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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어느 쪽이 좋아? (68/170)


89화. 어느 쪽이 좋아?
2022.04.10.


강한 태도로 말하고 나니 심장이 벌렁거렸다.

사실 이번에는 알테어에게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어쨌든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그랬던 거니까.

게다가 오늘 비오스케스 공작과 대화를 나누고 보니 알테어도 선택권이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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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비오스케스 공작이 나를 못 미더워할 때, 알테어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날 신뢰해준 점이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비오스케스 공작의 말대로 난 사실 누군가에게 깊은 신뢰를 주긴 힘든 외모다.

무섭게 뒤통수 칠 사람으로는 안 보여도 믿고 일을 맡기기엔 묘하게 맹한 인상이니…….

그렇지만 내 앞에서 어쩐지 머뭇대는 알테어를 보자니 괜히 기분 상한 척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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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어에게 장난을 친다고? 내가?’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우스워서 속으로 키득대고 있으니 나의 속내를 전혀 모르는 알테어가 퍽 심각한 얼굴로 날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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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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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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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기분이 풀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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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건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성의 없이 퉁명스럽게 툭툭 말을 던지다 보니 불쑥 의문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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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은 어떻게 부리는 거지?’

워낙 소심한 탓에 살면서 투정이라는 걸 부려본 적이 없었다.

항상 주어진 상황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 하고 살았으니 이런 게 무척이나 낯설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난처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건 알테어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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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의 기분을 풀어줄 방법이 어떤 건지 알았다면 내가 쓸데없이 문 앞을 서성거리지도 않았을 거야.”

한숨을 내쉬며 내 얼굴에서 눈을 못 떼는 알테어를 보고 있으니 더 이상 마음에도 없는 퉁명스러운 태도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나는 꾹 참았던 숨을 토해내는 사람처럼 참았던 속마음을 우르르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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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기분 안 상했어요. 내가 못 미더웠으면 어떻게든 몰래 도와주려고 했을 텐데, 날 믿어서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거잖아요. 고마워요.”

기분이 상했다고 믿었던 아내에게 외려 ‘고맙다’는 말을 들은 게 이상한지 알테어가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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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믿는 게 왜 고맙지?”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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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누구보다 서로를 믿어야 하는 것 아닌가?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너도 날 믿었을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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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어는 누가 봐도 능력 있으니까, 나랑은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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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역시 누가 봐도 능력 있어. 에일스포드 사람들이 왜 널 믿고 따르겠어?”

대놓고 ‘능력 있다’라는 말을 들으니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이렇게 정직한 칭찬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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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정직하고 성실해. 그런 사람을 믿지 못한다면, 이 세상 누구도 믿을 수 없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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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그런 점을 높게 치지 않는 사람도 많은걸요.”

각자의 이득이 가장 중요한 세상에서는 정직함과 성실함을 ‘답답함’으로 구분 짓는 사람도 많다.

대표적으로는 나의 숙부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영특하지 못하다며 늘 불평이었다. 이래서는 어디 써먹을 곳이 없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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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런 점을 높이 사. 그런 사람의 귀중함을 못 알아보는 쪽이 멍청하다고 생각하는데.”

날 띄워주려고 하는 말인가 싶어서 슬쩍 알테어의 얼굴을 보니 빈말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에일스포드 영지에서 마석 광산을 찾아내 멋지게 살림을 꾸릴 수 있었던 건 내가 원작의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으니, 그건 나의 진짜 능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알테어가 높이 평가한다고 말해준 정직함이나 성실함은 진짜 나의 것이었다.

꾸며내지 않은 진실한 나.

그런 면을 인정받으니 깊은 마음속이 충만해지는 듯했다.

나를 인정하고 알아봐 준 사람에게 무엇이든 내어주고 싶었다.

나는 넘쳐나는 마음을 참을 수가 없어져 문이 닫히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고 있던 알테어의 손을 붙잡았다.

생각지 못한 접촉에 놀란 건지 알테어의 손이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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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러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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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눈을 질끈 감으며 용기 내어 외친 말에 알테어가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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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니까…… 바인 후작가에 있을 때는 분위기가 좀 그래서…… 그, 그걸 안 했으니까…… 너무 오래 쉬는 것도…….”

횡설수설하며 같이 자야 하는 이유를 늘어놓으니 머리 위에서 앓는 듯한 알테어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유가 흡족하지 않은가 싶어 나는 얼른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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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아이도 갖고 싶은데…… 그러려면 또 자, 자는 게 필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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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더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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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럼요! 엄청나게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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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그 이유를 다 들어주진 못할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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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요……? 다 좋은 이유들인데…… 들어주면 안 돼요? 그럼 분명히…….”

초조함에 얼른 반박하자 알테어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리를 숙여 입을 맞춰왔다.

깊이 파고드는 알테어의 행동에 놀라서 굳어 버리자, 그가 살짝 떨어져 이마를 맞댄 채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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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내심이 너무 형편없어서 이유를 다 못 들을 것 같거든.”

알테어는 눈을 동그랗게 뜬 날 보며 픽 웃더니 한 팔로 가볍게 나를 안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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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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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느 쪽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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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말이야. 두 개나 되니까 원하는 곳에서 자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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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 어느 쪽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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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은 부인이 내 방에 오는 걸로 하지.”

알테어가 웃음기 없이 초조한 얼굴로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는 그의 방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열려 있던 작은 문이 굳게 닫히고, 알테어가 나를 폭신한 침대에 눕혔다.

커다란 침대에 누운 채로 올려다봐서인지 평소보다 알테어가 더욱 거대하고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긴장된 마음에 침을 꿀꺽 삼키자 알테어가 상의를 벗어 바닥에 던지며 침대 위로 올라와 양팔 사이에 나를 가뒀다.

눈이 마주친 채로 짧은 침묵이 흘렀고, 알테어가 다가왔다.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었다.

그리고 그 밤, 말보다 더 깊은 대화가 아주 오랫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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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이 되자 ‘바인 후작이 조카와 선대 후작 부부의 보험금을 두고 소송전을 벌인다!’라는 소문이 수도 전체에 퍼졌다.

실버 쥬빌리의 가장 큰 행사인 황궁 무도회가 끝나 무료함에 시달리던 귀족들은 이 흥미로운 사건을 반갑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선대 후작이 딸이 아닌 동생에게 보험금을 넘긴 건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사람도 있었고, 설령 이유가 있어도 후작이 거절하고 불쌍한 딸에게 주었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숙부의 편을 드는 자들과 내 편을 드는 자들이 거의 반반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해 판결하게 될 사람은 황제다. 귀족들의 작위와 재산에 대한 분쟁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치게 되어 있었다.

떠들썩한 소문 덕분인지 황제는 일주일 후로 재판 일을 잡았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료 조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면 아주 급한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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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험금 소송의 목적은 돈을 돌려받는 게 아니야. 보험금을 왜 바인 후작이 받게 되었는가? 그 과정을 추적해가는 과정이지.”

알테어가 소송 날짜와 절차가 적힌 통지서를 읽으며 이야기를 꺼냈고, 그건 나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돈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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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는 제게 보험금의 존재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돌아가신 부모님께서도 그런 말이 전혀 없으셨죠. 그런 걸 제게 숨길 분들이 아니셨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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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에 문의하니 두 분을 직접 만나서 보험을 체결한 건 아니라고 하더군. 대리인이 왔지만, 가문의 인장을 가지고 있었기에 당연히 그분들의 의사라고 생각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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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로 이상한 부분이에요. 아버지께선 저는 물론이고 어머니께도 인장을 넘겨주지 않으셨거든요. 인장은 반드시 후작의 손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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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장을 함부로 넘기는 가주는 없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모를까. 하지만 겨우 사망보험에 가입하는 게 그 ‘피치 못할 사정’은 아닐 듯하군.”

우리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일이 벌어질 것을 알았는지 보험사에서 그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는 걸 거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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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도 황제의 명령은 무시할 수 없어.’

그래서 진실에 가까워지려면 일을 키워야만 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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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선대께서 돌아가신 그 사고가…….”

알테어가 생각에 잠긴 날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나는 괜찮다는 듯 살짝 웃어 보이며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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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요. 그 부분도 같이 알아봤으니까. 부모님께서 사망 보험에 가입했고, 때마침 사고가 났고, 보험금은 숙부가 받았죠. 심지어 내 앞으로도 보험이 가입되어 있었는데…… 그 마차에는 나도 타고 있었고요.”

수상한 정황이 너무 많아 어떻게 여태까지 수면 아래에 묻혀 있었던 건지 의아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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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의심이 전부 진실이라면, 아마 높은 선에서 숙부님을 도운 자가 있었겠죠. 그래야 말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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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해. 그리고 그 ‘높은 선’까지 추적하려면 반드시 공식적으로 수사가 시작되어야 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황제의 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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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번 소송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은 거기까지 일을 끌고 가는 거죠?”

알테어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질 일은 숙부를 실각시키고, 동시에 상속법을 고쳐 ‘바인 후작가’를 되찾는 것.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거대하고 대단한 일이라 가슴이 죄어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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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막하지 않아.’

소설 속에서 악당 황자의 뜻에 따라 무엇이든 척척 해냈던 알테어가 내 편이라서 그런 걸까?

오히려 든든하고 자신감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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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있다면 황제의 의중을 전혀 모르겠다는 거예요.”

황제는 제국을 잘 통치하는 군주로 인기가 높았지만, 사실 공명정대한 군주는 아니었다.

언제나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고려하는 노련한 군주에 가까웠다.

그러니 이번 일도 진실보다는 황제의 입장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터.

실버 쥬빌리 행사에서 황제가 공공연하게 알테어를 향한 호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것도 가는 길이 같을 때의 이야기다.

서로의 이득이 다른 방향을 향한다면 황제는 그날의 기억은 깨끗하게 잊고 다른 길을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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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어도 그걸 고려해 황가와 가까운 비오스케스 공작과 손을 잡으려고 계획한 거겠지.’

뒤에서 황제의 의중을 캐고, 서로의 이득을 조율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알테어가 밑그림을 잘 그려 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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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가 마무리를 잘해야 해.’

모두가 노력해서 만든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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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할게요.”

두 손을 불끈 쥐며 의욕을 불태우자 알테어가 픽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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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 내 부인은 언제나 열심히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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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난 언제나 열심히 해요!”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알테어가 의외라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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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부끄러워하면서 펄쩍 뛰지 않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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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인정해 보기로 했어요. 날 위해서요.”

내가 나의 좋은 점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

단호하게 대답하자 알테어가 조금 아쉽다는 듯 묘한 침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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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부인의 당황한 얼굴을 보려면 칭찬 말고 다른 걸 생각해 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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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내 당황한 얼굴을 봐야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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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당황한 당신 얼굴이…….”

알테어가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어쩐지 귀가 살짝 붉어진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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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어?”

대답을 재촉하자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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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군. 산책이라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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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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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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