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303화 (302/328)

303화

듣기 싫은 노이즈 음과 함께 시스템이 등장했다.

반투명한 홀로그램 창이 멤버들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 위로 떠 오른 것이었다.

[이벤트 발생]

‘인정은 강렬하게’

더블 밀리언 셀러를 달성하세요.

실패 시: 잔고 ‘0’원 + 파산

[Clear!]

[이벤트 ‘인정은 강렬하게’를 성공하셨습니다.]

[플레이어 ‘신해신’ 님께는 업적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1 - 이벤트 ‘인정은 강렬하게’가 제거됩니다.]

[보상 2 - 업적 코인 1,000 코인 지급됩니다.]

[보상 3 - 플레이어 ‘신해신’ 님의 ‘Bug’가 제거됩니다.]

- 호칭 비공개 Bug가 호칭 공개로 전환됩니다.

- [Bug] 운명 공동체: ‘시작은 가까운 곳으로부터’: 박스 상점 락다운 → 일시 폐쇄 [제거]

익숙한 보상들이 나열됨과 동시에 여섯 번째 버그가 해금되었다. 운명 공동체라…….

버그가 나를 둘러싼 시스템과 관련이 있단 걸 안 순간부터 저게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그랬던 건가. 은연중 떠올린 사실 하나가 점점 확실해졌다.

이게 열렸다면 기억 키워드도 가능하겠지. 우선은 숙소에 돌아가 모든 걸 확인해 보기로 했다.

키워드 룸에선 부정할 것도 없이 진실만을 보여 줬으니까.

다시 이어질 이벤트와 보상을 떠올리며 연이어 나타나고 있는 창들을 바라봤다.

네 번째로 나타날 보상이라면 뻔한 거였다. 이 시스템의 시작, 주어져선 안 될 행운이라는 이름의 버그, 빼앗겼던 로또 당첨금, 즉 저당금이었다.

[보상 4 - 일부 저당 금액의 페이백 시스템이 오픈됩니다. - (1) 저당 금액 페이백 오픈]

- 플레이어 ‘신해신’ 님의 A 통장으로 1억이 반환되었습니다.

- A 통장 입금 완료. 페이백 시스템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저당 금액]

(1) 26억 6,250만 8,729원

(2) 4,235만 1,074원

어느 순간부턴 돈에 대한 미련도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꼬박꼬박 돌아오는 저당금에 허심탄회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엔 한꺼번에 돌려주려는 모양인가. 과거 제로-원-나인과 만났던 일을 떠올리며 차분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낯선 알림음과 동시에 마지막 보상으로 보이는 창이 나타났다.

그러고 보니까 이걸 잊고 있었네. 정체 모를 이름의 히든 보상, 스트라이커 카운터였다.

[보상 5 – 히든 보상이 오픈됩니다.]

[스트라이크 카운터]

히든 미션으로 열리는 보상입니다. 스트라이크까지 단계는 총 셋.

세 개의 보상을 모두 수령 하여 카운터를 치세요.

아주 특별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숨겨진 보상 : 저당금 획득 룰렛 (30%) (60%) (90%) → 비율만큼 저당 금액 환급

[스트라이크 카운터]

현재 스코어: ●●● (3/3)

비어 있던 마지막 칸이 채워지며 눈앞으로 금색의 룰렛이 나타났다.

측면에는 기다란 바가 달려 있었는데 넘실거리는 이펙트를 보아 아무래도 당장 내게 기회를 주려는 모양이었다.

갑자기? 이렇게? 당황했으면서도 자동으로 팔을 뻗어 나갔다.

손잡이를 잡은 상태에서 힘껏 바를 당기니 세 곳으로 나누어진 칸들이 흔들리며 숫자 하나를 그려 나갔다.

땅, 땅, 땅……. 최종적으로 나온 글귀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9/0/%]

[90%]

[스트라이커 카운터 뽑기 ‘90%’를 달성하였습니다.]

[신해신 님의 저당금 ‘27억 485만 9,803원’의 90%인 ‘24억 3,437만 3,822원’이 플레이어 ‘신해신’ 님의 A 통장으로 반환되었습니다.]

- [저당 금액]

2억 7,048만 5,981원

현실감이 들지 않는 금액의 연속에 눈만 끔뻑거리기 바빴다.

저게 전부 돌아왔다 이건가? 사람이 너무 큰일을 겪으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더니.

지금의 내가 딱 그 짝이었다.

아무튼 돌려줬다고 하니까……. 머쓱한 마음에 연신 뒤통수를 긁적였다.

이제는 모든 보상이 끝났으려나.

새로 떠오를 이벤트를 확인하고자 제로-원-나인을 찾는데 펑, 사라진 룰렛이 있던 자리에 흰 쪽지가 남아 있는 걸 발견했다.

허공에서 둥둥 떠다니던 쪽지를 낚아채니 반투명한 질감으로 현실에선 볼 수 없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던 쪽지가 내 손에 들어옴과 동시에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평범한 종이가 되었다.

놀란 것도 잠시 나는 그 쪽지에 뭐라고 글이 적혀 있는 걸 알게 됐다.

일단은 읽어 보자며 찬찬히 메모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스트라이커 카운터 – 스폐셜 보상 아이템]

쪽지에 원하는 것을 적으세요. 단 한 번 소원에 맞춰 흐름을 이끌어 드립니다.

※이벤트 관련 등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스트라이커 카운터에는 숨겨져 있던 다른 능력이 있던 것 같았다.

원하는 걸 적으라고?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 가만히 서 있기를 한참이었다.

손에 있던 종이가 스르륵 반투명해져선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게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아이템 창고로 간 거군. 아직 못 쓴 아이템들과 함께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간 것이었다.

제로-원-나인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었는지 내가 떠올린 생각이 정답이라는 양 아이템 창고를 띄워 줬다.

이럴 거면 눈앞에 나타나든가. 대꾸는 할 생각도 없으면서, 주변에서 필요한 것만 툭툭 던져 주곤 하는 녀석이 얄미웠다.

아무튼 칸칸이 나뉜 아이템 창고를 보다가 구석에서 픽셀로 이루어진 쪽지 모양의 아이템을 확인했다.

[스트라이커 카운터] → 미사용

지금까지 사용했던 아이템들과 다르게 부속 설명이 안 적혀 있어서 더 비범해 보이는 이모티콘이었다.

어, 맞다. 그러다가 스트라이커 카운터 주변에 있던 몇 가지 미사용 아이템들을 발견했다.

[(구매 불가)운명 디펜서 – 일회성 아이템] → 미사용

[(구매 불가)D 트레일러 – 다회성 아이템] → 장착 중 (횟수: 3회) (남은 횟수: 3회)

꽤 오래전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들이었는데. 쓸 만한 일도 없었던 터라 언젠가 사용하겠지 라는 마음으로 방치하고 있었다.

효과만 봐선 스트라이커 카운터와 함께 상당히 유용해 보이는 것이 MXP와의 전면전을 앞두고 아주 좋은 찬스가 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아이템 창고를 마지막으로 모든 이벤트 보상이 종료됐다.

[플레이어님의 진전을 축하드리며, 보상은 이상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새로 밟아야 할 스텝도 알게 됐다.

아무래도 제로-원-나인의 기획에는 이게 마지막 이벤트였었나 보다.

[이벤트 발생]

‘축포는 장대하게’

시상식에서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수상하세요.

실패 시: 잔고 ‘0’원 + 파산

‘올해의 아티스트 상’ 케이 팝 업계에선 대상이라 불리는 이름의 상이 나왔다.

역시, 이 정도는 돼야 1군이라고 할 수 있는 거였구나.

제로-원-나인의 미션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응당 맞이해야 할 일은 맞이한 것처럼 얕게 미소 지었다.

끝이 오긴 오는군. 시스템과의 마지막이 기정사실화된 것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절대로 하지 못할 거라며 항의했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반투명한 창 너머로 굳어 있는 자세의 멤버들을 보고 떠올린 생각이었다.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버그 창에도 태연한 자세를 유지할 수가 있었다.

[!Bug 발생!]

[!Bug 발생!]

[!Bug 발생!]

[Bug가 발생했습니다!]

[!시스템 난이도 업그레이드!]

[Bug] - 호칭 비공개

코인 관련 시스템 정지 → 코인 캐기 + 박스 상점 + 스타 코인 스탯 해금 사용 불가능

박스 상점이 해제되자마자 여태 겪은 모든 페널티가 묶여서 돌아온 상황이었다.

뭐, 좀 난감하기야 하지만. 왠지 모르게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이 들었다.

스트라이커 카운터니, D 트레일러니. 제법 효율이 좋은 아이템들을 소지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걸 제외하고서도 내게는 아주 강한 무기가 있었다. 하이사인, 하나둘씩 자신의 능력을 오픈하고 있던 멤버들이었다.

[신해신]

나이: 23

외모: A

보컬: S

댄스: A-

운: B

끼: A+

정보: 플레이어

[특성]

[Bug] 주어져선 안 될 행운(특수)

[Bug] 잘못된 시작(악성)

[보유 스킬]

‘올라운더 기어(S)’

[현재 코인]

LOCK-

[블랙 쿠폰]

LOCK-

[저당 금액]

2억 7,048만 5,981원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 - 제거

‘데뷔는 성대하게’ - 제거

‘데뷔는 성대하게(부속 이벤트)’ - 제거

‘활동은 화려하게’ - 제거

‘활동은 화려하게(부속 이벤트)’ - 제거

‘인정은 강렬하게’ - 제거

‘축포는 장대하게’ - 진행 중

[Bug]

‘(호칭 공개)인과관계’ - 제거

‘(호칭 공개)당위 손실’ - 제거

‘(호칭 공개)필수 불가결’ - 제거

‘(호징 공개)오류 복구’ - 제거

‘(호칭 공개)선택한 자’ - 제거

‘(호칭 비공개)운명 공동체’ - 제거

‘(호칭 비공개)Bug’

잠겨버린 코인 관련 시스템을 보면서도 큰 걱정이 되지 않았다. 진짜 내가 많이 바뀌긴 한 것 같았다.

* * *

1위에 대한 축하를 받고 남은 스케줄을 끝낸 뒤 밤늦게 돌아온 숙소였다.

피곤과 흥분에 들떠 있는 멤버들을 보다가 씻을 순서가 될 때까지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며 숙소 옥상으로 올라갔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허허벌판인 공간이 나타남과 동시에 캄캄한 밤하늘이 보였다.

이제는 겨울이 되어 서늘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있었다.

“그 녀석.”

내가 여기까지 올라온 이유. 나는 지금부터 기억 키워드를 오픈할 예정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반드시 그 녀석과 조우하고 말겠다는 생각이었다.

[키워드 룸 - Full gauge 100%] - 기억 키워드 전환 가능 횟수: 1회

활동적인: 100%

꽉 차 있는 게이지를 확인하며 낮은 목소리로 허공에 속삭였다.

“기억 키워드 열어 줘.”

[‘활동적인’을 기억 키워드로 전환합니다.]

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나와. 번쩍거리는 시야를 느끼며 살포시 눈을 감았다.

과거 제로-원-나인과 만났던 하얀 공간으로 들어갈 속셈이라고 할 수 있었다.

* * *

바라니까 이루어진 건가. 그리 낯설지 않은 장소에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온통 새하얀 곳, 여긴 바로 저번 기억 키워드 때 들어왔던 그 이공간이었다.

키워드가 오픈되면 과거 내 기억과 관련이 된 장면부터 보여 줬던 것 같은데.

막바지라고 힌트라도 준 건가 싶어서 실소가 나왔다.

‘제로-원-나인, 어디 있어?’

메아리치는 공간에 제로-원-나인의 이름을 부르길 한참이었다.

다 알고 왔으니까 그만하지. 반투명한 손을 내려다보며 혼잣말하는데 여전히 주변이 고요하기만 했다.

이상함에 몸을 돌려 걷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저 멀리 희끄무레한 곳에서부터 어슴푸레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가 위인지 아래인지, 또 옆인지 반대인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허공에 둥둥 떠 있던 남자 하나가 보였다.

…남자란 건 어떻게 안 거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람이라는 느낌밖에 없는 인물이었음에도 일순간 남자란 생각이 뇌리에 박혀 들었다.

아무튼 참 이상한 곳이야. 본능적으로 그가 제로-원-나인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막 발걸음을 떼려 하는데.

‘어서 와.’

‘…사람을 불렀으면 대답을 해ㅇ…….’

‘…여긴 어딥니까.’

저건 또 누구야? 제로-원-나인의 물음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순간, 반대편에 서 있던 남자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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