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239화 (238/328)

239화

크라운 게임 3차 경연 녹화 날 아침이었다. 대기실로 들어온 권혜성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박~”

“그래서 어떤데. 얼른 말해 봐.”

“태오 형, 성격 무진장 급해졌다?”

강태오의 물음에 머리 뒤로 뒷짐을 진 권혜성은 나와 이정원이 앉아 있던 소파를 비집고 착석했다.

“해신이 형, 저기 완전 제대로 먹힌 것 같은데?”

“아, 됐다.”

권혜성의 말 한마디에 긴장이 싹 풀리는 듯하다.

경연 바로 전날인 어제 저녁, 서도경에게 연락이 왔었다. 사건 해결을 알리는 시작과 동시에 최한성의 전 여자 친구에게 확답받았다는 이야기였다.

‘해 주시겠대요?’

‘네, 최한성 측에서 법적 다툼으로 시비를 걸 것을 대비하여 저희 쪽에서도 법무 팀을 붙여 주기로 했습니다. 신변 보호와 원하는 사례를 제시했더니 수락하더군요.’

아슬아슬한 타이밍까지 고민하는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서도경의 물량 공세와 안전에 대한 보장이 효과가 있었나 보다. 사실 그것보단 최한성 몫이 컸을 것 같기도 했다.

“…나 같아도 나한테 엿 먹인 전 남친이 내숭 떨면서 잘 먹고 잘 사는 모습 보이면 복수하고 싶지.”

과거 했던 행적과 달리 얌전하고 어른스러운 캐릭터로 방송에 나오고 있었으니까. 맏형이라는 걸 강조하여 이미지 메이킹 했던 게 그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 모양이었다.

다른 게 자업자득인가, 이게 바로 자업자득이다.

아무튼 전 여자 친구의 허락도 받아 낸 메이터스 측에선 본격적인 뒤집기의 막을 열었다. 가장 처음 오픈한 것은 솔라 미디어 측과 협력하여 낸 공지였다.

메이터스 측에선 사건이 발발하자마자 이정원 관련 루머가 거짓이라고 규명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증거를 내놓으라는 네티즌과 더불어 사건이 열린 지 얼마 안 됐다는 문제로 미미하게 끝난 전적이 존재했다.

과거 메이터스의 공지에 힘을 실어 주고자 했던 게 김찬규와의 컨택이었다. 이정원과 김찬규는 사이가 좋았으니 그걸 밀어 이정원의 소문을 하나 제거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어찌 됐든 솔라 미디어는 김찬규네 삼촌이 대표로 있던 곳이었고, 회사 이미지와 더불어 언젠가 데뷔하게 될 김찬규를 위해서라도 솔라 미디어는 메이터스의 협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무언보다 1등 공신은 그 녀석이지. 김찬규, 자신도 해명 글을 써 오해를 푸는 데 보탬이 되겠다는 걸 뜯어말리느라 진땀을 뺐을 정도였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제 삼촌을 설득하여 허락을 받아 냈다.

그로도 모자라 은근슬쩍 자신의 과거 사진이라며 이정원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유출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딱 잡아뗐지만, 너무 투명한 행동에 웃었던 게 바로 어제저녁이었다.

[솔라 공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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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랬잖아!!!!!!!!!!!!!

메이터스에서 공지 때렸을 때도 억까 오지더니

미친아 다 딱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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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라 손절 치려다가 한 번만 봐준다

- 회사 이미지 때문에 그런 거 아님?? 유어돌 때 사이 안 좋아 보였던 건 사실이었잖아

- 아직도 너넨 엔넷을 믿냐?? 남현욱이 조금 더 맑은 물에 살 뿐 같은 미꾸라지는 맞거든요 ㅜㅜ

- 강도가 현금만 훔치고 카드는 두고 갔다고 고마워 할 애들이네;; 정신차려;

- ㅇㅇ 공지만 봤으면 쇼한다고 넘기려고 했는데 얘네 증거 찐으로 나옴 티위터에 봤다

- 솔라 연생들 옛날 사진이지? 나도 봄 미자 정원 존나 귀여움 ㅜㅜㅠㅜㅠㅜㅠㅠ 그 옆엔 더 미자 찬규가 함께 있다 사이 개 좋아 보이더만 그게 나쁜 거라고 하면 나랑 우리 언니는 시발 웬수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시발 풀 거면 좀 빨리 풀지 메이터스 너네 이따구로 일할래??????

- 그래도 다행이다 3차 촬 전에 풀려서 ㅜㅜ 방청석에 정병들 지랄할 거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걍 넹글 돌아버림

- 탈빠각이니 뭐니 싸불치던 애들은 그대로 갈 길 가자~ 며칠이나 됐다고 말도 안 되는 억까 하던 거 지긋지긋함

- 그럼 번앤유는? 지금 말 나온 건 ㅇㅈㅇ이 ㄱㅊㄱ랑 사이가 나쁘지 않았단 것 뿐이잖아 그거랑 전 소속사는 노상관아님?

- 인정 팩트는 거기지 ㅋㅋㅋㅋㅋ무논리로 물 흐리지 말자 중요한 건 전 소속사에서 인성질해서 데뷔조 폭망 쳤다는 거야~

- 아 연애하는 남돌 안 빨아요~ 과거든 현재든 연생이랑 붙었다는 게 괘씸죄 내 구빠가 그랬다 ㅋㅋㅋㅋㅋ 이젠 안 그럴 거 같지? 빠순이가 주는 돈으로 여친 백사준다니까? 정신 차려 얘들아~

일단 김찬규과 솔라 미디어에 관련된 루머는 잡힌 상황이었다. 그 상태에서 남은 것들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갔다.

가장 중요한 몸통은 마지막으로 넘겨 놓고 두 번째로 오픈했던 것이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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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번앤유 데뷔조 아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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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이 번앤유에서 데뷔조가 아니었다는 소문을 흘린 것이었다. 원래 인터넷이란 게 전부 그런 거였으니까. 작은 티끌 하나만 던져 주면 순식간에 부풀곤 했다.

처음 당했던 점을 이용하여 같은 방식으로 되돌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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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임? 그럼 번앤유 도산 이런 거

다 상관없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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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내가 말했지 정원이가 무슨

양귀비도 아니고 일개 연생이

회사를 말아먹냐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애 기가 세서 그렇지

규칙 하나 안 어기는 칼인간이거든요 ㅜ

미친 놈들아 다 캐해 다시 해와

너넨 빠라고 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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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가 없잖아 아직 중립 기어 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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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이밍에 맞춰서 새로운 파일을 풀었다. 서도경이 아슬아슬하게 컨택한 최한성의 구 여친에게서 받은 이미지였다.

만날 당시 나이를 속인 건 맞았으나 연습생 신분이란 건 속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메신저를 통해 자신이 데뷔조이며 곧 데뷔할 거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처음엔 프로필이 오픈되고 나면 거짓말을 했던 것이 들통날 텐데, 무슨 깡으로 그런 짓을 벌였나 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최한성의 이 행동이 앞날을 위한 밑밥이었음을 알게 됐다.

자신이 데뷔하기엔 그룹 이미지와 나이가 동떨어져서 프로필을 속여 데뷔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엔 여자 친구를 속이기 위해서 사진까지 보여 주며 과시를 했던 것 같은데. 헤어지고 난 뒤 악만 남은 여자가 우리에게 이 사진을 제공할 줄은 몰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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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 ㅇㅈㄹ 인터넷에 풀렸다 당시 번앤유

데뷔조 연생 사진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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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기 어디에 이가든이

있는데요? ㅜㅜ 안그래도 우리 애

저 실력으로 데뷔조도 못들어간 거 빡치는데

ㅋㅋㅋㅋ이젠 누명까지 씌워서 욕 쳐먹였네

아 엄마 나 억울해 ㅜㅠㅜㅠㅜ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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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뭐냐 너넨 좀 중립 좀 그만 박고

앞으론 현실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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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찐이네 대박 재밌게 흐른다ㅋㅋㅋㅋㅋ

남의 집 불구경 개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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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앤유 데뷔조라고 뜬 사진 속에 이정원이 존재할 리 만무했다.

데뷔조 사진이 아닐 수도 있지 않냐는 헛된 주장도 있었지만, 등 뒤로 찍힌 연습실 벽 너머의 회사 로고와 번앤유가 사라지기 조금 전의 날짜가 찍힌 이미지로 인해 대다수가 이야기를 믿기 시작한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사진 한 장으로 미묘한 흐름이 전개됐다. 바로 사진에 찍힌 남자 중 센터에 서 있던 최한성 때문이었다.

다들 기분이 이상하겠지. 최한성이라고 하기엔 힘들지만, 자꾸 겹쳐 보일 테니까.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최한성에겐 최초로 풀린 과거 사진이기도 했는데 그걸 본 블릭투 팬덤에서는 불안해 보이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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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시발 저기 저 남자 왜 ㅎㅅ이 닮은 것 같냐???

남의 집 개싸움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ㅋㅋㅋㅋㅋ 설마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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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 작작;; 눈코입 달렸다고 같은 사람이면

나도 존나 예쁜 여돌이랑 같사람임?

진짜 물 흐리기도 가지가지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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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ㅎㅅ이랑 ㅇㅈㅇ 같이

연생했다는 썰 들은 적 있는데 저 남자 때문에

오해받은 듯 묘하게 닮은 분위기 나잖아

근데 동일 인물은 아니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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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 퍼뜨리는 사람들 전부 피뎊 땄습니다

회사로 메일 보냈으니까 입조심

다들 금융치료로 정신 뜯어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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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어지는 화력 속에서 새로 풀어낸 것이 오늘 아침의 자료였다.

- ㅁㅊ아 개꿀잼 뉴스 연달아 나옴 하이사인 정원 억까 전부 구씹으로 판명남 ㅋㅋㅋㅋㅋㅋㅋ 아 없는 소문 만든 건 봤어도 다른 사람이 한 일 남한테 뒤집어씌운 건 처음 보네 케이팝 팬덤 존아 재밌다 아~ 하루하루가 아주 불꽃놀이임 불꽃축제 왜 가냐 여기가 여의돈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무슨 소리야? 나 지금 자다 깨서 머리 안 굴러가 이정원 억까는 또 뭐고 뒤집어 씌운 건 뭔 솔?

- 이정원 번앤유에서 인성질 한 적 없다고 함. 데뷔조도 아니었고 실제 연생 기간 개 짧았음. 회사 빠그라진 것도 이정원 탓 아니고, 연생이랑 연애했던 적도 없다고 밝혀짐. 김찬규랑 솔라 측에서 이정원이랑 불화 이런 것도 일절 없었다고 어제 깠잖아? 여기서 꿀잼인게 이정원이 욕먹었던 것들 다 했던 장본인이 따로 있었음. 그게 누구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블릭투 최한성~

- ??????? 블릭투 최한성?? 내가 아는 그 크라운 게임 블투 최한성?

- 개뜬끔포 인간 등장

- 빼도 박도 못하는 게 얘 구 여친 등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사인 팬덤에서 뒤집어씌운 억까 가능성도 엿봤는데 가망 없음 최한성 과사, 메시지 나눴던 기록, 과거 사고 쳤던 파일 다 풀림

- 주님 이렇게 오늘도 남돌 한 놈이 갑니다

- 생태였던 줄 알았던 내 새끼가 동태였단 사실에 대하여

- 동태한테 사과해라 이 정도면 촉법소년 문제로 8시 뉴스감임

- 야 잠깐만 그럼 어제 풀린 그 데뷔조 과사 센터 인간 그거 최한성임???? 느낌이 다르잖아;;

- 응 의느님

- 오늘도 의느님에 대한 존경만 샘솟는다 교묘하게 잘 만져주셨네

- 신분 세탁 한번 치밀하다 거의 범죄와의 전쟁ㅇㅏ니냐고

- 오늘 크겜 녹화날이라고 들었는데 블릭투 팬덤애들 탈빠마려운 거 아니야? ㅜㅠㅜㅠ

- 나였으면 방청 때려치고 나감

- 왜 나가냐 그 꿀잼을 나 같으면 탈빠하기 전에 구쉽새기 한 번 더 보고 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갖고 있던 모든 파일을 풀었다. 그건 몸통이라고 자부한 최한성의 전 여자 친구가 보내 준 증언과 증거물 그리고 내가 과거에서 찍었던 서류 파일 이미지였다.

이걸로 이정원에 대한 포커스는 전부 최한성 쪽으로 넘어갔다. 이정원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 줌과 동시에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린 이후였다.

고생했다, 이정원. 티위터 실트가 모두 관련 사건으로 덮인 것을 확인했다.

주변을 염탐하고 돌아온 권혜성의 반응만 봐도 성공적인 뒤집기였다.

“그래도 아직 끝난 게 아니지.”

“해신이 형, 오랜만에 하드 모드네.”

“…이번에 확실히 치우려는 거 아니야? …지겹긴 했잖아.”

맞다. 윤명의 말이 정답이었다. 이번 기회로 최한성을 치운다. 그리고 파이널에선 블릭투와 MXP의 꼬리를 잘라 버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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