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사생이 아니라고 계속 강조하던 데다가 실제로 그날 방해받거나 따라붙는 인기척을 느끼진 못해서 정말 우리의 팬이라고 확신했다.
인터너의 멤버 둘과 좋은 모습을 보여서 그랬을까 서칭 방지가 강하게 되어 있는 이 목격담은 하이눈과 인터너의 팬덤인 터닝 사이로 크게 퍼져 나갔다.
인터너가 문채민네 소속사에서 나왔던 그룹이었던 데다가 우정환이 유어돌을 통해 하이사인 멤버들과 좋은 모습을 보여 줬던 전적이 있어서 그렇게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도리어 나쁘지 않은 시너지를 보이면서 비활동기에 접어든 인터너의 팬덤이 컴백을 한 하이사인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 이런 친목질은 나쁘지 않음
- 다 갓생사는 갓기들이잖아~~~
- 병크 안 터뜨리고 (해결된 루머 들고 오지마라 ㅡㅡ) 괜찮다고 소문난 애들 넷이라서 그런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좃목질 싫어 정병들이 덜 붙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신해신 빼면 나머지가 미자라서 그런 걸수도 있고 ㅋㅋㅋㅋ
- 아니 해신아; 넌 왜 휴가날에도 육아를 하고 있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육아래 귀여워 ㅜ 근데 육아 난이도가 최상급인
- 탁지는 좀 괜찮지 않음? 저기 적힌 튀어 나갔다 1,2가 닉값하는우정.환이랑 우정환한테 끌려가는 챔니니인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
- 지윤아 ㅠㅜㅠㅜㅠㅜㅠㅜㅠ 기여워 ㅋㅋㅋㅋㅋㅋㅋ
- 하이눈 여러분은 모르고 계실 것 같은데 진짜 성덕은 계정주가 아니고 탁지윤입니다 ^^… 저희 지윤이가 읍머돌때부터 해신스 팬이었거든요
- 탁지 라방 10번 하면 그중 1번은 하떤남자들 리다님 얘기가 나왔음 이건 찐임
- ㅋㅋㅋㅋㅋㅋ아 미쳐버리겠네 해신이 이날 팬미팅한 거야? 왜 저 멤이 모인 줄 알겠다 우정환이 문채민 부름 -> 문채민이 신해신 부름 -> 신해신 온다는 거 듣고 탁지윤이 우정환한테 부탁함 -> 우정환이 탁지윤 데려옴 존나 이거인 듯
- 와 글만 봤는데 상황이 떠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천재다
- 갓기들 넘 기엽다 터닝스 인터너 나오면 스밍 돌려줄게 날짜 알려조~
- 헐 슨배님들 충성7
- ㅁㅊ 세계관 통합 오졌다 싸우고 지랄나는 것보단 훨씬 좋다고 봄
- 신해신은 어디에 껴 놔도 개웃겨 관계 만들어지네 ㅋㅋㅋㅋㄱㅋㄱㅋㄱㅋㅋ
- 캐릭터가 특이해서 그럼 예전보단 눈치도 잘 보고 작전도 잘 세우는데 친한 사람 한정으로 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봐 ㅋㅋㅋㅋㅋㅋㅋ
멤버들의 친분이 팬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뭐… 반대되는 의견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건 뒤쪽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글이었기에 무시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겹쳐 오는 행운 속에서 Rail heart로 컴백한 지 일주일 차가 됐다.
“축하드립니다. 하이사인!”
펑! 쏟아지는 꽃가루와 팬들의 환호성 사이에서 MC가 건네주는 트로피를 받아 들었다.
울먹거리는 권혜성에게 마이크와 상을 쥐여 준 뒤 옆으로 물러나며 꾸벅 허리를 숙였다.
오늘은 초동 측정의 마지막 날에 해당하는 1주차 음악 방송 녹화 날이었다.
컴백 스테이지와 커플링 곡의 무대까지 완료된 이후 최종 결과 발표를 기다리다가 우리의 1위를 들었다.
몇 번이나 해 본 것이었음에도 이 자리는 늘 감회가 색달랐다. 팬들에게는 감사의 의미로 손을 들며, 보너스 무대를 위해 내려가는 다른 아이돌 그룹에겐 다음에 보자는 안부를 주고받았다.
울먹이며 소감을 발표하는 권혜성의 뒤에서 윤명이 장난을 쳤다. 권혜성의 하늘색 비니 모자 위에서 손가락 두 개를 세워 강아지 귀를 만든 것이었다.
모든 소감이 끝나고 음악 방송의 MC들도 스테이지에서 사라졌다.
“하이눈, 고마워요~!”
“Oh- oh- oh- oh- 왜 너만 모를까 이런 내 마음~”
눈물 콧물로 엉망이 되어 목이 메인 권혜성을 대신해 이정원이 파트를 불렀다. 이유준이 더블링을 깔아 주고 강태오가 권혜성을 이끌어 동선을 재정비하던 순간이었다.
초침 소리와 함께 온 세상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뭐지? 설마…….”
그와 동시에 사방에 모든 것이 멈췄다. 이건 이벤트가 성공했을 때마다 나왔던 현상이었다.
집계가 끝난 건가? 새벽녘 출근길에서 오병은과 박재민에게 100만 언저리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은 있었다.
늦어도 저녁 중으론 채울 것 같다고 말해 줘서 숙소에 도착할 때쯤 시스템과 마주치게 줄 알았는데. 무대 위에서 겪는 이 일이 다소 생소했다.
그래도 성공은 성공이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기웃거리던 찰나, 지직거리는 노이즈음을 대동한 시스템이 등장했다.
홀로그램 창을 띄우며 이제는 익숙한 멘트를 내뱉고 있었다.
[이벤트 발생]
‘활동은 화려하게’ - 부속 이벤트
초동으로 밀리언 셀러를 달성하세요.
실패 시: 잔고 ‘0’원 + 파산
[Clear!]
[이벤트 ‘활동은 화려하게 – 부속 이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플레이어 ‘신해신’ 님께는 업적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1 - 이벤트 ‘활동은 화려하게 – 부속 이벤트’가 제거됩니다.]
[보상 2 - 업적 코인 1,000 코인 지급됩니다.]
[보상 3 - 플레이어 ‘신해신’ 님의 ‘Bug’가 제거됩니다.]
- 호칭 비공개 Bug가 호칭 공개로 전환됩니다.
- [Bug] 선택한 자: ‘선택은 자신의 몫’: 코인 캐기 시스템 정지 → 사용 불가능 [제거]
선택한 자? 드디어 지금까지 중 가장 오래 갖고 있던 버그의 정체가 밝혀졌다.
자신의 몫이라니……. 점점 더 적나라해지는 버그의 내용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유추하고 있던 점이 있었다. 그러던 상태에서 다섯 번째 버그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 다가왔다.
…일단 나머지부터 전부 정리하자. 복잡한 머릿속은 무시한 채 변하기 시작하는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막혀 있던 코인 캐기가 풀렸단 사실만큼 반가운 상황이 없었다.
[보상 4 - 일부 저당 금액의 페이백 시스템이 오픈됩니다. - (1) 저당 금액 페이백 오픈]
- 플레이어 ‘신해신’ 님의 A 통장으로 1억이 반환되었습니다.
- A 통장 입금 완료. 페이백 시스템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저당 금액]
(1) 27억 6,250만 8,729원
(2) 4,235만 1,074원
기존처럼 저당금도 1억을 되돌려 받은 이후였다. 저번엔 보상이 4번에 끝났지.
이번에도 그러겠다며 정면을 응시했다. 그런데 그 뒤로 새로운 글귀가 하나 더 따라붙고 있었다.
하여간에, 시스템 이 녀석은 뭐든 제멋대로였다. 추측했던 것들이 사실이라면 이해를 해 줘야 했다.
[보상 5 – 히든 보상이 오픈됩니다.]
[스트라이크 카운터]
히든 미션으로 열리는 보상입니다. 스트라이크까지 단계는 총 셋.
세 개의 보상을 모두 수령하여 카운터를 치세요.
아주 특별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숨겨진 보상: 저당금 획득 룰렛 (30%) (60%) (90%) → 비율만큼 저당 금액 환급
[스트라이크 카운터]
현재 스코어: ●●○ (2/3)
스트라이크 카운터. 이전에 숨겨져 있던 히든 미션에서 오픈되어 신경 쓰고 있던 것이었다.
30억 가깝게 남은 저당금 중 큰 비율을 되찾아 올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했었다.
히든 미션이 있어야만 받는 부분인 줄 알았는데, 이벤트나 여타 다른 상황 속에서도 가능했던 모양이었다.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낫지.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걱정하고 있었던 100만이라는 숫자를 초동으로 이뤄 낸 게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여러 가지 감회로 감상에 잠겨 있으니, 시스템으로부터 모든 보상이 종료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플레이어님의 진전을 축하드리며, 보상은 이상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새로 밟아야 할 스텝도 알게 됐다.
[새로운 이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벤트 발생]
‘인정은 강렬하게’
더블 밀리언 셀러를 달성하세요.
실패 시: 잔고 ‘0’원 + 파산
더블 밀리언 셀러,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이뤄지는 다음 앨범까지 100만 초동을 유지하라는 뜻 말이다.
다음 기회를 실패하면, 더블이라고 했으니까 두 번을 새로 성공해야만 했다.
기회는 한 번뿐이군. 기한을 딱히 걸지 않았던 조건에 반해 이벤트 내용 자체가 압박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어차피 하기로 한 거, 굳이 따지지는 않기로 했다.
이벤트도 오픈됐겠다, 이제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올 예정이었다.
[!Bug 발생!]
[!Bug 발생!]
[!Bug 발생!]
[Bug가 발생했습니다!]
[!시스템 난이도 업그레이드!]
[Bug] - 호칭 비공개
박스 상점 락다운 → 일시 폐쇄
이번엔 너냐. 코인 캐기가 풀리자 다른 쪽이 새롭게 막혔다. 충격은 초반에 비하면 크진 않았으나 막막한 건 마찬가지였다.
모처럼 다시 코인을 모아서 아이템과 특수 효과들을 장착할 예정이었는데.
이것도 일시 폐쇄가 된다고 하면 다른 길을 모색해 봐야 했다. 제법 쏠쏠하게 사용하던 아이템들이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
[신해신]
나이: 23
외모: A
보컬: A+
댄스: A-
운: B
끼: A
정보: 플레이어
[보유 스킬]
‘올라운더 기어(S)’
[현재 코인]
6,365 코인
[블랙 쿠폰]
4매
[저당 금액]
(1) 27억 6,250만 8,729원
(2) 4,235만 1,074원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 - 제거
‘데뷔는 성대하게’ - 제거
‘데뷔는 성대하게(부속 이벤트)’ - 제거
‘활동은 화려하게’ - 제거
‘활동은 화려하게(부속 이벤트)’ - 제거
‘인정은 강렬하게’ - 진행 중
[Bug]
‘(호칭 공개)인과관계’ - 제거
‘(호칭 공개)당위 손실’ - 제거
‘(호칭 공개)필수 불가결’ - 제거
‘(호징 공개)오류 복구’ - 제거
‘(호칭 공개)선택한 자’ - 제거
‘(호칭 비공개)Bug’
길게 늘어지는 시스템 창을 보다가 스탯 창에서 눈길이 멈췄다. 버그가 늘어난 것도 이벤트를 성공하여 새로운 명이 떨어진 것도 지금으로선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탯.”
그래, 정답은 스탯이었다.
박스 상점이 막혀 버린 지금 이 상황에서 갖고 있던 것과 새로 모을 코인들을 사용할 곳은 스탯뿐이었다.
슬슬 S 스탯을 찍어 볼 때가 됐지. A로 올라가는 것에도 큰 힘이 들어 아이템을 위주로 활용하던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는 좀 더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보여 줘야 할 것 같았다.
인정은 강렬하게, 내게 내려온 이벤트명처럼 말이다.
거기에 남아 있던 것.
“기억 키워드.”
새로 공개된 버그명을 힌트 삼아서 기억 키워드도 오픈해 볼 예정이었다.
내가 예상한 게 틀리지 않는다면, 거기서 시스템과 회귀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일의 배후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을까, 라는 추측이 있었다. 말도 안 된다는 건 알고 있긴 하지만……. 내 촉이 그렇게 외쳐 왔다.
어쩌면 조금은 허무할 수도, 또 어쩌면 내 인생에 대해 회의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갈피가 잡혀 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