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206화 (205/328)

206화

‘크라운 게임’의 대면식 영상이 공개되는 날이었다. 첫 녹화는 방청객이 없이 진행된다는 이야기에 카메라를 들 기회가 없었다.

조회수와 시청자 투표가 상관없는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경쟁 심리가 부추겨졌다. 그래서 같은 하이눈이라 이정원의 홈마로 활동 중인 ‘플라워 가든’ 김희진을 불러냈다.

영상을 볼 준비를 해 놓고 SNS를 탐방하는데 안 그러는 척 견제가 오가는 걸 확인했다. 대놓고 서로를 떠보면서 까와 빠 사이를 오가는 것이 본격적인 서바이벌의 시작이란 느낌이 들었다.

- 엔넷이면 얘네가 유리한 거 아님??

- 우리 애들 슈스 다 됐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욕도 먹고 ㅎㅎ

- 다들 크라운 머시기 개 욕하더니 ㅋㅋㅋㅋ 실트 정복 응 우리 애들 슈퍼스타 ㅋㅋㅋㅋ

- 조작돌 이지랄하는 친구들아 조작할 짬바가 있었으면 여기 내보내지도 않았어요~ 엔필름이 생각이란 게 있었으면 하이사인 안 내보냈다고 ㅜ

- 눈이들 억울함 킹정이다 진짜 여기 구 멘토님도 있고 대기업 출신 슨배님도 있고 우리 애들 친구도 있음 ㅠㅠ

- 라인업부터가 존나 악마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시청률은 짱먹겠네 ㅋㅋㅋㅋㅋ 아 열받아 ㅋㅋㅋㅋㅋ

“아~ 어떻게 또 서바이벌이냐고!”

“그럼 안 볼 거야?”

“언니, 미쳤어? 당근 봐야지.”

하이눈의 입장으로선 그저 열받는 사태의 연속이었다. 안 그래도 서바이벌 출신이라는 꼬리표로 실력을 인정해 주지 않으려 드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대놓고 어그로를 끌어 대니 이유 없이 욕을 먹는 기분이었다.

“그래, 차라리 여기서 제대로 실력 보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이제 끝 좀 내 보자, 방송빨이라는 오명.”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우리 애들 홍보나 제대로 해 보자는 심산이었다. 꾸준히 업로드한 사진으로 늘어난 팔로우를 확인하며 티위터에 하이사인을 응원하는 피드를 올려놨다.

까가 붙든 말든 이제는 이판사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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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

해신이 비공개 사진 한 장 투척하고 갑니다 (기도 이모티콘)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고양이일 수가?

크라운 게임 하이사인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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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악 아워씨님 비공개 사진 까셨다 엔넷 처음으로 칭찬해봄 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송ㅅㅏ에 대적하는 홈마님의 어그로

- 역시 어그로 필승 전법 서바돌 팬짬바는 무시 못하지ㅜ

- ㅋㅋㅋㅋㅋ하이눈 하이사인 따라서 기존쎄인게 개웃김

- 고양이 쳤더니 빻남돌 나와서 빡친 사람 저요~~

순식간에 달리는 인용 리티윗들을 보며 코웃음 치기를 한참이다. 타 남돌 인장을 걸고 저런 말을 하는 걸 보아하니 저기도 크라운 게임에 출연하는 돌판 사람인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머리채만 잡지 않은 기 싸움 속에서 공식 사이트를 비롯하여 와이튜브 내 대면식 영상이 오픈됐다.

결과 발표만 알려 주지 않은 채 무대를 보여 줘서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독기 가득한 제작진 놈들이었다.

“악! 언니, 떴다!”

김희진의 비명과 함께 영상을 확인했다. 미리 준비해 놓은 패드 위에는 화려한 세트장에 서 있는 하이사인의 모습이 보였다.

* * *

무대 위 뒷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 위로 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대면식을 위해 별도로 촬영한 것인지 팬들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해가 저물어 가는 언덕 위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게 물든 실루엣의 측면이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등 뒤가 까맣게 물들었다.

순간 당겨지는 줌인을 통해 남자의 눈동자가 화면 위로 가득 나타난다. 새까만 동공이 반짝거림과 동시에 스파크가 튀어 오르는 듯한 효과가 이어졌다.

[Evening]

눈동자를 배경으로 거친 텍스처의 문구가 이어졌다. 금빛으로 빛나는 7글자에 팬들은 아비규환이었다.

└ 이브닝??? 이브닝하는거임?????

└ 돌았다 미쳤다 갓브닝 시발 내가 이걸 무대 위에서 보는구나 ㅠㅜㅠㅜㅠㅜㅠ

영상이 종료됨과 동시에 암전된 무대 위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일곱 남자가 포커스됐다. 센터에 서 있는 사람을 제외하곤 저마다 각자의 어깨 내지 측면으로 돌린 고개를 손바닥으로 가린 자세였다.

오묘한 신스 트랙의 도입부가 시작되며 붉은 빛의 조명이 멤버들을 비췄다. 그와 동시에 센터에 서 있던 남자 강태오가 눈을 가리고 있던 신해신의 손을 밀었다.

- 어둠이 찾아올 무렵

아듯해지는 환영의 무리

서로 얼기설기 얽혀 있던 자세의 멤버들이 일제히 팔을 돌리며 자신을 옥죄고 있던 팔들을 풀어 헤친다. 그루비 한 사운드가 이어지면서 배경으론 붉은 태양이 떠올랐다.

조명이 조도를 낮추자 하이사인 멤버들이 입고 있는 의상이 그라데이션에 맞춰 물들어 갔다. 저마다 디테일이 다른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속에 목 폴라를 받쳐 입은 윤명이 고개를 젖혀 강태오와 시선을 맞췄다.

- 너와 나 사이의

경계선처럼 흐려져만 가

짙어진 Emotion

└ 아 미쳣나 유어돌 생각나잖아 1, 2위 순 아녀 ㅜㅜㅠㅠㅠㅠㅠ

└ 태오 보컬이랑 명이 보컬 뒤졌다 얘네 지금 라이브 AR도 아니고 걍 MR깐 거지? 패기봐;;

강태오의 어깨를 터치한 윤명의 뒤론 칼 박자의 안무가 이어진다. 돌아가는 카메라에 맞춰 동선을 자유자재로 변경하며 측면을 향해 몸을 돌린 장면이었다.

왼쪽으로 코너를 꺽은 카메라에 의해 오른쪽 좌석에 앉아 있던 여타 출연진들이 나타났다. 그들 사이에는 언제 간 것인지 모를 신해신이 서 있었다.

좌석과 좌석 사이 층간에 서서 옆모습을 보인 채 제 얼굴을 훑어내렸다. 무대 정중앙과 달리 백라이트가 있던 공간이라 주변으로 휘날리는 먼지와 빛이 신해신의 몸 외부를 빛나게 만들었다.

- 저 빛 너머로 다가오는

너의 Silhouette

이건 황혼의 경계

- 강렬한 Red는 잡아먹혀

점차 격해지는 비트에 맞춰 누군가의 손이 카메라를 돌려 끌었다. ‘강렬한 Red는 잡아먹혀’란 가사에 맞춰 빨간 조명에 물든 권혜성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양손을 겹쳐선 작은 틈을 만든 후 그 손을 풀어 헤치며 팔을 돌려 춤을 췄다. 마른 체형이었음에도 느껴지는 힘이 비트와 맞춰 딱딱 떨어진다.

└ 신해신 홀리쉣임 시바 내가 지금 뭘 본 거????

└ 초반부터 저렇게 지른다고? 요즘 해신이 폼 미친 듯 걍 타 그룹 갔으면 메보감임

└ 내가 말했잖아 ㅠㅜㅠㅜㅠ 해신이 목소리에 힘이 있다니까 진짜 듣다 보면 묘하고 매력 쩔어 락 보컬 같다 가도 댄스랑 어울리다가도 근데 발라드도 잘할 거 같음 ㅠㅜㅠㅜㅠㅜㅠㅜㅠ

└ 권혜성 진짜 사람 시선 끄는 것 하난 타고났다 동작봐 춤선 곡에 따라서 멀티로 바뀌는 수준;;

순식간에 떨어지는 피치를 이용하여 다이내믹한 무대를 연출하는 하이사인이었다. 양 사이드로 펼쳐지는 동선 가운데에선 퍼져 가는 스모그 속의 남자가 보인다.

반장갑을 낀 손이 얼굴의 반을 가린 남자를 클로즈업했다. 평소 맡던 고음 파트와 달리 아래에서부터 시작하는 화음을 내뱉는 이정원이었다.

-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Faded out

(보이지 않는 벽에 가려져)

희미한 너의 모습을 쫓아

(참을 수 없는 조급한 Feeling)

천천히 쌓아 올리는 화음에 맞춰 권혜성의 탁하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가 더블링을 깔았다.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조합임에도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 혜성아 아이고 내 새끼 ㅠㅜㅠㅜㅠㅜㅠㅜㅠ

└ 이가든 저음 권혜성 고음???? 나 지금 잘못 들었나 귀 후빔 미쳤다;;; 끝음 칠 때 쾌감 장난 아니야

└ 이제 우리 혜성이 보컬로 까는 인간 없겠지? ㅅㅂ 이게 나라다

└ 이정원 얜 저음도 잘하네;; 안무 저렇게 빡센데 호흡 관리하면서 소화하는 게 미친놈임

다시 정중앙에 모인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다리를 굽히며 서로를 겨누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가시덩굴 같은 모양새에서 그들을 뿌리치고 나온 강태오가 센터에 위치했다.

일사불란하게 갖춰진 브이자 대형에 주변에 있던 다른 그룹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에 응답하듯이 강태오가 고개를 까딱이곤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앞머리를 훑어 올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단독 포착되자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 뭐냐 방금 뭐냐 이 장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 올해 최고의 3초

└ 벌써 움짤 따고 있는 사람 있을 듯 미쳤나 사람 홀리려고 작정했나;;;;

본 파트는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순간적인 장면으로 모두를 압도한 강태오였다. 무릎을 펼쳤다 접는 일사불란한 행동에 강태오의 손동작에 맞춰 뒤에 있던 멤버들이 움직였다.

- 이 밤 무너져 내려

Evening to midnight

더는 버틸 수 없어

Play it again

피하지 못한다면

이대로 함락돼

스크린 속 붉게 타오르던 태양 주변으로 검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그에 맞춰 바뀌는 쏟아지는 핀 조명이 강태오와 다른 멤버들을 비췄다. 싸비와 함께 이뤄진 댄스 브레이크가 여러모로 신선하게 다가온 연출이었다.

격한 듯 리듬감이 있는 트랙 비트에 가늘게 이어지는 사운드가 섞여 들어가며 묘한 분위기가 무대 위를 점령했다.

└ 이 영상 노딱 붙는 거 아니냐

└ 왐마야

└ 저기 뒤에 손제완씨 시강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입틀막 어쩔거얔ㅋㅋㅋㅋㅋㅋㅋ

└ 아 근데 나 같아도 저럼; 남자가 봐도 저런데 여자인 ㄴㅏ는

└ 엄마 나 시집 다 갔어

강태오의 메인 싸비 파트가 끝남과 동시에 뒤에 있던 누군가가 강태오의 눈가를 가렸다. 왼쪽으로 몸을 빼며 스르륵 빠져나온 것은 시선을 내리 깔고 있던 신해신이었다.

손가락이 드러난 가죽 반장갑을 낀 손이 차례대로 접히며 강태오의 어깨를 터치한다. 그와 동시에 대형이 돌아가 아까와는 반전인 구도를 이뤄 냈다.

- 무너져 버려 넘어와 버려

In the evening

뒤섞여 버려 허물어 버려

In the evening

└ 목소리 미쳤냐

└ 돌겠다

└ 영상에 후방주의 달ㅇㅏ주세요 엄빠 지나가는 거 보고 나도 모르게 화면 숨김

음악은 절정에 달해 빠른 비트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은 신해신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리며 발을 끌어 리듬을 탔다.

그 동작에 깊게 파여 있던 브이넥의 재킷이 언뜻 벌어졌다. 속에는 검은색 목까지 오는 상의를 받쳐 입고 있었는데, 사방을 비추는 조명과 상반신을 당겨 보여 주는 컷에 그제야 그 의상이 시스루임을 알 수 있었다.

└ 얘네 작정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크라운 게임 나와서 빡친ㄷㅏ고 한 거 일시 철회하겠습니다

└ KIJUL

└ 오늘도 꽁꽁 여며서 신해신이 신해신했ㄷㅏ고 생각했는데 제가 졌습니다

└ 여미지마 여미지ㅁㅏ 신해신!!!!!

└ ㅋㅋㄱㅋㄱㅋㅋ 타팬들은 여미라고 난리인데 여긴 벗으라고 난리네

└ 욕심쟁이들아 이미 이 정도면 됐지 방송을 얼마나 청불로 만들려고 ㅠㅜㅠㅜ

└ 앜 ㅅㅂ 뒤에 지원겸 봤냐 쟤 표정 왜 저랰ㅋㅋㅋㅋ

끈적이는 바이브의 싸비가 지나자 변주가 이뤄지며 라틴풍의 스트링 사운드가 이어졌다. 언제 든 건지 모를 핸드 마이크를 쥔 채 낮은 시선에서 고개를 들어 올린 이유준이었다.

측면으로 틀어 올린 고개 너머로 무감각한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흰 얼굴 너머 넘긴 앞머리와 당겼다 미는 듯한 음률의 랩이 곡의 균형을 잡아 준다.

- 진해진 하늘을 바라보다

깊어진 감정의 늪

오늘이 지나면

그 선을 파헤쳐 이성을 침묵해

거칠게 손을 내밀어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우측으로 끌어 민 이유준이었다. 그 너머로는 스모그를 해치고 걸음을 옮기며 안무에 합류하는 문채민이 찍혀 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핸드 마이크를 든 상태에서 대형에 맞춰 안무를 췄다. 마이크를 쥔 오른손을 제외하고 왼팔을 틀어 상반신을 틀었다.

이유준의 묵직한 저음의 랩에서 빠른 플로우의 문채민의 랩으로 넘어간 구간은 MR과 정확한 합을 맞췄다.

- 이 밤 무너져 내리면

(Evening to midnight)

더는 버틸 수 없겠지

(Play it again)

피하지 못한다면

(Evening Tonight)

이대로 함락돼

흰빛의 조명이 다시 붉게 물들어 문채민과 이유준을 물들였다. 센터에 선 둘은 서로의 눈을 맞추고 파트를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단정한 듯 강렬한 기운의 이유준과 침착하면서도 격한 문채민의 합이 매력적인 사운드를 이뤄 냈다.

└ 우리 아기 다 컸다

└ 왐ㅁㅏ야 222222222222

└ 이유준 와꾸 돌았나!!!!!!

└ 와 애들 여유로워진 것 봐 유어돌 때랑 비교하면 걍 끝임 ㅋㅋㅋㅋㅋㅋㅋ

└ 채민이 랩 진짜 들을 때마다 귀에 때려 박는 비트가 미쳤음 발음 다 들리는 거 실화냐

└ 이너준 목소리 지구 내핵급인 거 인정 아니 어떻게 저런 바이브로 저런 목소리를??

다시 그들 사이에서 강태오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고음의 이정원과 합을 맞춰서 같은 파트를 이어 불렀다. 단체 군무를 추는 와중에도 특유의 춤선이 돋보인다. 손가락을 튕기는 장면에 맞춰 짙은 눈썹 아래의 각진 눈매가 살포시 휘어졌다.

- 무너져 버려 넘어와 버려

(In the evening)

뒤섞여 버려 허물어 버려

(In the evening)

배경 스크린 위로는 흰 화면 위 검은 물방울이 떨어지며 오묘한 광경을 보이고 있었다. 계속해서 더블링을 깔아 주는 이정원의 뒤로 목을 긁어 소리를 내는 신해신의 파트가 흘러나왔다.

강태오와는 연속적으로 팔과 팔을 겹쳐 가며 페어 안무를 추는 동작이었다. 스치는 어깨와 등이 화면을 스치다가 이내 서로의 고개가 엇갈렸다.

- 물에 떨어트린

한 방울의 Paint

얽히고 스며들어

원래의 색을 알 수 없어

그 둘 사이로 이정원이 팔을 뻗어 등장했다. 탄탄한 미성이 힘 있게 사운드를 받쳐 줬다.

- 더는 밀어낼 필요 없어

흩어진 불안

└ 이정원 목소리 진짜 매력적임 고음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저음에선 더 매력있네

└ 혼자 돋보이는 것도 잘하고 남 받쳐줘도 어우러짐 진짜 메보의 정석이란 게 뭔지 딱 보여;;

마지막 엔딩은 시작과 같은 강태오였다. 신해신이 그의 등에 몸을 기대며 고개를 틀었다. 어느덧 스크린 속 영상은 완전히 어둠에 물들어 있었다. 가운데론 사라졌던 태양이 나타났는데 붉게 타오르던 구는 검은 그림자로 뒤덮였다.

가는 바이올린 소리가 기묘한 울림을 이뤄 냈다. 강태오의 낮은 목소리가 부드럽게 유영하는 듯한 리듬과 맞물렸다.

- 이젠 돌이킬 수 없는

감정의 Evening

└ 시발

└ 유어돌에서 강태오 처음봤을 때의 충격이 되살아난다

└ 다른 게 천년돌이냐 이게 천년돌이지~~~~

└ 얘들아 나 지금 들린다 아기하이눈 영입 대거 되는 소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미쳤다 진짜 무대 부쉈다

└ 신해신 시선 강탈 돌았네 이거 원톱 센터 아님 내가 보기엔 둘이 주인공임;;

└ 해신아 악 해신아 ㅠㅜㅠㅜㅜㅠㅜㅠㅠㅠㅠㅠ

└ 나 지금 진짜 소름 돋음;; 팔 봐 미친아

└ 보컬 연출 비주얼 곡 서사 섹시함 다 맞음

└ 마지막 존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반박을 못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뒤에 보이냐 슨배님들 다 기립박수중인거;;;

└ 남자가 봐도 개쩔었으니까 그렇지 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멤버들의 사방을 휩쓴 스모그와 함께 서서히 멀어져 가는 카메라의 워킹이 보였다. 붉은 조명과 흰 조명이 한데 어우러지며 서로를 얽매고 있는 듯한 대형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헐떡이고 있는 멤버들을 마지막으로 모든 무대의 조명이 암전됐다. 팟- 하고 꺼지는 그 순간, 사방에선 환호성과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물론 그건 영상을 지켜보고 있던 팬들에게서도 마찬가지인 일이었다.

하이사인은 크라운 게임의 최초 공개 영상으로 버즈량이 폭발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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