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192화 (191/328)

192화

이번 정규 앨범의 센터는 이정원으로 낙점되어 있었다. 그래서 근래 회사에 혼자 가 있어야 하는 일이 많았다. 오늘도 A&R 팀과 대화하여 사운드 체크를 들어간다고 했는데.

끝날 시간쯤 되어서 들어온 이정원의 문자에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켰다.

[이정원]

열 받는데 뒤집어 엎으면 안 되겠지?

이정원 얘는 또 무슨 일이야! 회사에 미꾸라지 몇 마리가 끼어들어서 흙탕물을 일으키고 있단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서도경 선에서 유야무야 마무리 지어진 느낌이었다.

‘나 지금 간다. 그러니까 거기 가만히 있어!’

그대로 뒀다간 사단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옷을 갈아입고 회사로 갔다.

다른 멤버들에게는 숙소에서 쉬고 있으라고 말한 뒤였다.

회사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소파에 앉아 있는 이정원을 발견했다.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스팀이 올랐다는 건 눈치챌 수 있었다.

숨을 죽이고 다가가 어깨를 건드리니 날카로운 눈빛의 이정원이 여길 돌아본다.

“……! 아, 너구나.”

“정원아, 표정 좀 풀자.”

잔뜩 구겨진 미간을 보아하니 사운드 체크를 하던 당시 무슨 일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엉덩이걸음으로 자리를 피해 주는 이정원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목이 탔는지 주변 테이블 위론 음료수 캔과 생수 통이 여럿 놓여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문자 보고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연락이라도 안 하면 진짜 깽판 칠 것 같아서. 쉬고 있었는데, 방해했다면 그건 미안.”

“됐어. 이야기나 좀 들어 보자.”

팔짱을 낀 이정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참지 않는 성격이라곤 했지만, 팀 생각을 우선시하는 녀석이었다.

얘가 이럴 정도라면 어지간히도 노답인 모양이었다.

엘리베이터를 보고 내려오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뒤 사연을 들어 보기로 했다.

“본사엔 일 못하는 사람만 있나 봐. 어떻게 그런 인간들만 보낸 거지.”

“뭐?”

“왜, 있잖아. 각 팀에 들어온.”

“아…….”

조진만이 사외 이사로 들어온 이후였다.

초반에는 서도경의 업무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이 되어선 자기 쪽 사람들을 영입해 왔다.

이게 엔필름의 의도인지, 아니면 조진만의 개인 의도인지는 파악하지 못한 참이었다.

사내 중요한 팀 곳곳에 자기 사람들을 박아 넣고 회사를 주무르려 하는 게 눈에 띄어 난처했다.

특히 본 활동과 연관이 깊은 A&R 팀과 매니지먼트실에서 큰 고욕을 겪고 있었다.

아직 각기 중요 요소들은 팀장급들이 막고 있었지만, 강하게 내리누르는 압박식 견제가 큰 스트레스로 다가가고 있는 듯했다.

“A&R에는 그 사람인가. 요란한 곡만 들이민다던…….”

“어, 방향이 다 나온 마당에 레코딩 앞두고 뭐라는 줄 알아? 곡을 흐름을 바꾸재.”

“…뭐?”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미 컨셉과 세계관을 비롯하여 모든 업무가 70% 이상 진행이 된 상태였다.

아무리 낙하산의 낙하산이라곤 하지만 너무 대담무쌍한 발언이었다.

무엇보다 그걸 A&R 팀의 팀장과 팀원들 앞에서 내뱉은 저의가 궁금했다.

“윤 팀장님은 뭐라고 했는데?”

“딱 잘라서 안 된다고 말했지. 피드백 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데, 그것도 수정 단계에서나 거쳤어야지 이제 말하면 어떡하냐고 하더라. 나, 팀장님이 그렇게 표정 굳힌 거 처음 봤어.”

“뒷일은 괜찮을까?”

“글쎄.”

막가파 미꾸라지들이 흙탕물을 튀겨도 제정신 박힌 팀장들에겐 잘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뒤의 일들이었다. 안 된다고 거절하면 얼마 가지 않아서 조진만의 압박성 시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윤재희는 그걸 감수하며 디렉터를 맡고 있었다. 현재 시점에선 마케팅실의 주세라와 더불어 가장 괴롭힘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과연, 서도경이 데려온 사람들이네. …굳건해.”

“뭐가?”

“어? 아냐.”

혼잣말을 내뱉자 이정원이 나를 돌아봤다. 그나저나 윤재희가 그렇게 단호히 굴었으면 이정원 쪽에서 그런 문자를 보냈을 리가 없는데.

“무슨 일 더 있었구나, 너.”

“하여간에, 눈치는 빨라서……. 어, 나보고 뭐라는 줄 알아? 목을 좀 더 긁어서 소리를 내 보래.”

“어? 너한테?”

이정원은 소리가 단단한 미성을 사용했다. 그걸 바탕으로 유어돌 때 이름을 알린 전적도 있었다.

기본기에 충실하고 나무랄 데 없는 맑은 목소리가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애한테 목을 긁어서 소릴 내라니. 그건 성대를 망치는 지름길이었다.

하물며 이정원의 호흡법과는 어울리지도 않는 방향이다.

“디렉터는 윤 팀장님 라인 전담 아니었어?”

“어, 그래서 내가 더 어이가 없다는 거야. 이번 컨셉이랑도 안 어울리잖아. 할 말을 잃으니까 통하는 줄 알고 신나서 말하더라. 레코딩실 분위기 싸해졌는데, 눈치를 못 채는 건지, 안 채는 건지 모르겠어.”

이정원은 팀의 메인 보컬로서 고음 라인을 주로 하며 평소에도 목 관리에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 녀석에게 디렉팅을 빙자하여 망가지는 법을 시켰으니, 얘 입장에선 충분히 열받을 만한 사건이었다.

아까를 떠올리는지 이정원의 표정이 그리 좋지 못하다.

위로하는 의미로 어깨를 토닥이니, 날 본 이정원이 시큰둥하게 이야기했다.

“나 오늘 고생했으니까 이따가 맛있는 거 사 줘. 한마디 하려다가 너네 생각해서 참았다, 진짜.”

“그래, 그래~ 알았어~”

“와~ 부럽다~ 지금 매니지먼트실은 폭풍 전야인데.”

“…어? 김 매니저님?”

이정원과 대화를 주고받던 사이, 등 뒤에 있던 누군가가 우리 어깨를 건드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오늘도 화려한 스타일에 유들거리는 말투가 특징인 브로커 매니저, 김성하였다.

오병은이나 박재민과는 달리 회사에서 살다시피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었던지라 우리와는 크게 만날 일이 없던 직원이기도 했다.

저 팀도 말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었는지 분위기와 달리 좀 피곤해 보였다.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단 음료 여러 캔을 뽑아낸 김성하가 우리와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다.

직원들은 업무 시간이라 내려오지 못할 걸 알아 편하게 대화하고 있던 거였는데.

지금 보는 게 이상한 사람의 등장에 나도 이정원도 얼떨떨함을 감출 수 없었다.

“매니저님, 오랜만에 뵙네요.”

“음, 해신 씨도 오랜만입니다. 정원 씨는 요 며칠 간간이 봤죠? 오전 미팅 얘기는 들었어요. 조꾸라지 1이 한 건 했다던데?”

“…조꾸라지요?”

“조진만네 미꾸라지들. 우린 줄여서 통칭 조꾸라지라고 부르거든요. 아, 이건 비밀, 비밀~”

손사래를 치는 김성하에 이정원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끄덕였다.

…마냥 당하고만은 있지 않았구나. 어감이 다소 이상한 별명까지 붙여 가며 위기를 극복하고 있던 사람들이다.

“에휴, 낙하산들도 이런 낙하산들이 없어요~ 각 중요 팀마다 하나씩 물 흐리기 담당들이 들어와 있으니, 팀장님들만 아주 머리가 깨지죠. 뭐, 그나마 다행이란 점은 현재 자리가 너무 공고해서, 조꾸라지들이 팀장 직위를 받진 못했다는 거? 불행이라 하면 사원보단 높은 위치를 받았다는 거고요~ 오전 A&R 팀에서 있던 이야긴 벌써 매니지먼트실까지 들어왔어요. 그래서 오후엔 스케줄 미팅이 잡혀 있는 우리겠구나! 싶은 상황이죠.”

김성하의 푸념 아닌 푸념에 이정원의 눈빛이 살벌해졌다. 매니지먼트실 내부 미팅엔 우리가 참석하지 않았으나 거기도 조진만발 낙하산이 한 명 들어가 있었으니 말이다.

오 팀장님을 비롯하여, 기존 팀장급들이 방어를 잘해 줘야 할 텐데. 불길한 예감이 들어 김성하에게 부탁했다.

“잘 좀 부탁드릴게요.”

“음, 저도 일개 사원이라 발언권이 세진 않은데. 뭐! 오랜만에 보는 해신 씨기도 하고~ 한번 힘내 보겠습니다. 어우, 당 떨어져. 칼로리 보충을 해 놔야 잘 싸우죠.”

캔을 딴 김성하가 여러 캔의 음료수들을 모두 해치웠다. 지금 이 타이밍인가?

사실 아직 나는 내부에 들어와 있는 외부 인력들의 프로필을 전부 알지 못했다.

팀장급들이 방어해 주고 있던 것 덕분이기도 하고, 회사에 올라치면 조진만 때문에 이야기를 편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성하처럼 안 그런 척 궁금한 걸 전부 말해 주는 인물은 드물었다. 그래서 이 자리가 적들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엔 최고 같았다.

은근슬쩍 떠보듯이 그 사람들에 대해 질문하니, 눈을 한 번 굴린 김성하가 씨익 미소 지었다.

이정원은 또 시작됐네, 라는 표정과 함께 팔짱을 끼곤 나를 돌아봤다.

“뭐~ 우리 대표 아티스트 그룹의 리더님이라면 말씀드려야죠. 근데 다른 팀은 이름 같은 간단한 프로필 정도밖에 몰라요. 저희 팀은… 아아, 길게 말하긴 싫지만, 아는 건 전부 알려드릴게요. 그나저나 여기서 말하긴 조금 그런데. 제가 이래 봬도 업무는 열심히 하거든요. 정원 씨는 알죠?”

“네, 네~ 알죠. 미팅 참여하러 올 때마다 팀장님들한테 땡깡 부려서 로비로 탈주하시는 거요.”

“에이, 내가 편을 잘못 들어달라고 했네.”

이정원은 이번 센터 참여로 인해 회사 방문이 잦아지며 김성하와 친분을 쌓은 것 같았다.

김성하의 유들유들한 농담에도 시큰둥한 뉘앙스로 대꾸해 줬다. 오가는 대화에 둘을 번갈아 바라보니 그런 날 확인한 김성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리해서 정원 씨 편으로 연락 넣어 둘게요. 팀장님들한텐 허락받았지만, 대표님한테 걸리면 답 없거든요~ 자, 그럼 에너지도 채웠겠다. 한번 기깔나게 싸워보고 오겠습니다. 다음에 또 봬요~”

그대로 자신이 먹은 음료 캔들을 버리고 사라진 김성하였다. 폭풍이 휩쓴 것 같은 자리에 눈만 껌벅이길 한참이다.

“우리도 가자.”

“어?”

“왜, 맛있는 거 사 준다고 했잖아. 거짓말이었어?”

벌떡 일어선 이정원이 나를 내려다봤다.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인 이후였다.

* * *

“머리 좀 썼는데, 신해신?”

“너도 진짜 솔직하지 못하다.”

“누구 씨한테 배워서 말이야.”

간단하게 밥을 먹고, 인근에 있는 한적한 카페에 앉아 있었다. 반대편에 있던 사람이 투닥이는 우리 둘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뭔가 많이 바뀌었다?”

“누가.”

“…형도 그렇고, 해신이 형도.”

“얼마 전에도 봤으면서.”

모자를 눌러쓴 채 이정원과 투박하게 대화하는 건 김찬규였다. 유어돌이 종방된 이후론 처음 보는 얼굴이기도 했다.

이정원과는 종종 만났던 터라 간접적으로나마 소식이 들어왔다.

여러모로 답이 없던 대표, 삼촌과는 오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물론 한 번에 사람이 바뀐 것 같진 않았지만, 예전보단 훨씬 나아진 상황인 듯했다. 자기도 연습생 생활에 집중하며 방송 전과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했었다.

이런 김찬규가 떠오른 것은 이정원과 밥을 먹던 순간이었다. 잠시 화장실을 가겠다며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김찬규에게 연락했다.

우리 팀의 메인 보컬이 기분이 나쁘다는데. 동생과 같이 여기던 녀석이 끼면 보다 편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갑작스러운 내 부름에도 김찬규는 흔쾌히 나타나 줬다. 조금 신기하다는 시선이 붙어 있긴 했지만 말이다.

“형들 활동하는 건 잘 봤어. 우리 연습곡 중에도 하이사인 노래 있다?”

“그래?”

“머쓱하니까 괜히 딴짓하기는.”

“신해신, 너 오늘따라 시비가 잦다?”

말로는 틱틱거리고 있었지만, 지금 이정원은 기분이 풀린 상태였다.

“둘이 진짜 많이 친해졌네? 방송 때는 묘하게 해신이 형이 정원이 형 피해 다녔잖아.”

턱을 괸 김찬규가 나와 이정원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거 알고 있었어? 그렇게 티가 났었나…….”

“아니, 아니. 티는 안 났어. 그냥 몸 사리기 좋아하는 형인가 싶었지. 정원이 형이 말해 줘서 안 거야. 그때 정원이 형, 엄청 서운해했는데. 형은 모르지? ”

“…이정원 얘가?”

“왜, 뭐.”

김찬규의 답변에 고개를 틀어 시선을 피한 이정원이었다.

대충 눈치는 챘다고 생각했지만 날 놀리는 것에 맛을 들인 놈이라고 봤다. 그런데 서운해하다니, 이 이정원이?

신기한 마음에 테이블 위에 있던 디저트 접시를 이정원 쪽으로 밀어 줬다.

“친구가 쏘는 거니까, 많이 먹어~”

“윤명이나 권혜성 대하듯 하지 말지?”

“이거 애들한테 다 이른다?”

“야…….”

“너한테 배운 거야. 그러니까 이상하게 보진 마.”

다행히도 오전에 있었던 일은 전부 잊은 것 같았다. 시시콜콜한 대화들을 이어 나가니, 김찬규에게서 익숙한 이름들이 튀어나왔다.

“몇 명은 데뷔조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리더라. 정환이 걔는 곧 나올 것 같다던데. 형들도 들었지? 아, 하긴 문채민이 거기 있으니까 나보다 더 잘 알겠구나. 작년에 소속사 일로 뒤숭숭한 것 같더니…….”

“어? 찬규 너, 정환이랑도 연락하고 지냈어?”

“파이널에서 같은 팀이었잖아. 프로그램 할 때는 별로 안 친했는데, 다 끝나고 나선 좀 친해졌지. 거기서 먼저 연락하던데? 하여간에 성격도 특이해. 아, 맞다. 그리고 정원이 형, 나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었는데…….”

유어돌 때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와중이었다. 김찬규가 궁금하다는 듯이 이정원에게 질문했다.

“뭐가?”

“형, 우리 회사 오기 전에 있던 곳이 큐아이(QI) 아니었어?”

큐아이? 나는 처음 듣는 회사명이었다. 이정원, 솔라 미디어가 첫 연습생 생활이 아니었나?

호기심에 녀석을 돌아보자 이정원이 희게 질려 미간을 찡그렸다. …뭐지. 거기서 나도, 김찬규도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다.

“어… 얘기하면 안 되는 거였나.”

“…아니야, 얘기해 봐. 큐아이에 있긴 했었는데, 거기가 왜.”

“아, 아니, 얼마 전에 삼촌한테 들어서……. 형들이랑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그룹 중에서 큐아이 출신이 있다길래 혹시 아는 사이인가 하고 꺼내 본 건데……. 형이랑 그 멤버랑 회사에 있던 시기가 겹치는 것 같길래…….”

“…뭐?”

김찬규의 말이 길어질수록 이정원의 눈이 흔들렸다. 도대체 뭔데, 그 큐아이라는 게. 이정원의 부탁에 마저 말은 했지만, 김찬규는 이 주제가 더는 나와선 안 된다는 걸 안 듯했다.

내게 SOS 신호를 보내며 눈짓으로 말을 걸었다.

기분 풀어 주려고 나왔다가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대화의 주제를 돌리고자 고프지도 않은 배를 탓해 봤다.

“우, 우리 저녁 뭐 먹을까! 찬규 너도 밥 먹고 갈 수 있지? 사 줄게, 먹고 가라.”

“어, 어어… 정원이 형, 나도 저녁 먹고 가도 될까? 이따 뭐 먹을래?”

“찬규야, 그거 누구냐.”

“어?”

“나랑 비슷한 시기에 큐아이에 있었던 것 같다던 아이돌 누구냐고.”

우리의 대화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가라앉은 눈을 한 이정원이었다.

…아, 망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이정원의 뭔가를 건드린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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