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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265화 (264/328)

265화

- 그 누구 하나 스포츠 정신이라곤 1도 찾아볼 수가 없음

- 일단 탐정이니까

- 아 맞다 얘네 탐정이랬지

- 거기에 괴도가 하나 곁들여진

- 아 맞다 괴도가 있댔지

- 다들 무슨 콩트 보듯이 보고 있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명에 맞춰 자리를 잡고 착석하던 찰나였다. 옆에 있던 이유준이 슬쩍 말을 걸었다.

“나 다 봤는데? …형들, 여기서 내가 타 오면, 나도 같이 어때?”

- 하이사인은 회사에서 틈새 공략법을 따로 배우나요?

- 권모와 술수가 판을 치는 그룹 그게 바로 하이사인이다

- 얘네 자컨에선 방심하면 당함 근데 거기에 나도 속함

- 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치만 빨라선.”

나와 이정원 사이에 끼어 앉고는 실실거리는 얼굴이 퍽 얄미웠다. 그것도 잠시 이유준과 한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정원아, 얘도 협력하자. 래퍼니까 우리보단 잘하겠지.”

작사를 종종 하곤 했던 놈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오~ 신해신, 권모,”

“이건 또 뭔데… 술수.”

- 이건 또 뭐냐면서 해주는 것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언제 맞춘거야 ㅋㅋㄱㅋㄱㅋㄱㅋ

- 내가 보기엔 안 맞췄는데 영혼에서 자동으로 추출해준거임

- 해신이 영혼은 커피머신인가요? 추출이라뇨

- ㅋㅋㄱㅋㄱ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해신 원두썰 ㅋㅋㅋㅋㅋ

- 이정원 저 예쁜 얼굴로 작당 짜자고 말하는 거 미쳤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명창 고양이가 권모술수 고양이가 된

팔을 내미는 이정원의 뻔뻔한 몸짓에 대충 죽을 맞춰 줬다. 자신의 앞에서 크로스 된 주먹을 본 이유준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시작된 게임에선 차례대로 멤버들이 탈락했다. 평소 말이 느리고 느긋하던 윤명이 가장 먼저 힌트로부터 멀어졌다.

“…치사해요. 다들 나 잘 알면서…….”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하핫!”

“치실!”

“…어? 어? 치, 치, 아, 뭐야!”

“…바보.”

- 권혜성 한정 딜 미터기 작동

- 그래 이래야 아가명이지

- 방심하면 당한다

- 혜성이는 아직 아기구나~ 그래서 맨날 당하는구나~

- 그거 멕이는 거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달아 탈락한 건 윤명을 놀리다가 제 순서를 놓친 권혜성이었다. 한 바퀴를 돌고 난 뒤까진 제법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는데.

이유준처럼 래퍼이자 작사를 할 줄 아는 현직 고등학생 문채민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포기.”

외국에 오래 살아서 아는 단어가 다 떨어진 강태오도 물러선 찰나다.

한 팀을 먹은 우리 셋을 아는지 모르는지 막내가 덤덤한 표정으로 제 순서를 넘겼다.

“치성.”

“‘ㅊ’자로 시작하는 단어가 이렇게 많았냐.”

“나도 몰라.”

“추석.”

“와, 저걸 까먹고 있었네.”

“초심.”

“문채민 쟤, 공부 잘해?”

“…뭐, 너보단 잘하겠지.”

“…야!”

- 2차전 시작

- 아니 초성 말하기 게임이라면서 지방 방송이 너무 많은데요

- 제작진도 아는 거다 더 이상 게임에 의미가 없다는걸

- 너무 많이 맞아서 뼈 아프다

빠르게 오가는 릴레이 속에서 당황하면 까먹을 법도 한데. 침착한 면이 있던 문채민에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듯했다.

하긴. 쟤, 유어돌 때는 거의 날아다녔었다. 멤버로 지내면서 보인 어린 모습에 잠깐 그 사실을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결국 나와 이정원은 뒤에서 떠들던 권혜성과 윤명의 페이스에 휘말려 탈락했다.

남아 있던 이유준과 문채민의 공방이 오간 지 한참, 결국 제작진이 더는 안 되겠다며 둘 모두에게 힌트를 주겠다고 알려 왔다.

“그래도 되는 거예요? 한 번에 두 명?”

사실 제작진도 빨리 퇴근하고 싶었던 걸까. 의아하단 의미로 쳐다보니 이미 분량이 충분히 나와서 괜찮다는 말을 전한다.

이유준과 문채민이 제작진에게서 힌트를 받고 돌아온 뒤였다. 이정원과 이유준을 불러서 알고 있는 걸 내놓으라며 손짓했다.

“얼른 말해 봐.”

“이거 해신이 형만 좋은 일 해 주는 것 같은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야, 신해신. 너, 은근슬쩍 얘한테 묻어간다?”

“그걸 이제 알았냐. 얼른 말해. 퇴근하고 싶다며…….”

- 아까부터 퇴근 진짜 잘 써먹네

- 천재고양이라서 그래

- 당하는 척 이용하는 거 잘해 우리 리더

- 강해졌어 해신이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실거리는 이유준의 옆구리를 손등으로 툭 치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이정원이 힌트를 말했다.

“잘 들어, …일단 신해신은 범인이 아니야.”

“…뭐?”

- 취소

- 역시 아직 이기긴 이른 건가

- 당하는 척 이용하려다가 결과적으로 당함

- 신해신 눈으로 말해요

- 오늘도 당했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뛰는 갓해 위에 나는 이가든

이게 무슨 헛소리야. 고개를 숙인 이정원이 헛소리를 내뱉었다. …너, 설마. 내 예상이 적중했었나 보다.

이정원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큭큭거리며 손을 내저었다.

“큽, 미안, 나, 네 알리바이 물어봤거든. 큭…….”

“…지금까지 날 놀린 거냐.”

어쩐지 순탄하게 말해 준다 싶었다. 알고 보니까 이 녀석, 나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내 알리바이에 대한 진실 여부를 확인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제작진 측에서 내가 가진 쪽지는 진실이라고 하니까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시간 관계상 가능이야 하겠지. 하지만 반응으로 보아 제작진이 내게 괴도의 역할을 주지 않았다고 확신이 들기라도 했던 듯하다.

…당했어. 결과적으론 이정원에게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놈의 즐거운 구경거리가 되었을 뿐이었다.

허탈해하는 내 뒤에서 이정원이 끅끅 숨을 참으며 폭소했다. 이유준은 이제야 사태 파악이 끝났는지 고개를 돌려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야, 이유준. 너라도 빨리 말해.”

“큽.”

-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개꿀잼 구경중인 이너준

- 이유준 분명 이거 보려고 끼워달라고 한 거다 내 ㅇㅇㅍ을 걸게

- 다 같은 생각이라서 반대편이 없잖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가끔 너준이한테 빙의하고 싶음 옆에 멤버들있으면 인생이 안 지루할 듯

- 이유준으로 사는 것 자체가 안 지루해

손을 말아 쥐곤 입가에 댄 이유준이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하고 말하라니까. 장난삼아 멱살을 잡아 흔들자 그제야 알겠다며 양손을 들어 보였다.

“큽, 명이, 명이도 아니야… 쟤도 전부 맞댔어.”

알리바이만 따지자면 모두 괴도 뭐시기를 맡을 순 있었겠지만, 정규 프로그램도 아니고 자체 콘텐츠였으니까. 복잡하게 규칙을 짰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아마도 알리바이가 거짓인 놈이 제작진과 딜을 한 인물이겠지.

대충 용의선상에서 빠져나온 나와 윤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들을 떠올려 봤다.

“…그럼, 너희 둘 중에 괴도가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어? 그렇게 되나?”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

가만 보면 이 둘이 제일 의심스럽던 애들이었다.

그때, 우리의 숙덕거림을 확인한 권혜성으로부터 소동이 일었다.

“뭐야? 형들! 치사하게 팀 먹기 있어?!”

“우우… 리더에, 맏형에, 반칙왕에… 치사하다, 치사해.”

“와, 그렇게 안 봤는데. 형들, 너무하다.”

- 왜 혜성이가 정원이한테 잡히는지 알겠어요

- 매를 번다는 뜻이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가만 보면 늘 시작은 권혜성임

- 일을 키우는 것도

- ㅋㅋㅋㄱㅋㄱㅋㄱㅋㅋㅋㅋ

권혜성의 외침으로 주목이 쏠리자 윤명과 문채민에게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뒤에 서 있던 강태오는 길게 말하지 않았으나 누구보다도 강한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나한텐 이 셋을 다 맡겨 놓고, 치사하게 자기들끼리…….”

- 그리고 수습하는 건 강태오임

- 시바 눈물난다 그만해라

- 태오가 이렇게 슬퍼보이던 적이 있었나

- 미쳤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태오야. 미, 미안해.”

아무래도 권혜성, 윤명, 문채민 셋에게 많이 시달렸던 듯하다.

강태오를 달래는 겸, 미심쩍은 둘에게서 발을 뺄 겸 자리를 이동하는데 언제 다가온 건지 등 뒤로 붙은 문채민이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문채민, 이 녀석은 이유준과 다른 사람의 알리바이를 확인했던 것 같았다.

“해신이 형, 나랑 팀 먹자.”

- 문챔니 하이사인의 막내 살아남기 위해 틈새 공략을 배움

- 배웠다기보단 탁월한 것 같다

- 누가 스승일까 아무래도 유떤남자겠지?

- 정답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갑자기?”

“나, 괴도 사인, 누군지 알았어. 근데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야. 개인전이라며, 뭔가 상품이 있을 것 같지 않아? 범인 빼고 나눠 갖기에는 배 아프니까. 우리 둘이 나누자.”

문채민은 좋게 말하면 현명했고, 나쁘게 말하면 얍삽한 구석이 있었다. 물론 내겐 아주 좋은 딜이었다.

저 미심쩍은 이씨 둘을 버리고 여기에 붙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아 리더 빠르게 편을 바꾸나요

- 아무래도 맹수 밭에 있던 양이었으니까

- 자기만 범인 아니란 거 밝혀지고 정체도 모르는 둘이랑 있어야 ㅎㅏ는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

- 신해신 실속 챙기기 짱이다 마트가면 할인 품목으로만 장 봐올 것 같음

- 미친 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야 꿩 먹고 알 먹고지. 문채민이 왜 나를 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다.

“혜성이 형, 혜성이 형 알리바이가 거짓말이래.”

권혜성……! 이번 자체 콘텐츠의 범인 괴도 어쩌고가 권혜성임을 확신한 순간이었다.

태연한 얼굴로 윤명과 함께 아웅다웅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저게 전부 연기였다니 뒤통수가 얼얼했다.

“근데 왜 바로 안 밝히고?”

“그, 혜성이 형이 범인이 맞았는지 나한테 얘기해 주시더라고. 범인 괴도 사인은 지금 자신이 범인이라는 증거를 소지하고 있대. 그런데 말로만 밝혀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찾아내야 한다더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 혼자로는 무리란 말이야.”

- 결론: 경품은 최소한으로 나누고 싶은데 혼자는 힘드니까 날 도와라

- 막내온탑

- 챔니온탑

- 하이눈은 채민이가 자랑스럽다

문채민은 여기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았다. 하물며 권혜성이라… 날쌔기 그지없는 인물이었으니 신중하게 다가가야만 했다.

“혜성이 형, 형한테는 경계를 좀 풀잖아. 붙기도 자주 붙고. 그때 슬쩍 확인해 봐. 소지하고 있다는 걸 보면 뭐 팔목이나 발목이나 끽해야 바지 주머니겠지.”

- 혜성이는 알까 막내에게 이런 취급을 받고 있다는걸

- 모른다에 한 표

- 뒤에서 존나 해맑게 장난치고 있잖아; ㅜ

- 개너무해 ㅜㅜ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가만 보면 혜성이가 고단수임 자기 아닌 척 입 닫기 장인

- 워;;;

“채민아, 너…….”

네가 제일 악당 같다, 야. 내 말의 뜻을 알아챈 문채민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유준도 그렇고, 이정원도 그렇고. 어째 하나같이 쟤네가 더 못된 놈들 같아 보이는지 모르겠다.

일단 나야 얻어 갈 수 있는 게 있으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자, 이제 다음 게임 들어가자!”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제작진이 알려 주는 다음 게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도 권혜성에게 온 신경이 쏠리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권혜성, 저놈이란 말이지? 하여간에 팀 안이든, 밖이든 사람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저 해맑은 얼굴로 아무것도 모른다며 뻔뻔하게 굴고 있는 놈을 보니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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