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1화. 그 얼굴에? (111/170)


111화. 그 얼굴에?
202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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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괜찮을까요……?”

마리는 나를 따라나서면서도 걱정스럽다는 듯 마차 밖으로 연신 비오스케스 공작저가 있는 방향을 힐끗댔다.

나는 불안해하는 마리가 의아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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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를 남겨뒀으니 괜찮을 거야. 생각을 정리하고 싶으니 잠시 조용한 곳에서 지내다 오겠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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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없이 떠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영주님께서 그걸로 상황을 납득하시지는 못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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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어는 냉철한 사람이야. 내 부재를 깨달으면 가장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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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주님은 그런 분이시지만…….”

마리는 도통 내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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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금이라도 모든 걸 영주님께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시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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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공작저에 숨어든 숙부님의 끄나풀을 잡으려면 그게 낫지. 하지만 리온이 내가 알테어에게 상황을 공유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의 신뢰는 평생 얻을 수 없을 거야.”

알테어가 범인을 잡아 자신 앞에 끌고 온대도 그들이 협박당한 것은 아닌지, 매수당한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할 것이다.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바닥인 상태라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흘러간다면 아주 곤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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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사 선생님의 신뢰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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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해.”

어째서-라는 이유는 당장 설명할 수 없다.

이건 내가 소설에서 본 미래에 등장하는 이야기로, 지금 당장은 어떠한 근거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몇 년 후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게 될 병이 제국 전역에 퍼지는데, 그때 리온의 힘이 꼭 필요해진다.

병은 단순한 감기 정도였지만 서민들에게는 감기약을 사는 것도 너무 값비싸 어이없이 단순한 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게 되는데, 그 비극을 해결할 대중적인 약을 만드는 게 바로 리온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에일스포드가 부유해진다고 한들 값비싼 약을 영지민들 모두에게 나눠줄 수는 없으니 대중적인 약이 탄생하는 건 아주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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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는 리온을 자기 사람으로 데리고 있었던 3황자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부터 이 약이 유통되기 시작했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적어 단계적으로 약이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작대로라면 에일스포드에까지 그 약의 은혜가 미치는 건 사람들이 한참 죽어난 후의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리온이 지금처럼 에일스포드에 머무르며 연구를 계속한다면 예정보다 약이 빨리 완성될 테고, 그 혜택은 가장 먼저 알테어가 사랑하는 에일스포드 영지민들이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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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게도 에일스포드는 소중하니까.’

축제에서 나를 반기며 가족처럼 대해줬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알테어가 왜 에일스포드를 소중히 여기는지 알 것 같았고, 그 소중함을 계속 지켜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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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께서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나중에 영주님의 분노는 어찌 감당하시려고요. 마님이 떠나시면 매우 놀라고 걱정하실 테니, 마음 졸이신 만큼 화가 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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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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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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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어는 내가 아내로서 잘 처신한다는 걸 알아. 그러니 크게 걱정하지 않을 거야. 쪽지에 돌아온다는 말도 적어 두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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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걱정하시죠. 만약 영주님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는데, 그 일로 상심한 영주님께서 쉬다 오겠다며 모습을 감추시면 마님께서도 걱정하지 않으시겠어요?”

마리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웃음에 마리는 더욱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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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난 당연히 알테어를 염려할 거야. 난…… 나는…….”

이어질 말을 떠올리니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이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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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테어를 사랑해. 하지만 알테어는 아니잖아. 애초에 예시가 잘못되었어, 마리.”

맞아. 나는 알테어를 사랑하지만, 알테어는 날 사랑하지 않아.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그걸 다시 입 밖으로 내뱉으니 새삼 현실이 자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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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을…….”

마리는 넋이 나가 입을 떡 벌렸지만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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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리. 이미 알고 있었는걸. 꼭 서로 사랑해야만 부부인 건 아니니 특별한 문제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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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위로하려는 것이 아니라, 영주님께선 정말로 마님을 사랑하세요. 곁에서 지켜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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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알테어는 날 사랑해. 에일스포드를 사랑하고, 기사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날 사랑하지. 소중히 여겨 주고 존중해 줘. 내가 알테어에게 품는 사랑과는 조금 형태가 다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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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긴요!”

마리가 어울리지 않게 흥분해서는 발을 동동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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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도 않는 여인을 매일 밤 품으면서 다정하게 염려하는 사내가 어디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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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건 후계자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부부가 같은 침실을 쓰는 건 동부의 관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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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을 바라보는 눈빛에 신뢰와 따스함이 가득한 건 또 어떻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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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따스함이 곧 사랑일 수는 없어.”

마리의 주장을 철벽처럼 차례로 방어하니 그녀도 할 말이 없어진 듯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날 바라보는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아직 내 주장을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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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시녀이면서 왜 그래, 마리. 귀족들에겐 아주 흔한 형태의 부부잖아. 새삼 사랑을 찾을 이유도 없지. 난 이걸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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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제가 보기에 두 분은…….”

마리가 다시 위로하려는 모양새라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생명이 자라고 있는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아내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염려는 사라졌다.

이것으로 나는 아내로서 계속 에일스포드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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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이지 뭐야. 불임이 확실하다고 하면 스스로 떠날 생각을 했었는데, 오히려 아이를 안고 무사히 돌아갈 날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야.”

마리를 바라보며 동의를 구해 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입을 떡 벌린 채 복잡한 눈빛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

뭔가 잘못됐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무사히 바인 후작가에 도착해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조용한 별채에 자리를 잡자마자 마리는 제자리를 맴돌며 생각에 잠겼다.

나디아는 알테어를 사랑한다.

알테어 역시 나디아를 사랑하고!

이 당연한 걸 왜 당사자가 모르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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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옆에서 보기만 해도 꿀이 뚝뚝 떨어지는 부부인데.’

물론 알테어가 말로 사랑을 설명하는 타입은 아니다.

나디아 역시 조잘대며 사랑을 속삭이는 타입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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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소통의 부재가 원인인 건가?’

늘 함께하면서도 정작 사랑한다는 말은 서로에게 꺼내지 않는 부부라니.

뭐, 그게 전형적인 귀족 부부라면 또 그런가 싶지만 말이다.

나디아의 말이 그리 틀린 것도 아니다.

열렬히 서로를 사랑하는 귀족 부부가 얼마나 되겠나.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적법한 후계자를 생산하고, 가문을 잘 운영해나가면 이상적인 부부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열렬한 사랑이 더해지는 것은 너무도 이상적이고 동화 같은 일이라, 꿈 많은 소녀가 아니라면 그리 기대하는 일도 없었다.

나디아는 귀족적인 수도 가문 출신의 아가씨인 데다 여러 개인적인 사정으로 삭막한 유년기를 보냈으니 그런 소녀다운 기대는 이미 오래전에 버렸을 터.

원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없는 점까지 더해져 ‘남편이 날 사랑할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머릿속에서 싹 지워 버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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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는 안 돼!’

동화처럼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있는데, 나디아가 그걸 모른 채 ‘나는 그 사람에게 훌륭한 아내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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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너무 슬퍼.’

마리는 나디아가 자라며 겪은 비극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마음이 여린 탓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해서 부모님에게만 겨우 의지하고 살다가, 그 부모님마저 잃고 숙부에게 구박당하며 더욱 움츠러들었던 소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나디아는 반드시 행복해져야 한다.

나디아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으니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마리는 그게 진짜 행복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항상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자신의 기분을 괜찮다는 말로 감추곤 했으니까.

하지만 마리는 그런 나디아의 기분을 눈치챘으면서도 늘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개 시녀에게는 상황을 바꿀 만한 힘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마리는 이제 어엿한 ‘마님의 측근 시녀’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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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 분이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깨닫게 해야 해.’

각오를 다진 마리는 치맛자락을 강하게 움켜쥐고 쿵쾅대며 걸음을 옮겼다.

카인은 후작가를 모두 장악해 두어 큰 문제가 없을 테지만, 혹시 모를 사태가 발생하면 은밀히 자신을 찾아오라며 비밀 통로를 알려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는 한때 후작가에 몸담았던 사용인으로서 ‘아니, 후작가 기사도 아닌 당신이 어떻게 이 저택의 비밀 통로를?’이라는 생각에 다소 삐딱해졌던 것도 사실이었으나, 지금 당장은 찾아가 협력을 구할 사람이 카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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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시녀 아가씨?”

저택에 도착한 첫날에 바로 마리가 비밀 통로를 사용해 들이닥칠 줄은 몰랐던지 편안한 차림으로 검을 손질하고 있던 카인이 놀라서 어정쩡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들이닥친 마리의 얼굴에 비장함이 가득해서 그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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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문제가 생긴 겁니까? 후작 이 자식, 헐렁하게 봤는데 생각보다 치밀한 놈이네.”

당장이라도 후작의 목을 따러 갈 기세인 카인을 보며 마리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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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후작이 아니라 마님과 영주님에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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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과 영주님께 문제가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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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금 두 분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모르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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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마리의 진지한 말에 카인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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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아가씨도 참. 그런 농담은 너무 뻔한 거짓이라 별로 재미도 없습니다. 딱 봐도 두 분이 서로를 깊이 사랑하시는 게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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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카인의 말에 마리가 반색하며 바짝 붙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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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이 보기에도 그렇죠? 다른 사람들은 뻔히 아는 그 사실을 왜 마님은 모르고 계신 건지. 원래 본인 일에는 시야가 좁아지는 법이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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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요!”

카인이 얼떨떨한 얼굴로 설마- 하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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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 아니군요? 진짜 두 분이 서로의 마음을 모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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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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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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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요! 우리 마님이야 이런 게 처음이니 모를 수 있다고 쳐도, 영주님은 어떻게 아내가 그런 오해를 하게 두시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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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무슨 말입니까. 우리 영주님도 처음이거든요? 여자를 막 후리고 다닐 것처럼 보여도 아주 숙맥이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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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얼굴에 그 몸을 하곤 숙맥이라니…….”

두 사람은 황당함이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동질감을 확인한 뒤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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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원인을 알겠군요.”

먼저 입을 연 쪽은 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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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처음인 두 사람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려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우리가 나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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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당장 좋다고 나설 줄 알았던 카인이 망설이자 마리가 의아하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의문이 가득한 눈빛에 카인이 어색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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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그런 생각으로 나섰다가 장렬하게 망했던 기억이 있어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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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도 안 그렇게 생겨서 숙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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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럴 리가요! 나는 아주 능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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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숙맥이네.’

마리는 항변하는 카인을 보며 단호하게 결론 내린 뒤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짚었다.

정말이지 쓸모 있는 놈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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