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화
그날 밤부터 인터넷엔 최한성에 대한 각종 폭로 글이 게시됐다. 녀석에게 은근한 괴롭힘을 받았단 학생부터, 녀석의 미성년자 시절 음주가무에 관련된 사진을 본 적 있다며 고릿적 파일을 꺼낸 인물까지.
데뷔한 이래로 들키지 않은 것이 용하다 싶었을 정도로 놈이 망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중립 기어를 박겠다며 버틴다던 팬들이 하나둘씩 등을 돌렸다. 초반에 빠져나갔던 사람들보다도 훨씬 격한 반응이었다.
- 미친 거 아니냐 역대급 병크
- 돌판 파다 파다 한 명한테 논란 다 몰린 거 처음 봄; 저기 팬덤은 어쩌냐;;
- 거의 종합선물세트 아닌가 여돌이었으면 저것 중 하나만 터졌어도 가루가 되게 까였어 ㅉ
- N인 체제 팝니다 #최한성_탈퇴해 #온다레이블_해명해
- 아니 그런데 솔직히 N인 체재 민다고 하는 것도 웃김 다른 애들 죄 없는 건 알겠는데 솔까 최한성 저 정도로 막 나간 거 타멤들이 몰랐겠냐? 알고서 감싸준 거 투리구슬 아님?? ㅋㅋㅋ
- 내가 보기에도 걍 끼리끼리임 ○○이랑 △△이는 최한성이랑 엄청 친하다고 쉬는 날 자주 놀러 다닌다고 비블이나 포메에 얘기했다며….
- 그 팬덤 앞으로 거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방구석 덕질하게 생겼네 ㅜ
- 관상 이즈 사이언스 나 얘 데뷔때부터 존나 쎄했음 ㅠㅠ 얘네 데뷔초 하투포 나왔을 때 비하인드 영상보면 최한성이 ◇◇◇ 꼽줌 그땐 다들 서로 친하고 장난이라고 실드 쳐줬는데 뒤에 있던 □□ 표정 개 굳어 있는디 뭔 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솔직히 블투 다른 멤버들 좀 불쌍한 건 나만 그럼? 사실 내 식 하나 있어서 그래 미친 간잽하고 있었는데 ㅜㅜㅠㅜㅠㅠㅠㅠ
- 얘네도 끽해야 1년차 남돌인데 무슨 권력이 있었겠냐 ㅡㅡ 쓰레기는 하나지 너넨 회사에서 상사가 지랄하면 그 앞에서 반항할 수 있음? 아니잖아 공과 사는 구분하자 ㅜ
- 걍 최한성이 타멤 머리채 다 잡고 내려간 거야 힘내라
- 내가 그 팬덤이면 1도 힘 안 날 듯
- 최한성 포카팔이들 개많아졌네 예전엔 시세 제일 높은 멤 중 하나였는데;;
- 이젠 똥값 돼서 꽁으로 가져가래도 안 가져감 땔깜으로 쓰세요 판매계들아….
중립이니 뭐니 하면서 버텼을 정도라면 그만큼 믿고 응원했던 것일 테니까. 모두 녀석의 업보라며 고개를 내젓길 한참이었다.
대충 봐도 이정원에 대한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제대로 된 사과는 받지 못했지만, 누가 봐도 루머가 진실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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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그러는데 도대체 이정원
짭폭로글 쓴 찌질이 누구인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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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성 터지고 글삭튀한 거 보면 확실하지
응 억까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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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빡친다 지돌 빨아재끼겠다고
남의 새끼한테 똥물 튀겨서 덮어씌운 거
진짜 그 팬덤 용서 안 됨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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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빠순이하면서 거 상도덕은
좀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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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잖아 ㅅㅂ 정원이가
다부진 구석은 있어도 착하다고
찬규 바로 글 올려주고 사진 올려주고
멤들도 아니라고 하는데 하이눈도 아닌
타팬들이 이때싶까는 거 어이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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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돌 출신들 중 정원이랑 아직도
친하게 지내는 애들 많은 거 보면
딱 모르겠냐; 하이사인에서 이정원이랑
제일 친한 게 신해신임
님들 신해신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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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어떤 글보다 공감추였다 ㅋㅋㅋㅋ
정원이랑 해신이 룸메예요
이정원이 쓰레기였으면 신해신 멘탈에
위경련으로 백번은 실려 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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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팀메이트로 나도 이정원에게 도움은 된 듯하다.
그렇게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이었다. 블릭투의 소속사 온다 레이블에서 공지문을 하나 게시했다.
팬들만 알 수 있는 경로로 올린 내용이었는데, 여기저기로 퍼다 나른 사람들에 의해 티위터 내부로 확산이 된 글이었다.
[ 블릭투 최한성 군의 크라운 게임 출연에 관련하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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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온다 레이블>입니다. 우선 이번 사태에 관련하여 팬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려 사죄의 인사를 올립니다. 저희 온다에선 블릭투 최한성 군과 관련된 모든 소문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며, 이 사이에는 루머와 진실이 아닌 거짓이 여럿 섞여 있음을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시기로 보아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지금, 방송을 통해 최한성 군을 대중 여러분 앞에 세우는 건 아닌 것 같다는 판단하에, 마지막 파이널 경연만을 남기고 있는 크라운 게임에선 최한성 군을 제외한 블릭투 4인의 멤버만이 무대에 서기로 결정지었습니다.
저희 온다 레이블에선 아티스트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 빠른 진실 여부 확인과 함께 공지 사항 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티스트를 향한 도를 넘는 비방과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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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성은 크라운 게임 파이널에서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적당히 가십인 것처럼 속여 넘기려고 했던 모양인데. 생각보다 파장이 크니 진압에 나선 듯하다.
“당황했네. 그래도 저렇게 쓰면 반발이 더 심해지지.”
그런데 소속사의 공지문을 보자 진압은 못 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여러 가지 실수가 섞여 있던 것이었다.
사실 여부 확인 중이라는 앞의 말과 달리 거짓이 섞여 있다는 부분을 넣었다. 이건 그냥 인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다. 팬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밖에 없지.
최한성네 회사는 아직 최한성의 활동 여부를 제대로 결정 내리지 못했나 보다. 그래서 반쯤은 포장하는 방향으로 정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게 별로 좋지 못한 수습이라고 봤다. 살릴 수 있을지 모를 최한성 하나 때문에 나머지 블릭투 멤버들을 모두 죽이는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서도경이었다면 진즉 진실 여부 파악을 끝내고 녀석을 쳐 버렸을 텐데.”
…아니, 애초에 저런 놈을 제 회사로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느물느물 웃으면서 속은 시커먼 대표가 떠올라 몸을 떨었다.
아무튼 제법 오랜 시간 우리를 신경 쓰이게 했던 최한성을 치우게 됐다. 이정원은 반격을 시작했던 3차 녹화 날의 아침부터 멀쩡한 상태로 보였으니까. 다시 한번 무사히 위기를 넘긴 상황이었다.
정말 마지막인 파이널을 남기고, 이정원과 함께 서도경을 만나러 온 자리였다. 정리된 사태에 대한 보고도 들을 겸, 문제가 있었던 멤버의 멘탈도 확인할 겸, 사건이 발생하면 늘 있었던 규칙 같은 시간이 이어졌다.
덤덤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는 이정원과 서도경을 바라봤다. 다른 애들이랑 있을 때는 유들유들하게 흘러가기라도 했지.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는 두 인간과 얘기하려니 숨이 다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어쩔 수 없다며 빠르게 정리하고 도망칠 계획을 짰다. 별다르게 할 이야기도 없는 것 같으니 튀기로 작정한 상태였다.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흐음, 뭘요. 전 그렇게 한 것도 없습니다만.”
서도경, 이 인간……. 잔을 내려놓은 서도경이 씨익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말을 하기 전 잠깐의 공백으로 보아 현재 내 속마음을 간파한 것이 틀림없었다.
알면 좀 그냥 보내 주면 안 되나. 한숨을 삼키곤 이정원을 돌아봤다. 여기도 딱히 할 말은 없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서도경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는 내 쪽으로 눈길을 줬다.
사실 이정원 쟤는 나에 대해 묘한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거기서 서도경의 이야기를 들으니 머릿속이 복잡해진 듯하다.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스쳐서 대화의 주제를 돌리기로 했다.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저희도 수시로 확인하는 중인데, 일단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이정원 씨, 최한성 씨에게 연락이나 그런 건 없습니까?”
“네, 일단 없기는 합니다만…….”
“혹시라도 접촉하려는 의사를 보이면 주저 말고 바로 사측에 알리세요. 먼저 뭔가를 나서선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 알고 계시죠?”
“예.”
“MXP는 벌써 온다를 버린 것 같더군요. 한 실장님 통해서 알아본바, 슬슬 선을 긋기 시작했습니다. MXP 측에서 온다 측에 연결해 준 돈이 적지 않으니, 무너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팔과 다리를 모두 치면 남은 건 몸통. 그 몸통도 곧 넘어가겠어요. 뒤쪽 배후는 당장 정리하기 힘들더라도, 애매하게 붙어 있던 잔당들은 파이널에 맞춰 치울 수 있을 겁니다.”
제법 진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블릭투의 핵심인 최한성을 쳤으니, 다음은 블릭투의 소속사 온다 그리고 여기가 끝나면 마지막이 본체라고 할 수 있는 MXP였다.
MXP는 이래저래 참 치우기 힘든 곳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시간과 공을 들이면 쓸데없이 견제하던 엔필름과 엔넷의 기도 꺾을 수 있었다.
“이번 일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새로 알게 된 정보들이 무척 많았거든요.”
그 와중에 서도경은 이번 최한성 사건으로 여러 가지 이득을 얻은 모양이었다. 잔잔한 척하면서도 묘하게 무거운 분위기를 보아 뭔가 속셈이 있는 게 분명했다.
한편이어서 다행이지, 적이었으면 항복하고 싶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세한 내막은 나중에 알아보고 오늘은 이만 끝내기로 했다.
몸을 일으켜 대표실을 나서려는 이정원을 따라가려던 순간이었다. 주머니에 넣어 둔 USB를 테이블 위에 올려 뒀다.
“이거, 3차 녹화가 끝나고 최한성이 했던 이야기를 녹음했던 파일입니다. 정원이 녀석 목소리에서 필요 없어 보이는 부분은 날리고 짧게 친 거지만… 파이널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드리겠습니다.”
기왕 무너뜨리기로 한 적, 확실하게 치워 달라고. 문 앞에 서 있던 이정원은 이미 알고 있는 파일이기도 했다.
지원겸의 조언에 따라 항상 들고 다니던 녹음기였는데. 이게 이래저래 잘 활용되고 있었다.
“신해신, 얼른 나와.”
“어, 간다, 가. …그럼 이만.”
“하하, 이거 재밌네요.”
등을 돌려 대표실을 나가려는데 측면으로 서도경이 테이블 위의 USB를 드는 모습이 보였다.
얼굴 앞에서 요리조리 살펴보며 헛웃음을 터뜨리는 걸 보아 그럭저럭 괜찮게 사용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중에 저랑 얘기 좀 길게 갖는 시간을 가지죠. 신해신 씨.”
“…예.”
봐서요. 등 뒤로 따라붙는 서도경의 시선은 회피하는 중이었다. 내가 미쳤냐, 같이 있기만 해도 기가 쭉쭉 빨리는데.
어서 저 인간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심경이었다.
* * *
최한성의 사건이 마무리가 된 무렵이었다, 블릭투를 제외한 그룹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 왜 이게 이렇게 된 건데요.”
“어쭈. 신해신, 이 자식. 불만이야? 어?”
“…아뇨, 윽, 멘토님, 무거워요. 팔 좀 풀어 주세요.”
이야기는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그래, 시초는 모두 저 사람 때문이었다.
류정, 얼티밋 나인의 리더이자 내게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달라고 부탁했던 인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