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화
[현재 코인]
6,565 코인
레일 하트의 컴백으로 이벤트에 성공해서 다시 모이기 시작한 코인이었다.
제한이 풀렸으니 열심히 모으기만 하면 됐건만. 곧바로 시스템과 조우하며 일이 엉켜서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도 이제는 이걸 좀 더 활용해 볼 수 있겠단 생각이 강했다.
다음 이벤트가 밀리언 셀러 달성이었지만, 그 뒤엔 수상 쪽일 가능성이 컸으니까 말이다.
치열한 이 아이돌 판에서 눈에 띄려면 실력만 한 게 없겠지.
이래저래 바빠서 관심을 두지 못하던 스탯 창부터 확인했다.
[신해신]
나이: 23
외모: A
보컬: A+
댄스: A-
운: B
끼: A
정보: 플레이어
[특성]
[Bug] 주어져선 안 될 행운(특수)
[Bug] 잘못된 시작(악성)
[보유 스킬]
‘올라운더 기어(S)’
이제부터 나는 코인을 사용하여 스탯의 업데이트를 해 볼 예정이었다.
“스타 코인 스탯 해금, 보컬과 끼에 사용할게.”
그것도 한 번에 두 개씩, 아주 과감하게 말이다.
[‘스타 코인 스탯 해금’ 보컬과 끼에 2,000 코인을 지불합니다.]
[현재 코인]
4,565 코인
[보컬 스탯 해금 방법]
10,0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보컬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세요.
0/10,000
[변화 가능 스탯]
보컬: A+ → S
[끼 스탯 해금 방법]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도 60% 이상을 채우세요.
[현재 수치]
활약도: 0%
[변화 가능 스탯]
끼: A → A+
“…S는 S라 이건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숫자의 나열을 발견했다.
만 명? 그것도 긍정적인 평가? S 스탯 진입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건 규모가 다른 수준이었다.
거기다가 끼 스탯 역시 A의 위치라 상당히 높은 난이도를 자랑했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니… 스케줄상 없을 것 같지는 않았으나, 그건 멤버들과 다 함께 출연하는 이벤트성 출연이라 뭔가 다른 대책을 구해야만 할 것 같았다.
일단은 머리를 좀 써 봐야겠다며 화장실을 나서 보려던 참이었다.
띠링- 귓가 너머로 울리는 알람에 고개가 휙 돌아갔다.
[히든 스탯 깜짝 미션]
멤버들의 스탯을 업데이트해 주세요.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종료 기한 – 7인 모두 달성 시
보상 – 랜덤 지급
[멤버]
이정원 - ??
이유준 - ??
강태오 - ??
권혜성 - ??
윤명 - ??
문채민 -??
이건 나도 처음 보는 미션의 내용이었다. 멤버들의 스탯을 올리라고? 아무래도 제로-원-나인 이 자식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내 것 올리기도 벅차 죽겠건만.
실패했을 시 페널티는 받는 것 같지 않았으나, 이런 게 뜨니 안 할 수가 없었다.
보상이고 자시고 녀석들이 잘되어야 나도 함께 잘되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제로-원-나인을 부르려는데, 화장실 입구에서부터 인기척이 느껴졌다.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세팅이 망가지는 건 신경 쓰지 않는지 제 머리를 벅벅 긁고 있는 권혜성이 보였다.
“왜 이렇게 안 나와, 형~”
“어? 미안, 지금 나가려고 했ㅇ…….”
내가 하도 안 나오니까 직접 들어온 것 같은데. 권혜성의 머리 위로 나타난 창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이걸 도와준다고 해야 하는 건가. 제로-원-나인이 지금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권혜성]
나이: 20
외모: B+
보컬: C+
댄스: A
운: C+
끼: A-
*업데이트 확률 상위 스탯*
댄스: 70% (연말 무대를 활용해 보세요.)
끼: 87% (예능 방송을 활용해 보세요.)
파란 창에 적힌 문구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권혜성, 저 녀석은 끼를 올려 주자.
입이 방정인 구석은 있었지만,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유쾌하고 활발한 케이스였으니까 말이다.
내가 올려야 하는 끼 스탯과 연동해서 작업하면 업데이트가 가능할 것 같았다.
머리 위만 노려보고 있으니, 그런 내가 수상하게 느껴졌는지, 권혜성이 미간을 찡그렸다.
아까부터 보디가드 놀이에 심취한 놈답게 가까이 다가와선 나를 관찰했다.
나야 뭐, 이제는 목표하던 것을 달성하여 더는 조심히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형, 수상해~”
“뭐가? 됐으니까 얼른 가자. 오늘도 바쁘다.”
그래서 곁에 붙은 혜성이 놈의 목에 팔을 걸며 녀석을 이끌고 나갔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보면, 무척이나 바쁜 하반기를 보내야 했다.
MXP에 관련된 일은 이번 활동이 종료되는 즉시, 개시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일단은 스탯 업데이트부터. 새로운 목표가 세워졌다.
* * *
매일같이 레일 하트 컴백 관련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틈틈이 내 스탯과 멤버들의 스탯 업데이트에 관련된 사항들을 확인했다.
마주치는 멤버마다 머리 위로 새로운 창을 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장 빨리 연동해 줄 수 있는 녀석들부터 찾아봤다.
그중 하나가 화장실에서 바로 목표치를 알게 된 권혜성이었고, 나머지 하나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멤버, 이정원이었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봐.”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오늘 왜 우리 셋을 부르신 거지.”
며칠 전 보컬 레슨실에서 마주친 이정원의 스탯 창 위로 파란 박스 하나가 떠올랐다.
순차적으로 알려 주고 있는 건지, 업데이트 관련 조건이 적혀 있던 부분이었다.
[이정원]
나이: 23
외모: A-
보컬: A+
댄스: B-
운: D
끼: B-
*업데이트 확률 상위 스탯*
보컬: 92% (보컬 무대를 활용해 보세요.)
외모: 57% (컴백 컨셉을 활용해 보세요.)
너무도 확고한 지시 방향에 곧바로 정답을 찾아냈다.
나도 보컬 관련돼서 스탯을 올려야 하는 바가 있었으니, 이정원을 내 보컬 스탯 쪽에 연동하여 함께 올리자는 것이었다.
큰 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서도경에게 뭔가 요청을 해 보려던 찰나였다. 나와 권혜성 그리고 이정원 이 셋이 회사에 불려 갔다.
귀신같이 눈여겨보고 있던 멤버들과 함께 자리할 기회가 생겨서 떨떠름한 기분이었다.
미팅 룸에 앉아 매니지먼트실 쪽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데, 아무래도 바로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았다.
이건 프로그램 스케줄 조율에 대한 미팅 자리였다.
“나는 가왕에서 출연을 요청했어요. 마스크를 쓰고 노래를 부르니,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깨부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겠죠. 그래서 여기에 출연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룰이 추가되었더라고요.”
나는 가왕, 배우부터 시작해서 탤런트와 모델, 가수까지 그 영역을 가리지 않고 노래 하나만으로 승부를 보는 경연 프로그램이었다.
종전에 히트했던 프로그램답게 공중파에서 꽤 오래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우리에게 출연할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이거면 보컬 스탯 업데이트를 충분히 노려 볼 수 있었다. 얼굴을 가리면 안 된다는 조건은 없었으니까, 아주 제격인 자리였다.
그런데 특별한 룰이라니, 매니지먼트실 실장의 말에 이정원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 특별한 룰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보통 혼자 출연하던 걸로 알고 있어서요.”
“그러게~ 나는 가왕이면 나는 아닐 것 같은데!”
권혜성 역시 걸리는 바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인원이 이런 것에 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실장 역시 이부터 설명하고 싶었는지, PPT의 슬라이드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스페셜 개편 부문입니다. 1회성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라고, 여러분이 출연하게 될 편은 나는 가왕 – 페어 편입니다.”
“…페어 편이요?”
뭔가 일이 술술 풀리고 있었다. 나는 가왕은 원래 1인이 출연하여 대결을 펼치는 구조였다. 하지만 오래된 방송이라서 그랬는지 새로운 부문이 필요하다고 여겼던 것 같았다.
그게 마침 내가 딱 스탯의 업데이트를 하려던 찰나고.
페어라고 하면 멤버 둘이 저기에 출연한다는 뜻 같았다. 스스로가 봐도 자기는 아닌 것 같다는 권혜성을 제외하니, 나와 이정원의 출연이 확정시되었다.
“벌써 눈치채신 것 같은데. 네, 그렇습니다. 나는 가왕 – 페어 편에 정원 씨와 해신 씨, 두 분이 출연할 예정이세요. 출연 일자는 곧 오 팀장님과 박 매니저님 통해서 내려갈 거고, 그때까지 경연곡을 준비해 주시면 되시겠습니다.”
이정원과는 막 눈이 마주친 바였다. 이 녀석과는 동시에 보컬 스탯을 올려야만 했으니까.
나처럼 다른 목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얘 역시 보컬에 상당히 욕심을 부리던 인물이었다.
음악적 재능도 뛰어났으니까 불타오를 게 분명했다.
“잘 부탁한다, 신해신?”
“나야 말로, 기왕 하는 거 목표는 그거지?”
“그렇지, 우승.”
이정원과 손뼉을 마주치자 등 뒤에서 불퉁한 불평이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까 여기 이 자리에는 다른 멤버가 한 명 더 앉아 있었다.
“…저기, 형들. 날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레일 하트 활동으로 화려한 민트색 머리를 하고 있던 권혜성이었다. 부루퉁한 표정으로 내 어깨에 턱을 기대더니, 자기는 왜 여기 불린 거냐며 실장을 쳐다봤다.
“그럼 저는요……?”
“혜성 씨도 혜성 씨가 해야 할 일이 있죠. 단, 혜성 씨, 혼자 할 게 아닙니다. …해신 씨?”
“…네?”
저요? 이정원과 의기투합하기가 무섭게 다시금 내 이름이 불렸다.
휙 하고 정면을 바라보자 PPT의 다음 슬라이드를 넘긴 실장이 한 페이지를 설명했다.
그곳에 적힌 것도 다소 눈에 익은 프로그램의 이름이었다.
‘온 동네 예능 잔치’. 각종 스포츠 장르를 타파해 가는 과정을 꾸린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저게 왜? 거기서 묘한 불길함을 느꼈다. 권혜성 쟤가 나가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내 이름이 불렸다.
“혜성 씨는 온 동네 예능 잔치에 게스트 출연을 하게 됐어요.”
“헉, 저요?”
“그런데, 혜성 씨 혼자 보내기엔 걱정스럽기도 하고, 제작진 측으로부터 멤버들의 케미가 좋다는 평을 들어서 한 명을 더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그게 바로.”
“…전가요.”
“네. 해신 씨, 혜성 씨랑 같이 대활약하고 오세요.”
나는 가왕 측과 달리 고행길이 결정된 출연이었다.
저기도 그렇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여긴 다른 방향으로 눈앞이 캄캄했다.
하필이면 하고 많은 예능 중에서 온 동네 예능잔치냐. 활약도 60%는 고사하고, 운동 종목을 잘못 만나면 하루종일 생고생만 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일단 찾아온 기회, 어떻게 도전은 해 보기로 했다.
이거라면 혜성이 녀석도 나도 둘 다 끼 스탯에 이용할 수 있었다. 잘 풀렸다고 해도 되겠지?
무척이나 바빠질 예정이었다.
* * *
그날을 기점으로 나와 이정원은 나는 가왕 출연 준비를 했다. 우리 둘은 피터팬과 웬디라는 캐릭터로 나가게 되었다.
캐릭터 결정 과정에서 다소 다툼이 있었는데.
“네가 웬디해라.”
“나보단 정원이 네가 더 웬디상 아니냐.”
탈을 쓰는 만큼 의상 역시 그 캐릭터와 동일한 것을 입어야만 해서 치열한 공방전이 일어났다.
“오, 꿀잼.”
“…아니, 어차피 인형 옷이잖아. 그냥 입으면 될 걸, 뭘 또 싸운대.”
“그럼 강태오 네가 웬디 옷 입든가.”
“…형들, 팅커벨 아닌 게 어디야.”
“푸핫! 팅커벨이래. 해신이 형이 팅커벨?”
“야, 권혜성, 왜 나야! 누가 봐도 이정원이지!”
그걸 지켜보며 말을 얹는 멤버들까지.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