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짜잔!”
“…어? 너!”
문을 열고 등장한 인물에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저건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인물, 우정환이었다.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곁에 있던 권혜성이 소리를 질렀다.
문채민과 이유준을 제외하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상태였다.
“으악! 정환아! 너 왜 여깄어!”
“아니, 혜성이 형도 여전하네. 왜 있긴 왜 있어. 이 형들, 진짜 나한테 관심 없었구만~”
수더분하던 유어돌 때와 달리 세팅된 차림에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분명 5월 중 데뷔한다고 했던 것이었다. 그게 지금이었나? 월말은 되어야 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빠른 등장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제 나왔구나. 인사하러 온 거야?”
“응, 명이 형도 잘 지냈어? 채민이랑 유준이 형한텐 언질해 놨는데, 이거 상황 보니 전혀 얘기 안 해 준 것 같네.”
우정환의 타박 아닌 타박에 앉아 있던 문채민이 코밑을 훑었다. 이유준은 팔짱을 끼며 느슨하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서프라이즈였지.”
“굳이 얘기해 줘야 하나 싶어서.”
“하여간에~”
“야, 야, 우정환. 제대로 인사드려.”
“아차차.”
그때, 우정환의 뒤에서 다른 남자가 말을 걸었다. 우정환과는 흡사한 느낌의 복장을 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고개를 내밀어 보니 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앞으로 당겨 움직이는 행동에 맞춰 총 5명이 등장했다.
“하나, 둘!”
“안녕하세요, 인터너입니다!”
우정환의 구호와 동시에 허리를 숙인 다섯 남자가 인사했다. 처음 보는 모습에 얼떨떨하게 박수를 치니 고개를 올린 우정환이 씨익 미소 지었다.
“선배님들, 저 데뷔했습니다~”
“어, 축하해. 이제 알았네. 인터너라고?”
문채민과 이유준의 사건 이후로 뒤숭숭한 회사였을 텐데, 어떻게 데뷔하는 데는 성공을 한 듯하다. 고생했다는 의미로 어깨를 토닥이자 뒤에 있던 남자들에게서 신기하단 눈길을 받았다.
벌써 우리 뒤로도 신인들이 나오는구나. 데뷔한 지 1년 가까이 지나 있었음에도 신기하단 마음이 앞섰다.
“인사도 할 겸~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아부도 떨 겸 찾아왔지. 여기 CD예용~ 선배님들, 예쁘게 봐 주세요.”
우정환의 너스레를 뒤로 하고 멤버들로 보인 남자들이 다가왔다. 그러곤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꾸벅꾸벅 허리 숙여 인사했다.
손에는 인사말이 적힌 걸로 보이는 CD를 들고 있었는데, 전달해 주는 손길이 벌벌 떨리고 있음을 눈치챘다.
나도 저랬던 적이 있었던 지라 힘내 보라며 좋은 말을 남겨 줬다.
“잘해 봐요. 거긴 먼저 사녹 끝난 거죠?”
“네, 그, 패, 팬입니다! 선배님!”
“…저요?”
“ㄴ, 네! 유어돌 때부터 계속 응원했습니다!”
기합이 제대로 들어간 상태였다. 옆구리에 팔을 붙인 자세로 쩌렁쩌렁 외치니 모두의 시선이 주목됐다.
팬들에게 응원받는 건 겪어 봤으나, 같은 아이돌 중에서 이런 반응을 보인 사람은 처음이었다.
고맙단 말을 덧붙이고 긴장하지 말라며 응원하자 인터너의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가 이야기했다.
“얘들아, 가야 할 것 같은데…….”
“아, 형들! 우리 이제 가볼게. 유준이 형, 채민아, 다음에 연락한다?”
“어, 그러든가.”
“잘 가요~”
마지막까지 시끄러운 우정환의 야단법석에 문채민이 시크하게 대답했다. 뒤에 서 있던 이유준은 손을 흔들어주는 중이었다.
나도 내 앞에 서 있는 초롱초롱한 눈빛의 남자에겐 다음에 또 보자며 안부를 남겨 줬다.
뭔가 아쉽다는 기색을 남기고 그렇게 모두가 빠져나간 대기실이었다.
폭풍이라도 지나간 듯 휑해진 공간에 강태오의 한마디가 울려 퍼졌다.
“…권혜성이 2배로 늘어난 기분이네.”
“뭐?! 태오 형!”
“됐으니까 우리도 슬슬 무대 준비하자. 컴백이다, 얘들아.”
이정원의 침착한 말에 정신이 번쩍 드는 듯하다. 그래, 오늘은 우리의 첫 정규 컴백 일이었다.
게다가 나는 초동으로 밀리언 셀러, 즉 100만을 달성 해야 한다는 이벤트가 걸려 있었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것은 어제였으니, 측정까진 며칠 남지 않은 상태였다.
정해진 기간이 없었던 터라 반드시 이번 컴백 안에 해내야 할 일은 아니었지만, 가능하다면 빨리 성공하고 싶었다.
반응 자체는 나쁘지 않은 상태라 여기서 좋은 무대로 이슈 몰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태프로 일했던 경력이 어디 안 간다고 결국 나도 어그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코인이 얼마나 있더라. 분주해 보이는 멤버들을 뒤로한 채 턱을 괴는 척 상태 창을 확인했다.
[현재 코인]
5,665 코인
[블랙 쿠폰]
3매
스폐셜 스킬이 통합된 지금, 스타 코인 스탯 해금을 제외하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은 하나뿐이었다.
박스 상점 열어 줘.
눈에 익은 창이 열리며 길게 늘어진 스크롤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탭을 클릭하며 당장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아이템을 탐색했다.
이것도 패스, 저것도 패스.
어느 정도 스탯치가 올라간 탓에 어지간한 아이템은 성에 차지 않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정면을 노려보자 거울 앞에 앉아 있던 이정원이 나를 돌아봤다.
“너, 표정이 살벌하다?”
“오해야.”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오래 남지 않았던 터라 주변 시선 신경 쓰랴, 아이템 찾으랴 정신이 없던 찰나였다.
그냥 포기하고 저녁에 다시 찾아봐야 할까 고민하던 사이, 박스 상점 위로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새로 고침…….]
새로 고침? 업데이트는 해 본 적 있으나 이건 처음 보는 멘트였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원을 구경하다가 이내 번쩍하는 흰빛이 나타났다.
다시 바라본 박스 상점은 아까와 다를 바가 없는 풍경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프리미엄 탭 가장 상단에서 아깐 보지 못한 공간이 생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기간 한정 판매 상품]
기간 한정? 박스 상점을 이용한 지 제법 됐던 터라 이제야 발견한 부분이었다.
손을 들어 터치해 보니 줄지어 서 있는 파란 박스가 보인다.
아이템들로 보이는 아이콘에 하나씩 확인해 읽어 봤다. 괄호 안에 적혀 있는 날짜를 보아하니 며칠이 안 되어 끝나는 이벤트성 상품들이었다.
“…이거다.”
“…뭐가?”
“호, 혼잣말.”
옆에 앉아 과자를 먹고 있는 윤명에겐 적당히 대꾸하며 새로 떠오른 아이템을 힐끔거렸다. 가장 가운데에 있던 흰 장갑을 낀 손과 지휘봉이 그려진 아이콘이었다.
[(기간 한정)마에스트로 이펙트 – 기간 한정 아이템(7일)]
버프: 선택 1 스탯의 ‘S’ 업그레이드
마에스트로 이펙트, 말 그대로 하나의 스탯에 거장의 효과를 부여해 준다고 말했다. 기간 한정 상품이라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었고, 사용 기간도 일주일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초동 집계 기간으론 충분해 보였다. 게다가 스탯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효율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구매를 확정 지었다. 코인으로 치면 상당히 고가의 아이템이었으나, 프리미엄 탭은 블랙 쿠폰 2매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기간 한정)마에스트로 이펙트’를 구입합니다.]
[아이템 보관함에 ‘(기간 한정)마에스트로 이펙트’가 저장되었습니다.]
[현재 코인]
5,665 코인
[블랙 쿠폰]
1매
곧바로 마에스트로 이펙트를 사용했다. 적용할 부문은 바로 끼였다.
[신해신]
나이: 23
외모: A
보컬: A+
댄스: A-
운: B
끼: S
정보: 플레이어
황금색으로 빛나는 끼 스탯에 됐다는 확신이 들었다. 처음 들어간 S 스탯으로 최선의 무대를 펼쳐야 한다.
* * *
새벽부터 택시를 타고 방송국에 도착했다. 수험이 끝난 이후 첫 컴백이라 두근거렸다. 바쁜 대학 생활로 첫 중간고사까지 끝난 완벽한 시기에 하이사인이 첫 정규 앨범으로 컴백했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은비와 만나 아침 인원 체크를 받았다.
팬들에겐 단비와 같았던 정규였던 터라 노쇼 인원조차 없어 보였다.
모든 확인이 완료된 이후 대기를 하고 있으니 먼 곳에서 멤버들의 드라이 리허설 소리가 들렸다.
우리 둘은 최애인 해신이가 군무에서 어느 동선에 주로 섰는지를 떠올리며 해신이의 파트 위주 자리를 선정했다.
“아악, 떨려. 어떡해~”
“진짜 오래 기다렸지. 시험 끝나고 딱 와 줘서 너무 좋아.”
“소윤이 넌 중간고사 잘 봤어? 난 애들 티저 뜨고 설레발치느라 죽 쒔다… 몰라! 일단 즐겨!”
은비의 호탕한 외침을 듣다 보니 술렁이는 팬들 사이로 비명이 터지는 걸 확인했다.
무대 위로 올라오는 하이사인 멤버들이 보인다. 뮤직 비디오에서 봤던 테크 웨어 풍의 의상을 입은 채, 판도라 때와는 또 다른 스타일링을 하고 있었다.
러프하게 흐트러진 앞머리 아래로 해신이의 날카로운 눈매가 눈에 띄었다. 훤히 드러난 부분에는 피어싱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어라? 뭔가 다른 것 같은데? 이번 앨범에서도 흑발을 유지한 것 같았지만 묘하게 뭔가 다른 기분이 들었다. 구석구석 찾아봤음에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평소에도 눈길을 끌던 해신이었으나 오늘따라 유달리 시선을 사로잡는 기분이었다. 아우라라고 해야 하나. 능숙해진 태도가 돋보였다.
“하나, 둘! Star sign on stage. 안녕하세요. 하이사인입니다!”
“야, 소윤아……. 오늘 해신이 뭔가 다르지 않아?”
“…어, 나도 그 생각 중이야.”
은비와 대화를 이어 가는 사이, 방청석에선 응원의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첫 정규 앨범 타이틀 RULE(도취)의 무대가 시작됐다.
아포칼립스 풍의 스크린 영상이 흐르며 화려한 그래픽이 이어진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들이 깔린 무대 위로 무릎을 꿇은 자세의 멤버들이 보였다. 가운데 홀로 서 있던 이정원이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들며 노래를 불렀다.
노이즈가 낀 것 같은 거친 MR 너머로 맑지만, 힘이 있는 보컬이 나왔다. 저음임에도 탄탄한 발성이 느껴진다. 음원으로 들었던 목소리보다도 훨씬 생생하게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 방심하는 순간 압도해
이건 자기도취
Sick burn now
칼각으로 움직이는 팔다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본 안무는 싸비 부분이 전부였던지라, 초입이 이렇게 하드할 줄 몰랐다. 빠른 비트의 음원에 맞춰 다음 파트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등을 돌리고 어깨를 돌려 동선을 움직이는 멤버들 사이로 나타난 것은 이유준이었다.
평소 단정하던 모습과 달리 반쯤 넘긴 앞머리가 이유준의 이목구비를 달리 보이게 만들었다.
멜로디 라인이라고 하기엔 빠르고, 랩이라고 하기엔 특이한 구간이었다.
- 깨달아 Fake check
돌아봐 Fake check
이지 잃고 Go away
양손을 올려 가볍게 흔든 이유준의 뒤로 해신이의 파트가 이어졌다. 팔꿈치를 들어 돌리며 리듬을 타는 몸짓이었다. 러프한 듯 각이 선 춤선에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본 무대 전 팬들을 향해 보인 부드럽던 눈빛은 뮤직비디오에서 봤던 열망 어린 뜨거운 기운을 담고 있었다.
천둥 벼락이 내리치는 것 같은 무거운 드럼 소리가 이어지고 강태오가 어드바이스 해 주는 동작으로 페어 안무를 췄다.
제법 긴 파트였음에도 헐떡이는 소리 하나 없이 매끄럽게 나오는 보컬에 놀라길 한참이었다.
- Wow 착각에 빠져들었어
판단한 실체의 정원
이것도 가짜 저것도 가짜
승리자인 줄 알았던 난
수위에 잠긴 모형
마지막 ‘수위에 잠긴 모형’이라는 말과 동시에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며 고개를 털었다.
삐딱한 듯 거침없는 움직임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원래도 무대를 잘하는 멤버였다. 하지만 오늘은 그 기세가 남달랐다.
다음 멤버와는 바통 터치 하듯 가벼운 터치를 이어 가며 교체된 동선이었다. 오른쪽 다리와 왼쪽 다리를 교차하는 동작이 나오고, 팔에 검은 천을 둘둘 맨 윤명이 등장했다.
짤랑이는 목걸이와 투박한 워커가 큰 덩치와 어울려 시선을 끌었다. 흰 얼굴 위의 미간이 찡그려지는 게 화려한 메이크업이 아니었음에도 홀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교가 있는 파트에 들어가자 인 이어를 짚으며 피치를 올렸다.
- 앞으로 전진 Go step
고장난 병정처럼 Non stoper
좌우 위아래 사방이
거꾸로 돌아 Bing Bang
양옆의 보이지 않는 벽을 향해 반항하는 것 같은 동작이었다.
그 뒤 무릎을 꿇는데 반대편 동선에 있던 강태오가 윤명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타났다.
손날을 세워 눈썹 위를 가로 지나가는 안무와 동시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문채민과 권혜성을 돌아본다.
- 수천 번 되물어서야 이건 내 자아도취
에라 모르겠다 Give up
- Rlue을 깨부숴
심판은 개나 줘
- 이게 내 게임의 법칙
너는 알아서 머피의 법칙
얼굴 한쪽에 검은 선을 긋고 있던 강태오였다. 눈썹이 들썩이며 얼굴을 훑는 포즈 조차 남달라 보였다.
긴 팔다리가 호선을 그리며 힘을 실어 춤을 췄다. 그 곁에는 비슷하게 박자를 쪼개며 움직이는 문채민과 권혜성이 서 있었다.
문채민은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반년 사이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젖살이 빠져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RULE(도취)의 무드와 잘 어울렸다.
검은 머리만 고수하던 이전과 달리 잿빛이 도는 컬러로 바뀌어 조명을 받으면 오묘한 무드를 풍겼다.
근육이 붙어 힘이 실린 춤선이 공격적인 플로우의 문채민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권혜성은 특유의 곱슬머리를 다시 살렸는데, 예전보다 더 거친 텍스쳐로 퓨처 EDM 장르와 융화된 듯한 느낌을 줬다. 보컬 부분에선 성장한 게 느껴질 정도로 호흡이 안정을 유지하는 상태였다.
그렇게 모든 멤버들의 개인 파트가 끝나고 이번 곡의 센터이자 자아 성찰의 주인공인 이정원이 등장했다.
싸비에 들어가면서 군무를 추는 구간이었는데, 센터에 서 있는 모습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삐딱하고 거만한 표정이 뮤직비디오 초입에서 봤던 장면이 겹쳐 보였다.
파워풀 한 안무를 이어 가며 라이브를 진행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보컬과 눈에 서린 독기가 이번 컨셉과 찰떡처럼 보였다.
그 와중에도 나는 해신이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정원이의 사이드로 빠져 더블링을 깔아 주며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다리를 차 몸을 일으킨 해신이었다.
빠르고 신속한 동작을 칼같은 박자에 맞춰 움직였으나 전혀 힘들단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땀이 흐르는 게 보일 정도로 격한 안무였지만 현재 무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듯했다.
마치 한 편의 아포칼립스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 음방이었다.
- 깨달아 Fake check
돌아봐 Fake check
이지 잃고 Go away
- 돌진 또는 행진
죄다 망치길 그게 내 특징
자기도취 아니 자아도취
뒤엎으면 이건 그냥 승리 도취
스크린 속에선 무너지는 것 같은 이펙트가 나오고 웅장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흙먼지가 휘날리고 폐허가 된 건물 사이에서 7인이 남자들이 팔을 들어 올렸다.
가장 높은 고지대에 깃발을 꽂은 듯한 자세였다. 세트장 여기저기 흩어진 건물 잔해가 현재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내 잔잔해지며 끊기는 MR을 들으며 헐떡이고 있는 멤버들을 봤다.
조명을 받아 음영이 진 얼굴 위론 승리자가 된 것 같은, 거만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흰 얼굴로 땀을 흘리는 해신이를 보다가 조용히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정말 어디까지 성장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제 최애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멤버들의 직캠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