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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당신 탓이니 책임져. (103/170)


103화. 당신 탓이니 책임져.
202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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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 재판은 여기에서 마무리하지.”

황제가 재판 종료를 알리며 자리를 떠났다.

넋이 나간 얼굴로 끌려 나간 숙부를 쳐다보고 있던 1황자도 황급히 정신을 수습하며 황제의 뒤를 따랐다.

뒤통수만 보일 뿐인데도 1황자의 혼란스러움과 당황스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다.

높으신 분이 자리를 떠나니 구경꾼들은 더욱 신이 나 목소리를 높였다.

숙부를 향한 비난이나 나를 향한 동정을 표하며 수군대는 구경꾼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들의 여론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똑똑히 보았다.

작은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우르르 동요하고 거리낌 없이 눈앞의 사람을 질타했다.

최종적으로는 그 질타의 대상이 숙부가 되었으나 자칫 삐끗했다간 나를 향할 수도 있었던 비난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애써 담대한 척 견뎌 왔던 재판장의 공기가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시작부터 힘없이 떨리고 있던 다리로는 그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기 힘들었다.

비틀대며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니 지켜보고 있던 알테어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다급하게 걸어오면서도 표정만은 흔들림이 없는 알테어의 얼굴을 보니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담대함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걱정 없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등장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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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

풀썩 바닥에 주저앉는 아내의 모습에 놀란 건지 알테어가 몸을 낮춰 내 안색을 살폈다.

그의 두 눈에 걱정이 가득해서 재판장을 가득 채운 타인의 목소리에 담긴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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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재판 내내 엄청 힘을 주고 있었는데 그게 한 번에 풀려 버려서…….”

알테어를 안심시키기 위해 어색하게나마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경직된 입꼬리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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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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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저 잘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부족한 게 많다며 손사래를 쳤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당당해지기로 했으니까.

나는 스스로 다짐하듯 잘했다는 말을 되새기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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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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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 모습이 우스운지 픽 웃음을 흘린 알테어가 손을 뻗어 내 뺨을 만지려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멈칫했다.

허공에 멈춰 버린 손을 바라보며 눈을 껌뻑이니 그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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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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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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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 금지. 이제 생각이 어지러워져도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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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걸 지키고 있는 거예요?”

분명 재판장에 들어오기 전 알테어에게 ‘당신이 만지면 생각이 어지러워지니까 접촉 금지다!’라고 외치긴 했었다.

그런데 그걸 아직 지키고 있다니. 소설 속에서는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뒤에서 이런저런 나쁜 짓도 거리낌 없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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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도 그러는 걸 봤고.’

눈에 거슬리는 발하일을 치워 버리고 거드름 피우는 귀족에게 과수원을 받아 오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으니 소설 속의 캐릭터가 마냥 허상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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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성실하게 지키는 사람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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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를 성실하게 지키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이 들면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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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

내 경고를 지켜서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지?

의아해 하는 날 보며 알테어가 왜 당연한 걸 묻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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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거. 그것보다 큰 이득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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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알테어가 태연하게 낯 간지러운 말을 하니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가 날 만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생각이 어지러워지다니.

앞으로는 중요한 일을 앞뒀을 때 접촉 금지가 아니라 접근 금지를 내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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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 부인!”

달아오른 얼굴을 어쩌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 순간, 방청석에 앉아 있던 비오스케스 공작이 호탕하게 웃으며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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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잘했어! 기지가 대단하더군. 종이와 잉크라니, 아주 놀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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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함과 방심은 늘 빈틈을 만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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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일세.”

알테어의 말에 비오스케스 공작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 뒤 재판장을 하나둘 떠나고 있는 구경꾼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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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도 전체가 재판 이야기로 떠들썩해지겠군. 내용이 상당히 극적이었으니까 말이야.”

숙부와 조카가 보험금을 두고 싸운다는 사실도 막장다운데, 숙부가 조카를 모함하기 위해 서류까지 조작했으니 더욱더 자극적이었다.

황제가 나서서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하면 부모님의 죽음도 단순한 사고가 아닌 것이 밝혀질 테니 앞으로 소문은 계속 몸집을 키워나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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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1황자가 주동자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면…….’

이 상황을 의도해 낸 우리조차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소문의 힘이 강력해질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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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소문이 퍼지고 나면 폐하께 청원을 올릴 생각일세. 부정한 현 후작의 작위를 박탈하고 자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되겠지.”

비오스케스 공작이 목소리를 낮추며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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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면 여성인 자네 역시 작위를 이을 수 있도록 법령이 바뀌어야 할 테고, 전통적인 상속법을 완전히 뜯어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야. 여론이 불처럼 타오르면 폐하께서도 마냥 전통을 고수하실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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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할 자들은 충분히 모였습니까?”

알테어의 질문에 비오스케스 공작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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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비슷한 자들이 제법 있어. 모두 폐하 앞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한 자들일세. 게다가 황실 입장에서도 우리의 청원이 나쁘지 않을 거야.”

비오스케스 공작이 이미 텅 빈 황제의 자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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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도 그런 일들이 있었지. 정식 후계자인 첫째 황자가 부족한데 둘째 황자가 너무나 뛰어난 성군의 재목이라 어쩔 수 없이 핑계를 만들어 첫째를 죽인다든가 하는 그런 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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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씌워 죽인다거나 외부 세력에 의해 암살당했다는 핑계로 말이지요.”

알테어가 동조하며 말을 덧붙이니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대의를 위하여 핏줄을 죽여야만 했던 과거의 황제에게 연민이라도 느꼈던 것일까?

두 사람을 따라 텅 빈 황제의 자리를 쳐다보고 있으니 비오스케스 공작이 웃으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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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남작 부인은 걱정하지 말고 곧 후작이 될 준비나 하고 있게. 오늘 보여준 모습으로 모두에게 자네가 후작의 재목이라는 점은 확실히 보여준 셈이니.”

 

***

숙부와 나의 재판에 대한 소문은 들불처럼 타올라 수도 전체로 퍼져 나갔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밝혀지자 불길은 더욱 크게 치솟았다.

불길이 거침없이 수도 전체를 집어삼킬 무렵, 비오스케스 공작은 약속대로 황제에게 청원을 올렸다.

선대 후작 부부의 죽음이 정말로 숙부의 음모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면, 응당 그를 쳐내고 온당한 주인인 나디아 바인에게 모든 것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청원이었다.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부정한 사건을 목도하고 불타오르던 사람들의 마음은 비오스케스 공작이 올린 청원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엮인 상속법 개정에도 힘이 실렸다.

숙부는 제국 최악의 감옥인 발스테드에 처박혀 있었다.

멜리사가 변호사를 대동한 채 끈질기게 면회 신청을 하고 있는 듯했지만, 누구도 발스테드에 갇힌 인간을 만날 수는 없었다.

이제 남은 건 황제의 결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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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부모님의 죽음에 1황자도 연관이 있다는 거야.’

황제는 여태까지 후계자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차라리 처음의 예상처럼 3황자 오르카가 사건의 ‘높은 선’이었다면 황제의 의중을 짐작하기 쉬웠을 텐데.

후계자를 감싸고자 사건을 묻어 버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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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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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각에 잠긴 귓가로 알테어의 단호한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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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1황자를 감쌀까 봐 걱정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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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에 글씨라도 쓰여 있어요?”

정확한 짐작에 얼굴을 매만지자 알테어가 픽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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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쓰여 있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고민할 만한 문제는 그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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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이 잘 풀리고 있어서 걱정이에요. 꼭 이런 상황에 문제가 생기는 법이잖아요.”

무슨 이야기든 항상 그렇다.

모든 문제가 잘 풀리는 중이라고, 이제 곧 끝이라고 방심한 순간에 상황이 반전된다.

숙부와 1황자가 방심하다가 재판에서 크게 뒤집힌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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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가 이런 불법적인 일에 나서다니 황실로서는 스캔들을 피하고 싶을 거예요. 꼬리를 자르고 숙부님만 처벌할 수도 있죠. 그럼 진짜 적은 계속 남아 있는 채로, 부모님들의 원한은 풀지도 못하고…….”

말을 하면 할수록 어깨가 축 늘어졌다.

만약 1황자까지 처벌하지 못한다면 숙부가 벌을 받고 후작가를 되찾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패배였다.

그리고 난 패배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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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인 후작가에 있을 때.”

두 주먹을 불끈 쥐는 날 보며 알테어가 입을 열었다. 다소 상황에 맞지 않는 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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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후작님과 선대 후작 부인의 묘를 찾은 적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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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건 알테어에게 듣지 못했던 이야기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알테어를 보자 그가 한쪽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려 웃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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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상태가 엉망이더군. 다급하게 정리한 흔적이 있긴 했지만 형편없었지. 당신 역시 그 집에서 후작에게 그런 취급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단순히 이야기로만 들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체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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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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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날 두 분의 앞에서 맹세했지. 나디아 바인의 남편으로서, 나 역시 두 분과 한 가족이 되었으니 반드시 모든 것을 바로잡겠다고. 당시에는 우리 부모님의 일까지 엮인 줄 몰랐으니 다소 오만한 다짐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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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어.”

가라앉은 목소리에 조심스럽게 알테어의 손을 잡으니 그가 픽 웃음을 흘리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내 머리를 가볍게 흐트러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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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은 자들은 반드시 죗값을 받게 할 거야.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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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들이 정당한 처벌을 받길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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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1황자를 암살이라도 할까 봐? 그런 방식은 싫은가?”

알테어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나는 고개를 붕붕 저으며 더욱 단단하게 알테어의 손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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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방식이 싫은 게 아니에요. 나도 사람이고, 부모님을 죽게 만든 놈 앞에서까지 고상하게 굴고 싶지 않다고요. 난 단지…… 당신이 염려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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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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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황족을 죽이는 건 큰 죄잖아요. 알테어가 거기에 휘말려서 위험해지는 건 싫어요.”

그런 상황이 되면 3황자 오르카만 신이 날 것이다. 제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적을 치워 버리게 되었으니.

황자를 처벌할 수 있는 건 황제뿐이었다. 감히 그 선을 넘는다면 알테어는 반역자가 되고 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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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말아요. 절대로.”

단호하게 알테어의 눈을 바라보며 당부하자 위험하던 눈빛이 묘한 빛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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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차 없이 그런 방식을 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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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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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라면 분명 그랬을 거야. 누가 휘말리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리했을 테지. 하지만 이젠 그럴 수가 없어.”

알테어가 제 손을 감싸고 있는 내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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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가 되어서야 두려움이 뭔지 알게 되다니.”

어쩐지 투정 같은 목소리와 달리 알테어의 눈빛은 견고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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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당신 탓인데. 이걸…… 어떻게 책임질 거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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