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286화 (285/328)

286화

[나는 가왕 피터팬&웬디 이거 ㅅㅎㅅ이랑 ㅇㅈ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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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ㄱ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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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나만 그 생각한 거 아니구나

- ㅜㅜㅜㅜㅜㅠㅜㅠㅜㅜㅜ 나도 봐야하는데 아 왜 본방 못봤냐

- 아 어쩐지

- 엥? 걔네라고?? 탈아이돌급 아니었음? 우승 후보로 난리 나서 기성 보컬리스트 페어인 줄 알았는디;

- 아이돌도 노래 잘 부를 수 있거든요 탈아이돌 ezr

- 갓해랑 이가든이라고?? 헐 미친 찾아본다

- 우리 애들 맞아 ㅜㅜㅜㅠㅜㅠㅜㅠㅜㅠㅠ 둘이 평소 무대에서도 화음 자주 쌓는데 팬들한테는 거의 지문이라 ㅠㅜㅠㅜㅠㅜㅠㅠㅜㅠㅜㅠ

- 내 동생 나랑 같이 하이눈이거든 ㅋㅋㅋㅋㅋ 나 거실에서 나는ㄱㅏ왕 보는데 동생이 방문 열고 나오면서 뭐야 해신이랑 정원이가 이 노래를 왜 불러 이러면서 걸어나왔다 ㅋ

- 미쳤나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지금 반응 개좋음 나는가왕 엄빠도 많이 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애들이라고 했더니 엄빠 얼굴 좀 달라짐 ㅜ 맨날 쓰잘데기 없는데에 돈쓴다고 뭐라고 들었는데 ㅜㅜㅜㅜ 이제 해신이랑 정원이 이름도 외웠어 ㅜㅠㅜㅠㅜㅠㅠ

- 아직 확실한 거 아닌데 다들 너무 그 둘이라고 확정지은 거 아닌가 ㅋㅋㅋ 만약 아니면 어떻게 하려고;

- 확실하니까 난리인 거겠지 하이눈 말고 타팬덤에서도 하이사인아니냐고 얘기나오던데 ㅋㅋㅋㅋㅋ

스케줄을 가는 길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반응을 확인하는데 상당히 괜찮은 흐름을 발견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화제성이 줄어든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공중파는 공중파다 이건가.

부모님과 함께 봤다는 팬부터, 얼굴을 가리고 불러서 노래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는 사람까지 전반적인 대중들의 호응도가 높은 편이었다.

처음 시도하는 페어 편이라서 기사가 상당히 많이 나간 것을 확인했다.

[나는 가왕 ‘페어 편’ 신예들의 등장 피터팬&웬디의 정체는?]

[모두를 사로잡은 완벽한 하모니, 나는 가왕의 동화 페어 피터팬과 웬디!]

[이벤트성 회차의 반전! 처음 진행하는 페어 편, 그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은?]

1라운드를 무사히 승리하고 난 뒤라 그 결과가 더 좋은 듯했다.

처음에는 둘이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거라 우리라고 유추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 강했다.

녹화 당일만 해도 패널들이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기성 가수들의 이름을 꺼냈었으니까 말이다.

‘세이버의 유민 씨랑 클렌의 티오 씨?’

‘에이~ 거긴 너무 갔다. 그 두 분은 90년대에 활동한 가수잖아요.’

‘왜! 목소리 그대로 유지했을 수도 있지. …아닌가?’

투덜거리는 패널들을 보며 웬디, 아니 웬디의 탈을 쓰고 있는 이정원과는 가볍게 하이 파이브를 했다.

들키지 않은 것에 기뻐하며 장난을 치자 패널들에게서 그 둘이 아닌 것 같다는 아우성이 나왔다.

‘어우, 난 모르겠다! 젊은 친구들 같은데… 쓰읍, 둘이 같은 그룹이려나. 아니면 다른 그룹? 솔로?’

‘아! 가수라고는 확정 지으신 건가요?’

‘우리도 귀가 있지. 이 친구들은 가수예요. 그것도 전문 트레이닝을 받고 나온.’

중견 가수로 오랜 시간 활동한 패널이 장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었다.

누구인지 맞추진 못하더라도 이쪽 방면에선 정확한 귀를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느낌으로 이정원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형 탈을 쓰고 있었으니까 할 수 있었던 페이크 동작이었다.

그렇게 무사히 1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상대팀의 헨젤과 그레텔이 가수가 아닌 탤런트와 개그맨 페어여서 더욱 쉽게 가져온 것 같기도 했다.

패배를 맞이한 팀이 탈을 벗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나와 이정원은 백스테이지에서 대기실로 이동했었다.

잠깐이었지만 땀에 젖어 이마를 훔쳐 내는 이정원을 보다가 마주 보고 웃은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스폐셜 특집으로 진행되는 방송이다 보니까, 다음 녹화가 마지막이 될 계획이었다.

우승하면 트로피를 받음과 동시에 자동으로 얼굴 공개가 정해진다는 뜻이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우승을 목표로 정진하기로 했던 우리 둘은 2라운드와 혹시 모를 마지막 3라운드의 경연곡을 준비했다.

드라마 OST로 마음을 먹었단 탓에, 그 뒤의 노래 역시 연작처럼 진행하기로 한 뒤였다.

이걸로도 꽤 재밌는 반응을 많이 들었다. 생각보다 일이 술술 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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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가왕 오랜만에 보는데 사벚아 오슽 부르는 애들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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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촉이 외치고 있음 쟤네 돌임; 탈을 써도 가려지지 않는 저 피지컬;;;

누구야 나 지금 입덕하기 전이니까 ㅠㅠ 얼른 좀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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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가왕 피터팬이랑 웬디로 거론되고 있는 아이돌 후보

피터팬: 해신(하이사인) / 병윤(션스) / 케이타(슬링투제로)

웬디: 레이(솔로가수) / 정원(하이사인) / 이준서(GTG)

얘네 말고도 더 있는데 가장 많이 불리는 애들로 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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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ㅋㅇㅌ는 아니다 걔 ㅅ 발음이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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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치면 ㅅㅎㅅ도 아니지 않음? 노래

괜찮게 하긴 했어도 이정도로 능숙했다고?

허스키한 느낌은 비슷하긴 한데, 이런 쫀득한 느낌은 못 느껴서 봐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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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들이 이렇게 인정받는 구나 ^^

응 고마워~ 얼굴 까는 날 보자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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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싸움은 무시하고 ㅋㅋㅋㅋㅋ

노래듣자마자 머리 댕울림 ㅜ

나만 정민이 생각나면서 오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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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정 덕분에 사벚아 결아당 정주행 쭈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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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부르기 어려운데 ㅜ

고른 것부터 고수의 향기 미쳤어

우리 애들이면 나 기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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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림 이제 메이터스 소속 아니야??

하이사인 쌉가능인 것 같은데;

2라운드 무슨 노래부를지 모르겠지만

거기서도 이쪽 오스트 나오면

난 걍 신해신 이정원파로 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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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그러고보니까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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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설마 그렇게 대놓고 힌트를 줬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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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아서 헷갈리게 한 걸 수도 있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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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같은 소속사가 된 고우림과의 시너지까지 발생하니, 얼핏 듣기로는 드라마의 재시청까지 늘고 있다는 추세였다.

이런 방향을 노렸던 건 아니었지만, 건너 건너 고우림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피터팬과 웬디가 우리냐는 말과 함께 만약 정답이라면 고맙다는 인사였었다.

[해신 씨랑 정원 씨 진짜 아니에요? 나 하이사인 챌린지까지 도와줬는데.]

물론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방송 지침이라서 아닌지도 맞는지도 말해 줄 수가 없다며 서운해하는 고우림의 연락을 피해 다녀야만 했다.

거기에 내게는 아주 좋은 소식이 하나 있었다.

[신해신]

나이: 23

외모: A

보컬: S

댄스: A-

운: B

끼: A

정보: 플레이어

보컬 스탯이 S에 진입했다는 것이었다.

만 명에게서 긍정적인 호응을 받으라길래 걱정이 앞섰는데. 2라운드까지 가기도 전에 성공했다는 알림이 도착했다.

[보컬 스탯 해금 방법]

10,0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보컬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세요.

10,000/10,000

S라고 겁먹었던 것에 비해 너무도 쉬운 성공이었다.

나는 가왕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 둘 중 하나를 달성하니, 옆에 있던 이정원이 신경 쓰였다.

내가 끝났으니까, 이제는 네 차례야. 이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한다면 저 녀석의 스탯도 업데이트가 가능할 것 같았다.

“…이 형, 해신이 형!”

“어? 어.”

“무슨 생각을 하길래, 사람이 불러도 못 들어.”

그때 나를 부르는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 보니까… 나는 지금 권혜성과 함께 있었다.

운전하던 오병은이 여기를 돌아보다가 권혜성과 대화하는 나를 확인하곤 다시 운전대를 꽉 쥐었다.

아무래도 내가 꽤 오랜 시간 넋을 놓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저런 회상을 한다는 게 그만……. 미안하다며 사과하는데 괜찮다며 어깨를 으쓱인 권혜성이 창밖을 돌아봤다.

“그렇게 정신 빼고 있다가 다친다? 형도 알잖아, 오늘 나가는 거.”

“…안 그래도 심란한데. 너까지 그러기 있냐.”

오늘 얘와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정원의 보컬 스탯 보강을 위해 출연을 다짐했던 나는 가왕 페어 편처럼 권혜성과도 끼 스탯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했었다.

뭐, 내 의지보다는 회사에서 밀어줬던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야.

‘온 동네 예능 잔치’ 공중파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포츠를 다룬 버라이어티였다.

매 시즌 게스트를 두고 컨셉을 짜서 진행하는 오락형 경험 예능이었는데, 이번에는 나와 권혜성이 그곳에 초대받았다.

사실 권혜성이야 운동 신경이 발군인 놈이라 그러려니 했었다.

재간둥이 스타일에 생활형 애교도 강했고, 능글맞은 구석도 있었으니까 MC인 개그맨들과도 합이 잘 맞을 게 뻔했다.

…그럼 나는? 아무래도 제작진 측에서 내가 나왔던 자체 콘텐츠나 예능 프로그램을 본 게 틀림없다.

허우대만 멀쩡하지 운동 신경이 영 꽝이었다는 것을 말하는 거였다.

…달리기 시켜 주면 좋을 텐데. 뜀박질 말고는 딱히 자신이 있는 운동은 없는 편이었다.

잔머리 쓰는 것도 괜찮은 편이긴 했지만, ‘온 동네 예능 잔치’는 리얼한 스포츠 쪽에 가까웠던 터라 기대할 만한 구석이 전혀 없어 보였다.

원래대로라면 오늘의 나는 방송에서 60% 이상의 활약도를 보여 줘야만 했지만.

그건 불가능해 보이니, 사실상 혜성이 녀석의 끼 스탯을 위해 가는 거라고 보는 것이 정답이었다.

아전체를 본 것인지, ‘쉬지 말고 뛰어라’를 본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우리의 엉망이던 탁구 자컨을 본 것인지 확답을 내리지 못한 채, 녹화가 진행될 예정인 장소로 향했다.

방송국이 아닌 스포츠 센터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아찔함에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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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이거냐… 센터에 도착해서 편안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녹화장으로 향했다.

대기실에 있던 고정 MC 둘에게도 인사를 한 이후였다.

카메라 바깥 외곽에 서서 먼저 자기소개 중인 타 그룹의 아이돌 둘을 봤다,

아, 저 사람들이야? 거기서 낯이 익은 인간들을 발견했다.

인터너, 우정환과 우정환에게 소개받은 탁지윤이 속해 있던 그룹이었다. 전원이 출연한 건 아닌 것 같은 게 오늘도 그 둘이 방송 카메라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혜성아, 너 쟤 나오는 줄 알았냐.”

“…엥? 우정환이네? 아니, 나도 지금 봤어. 어… 옆에는 형도 아는 그분 아닌가?”

“…맞아.”

게스트끼리는 서로가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비밀리에 진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던 게 떠올랐다.

그래서 아는 인물이 포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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