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화
[해신이랑 정원이 나는 가왕 페어편에 나온 거]
────────────────────────
미쳤나 봐 진짜 개잘불렀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 나 1회차 때부터 애들 알아봤는데 ㅅㅂ 해신이랑 정원이 아니라고 맞으면 손에 장 지진다던 놈들 다 나와
- 제가 장을 준비해와 봤는데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땐 아이돌 절대 아이돌일 리 없다고 무시 발언 레전드였는데
나는 가왕 페어 편의 녹화가 모두 종료된 이후였다.
방영 날짜 이후로 좋은 반응이 이어질 거란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큰 후폭풍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하이사인 이인방 빌드업부터 엔딩곡까지 걍 서사킹들임]
────────────────────────
서바이벌에 그렇게 나와서 짬이라도 쌓였나 ㅋㅋㅋㅋㅋㅋㅋ
팬 아니어도 볼 수밖에 없는 명무대 왕창 찍고 갔더라
타프긴 했지만 나도 유어돌은 봤었거든
그때 일반인이라고 뒤에서 배척 오지게 당한 신해신이나 초반부 먹금 미쳤던 이정원
둘이 공중파 보컬 경연에 나와서 다른 선배 가수들 누르고 우승한 거
걍 오타쿠라면 심적으로 말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임 ㅜ
게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 진짜 잘쓴 게 아니 누가 경연 나가는데
같은 드라마 연작 오스트를 쭉 부르냐고요 ㅜ ㅋㅋㅋㄱㅋㄱㅋㄱㅋㅋ
목소리나 창법만 봐선 가수인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자꾸만
사벚아 출연진인가? 사벚아 오슽가수인가? 아니면 관계자인가? 이렇게 됐잖아
나 나중에 들었는데 지금 엔필름 오티티에서 사벚아 다시보기 순위 1위라며?
고우림이 메이터스 들어가서 그런건가 얘네 챌린지도 같이 찍어주고 개친한 것 같긴 하던데
뭔가 우정 다지는 것 같고 얘네는 얘네대로 득보고 걍 지니어스라고 생각됨
게다가 마지막에 딥블루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저 잠시 눈물 좀 훔치고 갈게요
이거 신해신이 등급 평가 때 이유준이랑 불렀던 거잖아;;
머글들은 모르겠지만 거기서 이마팍팍 때렸다 나 지금 이마 하도 때려서 평지됨;;
미쳤냐 해신아 정원아 돌판 레전드를 찍어보겠다는 이 독기남들아
그렇게 하면 1군밖에 될 수 없어요
프로젝트성 그룹이라서 안 들어가려고 버티고 있었는데; 안 되겠다;
메이터스 나를 하이눈으로 받아라;
결론 와이튜브 영상 조회수 좀 높여줘 우리 엄빠도 같이 일조하고 계심 ^^
────────────────────────
- 너 이미 말린 거 같은데
- ㅋㅌ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미 서사부터 엔딩까지 다 알고 있잖아
- 아 딥블씨가 왜 계속 실티인가 했더니 이거 때문이었냐; 머리 굴리는 거 진짜 미쳤다
- 머리굴린거 말고 애들이 그만큼 진심이었던 걸로 봐줘 ㅜㅜㅜㅜ 우리 애들 서로 엄청 친해서 사적으로도 같이 놀고 거의 형제같이 굴어
- 이건 하이눈 아니어도 킹정이다 그날 하이사인 다른 멤버들 관객석에 있었다며 존나 짧게 나오긴 했는데 팬들 다 알아보대
- 헐 ㅁㅊ 애들이 나왔다고? 몇분 몇초야!!!!!
- 인증글이랑 목격담도 개 많음 내 티친들이 나는가왕에 그렇게 많이 가 있을 줄은 몰랐지 ^^
- 왜 다들 얘네 서사 얘기만 하지 ㅜ 나 진짜 돌판 알긴 아는데 발가락만 담근 머글픽이란 말이야 ㅠㅜㅠㅠㅠ 솔직히 아이돌 실력 편견도 조금 있었는데 얘네 무대 보고 생각 많이 바뀌었음 연애편지 좋아하는 오에스티라서 열심히 봤는데 거기서 이미 얘네가 우승후보인 거 점 찍어 두고 있었다고 ㅜㅜㅠㅜㅜㅜㅜ 커버한 사람들 진짜 개많이 봤지만 그 드라마 감성 살려서 풋풋하고 달짝한 연애 느낌 제대로 낸 거 얘네가 진짜 처음인 거 같아 ㅠㅠㅠㅠㅠ 아니 그것도 남녀가 아니라 남남으로 저런 느낌이 가능한 거야? 경연 보는 순간만큼은 둘 다 남자라는 생각 전혀 안 하고 입틀막한 채 화음 미쳤다; 목소리 밸런스 미쳤다; 감성 돌았다; ㅇㅈㄹ로 들었어 ㅜㅜㅜㅜㅜ
- 윗익이 이미 입덕한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ㅇㅇ; 하이눈인 나보다 이미 진심녀임 ㅋㅋㅋㅋㅋ 넌 명예 하이눈 해라 짭이눈이도 봐줄게 ㅋㅋㅋㅋㅋㅋ
- 메이터스는 뭐하냐 애들이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데 커버 영상 하나 안올려주고 ㅅㅂ
-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 저 위에서 다 적어줬네 ㅋㅋㅋㅋㅋ 나도 그 드라마 재밌게 봤는데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정민이가 지나감 ㅜ 하 다시 보고 싶네 오늘 또 봐야겠다 메이터스 너넨 얘네한테 고마워해라 생각해보니까 메이터스도 엔필름에서 만든 곳이었ㅈㅣㅋㅋㅋ
아웃스티즈의 게시글부터 시작하여 티위터까지 제법 폭넓게 반응이 올라왔다.
티위터에는 우리가 불렀던 노래들의 원작 드라마인 ‘사랑은 벚나무 아래에서’부터 ‘겨울 나무 아래에서 당신을 기다려요’가 실시간 티위터로 명시까지 되어 있었다.
엔필름이 주관하는 OTT 사이트에서도 다시 보기로 높은 성적을 유지하는 걸 확인한 뒤였다.
애초에 우리가 노렸던 것은 연작 시리즈의 OST를 불러서 누구인지 헷갈리게 하자는 것이었는데. 나비효과처럼 따라붙는 각종 반응들이 연쇄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을 만들어 냈다.
[고우림]
뭐야 해신 씨, 정원 씨~ 이런 거에 나갈 거면 나한테 얘기 해줬어야죠. 나 완전 감동 받았잖아요. 챌린지 한 번 더 해줄까요? 언제 컴백해요? ^^
고우림에게서 받은 문자 메시지만 해도 확실한 부분이었다.
연기 쪽에서 꽤 입지가 큰 편인 국민 배우가 아웃스타그램에 우리의 무대까지 올려 준 것만 봐도 그랬다.
@WOORIM_GO
#사벚아
#결아당
#하이사인
#대표였던 과거 때문이 아니라 진짜 노래 잘하죠?
#이젠 더 이상 제가 대표는 아니지만요.
스토리로 올라간 우리 무대의 캡처 이미지와 와이튜브 링크가 아이돌에게 관심이 없던 대중들까지 공략해 줬다.
쉼 없이 올라가는 영상의 조회 수와 추천까지, 파급이 적지 않다는 걸 몸소 깨닫고 있었다.
돌아가는 사이클 속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를 며칠이었다. 의외의 인물에게서도 연락을 한 통 받았었다.
- 야! 너 왜 거기 나간다고 말 안 했어!
“네? 아무래도 극비사항이니까요…….”
그건 바로 오랜만에 통화하는 지원겸이었다.
지원겸은 같은 그룹의 멤버 서은휘에게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지, 방송이 방영되고 난 이후에서야 뒤늦게 전화했다.
받자마자 대뜸 소리부터 치는 것이 그리 반갑지는 않은 주제였을 것 같았지만.
쩌렁쩌렁 울리는 전화기에 한쪽 귀를 틀어막자 지원겸이 꿍얼거리는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대충 듣기로는 자기도 거기에 나갈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이야기 같았다.
- 우리 쪽에 섭외 요청 왔을 때, 원래는 내가 나가기로 했단 말이야. 별로 끌리지도 않고, 경연이라면 좀 지겨운 입장이라 내 쪽은 스케줄 핑계로 패스했더니… 바로 나가서 신나게 놀다가 와?!
“그건 멘토님 선택이잖아요. 저희도 섭외받은 입장이었어요.”
아무래도 서은휘가 여동생이라던 모델 서세이와 나는 가왕에 나오게 된 것은 지원겸의 거절로 인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아무리 남매라고 한다지만 이런 경연 프로그램에 가수도 아닌 여동생과 함께 나온 게 다소 이상하긴 했었다.
근데 이미 끝난 것 뭐 어떡하라고……. 지원겸은 크라운 게임 때 우리에게 우승을 빼앗긴 것이 은근히 열받았었던 것 같았다.
자기가 서은휘와 함께 나는 가왕에 나갔다면 우리가 우승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거라며 곰살맞은 태도로 이야기했다.
말투는 삐딱한 게 껄렁한 기운이 강했지만,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었으니까.
대화 주제는 퍽 좋아 보이지 않으나 제 딴에는 우리의 우승을 축하해 주기 위해 전화한 것이었다.
타고나길 입에 바른 칭찬을 하지 못해서 쓴말부터 튀어나온 게 분명했다. 말로만 그렇지, 그 누구보다 호구 기질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모로 말해도 칭찬으로 들어 주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지원겸과 대충 통화를 끝내고 밀려드는 축하 메시지에 짤막한 답장을 보내 놨다.
우정환부터 류정, 이민석과, 그 외 아이돌 생활을 하며 알게 된 지인들까지.
…김환준, 이 인간은 대충 건너뛰고. 아무튼 참 많은 사람이 연락을 해 왔었다.
실력도 인정받았겠다, 나와 이정원, 거기에 권혜성까지 무사히 스탯을 올렸겠다, 만족스럽게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레일 하트의 음원 성적도 훌륭한 편이니, 이제 다시 다음 컴백을 준비하며 나머지 미션을 해내면 되겠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도경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러고 보니까 근래 여길 보지 못했구나. MXP의 움직임에 잠시 따로 동향을 살피고 있었던 탓에 오랜 시간 만남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서도경 측에서 정리된 게 있는 모양이군. 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서도경의 연락은 제법 반가웠다.
바쁜 일정을 끝내고 간신히 돌아온 휴식기에 쉬지도 않고 회사로 달려갔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 * *
대표실에 앉아 오랜만에 보는 얼굴과 독대를 했다. 멤버들을 두고 오라는 말을 한 걸 보면 나와 긴밀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단 것이었다.
“오랜만이죠, 이런 자리는?”
서도경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며 싱긋 웃는 얼굴에는 공감한다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여 줬다.
“우선 감사 인사부터 해 볼까요? 나는 가왕, 고생했어요. 거기서 저도 좀 얻은 게 있거든요.”
그런데 서도경에게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MXP에 대한 건으로 만난 건 줄 알았더니 뭔가 다른 꿍꿍이가 더 있었던 듯했다.
“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파악할 겨를이 없어 바보같이 되물었다.
거기서 나온 이야기는 우리가 출연하며 얻은 효과 중의 한 가지였다.
물론 나와 숙소에 있을 이정원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부분에서의 파급력이었지만 말이다.
“두 분이 여기까지 가늠하고 선곡을 했을 거란 생각은 없지만… 해신 씨도 그거 알고 있죠? 현재 엔필름 OTT 사용자가 많이 늘어났다는 거요.”
“네, 알고 있죠. 아무래도 사벚아가 엔필름 쪽 OTT에 독점 계약되어 있으니ㄲ… 설마…….”
“예, 맞아요.”
서도경의 미소에 입이 절로 떡하니 벌어졌다.
고우림 주연의 드라마 사벚아와 그 연작인 결아당은 모두 엔필름이 주관하고 있는 OTT에서 독점 계약을 하고 있었다.
주연인 남자 주인공을 한 고우림이 메이터스로 들어와 있는 데다가 그가 나온 프로그램부터 방송까지 모두 관심을 받고 있으니, 현재 엔필름 쪽에서는 거의 돈다발을 쓸어 가는 상태였다.
사람들은 사이트에 가입은 쉽게 해도 해지는 잘 하지 않으려고 드니까…….
이번 기회를 통해 유입된 사람들이 드라마를 다 보더라도 요금을 끊지는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 식으로 얻는 불로소득이 적지 않다면 그 뒤에 따라올 연계 반응을 더 기대해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 쪽도 좋은 의견이 상당했던 터라 컴백 이후 펼쳐질 동향까지. 엔필름의 입장에선 거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수준이었다.
그게 서도경에겐 입지 다지기로 좋은 발판이 되었군.
엔필름에게서 꽤 경계를 받고 있던 메이터스의 대표가 한순간 위치를 뒤바꾼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서도경의 미소가 짙어진 걸 보며 남 좋은 일을 했음을 깨달았다.
굳이 따지자면 나와는 가장 가까운 아군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