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257화 (256/328)

257화

‘활동은 화려하게’ - 부속 미션 그 네 번째

크라운 게임의 1위를 차지하세요.

성공 시 - 보상: 1,000 코인 + 블랙 쿠폰 1매

실패 시 - 페널티: 랜덤 (대미지 크리티컬 6단계 - 내용 비공개)

[현재 코인]

5,365 코인

[블랙 쿠폰]

4매

미션이 완료됨과 동시에 코인과 블랙 쿠폰이 전달되었다. 페널티는 자동으로 소멸하며 한시름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쓴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회수는 됐다. 아쉬운 구석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블랙 쿠폰도 4매나 축적했으니 당분간은 안심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일단은 됐다는 마음으로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멤버들을 봤다.

자연스러운 태도로 눈앞의 상태 창은 무시하고 놈들과 합류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이었다. 귓가에서 새로운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미션 성공으로 더는 받을 것도, 제할 것도 없었는데. 의아하단 생각이 앞섰다.

[히든 미션을 성공하셨습니다.]

[히든 미션 보상을 오픈합니다.]

히든 보상? 이건 나도 처음 듣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주변을 의식하지 못한 채 서 있으니, 먼저 소파에 자리해 있던 권혜성이 나를 불렀다.

“형! 거기서 뭐 해!”

“어?”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녀석들과 합류했다. 그러면서도 온 신경은 연달아 떠오르는 창 위로 쏠려 있었다.

윤명이 건네주는 젓가락을 받아 들어 두 쪽으로 쪼개던 중이었다. 맞은편 자리에서부터 지긋한 시선 하나가 느껴졌다.

“…음.”

이번에는 이정원, 너냐. 아까부터 시스템에 정신이 팔린 내가 퍽 이상해 보였나 보다. 따지고 보면 이 녀석은 근래 최고 요주의 인물이었다.

확답을 내리진 못한 것 같았으나, 다른 구석에서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았지.

시스템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정체를 파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얘네라면 언젠가는 눈치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굳이 그걸 앞당길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넘어가지도 않은 케이크를 퍼 입안으로 팍팍 욱여넣었다.

“이거 맛있다. 너도 얼른 먹어.”

“…어.”

일단 한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 가늘어지는 이정원의 시선이 나를 떠났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방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정원, 쟤만 이런 쪽에서 비상한 게 아니란 말이야.

강태오, 문채민, 이유준. 내가 메모리 서칭 엔진을 사용했던 당사자들이었다.

특히 강태오, 저 녀석은 아주 어렴풋이나마 내 기척을 느꼈던 걸 확인했었다. 혹시라도 자각하게 되면 큰일이었다.

정원이 녀석이 놈과 이 건으로 대화를 나누게 될 일을 떠올리곤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 내고자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형, 아까부터 좀 상태가 묘한 것 같은데?”

“…긴장해서 그래, 긴장해서.”

일단은 숙소로 돌아가서 자세한 상황을 파악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좀 쉴 만하면 찾아오는 시스템이 골치 아팠다.

* * *

피곤하다며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는 멤버들을 살폈다. 나는 이정원과 룸메이트였기에 핑계를 대고 거실에 남아 있어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그때, 이정원이 땀을 많이 흘려서 먼저 씻어도 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미안한데 피곤해서. 먼저 좀 씻어도 될까.”

“그래, 내가 정원이 형이랑 순서 바꾸지 뭐.”

“그럼 나부터 들어갈게.”

나이스, 거실로 쫓겨날 필요도 없이 방에 홀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개인 짐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가는 이정원을 확인하곤, 나 역시도 힘들어서 방에 들어가 있겠다는 말을 남겼다.

각자 할 일로 바쁜 멤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방문을 닫았다.

“히든 보상, 그래서 히든 보상이 뭔데.”

히든이란 단어까지 붙였으면 제법 좋은 걸 줬겠지. 아까부터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던 파란 창의 이름을 불러 댔다.

내 부름에 맞추기라도 한 듯 깜빡, 반투명한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겉만 봐선 평소에 보던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 일단은 그 내용부터 확인해 보기로 했다.

[히든 미션의 보상으로 ‘스트라이크 카운터’가 오픈되었습니다.]

스트라이크 카운터? 이것 역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단어였다. 아이템은 아닌 것 같은데, 시스템 내 새로운 프로그램 같은 거로 추정됐다.

처음에는 조금 생소하단 경향이 강했다. 그것도 잠시, 이걸 잘만 사용하면 키워드 룸처럼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트라이크 카운터가 뭔데.”

그전에 설명부터 좀 해 달라고.

역시 시스템 이 녀석은 내 말을 알아듣는 게 분명했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타자 치는 소리가 들리며 긴 문구가 나타났다.

[스트라이크 카운터]

히든 미션으로 열리는 보상입니다. 스트라이크까지 단계는 총 셋.

세 개의 보상을 모두 수령하여 카운터를 치세요.

아주 특별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숨겨진 보상: 저당금 획득 룰렛 (30%) (60%) (90%) → 비율만큼 저당 금액 환급

[스트라이크 카운터]

현재 스코어: ●○○ (1/3)

…뭐? 내용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하단에 떠오른 숨겨진 보상이란 문구가 입을 떡 하고 벌어지게 만들었다.

저당금 획득 룰렛? 그러니까 저 소리는 스트라이크 존을 모두 채워서 카운터를 치면 상당히 높은 확률의 금액을 돌려주겠다는 소리였다.

간단하게만 봐도 거의 꽝이 없는 로또 수준이었다.

과거 이벤트 성공 보상을 통해서 엄청나게 저당금이 늘어나 있었다. 그 상태에선 최소 기준인 30%만 받아도 몇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최종 1군을 성공하란 미션의 성공 유무 전까지는 빛 좋은 개살구겠지만 말이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제하고서 최대한 현실을 마주 보려고 했다.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놀라는 데에는 따로 이유가 있었다.

“…나 바보 아니야?”

정신없이 아이돌 생활을 보내느라 저당금에 대해선 반쯤은 까먹고 있었다.

시스템이라는 희한한 생물체를 이용해 험난한 연예계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이걸 시작하게 된 목표가 흐려져 있었다.

애들에게 정이 들기도 했고, 이유도 없이 공격해 오는 적들이 불만스럽기도 했고.

돈이라는 이질적인 목적을 떠나, 페널티와 파산만 하지 말자는 마음이 강해졌다.

“이걸 바뀌었다고 해야 해, 아니면…….”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까 그들이 소중해진 것 같다고 해야 해.

유어돌 시기, 아니, 하다못해 하이사인으로 데뷔했던 초창기 때에만 받았더라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을 것 같았다.

이젠 진심이 되다 못 해서 현실에 동화해 버린 걸까. 거기서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모든 미션을 성공하고 난 이후의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불현듯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가설이 떠올랐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파산을 막고 최종 미션을 성공하여 저당 잡힌 모든 돈을 돌려받게 된다면.

“…회귀하기 이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 아니야?”

홀로 서울로 올라와 스태프 일을 하던 신해신으로? 물론 그때야 퇴사한 이후겠지만 말이다.

유어돌에 출연한 기억도 나 혼자만 존재하는 원래의 삶으로 복귀하게 되는 걸까 궁금해졌다.

내가 입사하기 전의 프로그램을 찾아봐야만 멤버들의 흔적을 살필 수 있는, 팬들도 내 존재를 잊은 원래의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당장은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았다.

“왠지 좀 싫은 것 같은데.”

처음 회귀하여 로또 당첨금을 강탈당했을 때 이상의 허무함이 전신을 지배했다.

“아무래도 나…….”

이 직업을 사랑하게 된 모양이야.

무대 위에 올라가면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고, 깊은 사랑을 표현하는 팬들에게 감사했다.

정이 들어 버린 회사 사람들과 더불어 어쩌다 알게 된 연예계 동료들이 꽤 신기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을 때 나를 불러 주는 멤버들이… 멤버들이…….

“이젠 그 녀석들이 없는 나는 상상이 안 돼.”

아무래도 내겐 지금의 이 현실이 더 필요한 것 같았다.

당황으로 울렁거리던 가슴이 점차 차분해진다.

심호흡하며 눈을 감았다가 뜬 이후, 정면에 보이는 파란 창을 향해 덤덤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저당금, 모두 타 내겠어. 정체는 모르겠지만, 네가 시킨 미션도 모두 성공할 거야.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 안주하며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신해신으로는 돌아가진 않아.

나는 오늘 받은 히든 보상을 기점으로 새로운 다짐을 했다.

그건 바로 최종 미션 성공까지 방법을 찾아 이 모든 걸 내 현실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 * *

역시 조작이란 게 가장 예민한 부분이었던 건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상황을 보니 우리의 승리가 확실해졌다.

미션도 성공하고, 마음도 정리하고. 담담해진 나와 달리 연예계는 큰 태풍을 만나고 있던 듯하다.

한동준과 블릭투 그리고 블릭투네 소속사 온다 레이블의 유착 관계를 다룬 기사들이 터졌다. 적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방송사의 갑질? 현재의 연예계는 조작과 불합리로 몸살 중]

[PD의 힘에 짓눌린 아이돌, 숨겨진 피해자는 수백 명?]

[연예계에 박혀 있는 검게 물든 선례란 무엇인가]

제목부터 참 자극적이네. 이럴 땐 기자들이 제대로 힘을 쓰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저기도 좋은 일보단 금전적인 문제로 몰두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나는 크라운 게임의 1차부터 4차 마지막 경연까지 무대를 준비하는 내내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시스템의 말도 안 되는 능력과 더불어 방자해진 윗사람들의 태도로 생각보다 큰 허점들을 발견했다.

더불어 우리가 입었던 불이익으로 인해 서도경이 개인적인 힘까지 발휘해 줬다.

여기도 귀찮은 사람들을 치우고 싶은 마음은 같았나 보군.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증거들을 수집해 왔던 것이었다.

생방송 전날 서도경과 조용히 만났던 자리가 떠올랐다. 그날 서도경은 내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설명해 줬었다.

‘기사가 시작이에요?’

‘네, 증거를 이만큼이나 모았으면, 남은 건 푸는 일이잖습니까.’

‘…저는 SNS 여론 장악부터 시작하실 줄 알았는데.’

첫 번째 공격이 기사라는 말을 듣자 놀란 심경을 감출 수가 없었다. 몰아칠 거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언제나처럼 SNS 여론을 이용하여 분위기부터 만들 거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저게 나쁜 방법이라곤 하지 못하겠으나, 내겐 걱정스러운 점이 하나 있었다.

한동준 PD, 엔넷 소속이잖아. 그 인간이 터지면 해당 방송사인 엔넷에게 지장이 클 거란 점이 걸렸다.

솔직히 말해서 엔넷이 얄미운 건 사실이었다. 겸사겸사 저기도 좀 골치가 아프면 좋겠지. 그러나 우리가 소속된 메이터스 역시 엔넷과 같은 엔필름의 자본으로 이루어진 회사였다.

대중들은 논란이 발생하면 쉽게 다른 것들과 엮어 버리니까. 메이터스도 타격이 있으면 어쩌려고.

현실을 쟁취하기로 다짐한 나로서는 녀석들과 이 그룹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었기에 무엇 하나 허투루 넘길 수가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서도경이 재밌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꿍꿍이가 있었던 모양인지 아주 자신만만하단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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