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4화.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104/170)


104화.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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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렇게 따지면 나도…….”

나는 알테어의 말에 정신이 홀릴 뻔한 것을 겨우 붙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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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어 때문에 나도 모르던 걸 알게 됐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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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걸 알게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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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게 속 시원하게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일이라든가, 다른 사람 시선 따위 알게 뭐냐고 무시하는 거라든가, 또 내 기분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도…….”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알테어의 얼굴이 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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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굉장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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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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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막무가내인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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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필요했어요! 사실은 쭉 그렇게 살고 싶었거든요.”

소심한 성격이라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 쓰느라 늘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참으며 지냈다.

혹여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맞서 싸우기보다는 도피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사실 이곳이 소설 속 세상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도 그랬다.

다가올 비극을 막아내거나 바꾸려 하지 않았다. 당장 도망쳐야겠다고만 생각했지.

결혼이라는 수단을 써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에일스포드로 떠난 것 역시 해결책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도피였을 뿐이고.

하지만 에일스포드에서 마주한 신랑은 악역 공작 알테어었다.

절대 도피할 수 없는 상황에 강제적으로 놓이게 되자 나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맞서 해결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개의치 않는 알테어라는 롤 모델이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쉽게 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재판장에 몰려든 모두의 앞에서도 내 생각을 당당히 말할 수 있었지.

그때의 기분을 떠올려 보면 무척이나 떨리고 긴장되었지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에는 더없는 성취감이 느껴졌었다.

내가 그렇게 바뀔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알테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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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달라진 알테어를 책임져야 한다면, 알테어도 달라진 나를 책임져야 해요. 그래야 공평하죠.”

‘나만 책임을 뒤집어쓸 수 없다!’라고 강력히 주장하니 알테어의 표정이 아주 미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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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상당히 똑똑한 것 같은데…… 왜 엉뚱한 곳에서 삐끗하는지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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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끗하다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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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미 당신을 책임질 생각으로 가득하니까 그런 소리를 해도 소용없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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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민망한 소리를 하면서도 알테어의 얼굴은 태연했다.

그 소리를 듣는 내 얼굴만 벌겋게 달아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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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내를 책임지는 건 당연하잖아. 그러니 그 반대도 성립하는 거지. 아내도 남편을 책임져야 해. 그러니까 면피할 생각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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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생각은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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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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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요.”

확인하듯 묻는 알테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평소보다 훨씬 다부진 목소리로 대답하니 그의 입꼬리가 예쁘게 올라갔다.

대체로 무표정인 알테어가 이렇게 예쁘게 웃는 건 아주 드문 일이라 그걸 지켜보는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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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은 칼자루를 3황자 쪽에 쥐여 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좋게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알테어가 오르카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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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휘두르는 건 그쪽에게 맡기고 우린 뒤에서 이득이나 얻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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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오르카 황자가 순순히 그럴 사람은 아닐 텐데요.”

오르카 황자와 우리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 공동의 적을 가진 상대의 손을 통해 적을 해치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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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급한 건 우리보다는 오르카 황자 쪽이지. 정당하게 제 형님을 쳐낼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아니니까. 우리가 느긋하게 굴면 못 참고 먼저 움직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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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그에게 아주 좋은 기회지만, 오르카 황자는 사람을 파악하는 눈이 아주 좋아요.”

소설 속에서 3황자 오르카가 불리한 상황을 뒤집고 반역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그런 눈이 있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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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느긋하게 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오르카 황자도 알고 있을 테니 공을 떠넘기는 게 쉽지 않을 거예요. 또 오르카 황자는…….”

말을 하는 와중에 알테어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점점 희미해져 내 목소리도 함께 작아졌다.

이상한 말이라도 한 건가 싶어 걱정스럽게 했던 말을 되새기고 있으니 알테어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내게 이마를 맞대었다.

순식간에 거리가 확 가까워지며 편안하기만 했던 분위기에 묘한 긴장이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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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째서 그 남자에 대해 깊이 파악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게 그리 기분 좋지는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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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대상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건 좋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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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지휘관으로서는 반길 만한 상황이지. 하지만 남편으로서는…… 다소…….”

알테어가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는 듯 말꼬리를 늘였다.

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끊어져 버린 알테어의 이야기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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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질투 난다?”

그게 정답이었는지 알테어가 살짝 찌푸리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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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휘둘리는 기사들을 질책하곤 했었는데. 이젠 그러지도 못하겠군.”

이건 알테어가 내게 휘둘리고 있다는 뜻인가?

얼떨떨해서 눈을 껌뻑이며 알테어를 바라보니 그가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조심스럽게 내 입술에 입을 맞춰 왔다.

서로의 숨이 섞이는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서 예전처럼 긴장되지 않았다.

노곤하게 몸이 풀려 자연스럽게 알테어에게 기대니 그 역시 능숙하게 팔을 뻗어 한 손으로 나를 안아 올렸다.

두 다리가 허공에 떠올랐지만 불안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마치 땅에 두 다리를 딛고 선 것처럼 안정적이었다.

나는 알테어의 목에 두 팔을 둘러 조금 더 거리를 좁혔다. 자연스럽게 입맞춤이 더욱 짙어졌다.

치마 아래로 서늘한 손이 불쑥 들어와 다리를 만지는 것과 동시에 들려 있던 몸이 탁자 위에 안착하며 긴 입맞춤이 끊어졌다.

시선을 마주한 알테어와 나의 사이에 달아오른 숨소리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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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알테어가 순식간에 불이 붙어 버린 것이 민망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분명 우리는 진지하게 앞날을 고민하는 중이었다.

1황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그걸 위해 3황자와는 어떤 협력 관계를 구축할지…….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이리 변하나.

우스워서 내 입에서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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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럴 생각 아니었어요. 그만 할까요?”

지금이라도 다시 진지하게, 건설적으로 미래를 논의하는 쪽이…….

하지만 차분하게 정리되려는 생각을 알테어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뚝 끊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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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이라니. 진심이야?”

‘그만’이라는 말이 거슬렸던 모양인지 알테어가 얼굴을 확 구기며 치마 속으로 들어와 있던 손을 더욱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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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놀라서 어깨까지 움찔하는 날 보며 알테어가 오히려 즐겁다는 듯 삐딱하게 입매를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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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어도 상관없어. 난 그만 할 생각 없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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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온몸이 묵직해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낑낑대며 침대를 구르고 있으니 옆에서 픽 하고 바람 빠진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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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침대에 혼자 있는 줄로만 알았던 나는 깜짝 놀라 웃음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알테어가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댄 채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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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함께 밤을 보내고 난 다음 날에는 항상 혼자서 눈을 떴다.

알테어는 바쁜 사람이라 새벽부터 일해야 하고, 나는 체력이 꽝이라 밤새 시달린 뒤에는 늦잠을 자야 하니 도무지 기상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당연히 혼자 침대에 남은 줄로만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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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지 당신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느긋하게 굴어봤지. 마침 읽을 것도 있길래 침대를 그 장소로 정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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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척이라도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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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척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어. 특히 당신은 내가 아무리 부산스럽게 굴어도 눈치 못 챘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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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그렇겠지만…….”

나는 우물거리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신나게 침대를 뒹굴었으니 몰골이 엉망일 텐데, 맨정신으로 이 꼴을 보이는 건 역시 민망했다.

그 행동이 우스웠는지 알테어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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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보낸 다음 날은 항상 이런가? 아직 몸이 회복 안 된 것은 아니고?”

잊은 줄 알았던 건강 걱정이었다.

여기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또다시 에일스포드에서처럼 과보호 알테어가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뒤집어썼던 이불을 끌어 내리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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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래요. 알테어랑 밤을 보내면 누구나 이렇게 될걸요? 딱히 내 몸이 회복 안 되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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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내가 그렇게 당신을 괴롭히나?”

알테어의 얼굴에 다소 난처한 기색이 스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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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하라고 한 말은 아닌데.’

몸이 멀쩡하다는 걸 강조하려다 보니 알테어의 과격함을 타박한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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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확실히 힘들지만 싫지 않아요. 부부라면 당연히 하는 거고, 또 그건 당신이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어, 음, 그러니까 당신이 날 괴롭힌 건 아니라고요. 당신이 좋은 만큼 나도 좋아요.”

횡설수설하며 내 기분을 전했더니 알테어가 ‘흐음’ 하고 묘한 침음을 흘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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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내 부인은 괴롭혀지는 게 좋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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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이 그렇게 되나요…….”

놀리는 게 다분한 목소리에 퉁명스럽게 대꾸하니 알테어가 작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내 뺨을 가볍게 톡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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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일어났으니 나도 슬슬 움직여야겠군. 오늘은 황궁으로 갈 거다. 입궁을 허락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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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황자를 만나려고요? 아니면 1황자?”

3황자를 만난다면 합동 전선을 어떻게 끌고 갈지 논의하려는 것일 테고, 1황자를 만난다면 그의 상황과 생각을 파악하려는 것일 테다.

하지만 알테어의 대답은 어느 쪽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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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려는 사람은 황제야. 진짜 ‘높은 선’이 누구인지 확신하기 전부터 이쪽을 찌르고 있었는데, 재판 이후 먼저 연락이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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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만난다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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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이상하지 않나? 아직 황제는 건재해. 실버 쥬빌리를 성대하게 열 정도로 권력을 욕심껏 틀어쥐고 있지. 그런데 다들 황제는 내버려 두고 1황자니 2황자니…… 그의 후계자에게 열을 올린단 말이야.”

알테어가 한결 차분해진 눈으로 내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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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당신과 대화를 나눈 뒤 생각이 더욱 확실해졌어. 3황자를 이용할 필요도 없지. 진짜 칼자루를 쥔 자와 협상하면 돼. 그럼 뒤끝이 구린 놈과 굳이 손잡을 필요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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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에게 줄을 대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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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난 황제를 도와준 전력이 있어. 그의 권력이 흔들리려 할 때 발하일에게 누명을 씌워 황권을 강화할 기회를 선물했지. 그도 내 쓸모를 잘 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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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말은 결국…… 황제에게 자기 아들을 죽이라는 말을 해야 한다는 건데, 황제가 그걸 받아들일까요? 오히려 불똥이 튈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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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합리적인 사람이야. 자존심도 강하지. 1황자가 벌인 일을 알아차린다면, 아니, 이미 알아차렸을지도 모르지만, 절대 그따위 놈에게 제 자리를 물려주고 싶지 않을걸? 그는 항상 역사에 자신이 어떻게 기록될지 고민하는 사람이니까.”

이미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 것인지 알테어가 위험하게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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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의 명예를 지키며 아름답게 1황자를 치울 방법을…… 그분께 알려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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