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화
“미친, 이게 뭐야.”
하이눈에겐 다소 버거웠던 크라운 게임이 종료된 이후였다. 나는 새로 올라온 자컨을 확인하고 있었다.
싱글벙글 웃으며 폭탄을 던지는 혜성이와 그의 입을 틀어막는 멤버들을 끝으로 얼렁뚱땅 ‘하이사인 다이어리’의 마지막 BGM이 울려 퍼졌다.
“…스포일러? 우리 애들이?”
하이사인에게 입덕한 이후로는 처음 듣는 것이기도 했다.
소속사가 별도로 관리하는 것 같지는 않았으나, 하나같이 진중한 면이 있어서 그랬는지 여태까지 힌트라곤 주는 법이 없었는데.
그런데 이런 사태에서 컴백에 관련된 대형 먹이를 던져 줬다. 팬덤에게는 난리가 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그 크라운 게임이 종료된 이후잖아!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상태에서 팬 유입도 엄청났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었으니까. 앞으로의 공방 신청 및 팬덤 활동들이 두려워졌다.
다급한 마음에 같은 홈마를 하는 김희진에게 연락부터 넣었다. 김희진도 나와 같은 콘텐츠를 보고 있었는지 몇 초 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
[이아름] 야, 야 희진아 봤냐?????
[김희진] 웅니 미쳤음 돌았음 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
[이아름] 이거 애들 컴백 스포 맞지?? 내가 착각한 거 아니지??
[김희진] 하이사인의 축복의 끝이 없네 끝이 없어 백타 스포임 엔딩 직전 정떤 남자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음
[이아름] 아 혜성이 시간과 정신과 수련의 방으로 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지 잠깐 그전에 우리 앞으로 어떡하냐;; 행사 플미 조질 거 같은데;;
[김희진] 응 ^^! 나 벌써 적금 깼어! 맨 손으로 매크로를 어케 이겨 ㅅㅂ 플미 되팔렘들 다 죽인다 용병 천 만명 구해서라도 갈 거임
[이아름] ㅎ…
[김희진] 시바 빠순이들 지갑 쪽쪽 빨아먹어서 집안 살림 좀 나아지셨냐구요~ ㅠ
[이아름] 눈물 닦아라…
[김희진] 콧물도 닦아야 함 그래도 해외 뺑이 안치고 해외 팬들 얻어왔으니까 거저먹기 아니야? 물론 억까 까빠 병크 트리오가 붙겠지만 ㅎㅎ 붙수니들도 쩔겠지?? 갑자기 안 좋은 것 같네
[이아름] 메이저는 원래 이래 그래도 황무지보단 낫지 뭐…
서로 앞으로의 나날에 대해 위로하면서도 힘을 내 보자며 다독이는 중이었다.
그때 김희진에게서 긴 링크 하나를 전달받았다. 이게 뭐지?
아래 이어지는 설명을 들으니 클릭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희진] 울 웅니 힘내라고 내가 보내줌 오피셜은 아닌데 뭔가 그럴듯해서
[김희진] https://www.○○○○○.net/○○○○○_○○○/○○○○하이사인_다이어리_떡밥_해석_정리
[김희진] 어서 정독하고 오세요
그건 이번 자체 콘텐츠에서 선보인 떡밥에 대한 정리 글이었다.
방송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손이 빠른 사람이 있었나 보다. 혀를 내두르면서도 눈은 길게 늘어진 게시글을 훑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이사인 다이어리 떡밥 해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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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떡밥 떴다!! 하이눈 존나 흥분해서 바로 떡밥 궁예해 옴
출처는 오피셜 아니고 내 뇌피셜 ><
그럼 지금부터 설명할게
메이터스 변태 엔터의 이름에 걸맞게 자체 컨텐츠를 존나 잘 활용한단 말이야
이번 권혜성의 냅다 스포 박아버리기 사태도 한번 정리해보자면 (미안타 난 이렇게 부른다) 변태 엔터의 수장이신 대표님의 허락이 있지 않았을까 싶더라
솔까 해선 안 되는 말이었으면 편집팀에서 싹 날렸겠지 ㅋㅋㅋㅋㅋㅋ 애들이 (특히 해신이가) 리얼 사색 돼서 잘라달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그걸 전부 그대로 보여줬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첫 번째 궁예, 이번 스포 역시 회사 측에서 권코멧과 몰래 얘기한 게 아닐까라는 추측이 들었음
이게 왜 중요하냐면 말이지 하이사인 다이어리 첫 번째 학교편부터 돌아봐야 하는데
바로 우리 모두가 마지막 브금 이후로 대가리 빡빡 친 전설의 갓전드 이가든의 ‘RULE(도취)’ 티저야 ㅎ
처음에는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거든? 정원이가 해당 편에서 메인(술래)를 맡았던 것 말이야
그 하찮던 좀비 게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서 이런 거 잘 맡지도 않던 이가든이 나선게 이상하면서도 ㅈㄴㅈㄴ 재밌었잖아
걍 우연인갑다~ 했는데 두 번이나 겹치니까 그게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지
쉽게 얘기하자면 이번 ‘하이사인 다이어리 미술관 편’에서도 정원이랑 같은 흐름이 있지 않았냐는 거야
학교 편: 술래=이정원 / 종료 후 티저 공개 센터=이정원
미술관 편: 괴도=권혜성 / 종료할 때쯤 스포일러 발언=권혜성
결론: 이번 컴백 타이틀 센터=권혜성?
나 지금 이마 빡빡쳐서 마빡에 고속도로 깔림 미쳤냐 돌았냐 회사에서 작정하고 깔아주는 스포일러 근데 거기에 변태를 곁들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멤버들은 다 모르고 있었다는 얼굴이기도 하고 혜성이가 너무 신난 게 보여서 난 이거 확실하다고 생각하는데 ㅠㅜㅠㅜㅠㅜㅠ
다음으로 혜성이가 말한 내용을 하나씩 까발려보자 (얘들아 미안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싶었다 억울하면 빨리 컴백하렴
우당탕탕 엔딩 때 혜성이의 발언을 그대로 말해 볼게
‘우리 다음 상황극은 또 뭘 하게 될까. 게임 관련된 거를 잔뜩 하려나…. 아, 전 인형 뽑기에 자신 있습니다. 모두 참고해 주세요!’
여기서 밑줄 좍좍 그어야 할 곳이 두 군데 있음
게임 관련된 거를 잔뜩 하려나…./ 아, 전 인형 뽑기에 자신 있습니다. < 이거임
갑자기 자컨 다 끝났는데 게임을 언급한다? 응 앞구르기 하면서 봐도 걍 하핫 하이눈 스포 먹어 내가 떠먹여줄게~ 하는 권혜성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만 활동적인 성격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이렇게 생뚱맞은 말을 한 적이 없었는걸~~
그런 의미에서 혜성이는 천사임 물론 우리에겐 천사고 멤버들에겐 사탄일 듯 (존나 천사탄)
1절만 해줘도 그걸 쪼개고 착즙 되지 않을 정도로 우려먹을 우리들인데 ㅜ 친절하게 좀 더 자세한 내용까지 알려줬더라
바로 뒤에 말한 인형 뽑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ㅎ 오케이 혜성아 나 다 이해했어 ^^
뮤직 비디오든 노래 가사든 아니면 컨셉이든 인형 관련 된 거 나올 듯 어쩌면 개 직관적으로 진짜 인형 뽑기 부스가 나올 수도 있겠다고 본다 혜성이는 그런 심플한 아이니까 (욕 아니다 다들 믿지)
그런데 거기에 센터가 권혜성이다?? 청심환 먹고 대기타자 하이눈 ㅠㅜㅠㅜㅠㅜㅠ 하이사인 청량큐트로 나오려나보다 이건 큐트각이다 내 덕질 경력을 걸고 말할게 ㅠㅜㅜㅜㅜㅜㅜㅜㅜ
마 돌았냐!!!!!!!!!!!!!!!!!!! 청량도 감사합니다 삼보일배하면서 받아 먹을 텐데 거기에 큐트???
우리 애들 피지컬이 삼척남자 상남자 냉장고보이즈라고 이런 거 잘 안 해줬단 말이야 ㅠㅜㅠㅜㅠㅜㅠ
물론 유…떤 프로그램과 크…떤 프로그램에선 미션으로 걸리면 천사 미소 달고 해줬지만…….
다들 알잖아 그거 말고 니네 노래! 니네 노래로 해달라고!! 벽치면서 눈물 뽑던 속마음을 ㅜ
하 얘들아 내 뇌피셜이긴 하지만 뭔가 맞다는 촉이 쎄리 오고 있다 나 지금 거의 작두탐
성지글로 다시 핫해질 날을 기다릴테니까 같이 빌어주라
하이사인 제발 청량큐트로 컴백 청량도 중요한데 큐트 빼먹으면 그 자리에서 돌이 돼서 큐트 나올때까지 누워있을 거임
아무튼 간에 하이사인 만괂부! ^^ (크…시발롬들아 너넨 내가 대대손손 후손들까지 한데 모아서 저주할거야 개색기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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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몇 마디를 궁예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그럴듯함 나 지금 설득 당했냐
- 혜성이는 몰랐겠지 자기가 내뱉은 세마디로 스크롤 쩌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걸…
- 익이 혹시 옥장판 파냐? 말 개 잘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큐트? 머? 큐트? 거짓말이면 나도 같이 돌이 돼서 누워있는다
- 권혜성 센터!!!!!!!!!!! 나 기다렸다 혜프들이여 일어나라 ㅠㅜㅠㅠㅠㅠㅠㅠㅠ
- 타빠인데요 개드립이 찰지시네요 님 겸덕임? 경력직의 향기가 난다
- 과거사는 묻지 말자… 간신히 정착한 것 같은데……
- 해외 팬덤 유입도 되고 대중들도 많이 알아주고 빈집돼서 할 거 없는 아기빠들도 들어와서 좋은데 진짜 개어그로꾼들 많아 갖고 근래 힘들었거든 ㅜㅜㅜㅜ 그러다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하이눈 글 봐서 너무 좋다
- 개인 팬덤 지리는 애들 안 그러는 척 타 멤 까내리기 시전하는 거 보고서 흐린 눈하기 일주일차 잃었던 시력 되찾아옴
- 성지글 돼서 개 핫해졌으면 좋겟다 사실 이미 핫게 올라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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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진 스크롤과 댓글 그리고 올라간 시간에 비례하여 엄청난 숫자의 조회수를 보면 상당히 인기 있는 게시글이었다.
‘hot’이라는 표시가 반짝이는 제목을 읽다가 그럴듯한 추론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혜성이가 센터?”
하긴, 슬슬 다른 멤버의 센터 곡으로 컴백을 할 턴이 돌긴 했었다. 윤명, 신해신, 이정원… 이다음이 권혜성이라니 반전될 분위기가 기대됐다.
김희진처럼 나도 적금이나 깨야 하는 건가, 남은 잔고를 보며 하이사인의 컴백을 기다리던 어느 날이었다.
이런저런 떡밥들을 더 찾아보고 있는데 김희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 언니!
“아, 뭐야, 귀 떨어질 뻔했잖아.”
- 공계! 공계 봐!
“공계?”
- 이 언니가 또 알림 꺼 놨구나! 애들 컴백 트레일러 포스터 뜸!
김희진의 외침에 서둘러 티위터 계정을 들어갔다. 이렇게 갑자기?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알림을 꺼 놓았었는데. 예상보다 빠른 복귀가 진행됐나 보다.
- 미쳤지! 미쳤지!
“…헐, 대박.”
스피커 폰 너머에서 포효하는 김희진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눈앞으로 보이는 핑크빛 향연에 마음을 빼앗긴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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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IGN @HISIGN_Official · 7분 전
하이사인(HISIGN) 2nd Album [Rail heart]
Comeback Poster
XXXX. 10. 15 6PM(kst) RELEASE
#HISIGN #하이사인 #Rail_heart #2nd_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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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사인의 두 번째 정규 앨범 포스터였다.
엷은 핑크빛을 배경으로 거대한 인형 뽑기 부스가 들어차 있었다. 그 안으론 파스텔 컬러의 쿠션과 등을 보인 일곱 남자가 들어가 있었다.
쿠션에 앉아 있거나 유리 벽에 기대서 있는 등 각양각색으로 각자의 개성을 살린 사진이었다.
그중 가장 위쪽으로 높이 쌓여 있는 인형 사이에서 홀로 고개를 까딱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하나가 눈에 띄었다.
부슬거리던 자연 곱슬을 단정한 느낌으로 세팅한 사람이었는데.
민트색? 좀처럼 볼 수 없는 화사한 염색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머리에 얹어진 비니와 뒷모습으로 유추한 품 안에 안겨 있는 하트 쿠션까지. 그건 바로 멤버인 권혜성이었다.
- 혜성이 센터 맞았어! 그 글 지금 대박 성지 순례됨. 레일 하트래, 제목부터 돌았나 봐!
대다수의 멤버들이 평소 보이지 않던 밝은 색상의 머리와 차림새를 한 컨셉이었다.
하이사인의 컴백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순간이었다. 심장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