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6화. 이 낯짝 두꺼운 인간! (75/170)


96화. 이 낯짝 두꺼운 인간!
2022.05.04.


비오스케스 공작은 오르카 황자가 사건에 엮인 ‘높은 선’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알테어와 상의 끝에 공작에게는 이 사실을 함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공작과 오르카 황자의 관계를 고려하면 쉽사리 우리의 이야기를 믿어줄 리도 없거니와, 사실을 믿어준다 하더라도 그의 편에 서서 진실을 묻으려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황실이라는 핏줄로 엮인 사이 아니겠나?

비오스케스 공작이 아무리 사람 좋고 호탕하게 보여도 결국 그 역시 자신의 이익은 확실히 챙길 줄 아는 귀족이었다.

손녀에게 가문의 재산과 작위를 넘겨주기 위해 우리와 손을 잡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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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기서 오르카 황자에 대한 적개심을 대놓고 드러내서는 안 돼.’

게다가 나는 이번 황궁 행사에서 오르카 황자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인 바 있었다.

친분이 없다는 거짓말로 벗어날 상황도 아니었으니 우선 그를 만나 속셈을 알아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비오스케스 공작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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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이야 있지만, 전하께서 이렇게 따로 찾아오실 만한 일이 있을까 싶어 놀랐을 뿐이에요. 오셨으니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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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놀랐다네. 오르카는 무척이나 조용하고 낯을 가리는 황자인데 이렇게 과감한 행보를 보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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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조용하고 낯을 가린다니…….’

비오스케스 공작이 내가 절대 동의할 수 없는 평가를 내리며 의아하다는 듯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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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는 오랜만에 수도에 돌아왔는데도 두문불출했지. 폐하께 선물로 바친 물건들 덕분에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으면서 말이야. 그러던 와중에 첫 공식방문을 우리 저택에, 그것도 손님으로 머무르는 자네를 만나러 오다니 놀랄 일이지.”

오르카와 우리 사이에 뭔가 있다는 걸 동물적인 직감으로 알아챘는지 비오스케스 공작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살폈다.

달리 말하면, 정치적인 행위에 그리 날카롭지 않은 비오스케스 공작이 알아챌 정도로 오르카 황자가 특이한 행보를 보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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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속셈을 모르겠다니까.’

나는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특유의 순한 얼굴을 최대한 활용해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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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영지에서 나오는 마석에 관심이 있으신 걸지도 몰라요. 많은 분들이 그것 때문에 제게 연락을 주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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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렇지. 그건 확실히 탐이 나는 물건이야.”

대충 둘러댄 핑계가 썩 적절했는지 비오스케스 공작의 눈에 서려 있던 의문이 한순간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게 보였다.

실제로 에일스포드 마석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여러 귀족들이 이미 막대한 양의 주문서를 보내와 당장 마석 광산의 채굴 인력을 늘려야 할 처지였다.

여기 있는 비오스케스 공작도 벌써 공작가의 반년 치 마석을 주문한 상태였고, 황실에서도 막대한 양의 마석을 주문해 우리의 가장 큰 고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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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서재에 자리를 마련해두었다네. 내가 안내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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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감히 고, 공작님의 안내를 받다뇨. 시녀 하나만 붙여주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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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손님들이 우리 저택에서 만나는데 호스트가 손 놓고 있는 건 말이 안 되지.”

비오스케스 공작이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 먼저 일어나 내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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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사양 말고.”

높으신 공작님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일개 남작 부인이 거절할 수 있을 리가.

나는 부담스러움에 식은땀을 주룩 흘리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

부담스러움에 어깨가 잔뜩 굳었던 것과는 달리 비오스케스 공작의 에스코트는 아주 편안했다.

이동하는 내내 비오스케스 저택에 숨겨진 재밌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어서 언제 서재에 도착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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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는 이쪽이라네. 난 이미 오르카와 인사를 나누었으니 자리를 방해하지 않고 비켜주지. 혹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종을 울려 사람을 부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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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작님.”

공작이 떠나고 홀로 커다란 서재의 문 앞에 서니 잊고 있던 긴장이 몰려왔다.

낯선 공간에서 악당과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라 각오를 다지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니 입구 옆에 있던 거대한 조각상 뒤에서 작은 헛기침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느껴졌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조각상을 방패 삼아 몸을 숨긴 블란이 슬쩍 고개를 내밀어 자신을 믿으라는 듯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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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온 거예요?”

놀라서 작게 속삭이자 블란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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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스케스 공작님과 대화를 나누실 때부터 계속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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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전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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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께 들킬 정도면 기사로서의 재능이 없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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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그렇겠네요.”

블란의 너스레에 가벼운 마음으로 웃음을 터트리다 문득 비오스케스 공작이 뛰어난 무인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맹탕인 내 눈을 피하는 건 쉬울지 몰라도 그의 눈을 피하는 건 힘든 일일 터.

의아함에 비오스케스 공작이 사라진 쪽과 블란의 얼굴을 번갈아 보니 그가 내 생각을 읽은 건지 어깨를 으쓱하며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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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께선 제가 호위로 붙은 걸 아십니다. 영주님께서 따로 양해를 구하셨거든요. 곧 재판에서 맞붙을 바인 후작이 마님께 암살자를 보낼지도 모르고…… 그런 상황을 고려해 공작께서도 이해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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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에는 무단침입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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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긴급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공작께 사죄는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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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여워하지는 않으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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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재밌어하시던걸요. 공작저의 보안이 형편없다면서 병사들을 모두 집합시킬 거라고 신나셨지요.”

블란의 말을 듣고 보니 그가 불쑥 나타난 이후 공작저의 연무장에서 매일 같이 기사들과 병사들의 우렁찬 훈련 소리가 들렸던 것이 떠올랐다.

‘공작저쯤 되면 기사와 병사들도 이렇게 기합이 들어가 있는 건가!’라고 감탄했었는데.

그 원흉이 블란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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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걱정 말고 대화 나누십시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대처하겠습니다.”

든든한 말투에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졌다.

블란은 알테어가 가장 신뢰하는 기사 중 하나였다. 그러니 나도 믿을 수 있었다.

나는 블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조심스럽게 서재의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오르카 황자가 책상에 걸터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광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정말 생긴 걸로는 비난할 수가 없는 황자님이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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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어가 강철처럼 강한 미남이라면 오르카는 하늘거리는 바람결 같은 미남이라고나 할까.

너무도 평화로운 그 광경에 잠시 넋이 나갈 뻔했지만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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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를 뵙습니다.”

짧게 오르카를 부르며 인사하자 그가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입가에는 언제나처럼 미소가 걸린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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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 요즘 부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서…… 응원하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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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이요?”

이 사태를 만든 원흉이 이처럼 태연하게 응원이라는 말을 할 수 있다니.

그의 뻔뻔함에 기가 막혀서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반응이 튀어 나왔다.

날카로운 반응을 단번에 알아챈 오르카 황자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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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응원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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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안 반갑습니다.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처음에는 적당히 감정을 감추고 오르카 황자의 속내를 떠볼 생각이었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이성적으로 행동하기가 힘들었다.

나의 부모님을 죽게 하고, 알테어의 부모님을 죽게 하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의 가족을 죽게 했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앞에 두고 이성적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오르카 황자가 알테어를 찾아왔다면, 알테어는 차갑게 감정을 내리누르고 영리하게 그의 속을 떠보았을 테지만, 나는 거기까지 냉정해지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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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렇게 절 만나러 오신 것도 이해하기 힘드네요. 뻔뻔하신 분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나, 낯짝이 두꺼우신 줄 몰랐어요!”

분노한 와중에도 소심함이 밀려와 ‘이 낯짝 두꺼운 인간아!’라며 속 시원하게 소리치진 못했지만, 그래도 분노는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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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짝이 두꺼운…….”

오르카 황자는 다소 얼떨떨한 표정을 하고는 손으로 제 뺨을 더듬었다.

그게 마치 제 낯짝이 얼마나 두꺼운지 가늠하는 모양새라 더욱 기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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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저를 통해 이쪽의 움직임을 알아내고 싶으신 모양인데, 저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예요. 어차피 아는 것도 없고요. 그만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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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남작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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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시나요? 그럼 제가 가지요.”

단호하게 통보하고 등을 돌리자 오르카 황자가 빠른 걸음으로 따라붙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불만스럽게 오르카 황자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그가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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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의 적입니까? 왠지 그런 상황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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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게 아니란 말씀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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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애초에 왜 내가 적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고요.”

말투며 행동이 마냥 잡아떼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황은 모두 오르카 황자가 ‘높은 선’이라는 걸 가리키고 있었다.

이건 그저 오르카 황자의 연기력이 뛰어나기 때문인가?

그래서 이리도 자연스럽게 아닌 척할 수 있는 건가?

혼란스러움에 얼굴을 구기자 오르카 황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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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알려주면 우리가 함께 정답을 찾아 고민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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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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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단단히 의심하고 있는 모양이니 쉽게 이야기하기가 힘들겠지요. 흐음…….”

오르카 황자가 잠시 고민하는 듯 눈을 내리깔고 턱을 매만지다 다시 나와 눈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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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내가 아쉬운 쪽인 것 같으니 내 쪽에서 신뢰를 얻을 무언가를 내놓아야겠지요. 원래는 이런 식으로 주려던 게 아니지만 말입니다. 난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거든. 내 팬을 만나는 자리니까.”

오르카 황자가 씩 웃으며 품 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서류가 든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봉투였다.

경계심에 가득 차 봉투를 노려보고 있으니 오르카 황자가 어서 받으라는 듯 가볍게 서류를 흔들어 나를 재촉했다.

태도가 의심스럽지만 내용은 파악해 두는 게 좋겠지.

나는 얼른 서류를 낚아채 안에 든 서류의 내용을 살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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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건……?”

놀라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날 보며 오르카 황자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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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증서입니다. 선대 바인 후작 부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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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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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떻게’라는 질문보다는 ‘무엇이’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지요.”

오르카 황자가 웃으며 손가락으로 서류의 아래쪽을 톡톡 두드렸다.

그걸 따라 시선을 옮기자 ‘나디아 바인’이라는 내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보험 수익자의 이름이 적힌 칸이었다.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자 오르카 황자가 자연스럽게 내 손에서 서류를 되찾아가며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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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면 당신이 재판에서 질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필요하지 않습니까? 이 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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