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화
모니터링하고 있는 화면 위로 블릭투와 인클루의 합동 무대가 나왔다. 아, 그러고 보니까 저기랑 같은 팀이었지. 인클루에서 래퍼 포지션을 맡고 있던 공태서의 얼굴이 스쳐 지나감에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침부터 핸드폰을 울리던 지원겸의 연락이 이해됐다. 대충 고지 정도는 해 줬던 것 같은데, 놀란 모양인지 끊임없이 통화를 시도했었다.
“…그래서 그렇게 전화를 했던 거였구나.”
바쁜 탓에 메시지를 보내 놓고서 지금까지 마주치지 못한 상태였다. 오프닝 녹화에선 카메라가 돌고 있었으니까. 할 말이 많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얼굴이 떠올랐다.
“나중에 귀찮겠네.”
인클루의 하드 캐리로 무대 자체는 상당히 퀄리티가 높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멘토로 나왔던 공태서와 랩과 보컬을 같이 하는 포지션이었던 박선빈이라고 불린 남자가 전체 흐름을 이끄는 구성이었다.
문채민과 이유준의 눈이 모니터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는 걸 보면 상당한 실력자들임은 분명했다. 격한 비트에 지겹지 않도록 짜서 넣은 플로우가 리듬을 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와, 장난 아니다. 그렇지, 형.”
“어, 근데 블릭투 쪽 멤버는 메인 래퍼가 아닌 선빈 선배님에게도 휘둘리네. 완전히 말렸는걸.”
이유준의 이야기에 블릭투의 멤버를 쳐다보게 됐다. 긴장한 걸까, 아니면 이틀간 있었던 일들도 감정이 상해 있던 걸까. 다소 딱딱한 얼굴로 스테이지를 걸어가고 있었다.
실력은 괜찮은 걸로 보이는데. 묘하게 공태서와 박선빈에게 휘둘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점수와 상관없이 실력으로 눌러 버리겠다는…….
“혹시 그거인가.”
아무래도 내게 미리 이야기를 들었던 지원겸이 공태서와 박선빈에게 이번 무대에서 쟁취해야 할 것들을 알려 준 것 같았다.
블릭투 놈들 때문에 페어 점수를 얻을 가능성은 적을 테니까. 자신들의 실력에 대해서만 반박하지 못할 정도로 무대를 장악하고자 한 것이다.
“하여간에, 머리는 끝내줘요.”
대기실 어딘가에 있을 지원겸의 얼굴이 떠올렸다.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젓는데, 곁에 있던 권혜성이 의아하단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형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맞아. 그래도 미리 알려 드리길 잘한 것 같네.”
“나 같았으면 끝까지 비밀로 했을 텐데. 해신이 형은 참 무른 구석이 있단 말이야.”
“…근데 그거 덕분에 여태까지 일이 잘 풀렸던 거잖아.”
“뭐, 이번엔 윤명, 네 말에 공감해.”
스무 살 둘의 대화를 듣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몰려들 후폭풍도 모르고. 그래, 차라리 그쪽은 모르고 있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그때, 이정원에게서 이상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무대를 보며 재밌다는 듯 미소 짓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 이정원을 확인한 강태오가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뭐야, 왜 또 그래?”
“저 형도 참 독하다 싶어서.”
“이정원? 쟤가 왜… 아.”
그제야 모든 사태가 파악됐다. 방금 블릭투와 인클루의 합동 무대에서 실수가 발생했다.
블릭투 녀석이 가사를 절었다. 박자가 밀리면서 꼬인 혀에 당황한 듯 비트가 비며 MR만 이어졌다.
“생방송이었으면 끝이었겠는데.”
“그래도 사녹이잖아. 다시 하지 않을까.”
“스테이지 점수는 이걸로 가니까, 손해야. …어, 멘토님이 무마한다.”
멤버들의 대화를 듣고 다시 돌아본 화면 너머에선 공태서가 랩을 하고 있었다.
블릭투 멤버의 파트를 외우고 있었는지 본래 자신의 몫이었던 것처럼 매끄럽게 받아들였다. 그사이 빈 공태서의 더블링을 해 준 건 박선빈이었다.
턱을 괴고 있던 이유준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혼잣말을 내뱉기 바빴다.
“랩 유닛 무대를 했어도 좋았겠는데…….”
우리 팀에 독한 놈은 한 명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곧 이어질 차례와 상관없다는 듯, 호기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 * *
“저기 대박 뒤숭숭한데?”
“쉿, 야, 다 들린다.”
크라운 게임 3차 경연 날이었다. 운이 좋게 당첨되어 방청하러 온 것까진 좋았는데.
얼마 전 터졌던 이정원의 루머에 이어 블릭투 최한성 관련 이야기가 무성하니 주변은 온통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 은비랑 같이 왔어야 했나.”
본인은 떨어졌다며 내게 잘 다녀오라 말하던 친구의 모습이 생생하다. 어제저녁 뜨거웠던 타임라인을 보고 새벽 내내 연락했던 박은비였다.
현장 분위기를 궁금해하던 것 같았으니까. 핸드폰을 들어 톡을 남겼다. 대기라도 타고 있었던 건지 얼마 가지 않아 오는 답장에 놀라워했다.
정소윤 [은비야, 여기 대박 난리 남. 블릭투 팬덤으로 보이는 진영 지금 완전 초상집이야. 다른 사람들도 계속 수군거리는 중. 방금 두 번째 유닛 무대 종료됐거든. 블릭투랑 인클루 나왔더라.]
박은비 [ㅁㅊㅁㅊ 블릭투랑 인클루? 최한성 걔 나옴? 얼굴에 철판 미쳤네 망할 새끼 남한테 지 일 다 떠밀어놓고 희희낙락 무대를 기어 나와? 아주 가루가 되도록 까여야지 아 나도 갔어야 했는데!]
길게 이어지는 욕설을 보니 차라리 못 온 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대충 화라도 가라앉히라며 박은비가 들으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해 줬다.
정소윤 [인클루가 무대 거의 이끌더라. 공태서랑 박선빈이 잘했어. 상대가 가사 절은 것도 전부 무마해주던데? 아마 점수는 안 높을 거야.]
박은비 [?? 블릭투 가사 절었어? 얘네 랩 유닛이었잖아 헐 돌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소윤 [라이브였는지 사운드가 비는 게 다 들리더라고. 둘이 바로 끼긴 했는데, 방청석에서 알 정도였으니까. 재녹화해서 본방에선 안보일 수도 있겠지만, 방청 후기 다 돌지 않을까? 뭐 괜찮겠지.]
박은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천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
신이 난 박은비로 인해 진동이 끊이지 않았다. 하긴, 그동안 하이눈이라면 속 좀 태운 사태였다. 공감 가는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를 지켜봤다.
그사이 모든 정리가 끝났는지 스태프로 보이는 남자가 제작진 진영을 향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새로 깔린 세트장을 보아 뭔가 재밌는 게 나올 것 같았다.
“꺄아악!”
“류정! 정오야!”
“아, 미친! 해신아! 정원아!”
허리 숙여 인사하며 등장한 네 명의 남자가 있었다. 사방이 환호성으로 시끄러웠다.
드디어 우리 애들 차례구나. 얼티밋 나인의 멤버 2인과 함께 신해신과 이정원이 나타났다.
그간 마음고생 좀 했을 텐데, 멘탈이 강해진 건지. 멀끔한 외관의 신해신이 눈에 띄었다. 이정원은 걱정 끼쳐서 미안했다는 느낌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류정이 대표로 마이크를 든 이후였다. 까맣게 암전된 무대에서 부산스러운 움직임들이 이어진다.
…그나저나 애들은 무슨 무대를 하는 거지? 거기서 호기심이 샘솟았다. 보컬 유닛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발라드라고 하기엔 묘한 복장이었기 때문이다.
포마드로 넘긴 단정한 스타일과 자연스러운 쉼표 머리가 섞인 조합이었다. 단추를 몇 개 푼 셔츠와 정장 바지, 굽이 낮은 검정 구두가 이질적으로 보였다.
앳된 인상의 오정오와 넥타이를 매고 있던 이정원은 서스펜더를 끼고 있었는데, 도무지 그게 보컬과는 연관이 되지 않았다.
발라드를 부를 줄 알았더니, 예상외의 선곡이라도 했는지 은근히 기대감이 샘솟는다.
세워진 가로등과 벤치 그리고 가게로 보이는 야외 테이블들이 눈에 띄었다. 팟- 하고 켜진 조명 아래에서 각자 자리를 차지한 채, 할 일들을 하는 모습이었다.
커다란 스크린 너머로 밤하늘이 비치고, 근사한 유럽의 야경을 보여 줬다. 그 위, 클래식하면서도 멋스러운 폰트가 슥슥 글씨를 써 내려갔다.
[비가 내리면 나와 춤을 춰 줘요.]
빗소리와 함께 이어진 멘트가 사방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비가 내리면 나와 춤을 춰 줘요.’ 이건 나도 잘 알고 있는 노래였다.
힐끔, 스테이지 한쪽 구석에 서서 무대를 보고 있던 사람을 확인했다. 크라운 게임의 MC이자, 국내에선 솔로 여가수로 탑을 찍었던 안지하였다.
지금 이 노래는 저 안지하의 히트곡이었다. 몇 년 전, 가을 무렵에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음악 사이트에서 상위권을 석권하며 많은 이들이 즐겨 들었던 걸 떠올렸다.
그래서 이 노래를 한다는 거야? 대담한 선택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곡이 어쿠스틱 팝에 가까웠던 터라 보컬 유닛에서 이걸 골랐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쏟아지는 빗소리 너머로 MR이 흘러나왔다. 나도 잘 알고 있는 잔잔하면서 스윙 재즈가 가미된 미디엄 템포였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펼쳐 보고 있던 류정이 고개를 들었다. 뭐지? 탁, 양손으로 신문을 접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순간이었다.
화려한 피아노 반주가 이어졌다. 완전히 탈바꿈한 분위기 속에서 몸을 틀어 다리를 꼬며 저음의 첫 소절을 불렀다.
- 뭐가 그리 무섭나요
그런 표정은 어울리지 않아요, 당신
두려움이 담긴 두 눈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해요
그런 류정의 근처로 걸어 나온 남자가 있었다. 바로 신해신이었다. 테이블 인근에 설치된 차양 아래에서 비가 내리는 바깥을 구경하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둥둥둥- 이어지는 드럼 소리가 빗소리와 섞여 로맨틱한 무드를 만들어 내고, 그에 맞춰 리듬을 타며 손으로 박자를 맞춘다.
특유의 허스키한 음성이 소울풀한 블루스처럼 들렸다. …잠깐, 블루스? 여기서 원곡과의 차이점을 발견해 냈다. 이 무대, 안지하가 담백하게 불렀던 그전과는 전혀 다른 그루브다.
해외 팝송 같은 뉘앙스로 묵직한 베이스를 자랑했다.
- 비가 오기 전 구름낀 하늘처럼
근심 어린 눈빛이 나를 슬프게 해요
무엇이 당신의 이지를 흐리게 만드는 건가요
모든 고통을 짊어 안아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요
신해신이 스텝을 밟은 뒤 몸을 움직였다. 식당의 건물을 연상시키는 벽 너머로 두 명의 백댄서가 합류한다.
가벼운 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은 그들이 신해신의 양 사이드에 서서 퍼포먼스를 보였다.
길게 뻗은 팔다리와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시선, 젠틀한 동작이 마치 하나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반대편 공간에선 빅 밴드로 보이는 사람들이 올라탄 단상이 미끄러져 나오고 있었다. 관현악기의 세련된 울림이 현장을 사로잡았다.
그 앞으로 우산을 든 사내가 이동한다. 슬쩍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하며 고개를 내보이는데, 바로 아래 있던 것은 얼티밋 나인의 오정오였다.
우산을 들고 뒤로 합류한 신해신 그리고 류정과 함께 무대 정중앙까지 걸어간다.
낮게 깔린 류정의 저음이 베이스가 되고, 허스키한 음성의 신해신이 중간 음을 자처하며, 단단하지만 특성이 강한 오정오와 화음을 이뤄 냈다.
- 나는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요
당신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가장 큰 보석이에요
보석이 떨어지는 듯한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쓰고 있던 우산을 접는 동작 하나까지 퍼포먼스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탁, 같은 자세로 끈을 둘러 묶고 접힌 우산을 크게 한 바퀴 돌렸다. 측면을 보인 상태에서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세 남자에 객석은 온통 술렁거리고 있었다.
“아, 시발, 개멋있다.”
바로 옆에서 터져 나온 음성에 공감하는 바였다. 아마 모두는 근사한 남자와 로맨스를 찍는 듯한 기분에 물들어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연은 저기 있는 멤버들 그리고 현재 이 무대를 보고 있는 우리였다.
허밍을 내는 오정오의 뒤에서 방청객들을 향해 손을 내민 류정 그리고 신해신이 바로 그 증거였다.
- 비가 내리면 나와 춤을 춰 줘요
마림바의 여러 가지 소리 속에서 빅 밴드 드럼의 비트가 잘게 쪼개졌다. 그리고 그 틈을 리드미컬한 박자의 보컬이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높으면서도 흔들림 없는 듣기 좋은 미성이다. 이정원이었다.
오정오의 펼쳐진 우산을 받아 들곤, 벤치에서 몸을 일으킨다. 비가 와도 상관없다는 듯이 크게 팔을 내젓는데, 휙 하고 던져진 우산 아래에서 씨익 길게 미소 지었다.
- 당신의 두려움을 함께 씻어 내고 싶어요
한 걸음 내딛으면 내가 박자를 맞출게요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이정원이 이런 장르도 잘하던가. 능숙하게 고음을 치고 올라가는 음정은 매끄러웠다.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싸비를 해내며 벤치에서 발을 돌린다.
측면에 다가온 신해신에게 손을 뻗어 페어 댄스를 췄다.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가벼운 스텝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코러스를 깔아 주는 류정과 오정오가 음색에 맞춰 어깨로 리듬을 탔다. 셔츠 차림인 두 명의 멋진 사내가 구애하는 듯한 얼굴로 객석을 돌아봤다.
쏴아- 이어지는 빗소리가 가슴 한구석을 쓸어내렸다.
- 반 바퀴만 돌아서 내게 손을 내밀어 줄래요
음악은 빗소리면 충분해요
어때요 괜찮죠 우리만의 작은 축제예요
- 튀어 오르는 물방울을 관객 삼아
그렇게 나와 춤을 춰 줘요
- 노래는 내가 부를게요 춤도 함께 출게요
당신이 할 일은 하나뿐이에요
나를 보고 활짝 웃어 주세요
오정오의 파트를 시작으로 류정 그리고 다시 신해신으로 턴을 돈 보컬이었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음색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밸런스를 맞췄다.
그때, 빅 밴드 반대편에서 새로운 단상이 밀려 나왔다. 그 위에 있던 여성 세 명이 코러스를 깔았다.
풍성해진 화음 속 노래를 부르던 멤버 넷이 가운데로 모여든다. 이정원이 센터로 치고 나온 순간, 천장 위쪽에서 천천히 물방울이 떨어졌다.
가볍게 분사되는 물줄기가 순식간에 스테이지 위의 네 명을 적셨다. 낮은 신발 굽이 바닥을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섞이고, 그대로 이정원의 보컬이 시작됐다.
- 비가 내리면 나와 춤을 춰 줘요 (Woo-)
당신의 두려움을 함께 씻어 내고 싶어요
한 걸음 내딛으면 내가 박자를 맞출게요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오정오와 류정이 느릿한 템포의 안무를 추며 이정원의 백 보컬을 자청했다.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맑은 미성과는 또 다른 묘미를 보였다.
풍성해진 사운드 속에서 빅 밴드도 화려한 연주를 이어 갔다.
-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지금 이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요
당신의 고통을 짊어지더라도
그 웃음을 지켜 주고 싶어요
물에 젖어 축축해진 머리카락을 넘긴 신해신이 손을 뻗으며 미소 짓는다. 탭 댄스라도 추는 것처럼 신발 앞 굽 그리고 뒷 굽을 번갈아 친 뒤 턴을 하며 허리를 숙여 팔을 뻗었다.
몸이 돌아간 방향 앞에 있는 것은 비슷한 얼굴로 미소 짓고 있는 멤버들이었다.
- 비가 내리면 나와 춤을 춰 줘요
언제까지고 당신을 웃게 만들게요
쏴아아- 소나기가 점차 그치는 듯한 얕은 물소리가 들렸다. 작아지는 음악 속에서 저마다의 자세를 취한 멤버들이 객석 그리고 허공을 향해 손바닥을 내보였다.
그게 마치 스테이지 위로 올라와 달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잘게 울리는 드럼의 고동을 느끼며 무대를 보고 또 바라봤다.
낮은 조도의 어둑한 무대를 보며 확신했다. 아무래도 이번 무대, 유닛으론 레전드를 찍은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