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화
멤버들과 우리만 남은 방 안에서 서도경이 몸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정리하자면 한 턴 더 돌아야 끝낼 수 있는 싸움 같았다.
“의외네요, 이건 MXP 측에서 한 짓이라니.”
“완전히 둘이 손을 잡았나 본대요?”
김현석에게 이런 의뢰를 한 건 대외적으로 몸집이 큰 MXP였다. 조진만은 모르고 있던 내용임을 확인했다.
“엔필름이라고 하기엔, 자폭의 수위가 너무 컸죠. 아무리 저를 밀어내기 위해 여러분을 건드린다지만 이건 제가 빠진 회사에서 살릴 규모가 아니었습니다. 조 이사네 사람을 픽스한 건 그저 엄청난 우연이었던 거 같군요.”
“그럼 조진만, 그 사람도 이건 모르고 있는 건가요?”
이정원의 돌직구에 이유준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예, 아마 거기도 당황했을 겁니다. 이걸로 본인 위치가 줄어들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한 번 고생해서 괜찮은 기회를 얻은 거죠. 이번 일로 엔필름은 조 이사에게서 발을 빼려 할 수도 있습니다. 분탕 치라고 보낸 미꾸라지가 자신들에게도 흙탕물을 튀기고 있으니. 과감한 선택을 한다면 조만간 사외 이사 자리가 공석으로 비워질 수도 있겠네요. 아, 머뭇거린다면 그때는 신해신 씨가 보내 준 그 파일도 살짝 이용해 보겠습니다. 하나론 애매해도 여러 개가 쌓이면 결국 뭐가 나은 선택인지 고민할 테니까 말이죠.”
“그 파일……?”
윤명의 물음엔 조용히 속삭였다.
“핸드폰 사건, 나 녹음했거든.”
조진만이 욱해서 했던 폭력 비슷한 행위의 녹음본이었다. 이걸로 거긴 밀려나겠군. 김현석의 선택 하나로 사내 귀찮은 인물을 쫓아낼 수 있게 됐다. 거기에 배후는 다른 곳이었지만 꼬리를 잡을 기회까지 생겼다.
“두 곡이나 해서 힘들긴 했지만……. 이런 결과를 받는다니 뭐, 큰 고생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해신이 형, 세졌네…….”
혼잣말을 들은 것인지 윤명이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아무튼 이번 일로 사외 이사 건을 먼저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사태를 빌미 삼아 MXP와 블릭투 쪽도 확인해 보죠. 작게 여러 번 공격하는 것보단, 크게 한 번 무너뜨리는 게 낫잖습니까.”
창가 앞에 선 서도경이 여길 돌아봤다. 그러곤 내 쪽을 보며 눈짓했다.
“신해신 씨가 봤을 때 두 군데 중 첫 번째 타깃은 어디죠?”
저 인간은 알면서 왜 물어보는 거야. 하여간에 참 삐딱한 사람이었다.
“뻔하잖아요.”
옆자리에 앉은 이정원이 여길 쳐다본다. 무던한 얼굴과 눈이 마주치자 한숨이 푹 나왔다.
“규모도 작고, 성급한 구석도 있고, 하물며 곧 사건을 터뜨리려고 할 것 같은…….”
“블릭투. 블릭투부터 치우면 될 겁니다. 구설수든 뭐든 시비를 걸려고 할 테니까요. MXP는 꼬리 자르기가 특기였으니까요. 거길 치면 몸통이 기울겠죠. 그럼 그 다음이.”
“본체. 젠가도 밑부터 빼면 쓰러지는 법. 규모가 크면 클수록 더 와르르 무너지겠죠.”
이정원의 말에 이유준이 재밌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왜, 우리가 악당이 된 기분일까.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짚은 강태오가 공감되는 밤이었다.
* * *
2차 경연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본방송 전부터 여러 이야기가 오갔는데, 무대에 대한 평가가 주력이었다.
[ㅎㅇㅅㅇ 크라운게임 2차 뒤졌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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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 프로그램치곤 무대 규모가 점점 커지는 듯
소품도 짱짱하고, 카메라 워킹 살려서 라이브로 원테이크 가는 게
미친 것 같았어 이게 바로 슈스의 맛인가
1차 경연에서 개같은 결과 받고 다들 이왜진??? ㅋㅋㅋㅋㅋ
이지랄 났었는데, 얘들아 이번엔 바닥 안쳐도 될 것 같아!
진짜 계란 들고 가야 하나 했더니 묘하게 몸 사릴 것 같은 너낌? ㅋㅋㅋ
시발… 원래 이게 정상인데, 이번 제작진 뒤구린 냄새 쩐다
에휴 이러면 또 정병이니 뭐니 하면서 응 망상 작작해~ 이러는 망붕러들 있겠지
현장 1차, 2차 다 뛴 사람으로서 까들 말이 맞겠니 라이브로 보고 온 내가 맞겠니
아무튼 잡담은 여기까지로 하고 이번 무대에 대해 살짝만 얘기해줄게
나 내가 하이눈이기는 하는데, 진짜 객관적으로 다른 무대도 제대로 봤어
정 안 믿기면 내 게시글을 훑어봐라 나 겸덕 많이 해서 타돌도 칭찬 잘하니까
일단 선곡에서 개개개놀라긴 했는데, 뭐 경연 프로그램이 그렇지 ㅎㅎ
전부 랜덤 아니었겠어? 저번 화 막바지에서 가든 씨가 선곡 뽑고
노 당황한 것도 웃기고, 다른 멤버들이 아, 이걸 어케하지 하는
표정 지은 것도 웃겼잖아 ㅋㅋㅋㅋㅋ 맞다, 선생님들 여기서 제가
런이프 배척한다고 꼬아볼 분은 없으시죠? 저 런이프도 공방 뛰었을 정도로
좋아하거든요 ㅜ 근데 다들 알잖아 걸 그룹 섹시풍 노래 잘못 편곡하면
풍자했다느니 비꼬았다느니 하면서 오버 쩌는 악플들 줄 서는 거 ㅜㅜ
컨셉이랑 편곡 소화할 것 생각하고 팬들도 아찔했는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암담했겠어. 하지만 이렇게 개같이 멸망할
우리 애들이 아니지. 무대 진짜 쩔었다. 노래 분위기 와꾸에 맞춰서
편곡한 것도 천재적이었는데 가사에 컨셉이랑 스토리텔링 부여한 게 걍
취저 하이패스로 찍고 감 ㅋㅋㅋㅋㅋㅜㅜㅠㅠㅠㅠㅠㅠ
이게 이런 식으로도 진행이 되는구나 남돌 특유의 파워풀한 안무 살리면서
런이프 대형이나 포인트 안무 핵심으로 갖고 가는 묘한 텐션
잘 어울리게 연출한 거 걍 미쳤다고 이마만 때렸잖아 ㅜㅜ
방청 끝나고 집에 오니까 내 이마 부어있던데 이거면 모두 믿어줄래?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하이사인만 잘했단 건 아니야. 인클루 지원겸 진짜
폼 개미쳤었고, 연륜도 묻어나면서 자기네가 잘하는 주력 장르로 완벽하게 소화해냄
아 괜히 선배님 선배님 하는 게 아니었구나 하고 입 벌리고 쳐다봤잖아
디레스트도 1차에서 견제당한 거 갚으려고 했는지 이 꽉 깨물었더라.
근데 아직도 얘넨 묘하게 풀파워가 아닌 느낌이 나서 신기했어
진짜는 3차부터다? 이런 뉘앙스?? 원더보이즈랑 얼티밋 나인도 1차 때 후려침 당한 거
비하면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능숙했는데. 원더보이즈 같은 경우엔 짬이 느껴지는 무대에
얼티밋 나인은 원래 잘 안 하던 컨셉까지 해 줄 정도로 노력했던 거 보이더라 ㅠㅜㅠㅠ
블릭투도 괜찮긴 했는데……. 나 솔직하다고 위에 적어놨지? 우리 애들이랑
자꾸 붙여서 그러는 게 아니라 얘네 이번 무대 내 취향이 아니었음
원곡도 2군 걸 그룹의 흥행곡 중 하나였던데다가 화려한 컨셉 가져와서 보는
맛도 짱짱했는데…… 이상하게 뭔가 안 어울린다??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
뭐, 앞서 말했듯이 개인 취향이니까 여기에 대고 내 새끼 빠느라 남의 새끼
후려친다느니 하는 댓글은 안 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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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눈인 사람은 맞는 것 같으나 공정한 의견을 펼치는 팬이었던 것 같았다. 길어지는 스크롤에 자세히 살펴보면서도 핵심을 파악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정확하게 알고 있네.”
블릭투가 우리에게서 훔쳐 간 컨셉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를 알아냈단 것이다. 팬덤과 대중들도 원곡을 알고 있다면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이라곤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눈치채서 신기하단 마음이 앞섰다.
“이렇게 되면 우리야 편하지.”
빼앗겼단 이야기를 당장 할 순 없겠지만, 나중에 모든 사실이 밝혀진 이후론 그 이야기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었다.
이유준의 말처럼 차근차근 하나씩 젠가를 뽑아내어 정신을 차렸을 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도록 하는 중이었다.
글쓴이는 우리 편일 테니까, 여긴 넘긴다 치고. 혹시 모를 다른 이들의 의견을 보기 위해 댓글과 타 SNS를 확인했다.
우리를 욕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다행히도 부정보단 긍정이 압도적이었다.
- 나도 다녀왔는데, 하이사인 이번에 진짜 잘했음. 솔직히 1차 때 결과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람으로……. 이번엔 제대로 점수 주겠다고 믿어본다
- 아 나 우리애들 보러 갔다가 얘네 무대보고 걍 기절함 이게 케이팝인지 마술 무대인지 이 복잡한 동선 외우면서 마술까지 배운 이너준 당신은 도대체 ㅠ
- 하이사인 무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스토리텔링이 존나 확실해 컨셉추얼 돌은 것에 비해 음원은 대중적으로 뽑아서 재밌다고 해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
- 난 팬들이 좋아하는 거 꾸준히 해주려고 해서 좋던데 ㅋㅋㅋㅋㅋㅋ 오타쿠 취저 한 번씩 땡겨줄 때마다 메이터스 마케팅 붙잡고 뽀뽀해주고 싶음
- 응 그래봤자 자본빨~ 솔직히 매번 이렇게 경연 나와서 양민 학살하는 거 너무 별로임 ㅋㅋㅋㅋ
- 우리도 별로인데 유어돌에 이어서 크라운 게임에서까지 마주친 이민석은 얼마나 좃같을까 ㅠ
- 윗 댓 먹금 쟤네 랜드도 아님 걍 랜드인 척 까야 ㅋㅋㅋㅋㅋ 계정 세탁할 거면 제대로 하고 오지 블릭투 좋아하시나 봐요 예전 댓삭은 안 되어 있더라
- 와 난 지원겸 무대보고 대가리 팍팍 쳤는데. 근데 신해신에게서 요즘 지원겸 신인 때 냄새가 남 ㅋㅋㅋㅋㅋㅋ 둘이 친하게 지내더니 닮아가는 건가? 춤 노래 비주얼도 그렇고 육각형 멤에 가깝다는 것도 그렇고 리더 포지션까지 너무 비슷해서 약간 흔들림
- 구 클러스터로서 공감한다 ……그래서 내가 겸프였다가 해프가 된 건가?
본방송이 진행된 이후론 그 의견에 힘이 실렸다. 티위터 실트에도 오르락내리락하며 무대 클립들이 돌아다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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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이너준단 할 것을 맹세
나의 으른백조 ㅠ 나의미남도둑 ㅜ
유준이 널 위해서라면 백번도 더
도둑맞을 수 있어 ㅠㅜㅠ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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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이 센터로 잡으니까 채민이도
확 눈에 띄더라 1차 때부터 엉아들이
막내 많이 보여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
특유의 쫜득한 랩이 걍 귀에 때려박힘
발음 들리는 게 거의 내 마음속 아나운서임
딕션 미치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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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하이사인 퍼포 존나 재밌었다 ㅋㅋㅋㅋ
4분 어떻게 갔는지 기억도 안남
카드 슉샥하면 고양이처럼 고개도 같이 돌아감 ㅋㅋㅋㅋ
눈보다 손은 빠르다냐고 ㅜ 미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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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무대 점점 더 능숙해지네
라이브는 그냥 기본으로 깔고가고
다들 데뷔 후 폼 완전 자리 잡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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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는 고음 파트하던 저음 파트하던
중심 잡아주는 저게 미쳐 대중들이 좋아하는
목소리라서 딱 무게가 깔려 있고 거기에
포인트 되는 해신이랑 상반된 느낌인데 안정적인 명이 호흡이
걍 미쳤다고 할 수 있다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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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하면 저 삼인방인 댄브하면 혜성 태오지
태프로서 이런 경연 나올 때마다 쟤네가 주는
화려함이 얼마나 멋진 지 알려주고 싶음 ㅜㅜ
댄브 전엔 밸런스 잡아주는 것도 쩔고
치고 빠지는 춤선이랑 호흡 맞추는 것도 팬들이 기절하는
포인트 중 하나잖아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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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사인은 스타일이 다른데 합이 잘 맞는
애들이 많아서 신기한 것 같음 래퍼 둘이 그렇고
댄스멤들도 그렇고 보컬까지 걍 원래 이렇게
한 그룹으로 태어난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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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에서 조작과 밑 작업으로 인해 밀린 결과도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였다.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갔으니 그다음 목표는 1위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크라운 게임 우승, 그건 우리가 해야겠다. 1위 탈환 이후 파이널에선 굳히기 작전까지 들어갈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