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214화 (213/328)

214화

모든 무대가 종료된 이후였다. 방청객들도 빠져나간 세트장 위로 여섯 그룹이 다시 모여들었다. 녹화 전 짧은 쉬는 시간을 통해 인터넷을 확인해 봤는데, 내가 노린 것이 통했는지 좋은 반응들이 이어졌다.

[ㅋㄹㅇㄱㅇ 1차 경연 방청 하이사인 후기 (스포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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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녹화 끝났고 티우ㅣ터에서 본 익이들 많을텐데

안 걸릴 정도로만 갈기는 스포니까 편하게 봐줘 ㅋㅋ

제목에 적었다시피 하이눈이고 우리 애들 무대 위주로 서술될 거야

1차는 예고편에서 봤다시피 매칭 + 커버 두 곡 연달아 진행됐어

아니 1라운드부터 두 곡이요? 엔넷 이 상놈의 자식들아……

정규 타이틀로 활동이 겹쳐서 진짜 개 하드한 스케줄 보냈을 것 같은데

그 와중에 무대는 준비 잘했더라 ㅠㅠㅠㅠㅠ

가장 처음에 한 건 매칭! 페어 정해진 건 1화에서 공개됐었잖아

거기서부터 기대했던 눈이들 많았지? 나도 그랬다 ㅋㅋㅋㅋㅋㅋㅋ

인클루랑 색깔이 완전 다른데 스승제자란 서사가 박혀있어서

아 어떤 노래할까 어떤 무대할까 존나존나 기대하고 봄

뭔가 세트장에서부터 하이틴 캐주얼풍이어서 워닝이랑 눈이들 다 뒤집어졌었다

이런 거 하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선곡 등장하자마자 개같이 비명지름 ㅜ

이거 까도 되겠지???? 이미 티위터에 돌아다녔으니까…

ㅎ 익들아 애들 ㅍㅇㅋ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ㄱㅋㅋ

갓띵곡으로 유명한데 인클루가 안해줘서 워닝들 정화수

떠 놓고 기도하고 다녔다는 그 노래 맞음

슨배님들 연차에 맞췄는지 아님 다른 스타일을 도전해본건지 편곡부터가 걍 팝스러웠어

들으면서도 헐 대박 이게 ㅍㅇㅋ라고??? 이 생각하고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앙큼상큼 나좋다고 따라다니던 큩보이가 어느날 갑자기 훌쩍 커서

존나게 꼬시는 느낌………… 예 이러면 안 넘어갈 수가 없구요

무대 걍 뒤집어졌다 내가 하이눈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리얼 겸덕하겠다는

애들 개 많이 나왔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뒷계보면 그 화력이 느껴지잖아 아 여기서 더 까면

왠지 ㅈ될 거 같은데 그럼 매칭은 끝내고 다음 커버 관련 얘기해줄게

여긴 우리 애들 것만 ^^!

총 9곡을 찍어야 했던 관계로 역대급 녹화시간을 자랑했던 프로그램인데

구라안치고 애들 나올 때마다 다시 엔돌핀이 확 돌더라

이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난 몰랐지… 우리 애들이 선곡 장인이란걸……

매칭은 애들 노래할지 인클루 노래할지 가늠이 안갔는데 트레이드는 무조건

인클루 걸 해야 했잖아 7년차 대 선배님들 셋리가 몇 개인데 거기서 어떻게

그걸 딱 고르냐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 돌 개똑똑하다

앞에서 했던 ㅍㅇㅋ랑 다르게 완전 일렉트릭하게 편곡했는데

스토리텔링 오지고 오타쿠들 제대로 좋아할 만 한 거 노려서

무대 보는 내내 걍 광대가 안 내려갔다 ㅜㅜ

센터로 지금까지 안섰던 멤버 세워준 것도 좋았어

다들 안 그런 척 하지만 뜬 이후로 애들 악개가 꽤 판을 쳤잖아? ㅎ……

맨날 하는 애들만 시키냐고 이유없이 욕 먹고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다 알고 있었는지 항상 공평하게 파트 나눠주고 센터 돌려주더라 ㅠㅠㅠㅠ

아무튼 자세히는 설명 못하지만 의외의 멤이 의외의 캐도 맡아주고

(혼자 옷 다른 거 보고 개쪼갰는데 또 연기 잘해서

이마 탁침 하도 때려서 내 이마 1자 됐다)

그 뒤에 투표 결과까진 못보고 가서 너무 속상하다 ㅠㅜㅠㅜㅠㅠ

내가 12시간 녹화하고서도 더 남아있고 싶어할 줄은 몰랐는데 ㅅㅂ

아무튼 익들아 ㅋㄹㅇ ㄱㅇ 제작진은 좀 열받지만 우리 애들은 오진다

잊지 말고 조회수 투표 응원 많이 해주라 ㅠㅠㅠㅠㅠㅠ

물론 같이한 인클루 선배님들도 짱 워닝분들 사랑합니다 동맹 좀 맺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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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ㅍㅇㅋ? 그게 뭐야??

- 피스오브케이크 워닝들 맨날 염불외더니 누가 꺼냈는지 소원 이뤄줬네

- 와이튜브에 선곡 비하인드 예고 뜸 해신아 사랑한다 이제부터 신해신은 내몸과 같으며 인클루와 신해신을 욕하는 자는 무조건 척결이다

- ㅅㅂ워닝들 신해신 옹호하는 거 개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보니까 하이눈보다 더 사랑하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선생님 애들 커버곡 코드비했다는게 찐입니까 ㅠㅠㅠㅠㅠㅠㅠ 그거 말해주고 가라고 ㅠㅜㅠㅜㅠ

- 머박 코드비??? 바코드 말하는 거임??? ㅇㅋㄹ노래?

- 이미 후기 쫙 돌고 있다 우리 땐스강쥐가 매드사이언티스트로 나타났다는데 사실입니까

- 아 존나 ㅋㅋㅋㅋㅋㅋㅋㅋ웃긴데 안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사면 흰가운 입은거냐고ㅜㅜㅜ

- 센터 챔니라고 챔픽들 축제 현장 됐다는데;; 현장에서 귀 살살 녹아내렸다고 쫜득랩장인이라고 뉴별명 붙이고 있음

- ㅇ쫜득랩장인 ㅇㅈㄹㅋㅋㄱㅋㄱㅋㄱㅋㅋㅋㅋ 하긴 분량 적었어서 난리날만도 하구나

- 애들 컨셉 비주얼 노래 편곡 다 오졌다고 하든데 점수 개같이 주면 엔넷앞에 계란 던지러 갈거임

- 즈그돌만 무대부수고 내려온줄 알지 ㅉㅉ

- 응 윗댓 먹금 어그로엔 관심 주지말자 특정 그룹 후기보면 달려드는 커뮤러들 많다~

- 견제 달달하다 이게 바로 슈퍼스타의 맛?

- 멘토님네랑 같이 해서 완전 든든함 눈이들 이번엔 덜 싸워도 될 것 같아 ㅎㅎ 이미 워닝 선생님들이 개같이 물어뜯고 계시더라

- 닉값오지는 그 팬덤 역시 리더따라 성질이 장난아니다

- 그 논리면 눈이들은 존나존나 순해야함 잊지마 우리 리다 갓해다 얘들아

- 그래서 초반에 내숭떨었잖아 ㅅㅂ 세상이 날 가만 안 둬서 그래 이건 내 탓 아님

중간엔 조금 다른 이야기로 세는 것 같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좋은 평이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뿐만 아니라 티위터나 타 SNS에도 즉흥적인 후기들이 올라오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논해졌다.

이제는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의자에 앉아 촬영을 대기했다. 긴장한 것 같았던 문채민은 제법 후련하단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야, 채민아, 너 오늘 뭔가 짱이었는데……. 뭐야, 혼자 뭐 맛있는 거라도 먹은 거야?”

“종일 같이 있어 놓고 무슨 소리야. 나 토할 거 같아서 음료수도 제대로 못 마셨어…….”

눈썰미 좋은 권혜성이 문채민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켁켁거리며 권혜성의 팔을 때리던 문채민이 지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권혜성에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은 좀 더 많이 있었던 것 같았다. 우리 멤버들 뿐만 아니라 타 그룹에서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반대편에 앉아서 여길 돌아보고 있던 손제완이 크게 손을 흔들며 말을 걸어왔다. 이럴 때 주목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채민! 너 오늘 대박!”

“야, 손제완, 입, 입.”

“악! 왜 때려!”

옆에 있던 멤버가 제재를 가하자 그제야 조금은 얌전해진다. 머쓱한 얼굴로 꾸벅 고개를 숙인 문채민이 내게 팔을 뻗어 하이터치를 요청했다.

“나?”

“응, 형, 어떤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밌었어.”

“생각이라기보단 잘할 것 같아서 추천한건데……. 재밌었다면 됐지, 뭐.”

미안하다, 채민아……. 사실 오늘 한 모든 무대에는 나름의 계략이 숨어 있었다. 트레이드 커버곡에서 문채민을 꼽은 건 선곡한 곡의 컨셉 때문이었다.

Code' B(bar code). 가사만 봐도 시스템적인 측면이 도드라지는 노래였다. 인클루는 좀 더 무난한 느낌으로 노래를 연출했던 것 같으니까, 우리는 경연에 맞춰 팬덤이 좋아할 컨셉추얼한 무드를 노리기로 했다.

이런 가사면 떠오르는 게 하나 있지. 그게 바로 사이보그였다. 실제 시스템을 겪고 있는 사람으로서 인공지능에 대한 아이디어가 스쳤다. 거기에 벗어난다는 취지를 넣어 인조인간의 이지를 메인 컨셉으로 삼았다.

반란이라면 일렉트로닉한 편곡도 가능하고, 경연에 어울리는 화려한 모티브가 되어 줄 것 같았다.

센터로 문채민을 낙점 지은 건 평소 갖고 있던 이미지 때문이었다. 옳은 말을 잘하는 반듯한 막내 캐릭터였기에 뒤집어엎는다는 시놉시스에서 오히려 큰 효과를 보일 것 같았다.

랩핑이 독특한 멤버이기도 했으니까, 변주가 들어가면 파트 분배도 문제 없을 듯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모양이었다.

의기양양한 얼굴로 정면을 돌아보자 블릭투 멤버의 표정이 구겨지는 걸 목격했다. 같은 아이돌이었으니까, 오늘 누가 더 잘했는지 가장 잘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뿌듯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곁에 있던 이정원이 질문했다. 이제 보니까 나보다 더 호쾌한 얼굴로 최한성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만족스럽네.”

“정원이 형, 기 진짜 세다.”

“쉿.”

저거 대놓고 들으라고 하는 거지? 이정원의 목소리에 최한성의 미간이 크게 구겨졌다. 주변 인물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모양이다.

저놈들은 디레스트를 페어로 고른 것에 비해 큰 시너지를 얻지 못했다. 매칭곡은 김환준네의 피지컬에 발을 얹어 나쁘지 않은 경연을 펼쳤지만, 트레이드 커버곡에서 원곡자 역량의 반도 쫓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건 우리뿐만이 아니라 디레스트와 다른 아이돌 그룹도 느꼈을 것이다. 아까부터 웃고 있는 표정이었지만 김환준의 기분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랬을까, 우측 라인에 앉아 있는 지원겸이 가까이 다가왔다. 한껏 광대가 올라간 얼굴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내저었다.

“뭐냐, 신해신, 너?”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눈빛이 불순했어, 이 자식!”

“아, 아파요!”

헤드록에 걸린 상태로 팔을 버둥거리니 뒤에 있던 이유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윤명은 그런 우리를 빤히 바라보며 권혜성과 만담 아닌 만담을 나눴다.

“푸핫.”

“해신이 형을 저렇게 다루는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네…….”

“선배님, 원래 저런 캐릭터였나?”

그때 블릭투로부터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를 보고 배알이 꼴렸나 보다.

“지금이 좋지 뭐…….”

자폭인가? 누가 들어도 비꼬는 어투가 느껴졌다. 내 머리를 누르고 있던 지원겸이 웃음을 거두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제야 최한성도 아차 싶은 마음이 든 것 같았다. 몸을 돌려 멤버와 이야기를 나누는 척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게 보인다.

“지금이 좋지라……. 야, 정원아. 저 사람 지금 반쯤 자폭한 것 맞지?”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원래 좀 욱하던 성격이긴 했어.”

저건 단순한 말실수를 넘어서 뭔가 알고 있다는 분위기였다. 아, 혹시 그때 그걸 쟤네가…….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눈을 굴릴 때쯤 스크린 너머로 안지하가 등장했다.

“음, 뭐지? 다들 지쳐서 그런가? 좀 소란스러운 분위기네요?”

본격적인 녹화에 들어가려던 무렵이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고 출연진들이 표정을 관리했다.

녹화 시간이 워낙 길었기에 결과 발표에 대해서 길게 끌지 않으려는 듯하다. 현장 투표와 출연진들끼리 매겨 둔 점수가 스크린 위로 떠올랐다.

조작을 하고 싶어도 눈치가 있다면 정도껏 맞춰서 넘겼겠지. 카메라 무더기 너머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한동준 PD를 확인했다. 뭔가 불안하다는 얼굴로 미간을 찡그리는 게 건들긴 건드렸나 보다.

“자, 그럼 매칭 퍼포먼스와 트레이드 커버곡의 점수를 공개합니다!”

“엑! 동시에요?”

“헐, 어떡해……!”

소란스러운 사람들 사이에서 대형 스크린 위로 떠오른 점수를 확인했다.

[매칭 퍼포먼스]

1. 디레스트/블릭투

2. 인클루/하이사인

3. 원더보이즈/얼티밋 나인

[트레이드 커버곡]

1. 원더보이즈

2. 블릭투

3. 얼티밋 나인

4. 하이사인

5. 인클루

6. 디레스트

“……?”

“……!”

“뭐야? 저거 진짜야?”

불안해할 만하군. 공개된 명단에 출연진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매칭 퍼포먼스는 적당히 시선을 봐서 디레스트발로 1위를 넣은 것 같은데. 트레이드 커버곡에서 너무 과감한 조작을 실행했다.

저게 바로 토사구팽인가. 트레이드 커버곡에서 디레스트를 끌어내리며 블릭투를 위로 올렸다. 거기에 눈엣가시던 우리와 인클루를 자연히 섞어 내린 모습이었다.

거기까지만 하면 욕을 먹는 타깃이 블릭투가 될 테니, 원더보이즈와 얼티밋 나인을 욕받이 그룹으로 돌렸나 보다. 1위와 3위를 차지한 두 그룹의 멤버들은 희게 질려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손제완은 말도 안 된다며 표정을 잔뜩 구겨 댔다. 솔직한 건 잘 알았지만, 저 정도로 표현하려 들지는 몰랐다. 손제완의 케어를 담당하던 멤버조차 머리가 아프단 듯이 이마를 매만졌다.

“말도 안되잖아…….”

“아아…….”

다들 마이크 때문에 별말 못 하는 모양인데. 속으론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정말 가관이었다. 특히 PD라고 한 놈이 정상인은 아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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