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197화 (196/328)

197화

식당에 들어가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안내받았다. 사전에 이야기이라도 해 놨는지 가장 구석진 자리였다.

미닫이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먼저 앉아 있는 지원겸이 나를 반겼다. 편한 옷에 모자를 눌러쓴 차림이었다.

‘왔냐?’

‘네, 왔어요. 그나저나 여기 뭐예요?’

‘뭐긴 뭐야, 식당이지.’

‘그건 저도 알고요. …멘토님, 제자 너무 뽑아먹는 거 아니에요?’

내 투덜거림에 지원겸은 대수롭지 않다는 것처럼 메뉴판을 넘겨 댔다.

‘나한테 뭐 얻어 가려고 부른 게 뻔한데. 그럼 자원봉사 하리?’

‘…뭐, 맞긴 하네요.’

지원겸에게 도움받았던 일들을 떠올리며 수긍하고 자리에 앉았다. MXP의 활동 반경부터 이런저런 자료를 많이 찾아 주던 사람이긴 했다.

어차피 은혜는 갚아야 했으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로 했다.

‘드시고 싶은 거 시키세요.’

‘오~ 대인배다? 아직 정산은 안 받았을 것 같은데.’

‘괜찮으니까 시키세요.’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모자를 벗자 신이 난 듯 벨을 눌러 직원을 부른 지원겸이었다. 척 봐도 비쌀 것 같은 음식을 시키곤 문을 닫고 나가는 직원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 상태에서 문이 닫히자 목소리를 죽여 슬쩍 질문해 왔다.

‘…그래서? 오늘 부른 이유는?’

‘갑자기 이렇게요?’

‘본론부터~’

안 그런 척 눈치는 참 빠르다니까. 문을 주시하고 있는 걸 보면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

직원이 오는 걸 확인하며 내게 오늘 만남에 대한 원인을 캐물었다.

그리 거창한 이유는 없었지만, 저런 식으로 나오니 뭐라도 변명해야 할 것 같았다.

칭찬 3번만 들으려고 한 건데. 적당한 구실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으음, 아, 멘토님. 혹시 멘토님도 아세요? 메이터스 사정이요.’

‘메이터스 사정? 기사로 봤던 그거 말하는 건가?’

‘기사가 나갔어요?’

‘어, 너희 사외 이산가 뭔가 영입했다고 스쳐 지나가는 기사 본 것 같아서.’

대충 핑곗거리로 대려던 거였는데, 지원겸은 의외로 알고 있었던 듯했다.

조진만을 넣은 게 기사로까지 나왔었구나. 처음 안 사실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가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내 쪽으로 몸을 돌린 지원겸이 내 반응에 헛웃음을 지었다. 거기가 모르면 어떡하냐는 느낌이었다.

‘되게 방금 지어낸 핑계 같다?’

‘…아닌데요.’

더는 수상쩍게 생각하지 못하도록 조진만 패거리에 대한 말을 흘렸다.

그가 회사에 들어온 이후로 사사건건 시비라는 걸 알려 주자 지원겸이 턱을 괴며 흥미진진하단 표정을 지었다.

‘이야~ 거기도 미꾸라지 하나 있구나. 메이터스는 순탄대로만 걷는 줄 알았는데. 신해신, 너희 고생 좀 했겠다.’

‘네, 그렇죠, 뭐……. 사실 오늘은 하소연 좀 할 겸, 또 멘토님네 회사에는 이런 일 없나 싶어서 조언도 들을 겸 연락드린 거였어요.’

‘…진짜?’

물론 아니었다. 지원겸은 내 말이 미심쩍다는 듯이 웃었으나 애써 못 본 척 넘겼다.

사실 거긴 내가 아니더라도 서도경 선에서 처리하는 중이었다. 굳이 여기에까지 도움을 구할 생각은 없었다.

시간이 비되 말이 많고 편하게 대화를 나눌 사람이 필요해서 만난 자리였다. 그중 하나가 지원겸이란 사실에 약간의 현타를 맞이했다.

그러던 사이 문밖의 인기척을 알아챈 지원겸이 방향을 돌려 다른 주제를 꺼냈다.

미닫이문을 열고 직원들이 나타나 음식을 날랐다. 상차림이 끝난 이후에도 닫힌 문 너머를 지긋이 바라본 지원겸이었다.

‘야, 여긴 음식 나르고 나면 잘 안 오거든? 이제 편하게 얘기하자.’

‘눈치 엄청 빠르시네요.’

‘사돈 남 말 하네.’

차려진 반찬을 뒤적거리던 지원겸은 자기네 회사 사정을 꺼내며 조언 아닌 조언을 해 줬다.

‘신해신, 네 입에서 나올 정도면 꽤 사고 치는 양반인가 보다? 그런 것치곤 대외적으론 안 알려졌고. 너희 대표, 참 독한 인간이야.’

‘그렇긴 하죠.’

‘그럼 굳이 네 선에서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우리도 신인 때는 꽤 굴렀거든~ 연차 쌓이고 나서야 몇 번 물갈이돼서 숨 트일 정도가 된 거지. 제이온에도 이름을 꺼내면 안 되는 인간 하나 있었어. 부장이었는데 어떻게 얻은 건지 대표님 신임을 좀 타서 멋대로 군 양반이었거든. 물론 지금에야 대표님이 질색하는 짓 걸려서 켁- 당했지만 말이야.’

물잔을 기울인 지원겸이 제 목에 손날을 그으며 시시콜콜 수다를 이었다.

제이온이라고 하면 지원겸이 연습생 시절부터 몸담고 있던 엔터테인먼트였다. 여기의 내부 사정까지 말해 줄 줄은 몰랐기에 제법 놀란 마음이었다.

밥값은 제대로 하는 것 같아서 가운데에 있던 고기 반찬을 밀어 줬다. 그걸 본 지원겸이 젓가락을 들곤 작게 폭소했다.

‘이야~ 많이 컸다? 유어돌에서 죽겠단 표정으로 구른 거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적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런가?’

킬킬거리는 지원겸의 상대를 해 주면서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칭찬을 어떻게 받아야 할까. 아부 떤다고 해서 콧대가 높아질 양반도 아니었다.

그때 떠오른 게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었다.

‘참, 저희 이번 타이틀 들어 보실래요? 최종본은 아니고 가이드 들으면서 했던 녹음본인데…….’

‘뭐? 그런 걸 나한테 들려줘도 괜찮겠어?’

지원겸은 내 말에 먹고 있던 반찬을 내려놨다. 제법 놀랐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으며 턱을 괬다.

‘…멘토님이시잖아요.’

으, 닭살. 하지만 미션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지원겸이 어딜 가서 이걸 퍼뜨릴 만한 사람은 아니란 것도 알았다.

결연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밀자 지원겸이 손을 뻗어 그걸 받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유어돌 때보단 보컬 스탯을 올렸으니까 좋은 얘기 한마디 정도는 들을 수 있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외부 유출을 신경 써 주는 듯한 기색의 지원겸이 볼륨 키를 낮춰 녹음 파일을 열었다. 그러곤 제 귓가에 바짝 대며 눈을 내리깔곤 음악을 감상했다.

사실 이러고 있단 걸 A&R 팀에게 들키면 잔소리 정도론 끝나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그래도 지원겸 이 인간 덕분에 위기를 벗어난 전적을 무시할 순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까완 상반된 진지한 표정의 지원겸이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팔짱을 꼈다.

유어돌 때처럼 평가받는 기분이 들었다. 괜히 이 주제를 꺼냈나 싶어 살짝 후회가 들던 찰나였다.

‘…너, 보컬이 좋아졌다?’

‘어? 진짜요?’

‘연습생 신분으로 암만 굴러도 실전만 못하다 이건가? 괜히 자존심에 스크래치 나고 막 그러네? 원래도 나쁘진 않았지만 이젠 능숙해졌어. 내추럴 비브라토 누구한테 배웠냐? 잘하네. 퀄리티가 좋아.’

띠롱-

[타인의 칭찬]

1/3

폭풍처럼 쏟아지는 지원겸의 감상 평에 이어 시스템의 알림이 나타났다. 얼떨떨하게 바라보자 지원겸이 다시 말을 이었다.

‘멘토들끼리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곤 대화했었는데, 이제 보니까 너, 진짜 흡수하는 게 남달라.’

‘…어, 너무 칭찬해 주시니까 당황스러운데요.’

‘그 쭈뼛거리는 태도는 여전하고.’

민망하다는 듯이 눈을 굴리는 내 태도에 지원겸이 다시 킬킬거렸다. 공짜 밥이나 실컷 먹자며 메인 반찬을 덜어 갔다.

우선 하나 했으니 남은 건 두 개인가. 다시 올 타이밍을 기다리며 식사를 이어 갔다. 중간중간에는 지원겸의 TMI가 담긴 수다를 들어야만 했다.

‘아, 너 때문에 팬들이 관절도 연차 먹었냐고 놀리잖아.’

‘그게 왜 제 탓이에요.’

아이돌 전국 체전에서 졌던 거로 새로운 별명이 생겼던 모양이다. 투덜거리면서도 연신 웃는 게 그리 나빠 보이진 않았다. 이 주제면 다음 대화로도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얼추 식사가 끝나갈 무렵, 이름 하나를 흘렸다. 지원겸이라면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멘토님, 그건 보셨어요? ‘쉬지 말고 달려라’요. 저 거기서 김환준 선배 제치고 주요 포인트 차지했는데요.’

‘잘했어! 신해신! 존나 잘했어! 같은 팀인 건 별로였지만 그 자식 매번 좋은 역할만 하다가 빠진 게 쌤통이야!’

역시 다이렉트였다. 슬쩍 꺼냈을 뿐이었는데 박수까지 치며 만족스럽단 얼굴을 한 지원겸이었다.

사실 김환준은 밀려난 게 아니라 스스로 빠져나간 거였다. 그러나 굳이 이건 꺼낼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잘했다며 다음에도 그렇게 하라는 지원겸의 칭찬 속에서 두 번째 시스템 알림이 들렸다.

[타인의 칭찬]

2/3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군. 그나저나 이 사람은 한결같이 디레스트를 싫어하는 듯했다.

악연 아닌 악연이 있는 건 분명한데, 양측 모두에게 제대로 된 스토리는 듣지 못해서 애매하게 중간에 끼어 있었다.

쉬말달 녹화 현장에서 들었던 바로는 디레스트가 곧 MXP를 빠져나간다고 했다. 지원겸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도 김환준과 원수처럼 지낼지가 의문스러웠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한번 떠볼까? 미션을 위해 만난 자리였다고 한들, 언젠가는 알아야 할 일이었다.

게다가 그날 김환준과의 대화도 신경 쓰였다. 다시 만날 거라고 했던 것을 비롯해 메이터스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듯한 태도 말이다.

‘멘토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MXP랑 디레스트 이야기라서 싫다고 하시면 안 꺼낼게요.’

‘…뭐냐? 갑자기?’

‘아니, 저한텐 갑자기가 아니거든요. 멘토님, 매번 그러셨잖아요. 거기 이름만 나오면 질색하고. 뭐, 저도 당한 게 있어서 비슷한 느낌이긴 한데…….’

말끝을 흘리자 지원겸이 길게 콧소리를 냈다. 조금 주저하다가도 나중엔 포기했다는 식으로 뒤에 몸을 기댔다.

반쯤 드러눕듯이 천장을 바라보더니 이내 모르겠다는 식으로 머리를 헤집었다.

‘그래, 어차피 언젠가 알 거~ 네 입장에선 답답하긴 했겠다. 너야 사정 다 나한테 까고 있잖아. 불공평하지. 물어봐. 알려 줄게.’

‘어? 진짜요?’

‘변심하긴 전에 얼른 물어.’

‘거기랑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찾아온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돌직구를 날리니 지원겸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착실하게 설명을 이어 갔다.

‘걔네는 우리랑 데뷔 시기가 엇비슷해서 신인상 두고 많이 붙었거든. 양쪽 다 받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우리보단 디레스트 쪽이 좀 더 많이 수상했어. 그 이유가 뭔 줄 아냐?’

‘…아뇨. 모르는데요.’

‘디레스트가 끝내 주는 노래를 하나 냈었거든. 그게 대박 히트 쳐서 밀렸던 거지.’

‘근데 그게 왜…….’

‘그 노래 우리 거였어, 원래.’

허심탄회하게 꺼낸 것치곤 규모가 큰 일이었다. 놀란 마음에 동작을 멈추자 날 본 지원겸이 웃음을 터뜨렸다.

‘푸핫! 왜 그렇게 놀라고 그러냐. 너희도 만만치 않게 당했으면서.’

‘…그거랑 이거랑은 격이 다르죠.’

‘아~ 근데 뺏겼다고 하기도 애매해. 유출이나 그런 게 아니라 계약 과정에서 작곡가가 변심한 거라. 초창기 자본이나 영업력으론 제이온이 MXP를 이길 수 없었거든. 입김이 들어간 거겠지. 나 같아도 돈 더 준다는데 흔들려.’

‘그때부터 사이가 안 좋았던 거예요?’

‘정확히 말하면 그게 도화선이야. 뭐, 신인이던 김환준이 회사에 부탁해서 우리 노래를 뺏어갔을 리는 없겠고, 아마 윗선 선택이었을 텐데. 알잖아, 나 욱하는 거. 그땐 더했거든. 그래서 사사건건 부딪쳤지. 멤버들 돌아가면서 루머가 터지니까 아주 돌아 버리겠는 거야! MXP 이 새끼들이 했단 심증은 많은데 밝히지를 못하니 억울하기도 했고.’

그건 여기도 당해 봐서 아는 일이었다. 시스템의 힘과 멤버들 그리고 서도경이란 치트 키를 사용해서 빠져나가긴 했지만 말이다. 우리와 달리 지원겸은 고생이 심했다고 들었었다.

‘뭐, 그것도 오래 가진 않았어. 디레스트 한참 국내 주가 좋을 때 회사 머저리들 때문에 강제로 장기 해투 끌려갔거든. 덕분에 우리가 코어 좀 다졌지~’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런가? 그래도 걔네 때문에 우리가 큰 거긴 해. 야, 신해신. 우리 팀에 프로듀싱 하는 애가 왜 있는 줄 알아?’

‘…프로듀싱이라면, 김가온 선배님이랑 서은휘 선배님이요?’

‘어? 아네?’

‘알아야죠. 첫 사적 만남이 두 분 개인 작업실이었는데…….’

‘둘한테 알려 주면 좋아하겠다. 아, 이게 아닌데? 아무튼 걔네가 왜 생겼냐면.’

‘…또 노래 뺏길까 봐요?’

‘정답. 완전 트라우마 됐거든. 신인 때라 충격이 4배는 컸어.’

지원겸의 설명에 머리를 긁적였다. 고생한 건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사정을 들으니 안쓰러운 기분이었다.

지금이야 제이온도 규모가 커지고, 인클루도 기반을 다져 꽤 잘나가는 2군과 1군의 경계를 오갔다.

여러모로 복잡했던 과거사에 의문이 하나 들었다.

‘근데 그런 것치곤 김환준 선배 만나면 좋게 넘어가시네요?’

‘넌 그게 좋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냐? 하여간에 참 특이해요.’

‘멘토님 성격에 완전히 원수졌으면 쳐다도 안 볼 것 같은데요?’

‘…눈치는 빨라. 진짜 싫어하긴 하는데, 미워하진 않아. 노래 뺏긴 것도 그렇고 루머 걸린 것도 걔네가 시작일 거라곤 생각 안 하니까. 아! MXP는 미워한다?’

허심탄회하게 웃는 지원겸을 보니 이 사람도 참 난 사람이다 싶었다. MXP는 실체화되어 나타나지 않으니까 그 대상으로 디레스트를 꼽은 거라고 이었다.

단순히 미션을 위해 만났던 자리였지만 오랜 시간 궁금해하던 불화의 실체를 알아냈다.

그래서 거기까지만 하고 나머지 1회는 멤버들에게 채우자고 다짐했던 찰나였다.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조용히 계산서를 챙겨 들어 카운터로 향했다. 조언도 들었고, 사정 설명도 해 줬고, 거기에 미션까지 도와줬으니 밥 한 끼 정도는 싸게 느껴졌다.

결제 후 다시 룸에 들어가자 물잔을 굴리며 핸드폰을 보고 있던 지원겸이었다.

저녁 안무 시간까지 여유가 남아 잡다한 수다를 좀 더 이어 갔다. 그리고 그 자리를 파하려 하는데, 지원겸이 테이블을 더듬으며 계산서를 찾았다.

‘어? 뭐야? 여기 계산서 두고 가는데?’

‘제가 밥 사기로 했는데 그걸 왜 찾으세요.’

‘미쳤냐, 후배한테 얻어먹게. 원래 내가 사려고 했거든. 나 그렇게 짠돌이 아니다?’

이 사람 진짜 호구인가? 유어돌 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됐다는 시늉을 하며 가방을 챙겨 들고 문가에 서서 지원겸을 돌아봤다.

‘제가 다 계산해 뒀습니다.’

‘…뭐? 언제!’

‘오늘 카운슬링 받은 값이에요. …매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멘토님.’

‘…야, 신해신. 나 감동 먹어도 되냐?’

‘푸핫……!’

그때까지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지원겸이었다. 내 말을 듣곤 미묘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일으켜 내 등을 두들겼다.

‘이런 맛에 후배 키우는구나.’

‘저 멘토님네 회사 아닌데요.’

‘흠, 부르면 올래? 너희 재계약 언제야?’

‘…예?’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소리에 바보 같은 추임새만 이어 갔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 뭐, 처음엔 협박 아닌 협박이었지만. 아, 계약이라고 해야 하나? 그쪽 어감이 더 좋지?’

‘…뭐, 뭐예요, 갑자기 닭살 돋게.’

‘오~ 이런 거에 약한가 보네. 이 험악한 연예계에서 잘 살아남고 있는 게 용해. 하여간에 사람은 좋아가지고.’

척척 걸음을 내딛는 지원겸을 쫓아 나가니 그 등 위로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마지막에 들은 사람 좋다는 평가가 시스템에겐 칭찬으로 허용된 모양이었다.

[타인의 칭찬]

3/3

그와 동시에 기다리고 있던 운 스탯이 업데이트됐다. 이만 숙소로 돌아가 보겠다는 지원겸에 의해 그날의 만남은 종료됐다.

긴 회상을 끝으로 주변을 돌아보니 컴백 무대를 위해 치장을 한 멤버들이 보였다.

똑똑- 들리는 노크 소리에 권혜성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네~”

“들어가도 될까요?”

응? 스탠바이를 요청하는 제작진 내지 스태프일 줄 알았는데,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문채민과 이유준 역시 한 방향을 돌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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