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ㅎㅇㅅㅇ ㅎㅅ 보육원 출신이라는 거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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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ㄱㄴ
지금 실트 정복하고 난리던데 이거 진짠가?
누가 올렸다며 가족 없는 것 같다고……
유어돌 생방 때 스크린에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 잡혀 나왔었는데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1도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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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기다려 무조건 공식 기다려야지
- 아니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 진짜 이해가 안 가서 그러는데…… ㅎㅅ이가 가족이 있건 없건 그건 우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잖아
- 기만일 수도 있지 ㅋㅋㅋㅋㅋ 생방 스크린에 가족처럼 띄워놓은 것부터 속이려던 것 아님?
- 아니 가족석에 가족만 데려온 사람이 있겠냐 타 연생들 중엔 친구나 사촌 데려온 애도 있던데 진짜 빠순이들 존ㄴㅏ못 됐다 ㅠㅜㅠㅠㅠ
- 나 너무 궁금해서 그러는데 도대체 시초가 어디임? 찐이면 프로그램이나 데뷔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여태 안 들킨 것도 신기하다;;
- 여기 게시글 들어가 보면 자세히 정리되어 있어 일단 난 공식 입장 기다리는 중이긴 한데 아이돌 개 빡세다 가정사로도 말이 이렇게 달리네
- 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돈 감수해야지 솔직히 얘네가 받는 돈이랑 관심이 얼마나 많아 숨긴 것 부터가 걍 삔또 나가리~~~
숙소로 돌아온 이후였다. 방에 들어와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커뮤니티에는 나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게시글이라……. 누군가 정리해 놓은 원본이 있다며 올라간 링크를 클릭해 봤다. 아마 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지금 상대하고 있는 그쪽에서 팬인 척 풀었을 가능성이 높은 글이었다.
[ㅎㅇㅅㅇ ㅅㅎㅅ 가정사 숨김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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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해서 찾아본 건데 맞는 것 같아서 공유차 올려
참고로 난 탈빠각섰다 기만당한 느낌이 들더라고 ㅋㅋㅋㅋ
아 얌전하고 수더분한 이미지로 메이킹하더니
구라친 거 보니까 마음이 확 식네
ㅎㅇㅅㅇ ㅅㅎㅅ 보육원 출신 증거
1. ㅇㅇㄷ 생방 때 59:14:3초 때 잡힌 가족석
스쳐 지나가서 잘 안 보이기는 하는데,
할머니로 보이는 분이랑 남자애 하나 나옴
현장 애들 말에 따르면 ㄱㅎㅅ이 동생이냐고
물어봤더니 ㅅㅎㅅ이 고개 끄덕였다고 함
그래서 다들 친할머니랑 남동생이겠구나,
남자 형제가 있었구나, 이렇게 알았다고 했거든.
공식으로 나온 건 아니더라도 암암리에 형제 있는 멤으로
생각한 빠들 많았음 근데 얼마 전에 그 남자애는 ‘최’씨 라는 게
밝혀졌다네?? ㅋㅋㅋㅋㅋ ㅅㅎㅅ이 가명 아닌 이상 확정아님??
그 남자애는 경기도에 살고 있고 할머니가 보육원 선생님 출신이래
대충 봐도 각 나온다 가족이 아니라 선생님이셨구나 ^^
2. ㅅㅎㅅ 동창 증언
예전에 인터넷에 올ㄹㅏ온 게시물이었는데 ㅇㅇㄷ 생방 이후라
다들 응 구씹 ㅇㅈㄹ~ 라고 넘겼던 것 중 하나
학교 끝나면 맨날 알바만 다녔다고 함 주말에도 애들 잘 안만나고
방학 땐 거의 필수로 일했다더니 가정사가 저래서 그랬던 거지 뭐
학교 끝나고 인근 편의점 가면 거기서 일하던 것도 마주친 적
있다고 했었는데 이 사람 자기 동창이란 거 졸사랑 다른 거로 다 깠었음
솔직히 응원하는 뉘앙스로 열심히 사는 애다 하고 옹호해준 글인데
이거 어떡하냐 도리어 여기서 문제될 만한 증거가 잡혀나왔네;;
고딩 때 조용하게 지내서 엄청 많았던 건 아니고
딱 하나 올라온 게시물이라 잘 피해 간 듯 재수도 좋았어
이것만 봐도 얼추 각 나왔다.
판단은 제각기라곤 하지만 난 이렇게 비밀 많은 남돌 별로 안 좋아함
비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 판 얼마나 예민한지
알고 있었으면 처신 잘했기를 바랬을 뿐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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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미친 근데 이거 너무 프라이버시 아니냐
- 피뎁 딴다 메이터스에 메일 넘겼습니다. ^^
- 존나 집요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잘 정리해놔서 보는 맛은 있음 뭔가 그럴듯해
- 여태 안 들킨 것도 용하다 보통 ㅇㅇㄷ같은 경연 프로 나가면 인생 다 털리지 않음??
- 헐 이걸 왜 이제 들켰대 아 혹시 ㅋㄹㅇㄱㅇ 때문에?? 흔하잖아 동정표나 가십 풀어서 인기몰이 치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투리구슬 오지구요~
- 오메;;;; 근데 여태 숨긴 것도 대단하다
- 아니 근데 동정표 받으려고 했으면 이때 깠겠지 ㅜㅜ 억까도 진짜 정도껏 ㅜ
- 맞아 그리고 이걸 숨겼다고 하는 것도 이상함 무슨 방송에 나와서 ‘제가 가족이 없어서요~’ 이런 말이라도 해?? ㅅㅂ 저게 진짜 가정사팔이지 열심히 활동하는 애한테 뭐하는 짓이야
- 내 촉이 말하는데 얘 ㅎㅇㄴ아님 까빠도 아니고 걍 분탕질치러 온 타 팬덤인간인 듯 솔직히 말해봐 ㅋㅋㅋㅋ 쓰니 너 누구 파냐 ㅋㅋㅋㅋㅋ 응응 계정 찾을게 딱 기다려
- 아 근데 말투 하나하나 다 왜 이렇게 킹받지
- 진짜 찐 정병한테 걸린 듯;;; 사람 매장하는 거에 제대로 맛들린 애같은데;;
- 지금 이거 보고 있을 애 멘탈 걱정된다; 회사 케어 제대로 하고 있겠지? 안그래도 프로그램 나가는 중이라 신경쓸 게 한 두 가지가 아닐텐데 ㅠㅠㅠㅜㅠㅠ
예상대로 화제가 되긴 했으나 옹호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사전에 알고 있었던 터라 정신적인 데미지도 크지 않은 편이었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연예게 활동을 하며 나름 멘탈이 강해지기라도 했나 보다. 헛웃음을 지은 뒤 핸드폰을 내려놓는데,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별다른 대화 없이 홀로 들어와 있던 게 신경 쓰였나.
솔직히 내 심리적인 문제보단 멤버들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염려가 더 컸으니…….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와.”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나와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이정원이 들어왔다. 지금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준 것만으로도 쟤 성격상 대단하다곤 보고 있었다.
“우리도 다 확인했는데. …너, 이거 뭐야.”
질문을 던지는 이정원의 뒤에는 다른 멤버들이 서 있었다. 스탠드 조명만 켜 놓은 어두운 방 안에 거실 너머의 환한 불빛이 들어온다. 음영이 져 표정들은 보이지 않았으나 한데 뭉쳐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정원의 바로 뒤에 있던 이유준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디뎌 다가온다. 그러곤 침대 바로 옆에 주저앉아 나보다 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형…….”
“왜.”
“…왜, 왜 말 안 했어?”
이 녀석이 이런 표정 짓는 건 오랜만에 보네. 유어돌 제작진과 인터뷰를 하던 날, 첫 만남에서 소속사 출신임을 흘리며 보였던 얼굴과 비슷하다. 조금은 씁쓸한 듯 눈을 내리깔고선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래도 내 예상보단 잠잠한 것 같기도 했다. 평소 느물거리는 성격만 봐도 몰아붙일 줄 알았더니. 그러기엔 사태의 결이 많이 다르게 느껴진 건가 싶다.
“…음. 말하기가 좀 그래서?”
“혀엉~!”
“윽, 뭐야.”
그때 내 품으로 누군가가 뛰어 들어왔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풀썩이는 걸 보니, 권혜성인 듯하다. 원래도 칭얼거리는 면은 있었지만, 이런 식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어깨에 턱을 괸 채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뭐라고 길게 말하고 있었다.
“뭐야……! 뭔데! 생방 때 나한테 말했던 거 다 거짓말이었냐고……. 아니, 그 전에 내가 먼저 그런 걸 물어봐서… 그래서 들킨 거야? 숨기고 싶었는데? …미안해, 형!”
“야…….”
속였다고 화라도 내려나 싶었는데. 도리어 제가 잘못했다며 미안하다고 외쳐 온다. 뭐지……. 거기서 묘한 감정이 스치는 것 같았다. 감동이라고 해야 하나. 덤덤하게 권혜성의 등을 토닥거렸다.
그런 우리를 살핀 다른 멤버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가장 선두에 있던 이정원은 지쳤다는 듯이 쪼그려 앉은 상태였다. 한숨을 내쉬는 강태오와 강태오의 뒤로 빼꼼 고개를 내민 문채민 그리고 권혜성과 반대되게 등쪽에 매달려 오는 윤명까지. 다소 갑갑할 정도로 좁은 면적에 일곱 명이 들어찬다.
“아~ 다들 왜 이래~ 안 그래도 할 말 있었는데. …후, 얘들아, 말 못해서 미안하다. 속이려던 건 아니고, 그,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
“…야, 우리한테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미리 몰라줘서 미안해 죽겠구만.”
“오늘따라 약하다, 정원이 너?”
“이런 때까지 농담을 하냐.”
상황을 보아하니 모든 사실을 이실직고해야 할 것 같았다. 아니, 그걸 떠나서 계획했던 게 있으니까. 멤버들에게도 알려야 하는 사항이었다.
* * *
어두컴컴하던 방을 빠져나와 거실에 모인 이후였다. 다들 침착함을 되찾았는지 차분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 줘야 할까, 눈을 굴리다가 이유준의 집요한 시선에 양손을 들어 올렸다.
“알았어. 말한다, 말해.”
“거짓말할 생각 말고.”
“하여간에 유준이, 너도 너다.”
“…형은 항상 남부터 생각하잖아.”
“옳소!”
그새 쾌활함을 되찾은 권혜성이 이유준의 말에 동의를 외쳤다. 윤명도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이곤 강태오에게 비슷한 의견을 되물었다.
“…해신이 형, 진짜 독하다. 그치.”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태오 형, 안 그러는 척 공감하고 있잖아.”
“형들, 일단 저기 얘기부터 듣자.”
문채민의 정리에 과거 이야기를 시작했다. 별건 아니고, 그냥 짧은 인생 이야기였다.
“거창한 건 없어. 그냥 인터넷에 나온 것처럼 보육원 출신인 거 맞고. 유어돌 생방에서 모셨던 분은 날 돌봐 주셨던 은사님이야. 아, 혜성이 네가 물어봤던 그 녀석은 은사님 손주. 은사님네 자녀 부부분… 그러니까 나한텐 이모랑, 이모부지? 이분들이 외국에 나가 계시거든. 아, 어렸을 때부터 종종 은사님 댁에 놀러 가서 나한텐 가족 같은 분들이야. 완전히 거짓말한 건 아니다? 주형이 녀석도 실제로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고…….”
“…형.”
“…뭐, 뭐야, 너 지금 울어?”
천장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말을 하는데 권혜성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어라? 뭐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돌리자 팔을 들어 제 눈가를 벅벅 비비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묘하게 울먹이는 톤 하며, 푹 숙인 고개가 안타깝다.
“야, 야……. 혜성아, 형 그래도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 나 진짜 남들하고 똑같이 살았다니까? 봐. 내가 무슨 문제가 있어 보이냐.”
아니, 난 멀쩡한데 왜 쟤가 저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유어돌 때도 유일하게 운 게 저놈이었다. 팔을 들어 어깨를 토닥이니 윤명에게서 타박 아닌 타박이 이어진다.
“…권혜성, 저 바보. 달래 줘야 할 사람이 오히려 받고 있네.”
“…그럼 미안한 걸 어떡하라고!”
“그, 저, 얘들아……? 나 뭐 비련의 주인공, 그런 거 아니거든?”
“하아~ 형들 때문에 분위기 다 깨졌네. 그럼 해신이 형, 인터넷에서 본 내용은 전부 사실인 거지? 회사는? 대표님은 알고 계셔? 형, 대표님이랑 미팅 자주 했잖아.”
20살 이인방으로 인해 조금은 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사이로 문채민이 궁금하다는 듯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강태오도 별말은 없었지만, 귀는 기울이고 있는 게 보였다. 안 그런 척 가장 섬세한 면모가 있는 멤버이기도 했다.
다들 걱정해서 이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피식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삐죽 솟아오른 이정원의 눈썹을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신파 찍을 생각은 없었으니 본론은 이제부터였다.
“어, 아, 근데 이렇게 말하면 안 되나? 아신 지 오래된 건 아니고……. 내가 굳이 밝히진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는데…….”
“도대체 뭔데. 너, 아까부터 숨기는 거 하나 더 있지.”
“그래, 형. 나랑 정원이 형은 형이 말해 주는 거 기다리고 있었어.”
“…눈치도 빠르다, 귀신같은 놈들.”
지금까지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던 이유준과 이정원의 눈빛이 변했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 먼저 나서서 추궁했을 녀석들이기에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란 건 알고 있었다.
역시나 뒷일이 있을 거란 걸 눈치채고 있었군. 이러면 오히려 말하기가 쉽다. 그래서 그랬을까. 현장 상황과 어울리진 않았지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미소 지으니 강태윤이 고개를 내저었다.
“…오.”
“…진짜 뭐가 더 있었나 본데?”
윤명의 감탄사와 문채민의 합리적인 의심 뒤로 계획해 뒀던 것들을 꺼내 놨다.
“1시간 안에 공식 기사 나갈 거야. 사실 맞다고. 대신 이 뒤로도 준비된 게 있지.”
“준비?”
“이렇게 된 거, 역으로 이용해 보기로 했거든.”
“…야, 신해신. 너, 이거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으음,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고.”
“도대체 뭔데. 뭘 하겠다는 거야.”
“거창한 건 아니야. 그냥 흐름을 살짝 비틀어 보려는 거지. 내가 많지 않아서 그렇지, 친구가 아예 없진 않았거든.”
“…친구?”
“어.”
아까 팬들의 반응 중에 정답이 섞여 있었다. 동정론, 유어돌에선 쓰지 않아서 도리어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 사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