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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목숨은 살려 준다니까. (78/170)


99화. 목숨은 살려 준다니까.
2022.05.15.


수도는 소란스러운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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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들으셨어요? 새벽에 큰불이 났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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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주 난장판이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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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사람은 안 다쳤다더군요. 새벽이라 일하는 사람이 없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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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시끄러울 것 같아요. 화재 원인을 찾겠다고 치안대가 현장을 들쑤시고 다니더라고요. 뭐하는 곳인지 서류가 잔뜩 있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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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라고 들었어요.”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새벽에 일어난 화재 사건에 대해 수군댔다.

평화로운 수도에서는 드문 사건이라 더욱 관심이 쏠렸다.

카인은 수군대는 사람들 틈에서 신문을 읽는 척하며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수군대는 사람들은 자신들 근처에 새벽에 일어난 화재 사건의 범인이 섞여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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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은 제대로 수행한 것 같군.’

카인은 씩 웃으며 새벽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이 훔치려다 실패했던 서류가 어느새 알테어의 손에 들어와 있던 것도 놀라웠는데, 그걸 다시 자료실에 돌려놓으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얼마나 어리둥절했던지.

거기다 보험사 건물에 불을 내라는 소리를 듣고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알테어에게 ‘왜 갑자기 헛소리를 하십니까?’라고 물었다가 정강이를 걷어차이기까지 했다.

어리둥절해서 좀처럼 움직일 줄 모르는 카인의 모습에 알테어는 결국 작전의 큰 그림을 이야기해 주었다.

불법적으로 취득한 서류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니, 이걸 합법적으로 취득해 재판에서 쓸 묘안이 있다는 것이었다.

보험사 건물에서 불이 나면 분명 치안대가 화재 원인을 찾아 조사를 시작할 것이다.

황제가 머무르는 수도에서 불이 났으니 조사는 철저하게 이뤄질 터.

보험사 건물 전체가 수색 대상이 될 것이 뻔했다.

치안대의 대원이 현장을 수색하는 와중에 자료실에서 수상한 서류를 발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화재 사건과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서류라도 성실한 치안대원은 그 서류를 상관에게 올릴 것이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서류가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 뒤에 서류를 어떻게든 재판에 끌고 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전제 조건은 있다.

그 서류가 치안대원의 눈에 띌 만큼 수상해 보여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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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류에 슬쩍 장난을 쳐 놓았지.’

종이에 특수 처리를 해서 기이한 냄새가 나게 해 두었다.

마약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냄새가 나도록 했으니 당연히 치안대원은 반응할 터.

한 서류에만 냄새가 나면 이상하게 보일 테니 일부러 근처에 있는 서류에도 특수 처리를 했고 말이다.

불을 낸 것이 카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않으면 에일스포드와 서류 습득 과정은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일 수 있었다.

물론 카인은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절대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타인의 눈에 띄지 않고 은밀하게 사악한 일을 꾸미는 것이야 말로 자신의 특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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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큰 그림이 마님의 아이디어였다니.’

그 순하게만 보이던 마님께서 불을 낸다는 사악한 생각을…….

카인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 부부는 닮아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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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영주님이 마님을 닮는 쪽이 더 좋았을 텐데.’

알테어가 둘이나 된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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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임무는 끝났어.’

카인은 신문을 접어 바닥에 대충 던져 버리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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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 건물에 불이 났다는 소식이 길거리만 가득 채운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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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라…….”

오르카 황자는 자신의 부하가 가져온 작은 쪽지에 빼곡하게 적힌 정보를 읽으며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깊은 새벽 보험사 건물에 화재 발생.

치안대가 건물 전체를 수색 중.

한 치안대원이 몇 가지 서류를 은밀하게 빼내어 윗선에 올림.

서류에서 마약으로 의심되는 흔적을 발견했다고 함.

그 서류들 사이에 우리가 습득했던 ‘목표’도 포함.]

그는 이 사건을 에일스포드 쪽에서 벌였다고 확신했다.

화재가 발생한 것이야 우연으로 치부하더라도, 그 이후의 일은 우연이라 말하기 어려웠다.

마약으로 의심되는 흔적이라니.

그런 게 있었다면 제 손에 들어왔을 때 못 알아차렸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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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단 말이지.’

이 계획을 세운 게 에일스포드 남작인지, 아니면 그 부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탐이 나는 인재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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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내게 선물까지 줬으니…….’

오르카 황자는 탁자 위에서 외롭게 타오르는 등불에 쪽지를 태워 버린 뒤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그곳에는 드윈호퍼가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갤러리를 주름잡을 때 잘 차려입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드윈호퍼는 속옷만 입은 상태였다.

훤히 드러난 몸에는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아 보이는 상처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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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전하!”

오르카의 시선이 닿자마자 드윈호퍼가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 두 손을 싹싹 비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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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돈이 급했습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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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라…… 내가 활동비를 넉넉히 줬던 거 같은데.”

눈물 콧물을 줄줄 쏟아 내는 드윈호퍼와 달리 오르카는 매우 평온한 태도로 차분하게 대꾸했다.

그 태도에 드윈호퍼가 더욱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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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도박으로, 도, 돈을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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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이라. 도박.”

오르카가 드윈호퍼의 말을 되새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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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빈약한 이유잖아, 드윈호퍼. 들킬 때를 대비한 거짓말은 생각해 두지 않았나 봐. 응?”

오르카가 몸을 낮춰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는 손을 뻗어 드윈호퍼의 머리를 잡아 일으켰다.

번쩍 들린 고개와 함께 눈이 마주치자 오르카가 빙긋 웃었다.

상황과 장소에 맞지 않는 미소가 더욱 드윈호퍼의 공포심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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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너 따위가 혼자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냐.”

그러니 에일스포드 쪽에서도 당연히 ‘높은 선’이 연관되어 있을 거라 생각한 거다.

그래서 ‘높은 선’이 누구인지 추적하기 시작했을 거고, 그 과정에서 ‘높은 선’의 끄나풀인 드윈호퍼의 꼬리를 잡았다.

그들이 어떻게 드윈호퍼를 부리는 자가 오르카 황자라는 걸 알아낼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번 일에서의 ‘높은 선’은 그가 아니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드윈호퍼는 두 명의 주인을 모시고 있다는 거다.

어느 배가 침몰할지 순항할지 알 수 없으니 양쪽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겠다는 생각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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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주의자라는 건 알았지만.’

수도의 정보를 꽉 쥐고 있는 능력을 높이 보아 곁에 두었던 것인데 결국 이렇게 뒤통수를 맞게 됐다.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그럴 만한 놈이 그럴 만한 일을 저질렀구나. 딱 그 정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놈이 발을 걸치고 있던 다른 배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꼭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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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순히 말한다면 목숨은 살려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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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익!”

서늘한 협박에 드윈호퍼가 겁에 질려 숨을 들이켰다.

늘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부드럽게 명령을 내리는 좋은 상관인 줄로만 알았던 오르카 황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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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이렇게 돌아 버린 놈일 줄이야!’

드윈호퍼의 눈에 담긴 생각을 제대로 읽었는지 오르카 황자가 키득대며 그의 뺨을 툭툭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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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은 부하로 남았다면 나 역시 쭉 좋은 상관으로 남았을 텐데. 이상하게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우습게 보고 꼭 뒤통수를 치더란 말이야.”

그건 오르카 황자가 상대를 시험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부드럽고 선량한 얼굴로 가장해 다가가면 상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강한 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는 사람은 많지만, 부드럽고 선량한 얼굴을 한 자를 무시하지 않고 제대로 대우해 주는 자는 많지 않으니까.

드윈호퍼는 자신이 완전히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을 완전히 믿고 있는 줄 알았던 상관이, 사실은 단 한 번도 자신을 믿은 적 없을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자신을 시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어두운 곳으로 갑자기 끌려와 개처럼 얻어맞을 때보다 지금이 더욱 두려웠다.

눈앞에 앉은 남자의 존재가 너무도 크고 차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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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좋은 부하가 되어야지, 드윈호퍼. 내가 네게 좋은 상관이 되어 자비를 베풀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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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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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말해. 어디에 또 발을 담그고 있었지?”

오르카 황자가 조금 전까지 싸늘하게 말했던 적이 있었냐는 듯 부드럽게 웃으며 드윈호퍼를 달랬다.

그 다정한 태도에 드윈호퍼의 마음에도 희망이 차올랐다.

정말로 여기서 다 이야기하면, 그러면 용서해 주시는 걸까?

하지만 상대는? 다른 쪽의 윗선은 어쩌지?

드윈호퍼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두고 치열하게 계산하던 드윈호퍼의 결론은 눈앞의 위험을 어떻게든 벗어나자는 쪽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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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말씀드리겠습니다!”

결심한 드윈호퍼의 목소리에 오르카 황자가 평소처럼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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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 생각했다. 이래야 내 좋은 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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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게, 이번 일을 꾸민 저의 또 다른 연줄은…….”

드윈호퍼가 눈을 질끈 감고 크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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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황자 전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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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황자? 내 형님?”

이건 또 의외의 말이라 오르카 황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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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이런 일에 나설 이유가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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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야, 약을 사야 해서…….”

두루뭉술하게 ‘약’이라고 표현했지만, 정당한 약품을 살 거라면 이런 식으로 자금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오르카는 그 ‘약’이 불법적인 약품이겠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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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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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물론입니다. 그걸 구해 드리겠다고 제가 먼저 접근했으니까요. 혹시 몰라서 금고에 증거를 모두 모아 뒀습니다.”

배신자인 주제에 자신도 배신을 당할까 봐 따로 증거를 모아 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르카 황자는 픽 웃으며 드윈호퍼의 어깨를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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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이야기해줬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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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럼……!”

긍정적인 반응에 드윈호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르카 황자는 여전히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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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목숨을 살려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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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앞으로 충성하겠습니다!”

그러나 드윈호퍼의 열렬한 맹세에 오르카 황자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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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팔다리를 잃은 벙어리 장님이 내게 필요할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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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오르카의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드윈호퍼의 눈이 멍해졌다.

하지만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드윈호퍼는 금세 오르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자신의 팔다리와 혀를 자르고 눈을 지지겠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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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약속이 다르지 않습니까!”

드윈호퍼가 거세게 반발했지만 오르카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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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네 팔다리를 안 자른다고 약속했지? 혀를 자르지 않는다는 약속도 했나? 눈을 안 지지겠다는 약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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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목숨을 살려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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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살려 준다고. 목숨은.”

오르카 황자가 씩 웃으며 몸을 돌렸다.

뒤돌아선 오르카 황자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가 천천히 걸어 공간을 벗어나자 어둠 속에서 거대한 남자가 스윽 나타났다.

드윈호퍼를 상처투성이로 만든 문제의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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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고통에 찬 드윈호퍼의 비명을 들으며 오르카는 여유롭게 다른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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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라. 에일스포드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 생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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