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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못난 사람 (66/170)


87화. 못난 사람.
2022.04.03.


걸음을 옮기며 머릿속에 여러 생각을 떠올려 본다.

그러자면 머리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 같기도, 불처럼 타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약속된 장소에 다다르니 숙부와 가문의 변호사 데몬 경은 이미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무어라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두 사람이 나의 등장에 조금 놀란 기색으로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자, 알테어가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인사하며 내게도 자리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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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셨군요. 아무래도 저택이 낯설어 조금 늦어졌습니다. 나디아, 이쪽에 앉으면 되겠어.”

알테어가 자연스럽게 권한 자리가 상석이었던 터라 당황한 얼굴로 날 보던 숙부가 미간을 구기며 연신 헛기침을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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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도 함께 올 줄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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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인 가문의 일이니 당연히 함께 와야지요.”

알테어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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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이 자리에 함께하면 안 될 이유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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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그럴 리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조금 놀랐을 뿐이네.”

숙부가 거리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 어깨를 펴고 자리에 앉으며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시종에게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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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마실 차를 내어 오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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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시종은 결혼하기 전에는 기도 못 펴던 내가 당당히 숙부와 마주하고 있는 게 신기했는지 나를 힐끗대며 자리를 떠났다.

그 눈빛에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부모님을 모두 잃었단 슬픔에, 소심한 성격을 핑계로.

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비극이 예정된 소설 속에 뚝 떨어진 당혹감을 내세우며.

그렇게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시종에게마저 무시당하고 있었다.

고작 시종이 저런 태도를 보일 정도이니 숙부의 눈에는 내가 얼마나 우습고 하찮게 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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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는 확실히 못난 사람이야.’

탐욕스럽고 교활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나 역시 못난 사람이었던 것은 아닐까.

탁자 아래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자 숙부가 조금 들뜬 목소리로 데몬 경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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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절차를 시작하지. 내가 말했던 건 준비해 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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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데몬 경이 가방에서 서류 몇 가지를 꺼내 탁자 위에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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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서류를 3부 작성해서 양 당사자가 한 부씩 나눠 갖고, 나머지 한 부는 황실에 올립니다. 잘 살펴보시고 인장을 찍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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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찍겠네.”

신이 나서 서류를 가져간 숙부가 내용을 확인하더니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데몬 경과 알테어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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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미리 이야기했던 서류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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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알테어가 과장되게 놀란 목소리로 서류를 확인하더니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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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저희가 미리 이야기했던 내용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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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게 태평하게 반응할 때인가? 지금 서류가!”

허둥대던 숙부가 배신감 가득한 눈빛으로 알테어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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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제 알겠군. 자네는 처음부터 내게 과수원을 넘길 생각이 없었던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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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 정말로 과수원을 넘겨 드릴 생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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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딴 장난을 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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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저는 모르는 일이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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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가 이렇게 되어 있는데 계속 발뺌할 셈인가?!”

숙부가 노발대발하며 서류를 집어 던지자 사방으로 종이가 흩날렸다.

나는 그 소란스러움을 한 귀로 흘려 버리며 탁자 위에 놓인 서류를 읽었다.

과연 숙부가 길길이 날뛸 만했다.

이건 토지 양도 계약서가 아니라 고소장이었으니까.

숙부를 피소자로 하는 고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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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제가 말한 대로 준비해 주셨네요.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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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가 말한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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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몬 경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자 씩씩대던 숙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날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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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 이걸 네가 준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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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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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그런…… 어떻게 네가 이런 걸…….”

이제야 서서히 상황이 파악되는지 얼떨떨하던 숙부의 눈빛에 생기가 돌아왔다.

이게 알테어가 아닌 내가 벌인 일이라면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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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 정말로 기가 막히는구나. 형님 내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널 내치지 않고 잘 보살펴주었거늘. 이런 식으로 날 모함하려는 게야?”

귀족 간의 재산과 작위 분쟁은 모두 황제가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어 있었다. 그만큼 일이 커진다는 뜻이었다.

갑작스럽게 이런 큰일을 마주하게 된 숙부가 눈을 부라리며 날 바라보았다.

예전이었다면 이 눈빛이 무서워 몸을 덜덜 떨었을 테지만, 난 이제 이보다 더 무서운 알테어의 눈빛에도 적응한 상태였다.

매일 사자의 눈빛을 마주하고 사는 내가 이런 여우의 눈빛에 겁먹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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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사자 역시 내 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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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기한 의문들이 모두 모함이라 생각하신다면 기꺼이 인장을 찍어주시리라 믿어요. 사실 인장을 안 찍으셔도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요. 그렇지요, 데몬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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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피소자의 인장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소를 통지받았다는 확인 정도의 의미니까요. 중요한 건 고소인의 인장과,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황실의 인장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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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네요, 숙부님.”

살짝 웃으며 사방으로 흩어진 서류를 다시 모아 숙부에게 건네자, 그가 부들대며 내 손을 거칠게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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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수작이냐, 나디아! 가문의 재산을 두고 숙부를 고소하다니! 이게 무슨 가문 망신이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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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재산을 두고……라니. 고소장을 제대로 안 보신 것 같아요, 숙부님. 제가 청구한 건 가문의 재산이 아니라 제 부모님의 목숨 값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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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의 지적에 숙부가 놀라서 다시 서류를 살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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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부모님께 거액의 보험이 있었더군요. 그걸 숙부께서 받으셨고요. 저는 그런 보험이 존재했다는 것도 몰랐는데요.”

이어지는 내 말까지 들은 숙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돌아가신 부모님 앞으로 나온 보험금은 상당했다.

바인 가문의 전체 재산에 비하면 그리 엄청난 금액이 아니었지만, 오로지 현금으로 그 정도의 금액을 받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귀족들의 재산은 대체로 토지나 건물, 사업권 등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들이 많았기 때문에 순수한 현금 자산은 아주 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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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현금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을 리는 없어.’

숙부와 멜리사의 소비를 생각하면 이미 허공에 흩어졌을 거다.

그러니 내가 당장 숙부에게 보험금 전액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중요한 토지나 건물, 혹은 사업권을 내게 넘겨야 하는 상황이 생길 테고, 집안이 크게 휘청할 것이 분명했다.

숙부도 그런 상황을 계산한 건지 당황한 모습이었으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는 다시 평소의 뻔뻔함을 되찾아 코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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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형님께선 날 많이 의지하셨다. 그래서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해 내 앞으로 보험금을 만들어 두신 거야. 넌 딸이라 작위를 잇지도 못하니, 가문의 미래는 내게 있다는 걸 아셨던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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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선 데릴사위를 들여 가문을 잇게 할 생각이셨어요. 제가 아들을 낳으면 그 아이가 미래의 바인 후작이 되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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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아들은 무슨! 너는……!”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이던 숙부가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그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다.

가짜로 여유로운 태도를 꾸며낸 게 아니라 정말로 여유를 되찾은 듯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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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좋다. 네가 그리 원한다면 시시비비를 가려보자. 누가 망신당하게 될 건지는 금방 밝혀지겠지.”

숙부가 씩씩대며 서류에 도장을 찍어 집어 던지듯 탁자에 내려놓았다.

나는 가문의 인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서명으로 날인을 대체했다.

인장과 서명.

그 차이를 눈으로 확인한 숙부가 조금 기분이 풀렸는지 씩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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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싸움을 건 것을 후회하게 될 거다, 나디아. 이렇게 뒤통수칠 생각을 한 건 기특하지만 이곳이 나의 무대라는 건 잊지 말았어야지. 그리고…….”

숙부의 시선이 차례로 알테어와 데몬 경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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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들도 이 녀석에게 휘둘려 고생이 많군. 우리가 이야기했던 일은 이 일이 끝난 뒤에 다시 논의하도록 하지.”

숙부가 코웃음을 흘리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마침 차를 가져오던 시종이 놀라서 허둥대자 알테어가 손을 들어 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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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이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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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에…….”

시종이 얼떨떨한 얼굴로 나와 알테어 앞에 차를 건넨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데몬 경 역시 날인과 서명이 완성된 서류를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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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는 대로 황실에 고소장을 제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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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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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도운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문의 분쟁은 모두 제 몫이니 일을 한 거지요. 그럼 이만.”

데몬 경이 깍듯하게 인사하고 사라지자 이제 알테어와 나만 한 공간에 남게 되었다.

알테어는 태연하게 차를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모습만 본다면 조금 전에 일어났던 소란이 모두 착각이었던 건가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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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맛이 뭔지도 모르면서.’

나는 기가 차서 알테어가 마시던 찻잔을 빼앗아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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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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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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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의 보험금 문제요. 그걸 알고 일부러 숙부에게 과수원을 넘기겠단 소리를 한 거잖아요. 가문의 변호사를 끌어내고, 내가 뒷조사할 계기를 만들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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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변호사라는 자가 상당히 고지식하더군. 다른 가문 사람 부름에는 응하지 않겠다는데 어쩔 수 없지. 변호사라는 자를 협박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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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바로 알아낸 사실을 말하거나, 직접 숙부와 담판 지을 수도 있었잖아요.”

그게 알테어로서는 훨씬 편리했을 거다. 하지만 그는 내게 기회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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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일이잖아. 누군가 대신 해결해주는 것보다는 자기 손으로 하는 게 좋지 않은가? 나라면 그랬을 것 같았어. 너 역시 가만히 앉아서 일이 해결되는 걸 보는 건 원치 않을 것 같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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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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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문제는 반드시 네 손으로 일을 키웠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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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테어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면, 장인 장모의 보험금이 탐나서 아내를 부추겼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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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비난은 신경 안 써. 어차피 사실이 아니니. 다만…….”

알테어가 말끝을 흐리며 남아 있는 찻잔을 가져가 목을 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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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비오스케스 공작의 친분을 의아하게 생각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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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여기서 그 이야기가 나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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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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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연결고리?’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자 알테어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려 악당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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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스케스 공작에겐 아들이 하나뿐인데 몸이 약해 오늘내일하는 중이라지. 그 아들에게는 딸이 하나 있고, 그 애는 이제 고작 두 살이야. 이걸 달리 말하면 무슨 뜻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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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스케스 공작에겐 번듯한 후계자가 없이 손녀뿐이고, 그 손녀가 너무 어려 데릴사위를 맞이하기에도 힘든 상황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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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대로 뒀다간 작위며 재산이 엉뚱한 놈에게 넘어가. 비오스케스 공작이 이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까?”

그럴 리 없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머릿속이 조금씩 맑아지고, 그사이로 설마- 하는 답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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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은 어떤 것도 피해 갈 수 없지.”

알테어가 분명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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