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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침대를 공유하는 방식의 차이 (6/170)

6화. 침대를 공유하는 방식의 차이2021.06.23.

상상 이상의 가난함에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러자 안나가 조금 불안한 얼굴로 내 안색을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말실수를 한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16550919044668.png“자세한 건 파벨이 알고 있는데…… 지금 불러올까요?”

파벨이라면 안나의 입에서 몇 번이나 이름을 들었던 집사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소심한 심장이 쿵쿵 뛰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성의 살림은 안주인의 몫이었다. 첫날부터 집사를 불러 장부와 열쇠를 넘겨받아야 했는데, 쓰러지는 바람에 인계가 늦어졌으니 더 지체한다면 놀고먹는 것만 좋아하는 게으른 마님이란 낙인이 찍힐 거다. 어느 곳에서든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먼저 사용인들과 가까워져야 한다. 이건 돌아가신 어머니의 가르침이었다.

16550919044673.png“그래. 집사를 만나서…… 아니, 아냐!”

마음을 굳게 먹고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 내 모습을 떠올리고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어젯밤 술에 취해 기절하듯 잠든 터라 몰골이 엉망이었다. 이 모습으로 집사를 만날 수는 없었다.

16550919044673.png“먼저 목욕부터 해야 할 것 같아.”

16550919044668.png“아, 그렇죠! 그게 먼저겠네요. 얼른 목욕하실 물을 준비할게요!”

안나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펄쩍 뛰며 방과 연결된 욕실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시중에 능숙하지 않은 탓인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우당탕탕 하는 요란한 소리가 났지만, 손은 제법 빨라 금세 따뜻한 목욕물이 준비됐다.

16550919044668.png“씻는 걸 도와드릴게요.”

16550919044673.png“괜찮아. 혼자 할 수 있으니 내가 목욕할 동안 식사 준비를 해 주겠어?”

16550919044668.png“예, 마님.”

나는 안나를 보낸 뒤 옷을 벗고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몸을 담갔다. 그것만으로도 지난날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어설픈 안나의 모습을 보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물 온도도 적당하고, 하급품이었지만 향료도 준비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목욕이었다. 그러나 목욕을 마치고 욕조에서 빠져나오려는 찰나 문제가 발생했다. 안나가 목욕물을 준비하는 데만 열중하느라 그랬는지 몸을 닦을 수건을 준비해놓지 않은 것이다. 설렁줄을 당겨 하녀를 부르면 되는 간단한 일이지만, 이 방에 있는 설렁줄이 고장 난 상태라는 게 문제였다.

16550919044673.png‘어떡하지.’

욕조 속에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사이 물이 점점 식어가 몸이 서늘해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 우선 물에서 빠져나가자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자마자 바깥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16550919044673.png‘안나가 뒤늦게 수건을 가져온 건가?’

나는 찬 공기에 몸을 떨며 조심스럽게 욕실 밖으로 나섰다. 남작부인의 방에 드나들 만한 사람은 나 아니면 안나 뿐이니 꽤 그럴듯한 추론이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안나가 아니었다. 대신 절대 이곳에 있을 리가 없는 사람이 우뚝 서서 날 향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16550919044673.png‘아, 알테어……?’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등장에 나는 욕실 밖으로 나가려던 자세 그대로 바짝 얼어버렸다. 알테어 역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상태로 움직임이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16550919073724.png“영주님. 왜 그러고 계십니까? 안 들어가세요?”

기이할 정도로 어색했던 공기를 깨뜨린 건 익숙한 목소리였다. 결혼식에서 신랑의 대리인 역할을 해줬던 블란이라는 기사였다.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몸과 함께 굳어 있던 머리가 상황을 인지했다.

16550919044673.png“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욕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 문을 굳게 닫았다. 무섭게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러다 심장이 터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

16550919044673.png‘어, 어, 어, 어떡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알테어 앞에 서다니! 놀라고 민망해서 눈이 빙글 돌았다.

16550919073724.png“어? 방금 마님께서 비명 지르신 거죠? 무슨 일 있으신……!”

놀란 블란의 목소리가 ‘쾅!’ 하는 소리와 동시에 끊어졌다.

16550919073724.png“으으, 영주님! 이렇게 갑자기 문을 닫으시면 아무리 저라도 부딪힙니다.”

16550919073749.png“고작 문에 부딪힌 걸로 엄살은.”

16550919073724.png“엄살 아닙니다. 기사는 무슨 강철로 만들어졌나요? 아무래도 코가 부러진 것 같다고요.”

16550919073749.png“그래서 네 코가 납작해졌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지. 그만 투덜거리고 꺼져.”

16550919073724.png“하지만 안에서 마님의 비명이…….”

16550919073749.png“내가 알아서 할 테니 꺼지라고!”

버럭 소리치는 알테어의 목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대화는 없었다. 블란이 그의 명령대로 돌아간 모양인지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그러나 내 머릿속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잠시 삐걱대던 두뇌가 곧 답을 찾아냈다.

16550919044673.png‘우, 우선 옷을 입자!’

다행히 욕조에 들어가기 전에 벗어둔 옷이 안에 있었다. 나는 얼른 옷을 집어 들며 굳게 닫힌 문을 힐끗댔다. 알테어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이닥칠 것 같아 마음이 다급해졌다. 하지만 다급한 마음과 달리 손이 계속 헛돌았다. 몸에 물기가 가득해서 생각처럼 빠르게 옷을 입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등 뒤의 끈도 혼자서 묶기는 역부족이었다. 벗을 때라면 몰라도, 애초에 시중드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옷이었다. 그렇게 허둥대며 옷을 대충 꿰어 입는 사이 밖은 다시 조용해져 있었다. 알테어도 돌아간 걸까? 하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는데. 나는 아직도 쿵쾅대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조심스럽게 욕실 문을 열었다. 문을 방패 삼아 고개를 슬쩍 밖으로 빼니 알테어가 여전히 입구에 서 있었다. 욕실 안으로 도망치기 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그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16550919073749.png“도대체 뭐야.”

내 기척을 느낀 건지 알테어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입을 열었다.

16550919073749.png“도대체 왜 그런…… 모습으로 있는 거냐고.”

질책하는 듯한 말투에 울컥해서 두 손으로 치마를 꽉 쥐었다. 무단침입을 당한 것도 나고, 민망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나인데! 상대를 질책해야 할 사람은, 피해자는 알테어가 아니라 나였다! 그러나 속으로 울컥한 것과 달리 입 밖으로 나온 항의는 아주 소심했다.

16550919044673.png“여긴 제 방이니까…… 아무도 안 들어올 거라고 생각해서……. 방문하기 전에 기별을 주시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텐데…….”

16550919073749.png“허.”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하자 알테어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어깨가 바르르 떨리는 게 선명하게 보였다. 제대로 화가 난 건지 얼굴도 시뻘겠다.

16550919073749.png“넌 자기 방에 갈 때마다 기별을 넣나?”

16550919044673.png“네……?”

16550919073749.png“내가 왜 내 방에 올 때마다 기별을 줘야 하느냐고.”

16550919044673.png“하지만…… 여긴 제 방이라고…….”

대화가 묘하게 겉돌았다. 도무지 진척 없는 이야기가 답답했는지 알테어가 거칠게 제 머리를 쓸어 올리며 내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16550919073749.png“이봐. 언제부터 부부 침실이 아내만의 방이 된 건데?”

16550919044673.png“부부 침실이요?”

생전 처음 듣는 소리였다. 부부. 침실. 이 두 단어가 한 번에 쓰일 수 있는 말이었나?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 머리가 멍해졌다.

16550919044673.png“그, 부부 침실이라는 말은, 그러니까…….”

16550919073749.png“여긴 네 방이기도 하지만 내 방이기도 하다고. 부부가 같이 침실을 쓰고 침대를 공유하는 건 당연하잖아.”

16550919044673.png“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부부는 정해진 합방일에만 한 침대에서 잠든다. 그 외의 날에는 각자의 침실에서 밤을 보내는 게 수도 귀족들의 당연한 문화였다. 부부가 침실을 같이 쓰고 매일 밤 침대를 공유한다면 음란하고 품위 없다며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매일 침대를 공유하는 건…… 정부를 상대할 때뿐이었다.

16550919044673.png“저희 부모님도 침실을 따로 쓰셨고, 다른 귀족들도 전부…….”

16550919073749.png“지금 내가 이 나이를 먹고 여자와 내외해야 한다고? 그것도 내 아내와?”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는 알테어를 보니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16550919044673.png‘동부에서는 부부가 같이 침실을 쓰는 건가?’

지역마다 다소 문화가 다르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나라 안에서 문화가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냐는 생각에 낯선 곳으로 시집가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남편과 침실을 같이 쓴다니? 심지어 그 남편은 악역 새싹 알테어인데? 제대로 물기를 닦지 못해 몸이 푹 젖은 데다 당황스러운 상황까지 겹치자 몸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 꼴이 못마땅했는지 알테어가 미간을 팍 구겼다.

16550919073749.png“허.”

알테어의 헛웃음에 어깨가 움찔했다.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라 힘없이 고개를 숙이며 치맛자락을 쥔 손에 힘을 주니 어깨 위에 뭔가 묵직한 게 내려앉았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어느새 어깨에 외투가 덮여 있었다. 조금 전까지 알테어가 입고 있던 옷이었다. 그리고 알테어는……. ‘쿵!’ 하고 거칠게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알테어의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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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알테어는 거칠게 문을 닫고 도망치듯 밖으로 빠져나왔다. 뒤를 돌아보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한참이나 뚜벅뚜벅 복도를 가로지르던 그가 별안간 우뚝 멈춰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16550919073749.png“……미치겠네.”

한숨 섞인 목소리를 토해내는 알테어의 귀며 목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떠올리지 않으려고 해도 문을 열자마자 보았던 광경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얗고, 말랑말랑해 보이고, 심지어 좋은 향기까지 났는데 그걸 어떻게 잊겠나. 코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어깨를 바들바들 떨던 나디아의 모습을 떠올리니 도무지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나디아 앞에서는 필사적으로 인내심을 발휘해 외투를 덮어주고 나왔지만, 하마터면 무심코 그녀를 만질 뻔했다. 다시금 그 순간을 떠올리며 알테어는 무심코 제 팔뚝을 매만졌다. 하지만 하얗고 말랑말랑해 보였던 나디아의 몸과 달리 제 팔은 근육으로 가득 차 돌덩이처럼 딱딱할 뿐이었다.

16550919073749.png‘정신 차려라, 알테어 에일스포드!’

알테어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까지 감은 채 마음속으로 제국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세 번 정도 노래를 부르자 겨우 평소처럼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파벨과 눈이 마주쳤다.

16550919073749.png“…….”

16550919161912.png“……제 눈이 잘못된 게 아니죠, 영주님?”

기이한 광경을 다 본다며 파벨이 알테어를 위아래로 훑었다.

16550919161912.png“오늘 이상한 일이 많네요. 블란도 코가 깨져서는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던데. 영주님께서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고.”

16550919073749.png“그냥 서 있었던 것뿐이야.”

알테어는 할 말이 아주 많아 보이는 파벨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두어 번 헛기침했다. 마침 파벨이 두 손 가득 책 더미를 들고 있어서 화제를 그쪽으로 돌릴 수 있었다.

16550919073749.png“그건 다 뭐야.”

16550919161912.png“최근 3년 치 장부입니다. 마님께 드리려고요. 이제 성 살림은 마님께서 하셔야죠.”

16550919073749.png“살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원래 성을 관리하는 건 안주인의 일이었다. 하지만 알테어는 고작 피곤하다는 이유로 픽 쓰러지기나 하는 그 작고 연약한 여자가 일을 할 수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16550919073749.png“못 하겠다고 하면 떠넘기지는 말고, 해보겠다고 하면 옆에서 적당히 도와줘.”

16550919161912.png“바인 후작가에서 오신 분입니다.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 출신이시니 저 같은 놈보다 훨씬 셈이 빠르실 걸요.”

16550919073749.png“뭐? 너 같은 놈이 뭔데?”

은근히 출신을 가리는 말에 알테어가 미간을 찌푸리며 가볍게 파벨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성의 내정을 책임지는 집사는 대대로 가신 가문 출신이 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파벨은 연줄 하나 없는 평민이었다.

16550919073749.png“이상한 걸 무기로 내세우지 마라. 괜히 일거리 늘리기 싫어서 핑계 대는 줄 모를 줄 알아?”

16550919161912.png“아, 들켰나요. 아쉽군요.”

파벨이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했다.

16550919161912.png“그럼 저는 마님을 뵈러 가보겠습니다. 영주님 말씀처럼 이상한 걸 무기로 놀면 안 되니까요. 설렁줄도 고쳐놔야 하고요.”

16550919073749.png“아니, 잠깐!”

알테어가 걸음을 옮기려는 파벨을 다급하게 멈춰 세웠다.

16550919073749.png“지금은 안 된다.”

16550919161912.png“네? 왜요?”

16550919073749.png“지금은…….”

이유를 말하려다 다시 나디아의 모습을 떠올린 알테어의 얼굴이 뜨끈하게 열이 올랐다. 그는 주먹을 꽉 쥐어 잡생각을 흩어 버리며 이를 악물었다.

16550919073749.png“아무튼 안 된다고. 한 시간, 아니, 두 시간 후에 가.”

16550919161912.png“영주님. 아까부터 굉장히 수상하신 거 알죠?”

16550919073749.png“헛소리.”

파벨이 눈을 가늘게 뜨고 알테어의 모습을 살폈다. 확실히 오늘의 영주님은 평소와 많이 달랐다.

16550919161912.png‘마님과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나?’

나름대로 이유를 추리해보는 파벨의 귓가에 알테어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닿았다.

16550919073749.png“그리고 방 하나만 치워 놔. 대충 잠만 잘 수 있게.”

16550919161912.png“방은 또 왜요? 손님이라도 오시는 건가요?”

알테어의 인간관계는 매우 좁은 편이라 손님이 방문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

16550919073749.png“그냥 치우라면 좀 치워.”

16550919161912.png“무슨 그런 억지를…….”

16550919073749.png“너랑 실랑이할 기운도 없다. 당장 꺼져. 세 시간 후에 돌아오는 거 잊지 말고.”

16550919161912.png“예? 조금 전에는 두 시간 후라고 하셨는데요.”

자신이 그랬던가? 잠시 고민하며 미간을 찌푸리던 알테어가 다시 입술을 뗐다.

16550919073749.png“……그럼 여섯 시간 후에 가.”

16550919161912.png“예에? 이번에는 여섯 시간이요? 왜 갈수록 시간이 늘어나는 겁니까, 영주님?”

16550919073749.png“둘에 셋을 곱하면 여섯이잖아.”

16550919161912.png“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영주님? 영주님!”

명령을 납득하지 못한 파벨이 목이 터져라 알테어를 불렀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복도를 걸어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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