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259화 (258/328)

259화

- 얘네 이제 끝이네

- 헐 뭐야 뭐 또 있음?

- 한동준 커넥션 리스트 떴음 크겜 말고도 예전에 맡았던 돌판 관련 프로그램에서도 접대받았었나 봄

- 미쳤다; 더러워;; 그래서 크겜은 도대체 누구인데

- 응 ^^ 모두 아는 그곳 ㅋㅋㅋㅋㅋ 링크 달아 줄게 보고 와 ㅎ….

얼마 가지 않아 기소된 한동준의 불법 커넥션 루트가 공식 기사화되었다. 어쩐지 온다의 부장과 MXP의 팀장과는 만남이 자연스럽다 했더니. 이쪽 일로는 경력직이었나 보다.

케이 팝 팬덤의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올려 준 링크를 클릭했다. 대문짝만 한 배너의 글이 해당 사건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려 주는 느낌이었다.

“실시간 랭킹 1위야?”

측면으로 보이는 투데이 순위에서도 탑을 찍은 기사였다.

[엔넷발 한동준 커넥션 파문, 연예계는 이대로 괜찮은가]

고개를 푹 숙인 한동준 PD가 서로 들어가는 사진이 나타났는데, MXP는 물론이거니와 엔넷 측에서도 꼬리 자르기를 시전하며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모양이었다.

보아하니 술자리 접객을 통해 금전적인 거래가 오갔던 것 같았다. 친절한 기자님 덕분에 해당 회사가 어딘지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 ○○○○년 ○○월 ○○일 방영 ~ ○○월 ○○일 종영 N.net 프로그램

<배○ ○○ ○○○○>

C○ - 박 모씨 직함: 이사

S○○○ - 최 모씨 직함: 실장

A○○ - 윤 모씨 직함: 실장

* ○○○○년 ○○월 ○○일 방영 ~ ○○월 ○○일 종영 N.net 프로그램

<프○○○ ○○>

T○ ○○○ - 김 모씨 직함: 부장

Q○○ - 최 모씨 직함: 팀장

* ○○○○년 ○○월 ○○일 방영 ~ ○○월 ○○일 종영 N.net 프로그램

<크○○ ○○>

O○ ○○○ - 안 모씨 직함: 부장

많이도 해 먹었네. 리스트 가장 하단 부문 ‘크’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우리가 출연했던 ‘크라운 게임’이었다.

프라이버시 문제로 모든 실명을 밝히지는 못하였으나 스펠링으로 시작하는 소속사의 이름과 해당 직함의 직원의 성씨는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사실 이것만 해도 팬들은 해당 회사가 어디인지 확인이 가능했다. 출연자 그룹도 여섯 그룹밖에 안 되었던 데다가 ‘O’로 시작하는 소속사는 단 한 군데뿐이기 때문이었다.

“온다 레이블…….”

그걸 확인한 팬덤은 큰 난리가 났다. 블릭투만이 아니라 과거 한동준이 연출했던 프로그램에서 혜택을 받았던 아이돌들도 모두 비난의 대상이 된 상태였다.

위 사람들의 금전적인 거래에 의해 부당한 결과를 받은 그룹의 팬들은 분노했다.

가장 근래에 있었던 프로그램이자, 이 모든 사실이 밝혀지는 데 일조한 크라운 게임에는 더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스포트라이트는 곧 출연진 그룹에 대한 동정과 관심 그리고 응원으로 이어졌다.

특히 같은 출연진에게 공격당하고, PD가 직접 나서서 방해한 우리는 더욱 큰 의미를 부여받았다.

파이널 직전, 최한성과 직접 얽힌 일이 큰 시너지를 보인 모양이었다.

당시에는 곤란하기 그지없었는데, 해결되고 나니까 보상에 보상이 잇따라 왔다.

엔필름과 엔넷에서 혜택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사라지지 않던 오해가 오랜 시간에 걸쳐 풀린 것이었다.

- 그럼 하이사인은 블릭투 걔네랑 프로그램 PD를 물리치고 1위 한 거야?

- 물리쳤다고 하니까 무슨 애니 캐 같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서사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임 ㅋㅋㅋㄱㅋㄱㅋㅋ 초반에 조작으로 다른 그룹들은 다 밀렸었잖아 3차부터 최씨(^^)가 무덤 파고 드러눕기 시작해서 그렇지 하마터면 억울한 일 당할 뻔 퉤

- 최한성이 진짜 큰 일조했다 학폭설 하나로 PD 적폐 비리까지 전부 다 까발림

- 이게 바로 창조경제 아니냐

- 한 읍읍… 너 뭐 돼…? 네가 뭐라고 애들한테 꼽을 줘…?

- 하이사인 서바 출신이라서 솔직히 큰 관심도 없었고 이번 크겜한다고 했을 때도 은근히 밀어주겠지~ 했는데 다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음 존나 미안해지네 ㅜ

- 이 정도면 노이즈 마케팅이라고도 못하지; 메이터스랑 엔넷이랑 완전히 별개로 봐야 할 수준이잖아

- 개고생 값인가 애들 좋은 인식 생긴 것 같아서 기쁘다 ㅜㅠㅜㅠㅜㅠㅜㅠ 얘들아 진짜 고생 했어 ㅠㅜㅠㅜㅠ 하지만 서바 세 번은 하지 말자 ㅠㅜㅠㅜㅠㅠ

- 은근슬쩍 사리사욕 끼워 넣는 거 봐 ㅋㅋㅋㅋㅋ 근데 그건 공감추임 세 번은 시바 나도 좀 힘들다….

- 내 동생 케이팝에 1도 관심 없는데 얘네 무대는 보고 잘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특히 파이널 생방 때 거의 날아다닌다고 신기해 함 ㅋㅋㅋㅋㅋㅋ 동생아… 너도… 하이눈 할래…?

- 이때싶 영업 미쳣네 ㅋㅋㅋㅋㅋㄱㅋㄱㅋㅋ 나도 탈케하거나 머글들한테 은근히 영업하고 있는데 얘네 머글픽상 많아서 슬쩍 찔러넣으면 넙죽 받아먹더라고 실력도 좋고 외모도 좋고 노래도 마니악한 거랑 대중 픽이랑 적당히 섞여 있잖아 사바사로 떠먹여주면 은근 성공률 높더라 ㅋㅋㅋ

- 영업 개꿀팁 ㅋㅋㅋㅋㅋㄱㅋㅋ 아 이제 한좀 풀러 가보자 서바 출신 오명 서바로 다 해결하다 서사킹 인정이요

다행이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소정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었다. 그 상황에서 대중들에게 이름까지 알렸으니 더없이 좋은 일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도 서도경은 또 다른 계책을 꾸며 냈다. 파이널 때 선보였던 자체 제작곡 ‘야간비행’의 안무 퍼포먼스 비디오를 하이사인 계정으로 게재한 것이다.

원래도 자체 콘텐츠 겸 팬들을 위해 올려 줄 예정이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보다는 훨씬 뒤쪽에 있던 일정이었다.

그런데 서도경은 우리가 이렇게 좋은 흐름을 타고 있을 때 더 큰 물살을 만들어 보고 싶었나 보다. 업로드 일정을 한참이나 앞으로 당기며 또 다른 효과를 얻어 내려고 했다.

크라운 게임 우승과 한동준 커넥션의 피해자, 또 블릭투가 누르려고 들었던 팀이라는 입소문을 타니 영상에 엄청난 조회수가 찍혔다.

여기까지만 했어도 사실 우리는 충분하다 못해서 넘치는 득을 본 상황이었는데. 실력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려고 들었다.

“이걸 노린 거였구나.”

생방송 파이널에선 한동준 PD의 방해로 세트가 어수선했었다. 덕분에 이런저런 난관을 뚫느라 원래 연습했던 연출과 많은 차이점이 발생했었다.

서도경은 이 사실을 대중들이 알게 된다면 온다 레이블과 블릭투 그리고 한동준에 대한 분노를 축적함과 동시에 임기응변으로 무사히 무대를 끝낸 하이사인이 큰 관심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도 이게 언젠가는 밝혀지길 바라던 사람으로서, 이 반응이 반갑게 느껴졌다.

새로 고침을 누를 때마다 쌓이는 코멘트들이 우호적이었다. 이제 더는 유어돌 관련 이야기로 욕을 먹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 이게 지금 난리 난 원래 야간비행 안무 영상임? 아웃스타에서 보고 왔는데 진짜 차이 쩌네

- 전설이 아닌 레전드 미쳤다 이걸 임기응변으로 한 거야?

- 생방이었다며; 원테이크였을 텐데 혹시 리허설 때도 이랬나?

- ㄴㄴ 원더 보이즈 말 들어보면 아닌 듯 라방에서 리허설 땐 무대 잘했었다는 뉘앙스로 얘기한 적 있는데 본 경연에선 실수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 한 읍읍이 고의로 애들 무대 세트장 손봤었나 봄 블… 어쩌고들 빼면 전부 고충이 있었던 거 같아 ㅠ

- 지원겸도 어제 새벽에 얘기했어 하이사인이랑 디레스트가 제일 심했나 봐 타 그룹들 안무 영상은 비교적 몇 개 안 바뀌었거든? 근데 얘네랑 디레스트만 틀린 그림 찾기 수준임

- 아 어쩐지 ○○분 ○○초 정원이 너무 높은 데에서 뛰어내리더라 연출가 욕했는데 ㅠㅠㅜㅠㅜㅠ 원래 계단 있었구나

- ㅅㅂ 존나 이상하다했다

- 저런 건 잘못하면 방송 사고가 아니라 걍 찐으로 다치는 거 아니냐고

- 이정원이 안 뛰어내렸으면 대형 망가져서 무대 엉망이 됐겠는데

- 그것 말고도 지금 엄청 많음 진짜 잘 보면 서로 눈짓하거나 세트 잘못된 것 확인하고 움직이는 거 찾아볼 수 있어

- ‘조작 게임’ vs ‘원래 안무’

틀린 그림 찾기 타래

○○:○○ 권혜성

○○:○○ 윤명

○○:○○ 권혜성

○○:○○ 강태오

○○:○○ 이정원

○○:○○ 이유준

○○:○○ 신해신

○○:○○ 윤명

○○:○○ 강태오

○○:○○ 권혜성

○○:○○ 이정원,신해신,윤명

○○:○○ 권혜성

○○:○○ 이유준

○○:○○ 문채민

○○:○○ 강태오

○○:○○ 신해신

일단 내가 발견한 것만 이 정도임 세트 하나로 동선 변경되면 근처에 있던 멤이 해결하고 그 멤 빠진 자리로 다른 멤이 들어가는 방식 계속 돌린 듯 생방에서 이거 해낸 거 보면 얘넨 찐 으로 한 팀이다 걍 갓전드 인정

- 헐 타래 ㄱㅅ 양 봐 이건 억까 수준이 아니지않냐 작정하고 죽이려던 거지 ㅋㅋ

- 근데 저기 ○○:○○ 이정원, 신해신, 윤명 이 셋은 왜? 구도는 같아 보이는데?

- 인이어 뺀 거 보니까 음향에 문제 있었던 거 아니야?

- ㅇㅇ 한 무대 하는데 같은 파트 부르는 메보, 리드 셋이 한 번에 저러는 거, 백퍼 다른 문제 있었던 거야

팬들은 시간까지 걸어 주며 해당 사건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글 중 일부 내용으로 확인해 본바, 아웃스타그램 같은 일반인들이 많이 하는 SNS에서도 우리의 사연을 엿볼 수 있었던 모양이다.

유어돌 때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듯했다. 어쩌다 보니까 해외에서도 우호적인 반응을 얻는 중이었다.

크라운 게임은 엔필름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 영, 자막으로도 볼 수 있었다.

케이 팝의 글로벌 진출에 욕심이 많았던 회사여서 그랬는지, 제법 많은 외국인 팬을 거느리고 있던 프로그램이었으니까.

사건이 터지자 타국에 거주 중인 사람들도 이 기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해외 진출을 노린 적도 없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해외 팬덤을 얻은 것이었다.

투어 한 번 안 돌고 이 정도 규모의 대규모 응원을 받기란 힘든 일이었는데.

정말 잘 풀려서 다행이었다. 블릭투와 온다 그리고 한동준에게 졌다면 이것 이상의 손해를 볼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블릭투는 더 이상 그룹 활동이 힘들 정도로 가라앉았다. 블릭투를 키우기 위해 과도한 투자를 하고 위험한 노선을 탔던 온다 레이블 역시 기획사로서 재기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

MXP는 꼬리 자르기 성공하여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간 것 같았지만. 한동준 PD의 구속 기사를 보면 작전이 성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 뒤에는 더욱 기쁜 소식도 들려왔다. 크라운 게임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난 날이었다. 서도경의 부름에 전 멤버가 회사를 방문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차분하던 서도경이 모두를 훑어보곤 슬쩍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팔짱을 낀 자세에서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이 웃어 보이는데. 어지간히도 후련하다는 얼굴이다.

“조 사외 이사님, 아, 이젠 아니지. 조진만 씨가 오늘부로 메이터스의 사외 이사 직함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네? 정말요?”

“헐, 대박. 윤명, 그 사람, 회사에서 잘렸다는 거지?”

“…응.”

조진만 패거리가 드디어 회사를 떠나게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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