어요? 도리어 그쪽 사장님은 이걸 알게 되면 좋아하겠지. 으음, 저희 곧 7년 계약 만기인 건 알고 있죠?’
‘그래요?’
관심 없어서 몰랐다. 허구한 날 귀찮게 구는 MXP 견제하느라 디레스트와 회사의 계약한 기간까지 신경 쓸 수 없었다.
무심하다 못해 성의 없는 내 대답에 김환준이 서운하다는 듯이 뺨을 긁적였다.
그래 봤자 내게 저 인간은 아직도 적군 선상의 인물이었다.
‘많이 괴롭혀서 이런 건 알아줄 줄 알았는데. 너무 무심한 거 아니에요? 그쪽 대표님은 우리 계약 기간부터 사내 규정까지 전부 알아본 것 같더니…….’
‘…서도경 그 사람, 아니 서 대표님이요?’
‘어? 모르나 보네? 이것도 일급 기밀이긴 해요. 사내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는 사실인데, 나는 비밀 이야기들을 잘 주워듣거든요. 팩트라기보단 의심이죠. 신해신 씨는 모르겠지만 사측에서 메이터스 쪽을 몇 번 더 건드리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교묘하게 빠져나가서 그쪽 대표가 심상치 않은 인간이란 건 알고 있었죠.’
서도경, 그 사람. 원래도 믿음직한 구석은 있었지만, 내 예상 이상의 거물인 건 확실해 보였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야? 돈의 힘인지 인맥의 힘인지, 하여간에 놀라게 하는데 재능이 있는 듯했다.
‘왜 또 이야기가 그리로 흘렀지? 아무튼 저희 곧 계약 종료됩니다.’
‘그게 뭐가 어때서ㅇ……. 혹시, 거기 연장 안 할 겁니까?’
‘정답.’
심각해진 나를 앞에 두고 김환준이 상쾌하게 정답을 외쳐 왔다.
‘거기서 그쪽들 놔준대요?’
누가 뭐래도 MXP의 최대 수입원은 디레스트였다.
장기 해외 투어로 코어를 많이 잃었지만 노련함과 타고난 끼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 온 명성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아이돌 그룹이었다.
그 집요하다 못해 야비한 회사에서 이런 거물들을 놔줄 리가 없는데?
어디까지 정해진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계획이었다.
‘쉽게 놔주진 않으려고 하겠죠.’
‘…겠죠? 아직 얘기 안 한 겁니까?’
‘네. 제가 말했잖아요. 저 그쪽 꽤 마음에 들었다니까요. 그러니까 아직 회사도 모르는 이런 사실을 막 이야기해 주죠.’
‘미친, 아.’
‘하하! 괜찮아요. 신해신 씨 성격은 다 간파했어요.’
이거 순 맛 간 놈 아니야? 아무리 김환준이 MXP 측에 마음이 떴다고 한들, 아직은 해당 소속의 연예인이자 우리완 척진 그룹이었다.
그런 내게 솔직하다 못해 약점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말들을 내뱉었다. 당황스럽다 못해 어이가 없는 지경이었다.
부담스러움을 느끼며 돌아가고 싶단 생각에 계단 아래로 발길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5월.’
‘…….’
‘5월에 전속 계약 만료를 기점으로 디레스트 전 멤버는 MXP를 떠날 겁니다. 그럼 MXP는 더 이상 우릴 이용해서 그쪽을 괴롭히려 들지 않겠죠.’
‘…어쩌자고 MXP랑 척을 져요?’
김환준의 의도는 투명했다. 지금까지 받은 대응이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MXP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겠단 의미였다.
그때 문득 과거에서 봤던 각종 문제들이 상기됐다. 기획사와 아티스트 간이 파국으로 치닫곤 했던 사건 사고들이었다.
‘…상표권은요? 그래서, 그 이름은 버리는 겁니까?’
‘마음 약하다더니, 사실이었네? 이런 상황에서도 남 걱정해 주고, 되게 착하네요.’
‘말장난하지 마시고요. 계속 그러시면 전 갑니다.’
김환준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곤 무표정한 얼굴로 녀석을 바라봤다.
‘신해신 씨가 반년 넘게 본 전 어떤 이미지였나요.’
‘…대책이 있나 봐요?’
이미지.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어른스럽지만, 저돌적인 구석이 있었고, 솔직한 척하면서도 계산엔 능한 편이었다.
손해는 안 보겠군. 이건 방법이 있다는 걸로밖에 안 들렸다.
‘없을 리가 없죠. 회사가 우릴 공격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회사를 공격할 수 있거든요. 연습생 시절까지 하면 10년 가까이 몸 담근 곳인데. 내가 이런 사태 하나 예상 못 했을 거라고 보는 건 아니죠?’
징그럽다, 진짜. 웃고 있는 입매와 달리 김환준의 눈은 시종일관 무감각함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 업계에서 7년을 보내면 나도 저렇게 되려나? 끔찍한 가설에 몸서리치곤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질렸다는 기색으로 손을 터니 금방 표정을 바꾼 김환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이따 얘기해 줄게요. 미리 말해 주면 녹화에 집중 못 할라.’
‘됐거든요……!’
마지막에 선보인 모습은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괜히 울컥해선 씩씩거리며 대기실로 돌아갔다.
날 놀리려고 그런 말을 한 줄 알았는데. 정말 김환준은 모든 녹화가 끝난 이후 우리에게 찾아왔던 것이다.
진짜였냐……. 반은 농담 삼아서 헛소리라며 흘려들었던 게 우스워진다.
“그래서 조만간 또 볼 수 있다는 게 뭔데요.”
그만 좀 끌고 솔직하게 얘기하지. 이번에도 놀릴 기미가 보인다면 문채민과 권혜성을 데리고 이 자리를 떠 버릴 생각이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그만 놀릴게요. 거기 멤버 두 분은 많이 놀란 것 같으니까. 나중에 신해신 씨가 사정 설명 좀 잘 해 주세요. 본론이 뭐냐 하면, 조만간 프로그램 관련 이야기가 하나돌 것 같아서요. 어? 왜 이렇게 긴장해요? 아아~ 서바이벌 출신들이라 그런가?”
김환준의 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문채민과 권혜성은 사색이 되어 갔다.
…프로그램이라니, 설마 서바이벌은 아니겠지?
나 역시도 그쪽이라면 학을 떼고 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엔필름의 개입이 시작된 지금 시점에선 서바이벌 출연은 독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 감각 없는 사외 이사가 어떤 깽판을 놓을 줄 알고. 팀과 회사의 이미지를 망칠 위험성이 크다.
“하하! 경연 프로그램인 것 같기는 했는데, 유어돌 같은 계열은 아니었으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말아요.”
“경연 프로그램이요?”
“또 그쪽으로 생각하나 보네. 그런 거 아니라니까. 팀이 단체로 출연해서 팬덤 싸움 나는 계통은 아닌 것 같았어요. 나도 주워들은 거라 확신까진 못하겠지만 그 쪽네 멤버에게도 이야기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거든요.”
“…그게 조만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예요?”
팬덤 싸움이 나지 않는 계통이란 것은 단순히 새로 런칭한 프로그램이란 뜻인데. 별것도 아닌 일로 괜히 무게를 잡는 게 수상했다.
진짜 날 놀리려고 분위길 깐 건가? 이젠 이 인간에 대해서 이해하기를 포기한 참이다.
“네, 왜요. 너무 별거 아니었나? 다른 거 더 얘기해 줄까요?”
“아, 아니요. 됐어요.”
“흐음~ 그래요? …뭐, 이건 신해신 씨가 안 듣겠다고 한 거니까.”
“네?”
“아니에요.”
김환준이 미심쩍게 입꼬리를 올리곤 어깨를 으쓱였다.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하루종일 뛰어다니면서 지친 몸에 이어, 김환준을 마주하며 정신력까지 바닥나 버렸다.
멍한 기운의 문채민과 아직도 털을 곤두세우고 있는 권혜성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곤 가라앉은 눈을 보이며 상대해 주지 말란 뉘앙스로 고개를 내저었다.
“어떻게 아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언이라면 살펴 듣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 볼게요. 지쳤거든요.”
“그래요. 오늘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지원겸이 알면 길길이 날뛸 테니까, 거기엔 비밀로 해 주세요.”
네가 뭐가 예쁘다고 네 부탁을 들어주냐. 하지만 이젠 대꾸조차 할 힘이 없었다. 적당히 긍정하는 척하며 권혜성과 문채민을 끌어당겼다.
아직 남아서 우릴 바라보고 있는지 저 멀리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형, 도대체 저 사람은 뭐야? 녹화 전에 꽤 오래 얘기하는 것 같더니. 무슨 소린데?!”
“어, 해신이 형……. 이건 혜성이 형 말에 동감하는데. 뭘 말하고자 하는 거야? 또 심각한 일이야?”
“하아… 얘기하자면 너무 길다. 짧게만 줄여 줄게.”
마른세수 후에 등 뒤를 힐끔 돌아봤다. 아주 멀리 떨어진 김환준이 살레살레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사람이야.”
“하?!”
“뭐?”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와 척지려는 마음이 더는 없는 것 같은 인물이었다.
* * *
그렇게 쉬지 말고 달려라의 녹화 이후로 다시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문채민은 그날 있었던 일들을 입 다물어 준 것 같았는데, 의외의 복병이 나타나서 날 괴롭혔다.
“권혜성, 너, 두고 봐…….”
“헹~ 난 분명 경고했었어~ 유준이 형이 알아도 모른다고~~”
이유준에게 잡혀 1시간이나 면담해야 했던 이후였다. 문채민과 이유준의 방에서 나오니 소파에 누워 있던 권혜성이 보인다.
그걸 전부 이르냐?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나를 힐끔거리던 권혜성이었다. 밴 안에서도 별다른 질문은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생각에 빠져 있던 놈이었다.
며칠 동안 잠잠하다 싶었더니,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이유준에게 모든 일들을 일러바쳤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 보자면, 아직 이정원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단 사실이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소린데? 그 사람은 왜 갑자기 형한테 새로 론칭할 프로그램에 대해 말해 준 거고, 또 형의 태도는 왜 풀린 것 같냐고~~~”
“얘기하면 길다.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니까.”
“어! 또 도망간다! 유준이 형한텐 다 말했어?”
“뭘 말해, 인마.”
“형도 진짜 고집 장난 아니다!”
권혜성의 항의에는 못 들은 척 발걸음을 옮겼다. 이정원은 외출해 있었지만, 눈치가 보이던 중이었다.
이유준과의 면담에선 대수롭지 않다는 것처럼 문채민과 권혜성이 본 장면들만 설명해 줬다.
미심쩍단 눈빛이 이어졌음에도 내가 입을 열지 않자 한숨을 내쉰 이유준이었다.
‘…너희 못 믿어서 말을 안 하는 게 아니야.’
‘그럼 왜, 도대체 뭐 때문인데. 형, 전에 나랑 싸운 이유 잊은 건 아니지?’
‘야! …그걸 왜 지금 꺼내. 그리고 안 잊었거든?’
날카로워지는 이유준의 눈빛에 현재 심경을 얘기해 줬다. 권혜성과 문채민에게도 밝히지 않은 데에는 내 나름의 이유가 존재했다.
‘…아직 확실하지 않아.’
‘뭐?’
‘얘기만 들어선 연결되는데, 그 말을 한 사람이 영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괜히 잘못 얘기했다가 꼬이면 어떡해. 나도 더는 개입할 생각 없어. 그래서 이렇다 말 못 하는 거라고. 진짜야. 맹세해. 확고했으면 채민이랑 혜성이한테 먼저 설명해 줬을 거야.’
이건 전부 진심이었다. 김환준이 좀 더 명확한 증거를 들이밀었다면 권혜성과 문채민에겐 모든 사실을 밝혔을 것이다.
입으론 뭔들 쉽다고. 타의로나마 멤버들을 괴롭혔던 사람이었다.
진실이었다 한들, 남의 집안싸움이기도 하고. 굳이 따지자면 그냥 신경 쓸 마음이 없었다.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이후 흘러가는 방향에 대해서 멤버들에게 이야기해 주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계획한 것들을 말해 줬다.
‘…그래, 죄다 감추고 보던 형이 이 정도로 얘기할 정도면 많이 발전한 거니까. 좋아, 믿어 줄게.’
‘정말?’
‘하지만 딱 거기까지야. 그리고 진짜 뭔가 확실해졌다 싶으면 꼭 얘기해 줘야 해? 특히, 거기 일이면 말이야.’
깊게 숨을 내쉰 이유준의 얼굴엔 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어렴풋이 그게 걱정이라고 느껴졌다. 자기와 문채민이 겪었던 일들을 멤버들이 겪게 될까 봐 염려하는 거겠지.
이유준의 어깨를 토닥이고 나서야 풀려나듯이 방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룸메이트의 부재로 텅 빈 방에 누우니 핸드폰에 와 있던 연락들이 발견됐다.
저기도 여간 바쁜 게 아닌 모양이네.
컴백을 준비하던 지금 메이터스 내에는 엔필름의 알 박기 인력들이 들어와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내부 파벌이 갈리며 사내 정치가 시작됐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