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9화. 알아서 하세요. (129/170)


129화. 알아서 하세요.
20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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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는 나디아의 제안을 검증하겠다며 나름대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물론 소문을 수집하는 게 그리 쉽진 않았다.

돈이 있었다면 정보상을 찾았을 테고, 평소에 인맥 관리가 잘되었더라면 지인을 통해 상대를 캐물을 수 있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멜리사 바인에게는 돈과 인맥, 어떤 것도 없었다.

밖으로 나가 발품을 팔아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 저택 밖으로 나섰다가는 다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쉽게 발길도 떨어지지 않았다.

옛날 같았으면 편안하게 소파에 늘어져 손짓만으로 사용인들을 척척 부렸겠지만, 이제는 저택에서 일하던 사용인들도 해고되어 친분은커녕 안면이 있는 사람도 주변에 없었다.

다들 아가씨, 아가씨 하며 제가 말하기도 전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 주던 사용인들의 손길이 사라지니 정말이지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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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적당히 장신구나 훔쳐서 아버지가 말했던 그 남자나 만나러 가?’

막막한 상황에 그런 생각을 했다가도, 나디아가 보여 준 초상화 속 남자의 얼굴이 어른거려 결심이 흐려졌다.

아무리 이 대책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결혼하려는 거래도 이왕이면 잘난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 게 진심이었다.

아버지는 상대의 얼굴이며 조건도 제대로 모르지만, 나디아는 상대의 초상화와 함께 상세한 조건까지 알려 주어 훨씬 마음이 기울었다.

멜리사는 고심 끝에 상황이 나빠지기 전 가깝게 지냈던 지인들에게 한껏 숙이고 들어가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다른 것은 바라지 않으니 나디아가 알려 준 사람에 대한 정보만 얻어 줄 수 없겠냐는 편지였다.

예전에 보냈던 편지들은 모두 무시당했다.

매우 고압적인 태도로 ‘당신에게 날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라는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편지는 납작 엎드린 태세로 작성한 덕분인지 몇몇 사람으로부터 답장이 도착했다.

편지를 쓰면서도 수치스러워 몸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지만 큰 이득을 위해서는 잠시 몸을 낮출 수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멜리사는 자신이 대단한 계책이라도 쓴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제 앞으로 날아온 편지들을 읽었다.

담백하게 정보만 담긴 편지도 있었고, 멜리사를 조롱하는 이야기가 함께 담긴 편지도 있었다.

자신을 멸시하는 편지에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당장은 참기로 했다.

편지에 담긴 내용은 다 비슷했다. 나디아가 설명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모두 나디아와는 친분이 없는-사실 이 수도에서 나디아와 친분이 깊은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사람들이라 정보는 신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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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정말로 좋은 혼처라고?’

설마 하며 경계하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기 시작하더니 곧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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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흡!”

나디아 바인의 호구스러움은 도대체 어디까지인 건지!

키득대던 소리가 깔깔대는 요란한 웃음으로 변했다. 묘한 광기에 휩싸인 듯한 모습이었다.

한참이나 웃어 대던 멜리사가 너무 웃느라 눈가에 맺힌 눈물을 살짝 닦아내며 우아하게 편지를 봉투에 넣었다.

마음이 정해졌다.

당연히 제게 유리한 쪽의 결정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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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나와! 면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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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

발스테드에서 초조하게 멜리사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아바르의 눈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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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왔구나!’

그는 기대에 잔뜩 찬 상태로 간수를 따라나서면서도 묘하게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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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가 이렇게 빨리 일을 해결했다고?’

아바르는 딸 멜리사를 잘 알았다. 그리 총명한 아이는 아니었다.

아무리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빨리 일을 해결했을 리가 없는데.

불안한 심정으로 면회실로 가니 왕진 가방을 든 의사를 대동한 멜리사가 화려하고 깔끔한 모습을 한 채 아바르를 기다리고 있었다.

멜리사가 지병을 핑계로 의사를 대동한 채 면회를 신청하면 발스테드의 죄수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기억한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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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한 것!’

그걸 잊지 않고 기억했구나!

아바르는 자신이 여태까지 딸을 과소평가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반갑게 멜리사의 곁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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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 일이 잘 풀린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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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세요.”

그러나 멜리사는 반갑게 다가오는 아버지를 손짓으로 저지하며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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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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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멈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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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아비에게 명령을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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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꼴을 하고도 아버지라고…….”

멜리사는 엄하게 꾸짖는 아바르의 말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입술을 비죽였다.

철없는 애라 예의를 모르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좀 더 건방진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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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르장머리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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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아끼세요. 아버지가 말할 때마다 입 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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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 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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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냄새.”

원색적인 비난에 아바르가 할 말을 잃고 입을 떡 벌렸다.

그러자 멜리사가 참지 못하고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를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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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말이 안 통하는 분이시라니까.”

대놓고 아비를 멸시하는 모습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아쉬운 처지이니 평소처럼 소리를 버럭 지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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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풀렸는지나 말해 봐라. 어찌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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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결혼할 거예요.”

짧은 대답에 아바르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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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리 결판이 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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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더라고요. 나디아 그 계집애가 생각보다 호구라, 제게 좋은 혼처를 찾아 주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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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가 혼처를 찾아 줬다고?”

아바르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미간을 찌푸렸다.

비오스케스 공작의 옛 후계자를 찾아 결혼하랬더니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

멜리사는 의문에 찬 아바르의 눈빛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곱게 정리된 제 손톱을 매만졌다.

얼마 전까지 이곳, 발스테드에 갇혀 있을 때는 손톱도 엉망이었는데.

지금은 곱게 정돈되어 누가 봐도 곱고 귀한 아가씨의 손이었다.

멜리사는 이런 안락함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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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계획은 너무 불확실하잖아요.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재력도 불분명하고, 또 아버지의 야심은 얼마나 대단한지. 난 불확실한 명예나 부를 위해서 움직이는 건 좀 귀찮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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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헛소리냐? 내가 불확실한 명예와 부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 대가로 너 역시 후작가의 레이디가 되지 않았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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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죠. 그런데 지금은 아니잖아요. 지금 아버지 꼴을 보세요.”

멜리사가 훈계하듯 한숨을 푹 내쉬며 아바르의 꼴을 훑었다.

더럽고 냄새나는 중년 남자. 아바르 바인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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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귀족이지만 상당히 부유하대요. 평생 걱정 없이 시중받으면서 살 수 있을 거예요. 상대가 차남이니 집안 살림에도 신경 안 써도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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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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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각보다 야심이 크진 않았던 것 같아요, 아버지. 그냥 대접받고 살기만 하면 만족해요.”

아바르가 말문이 막혀 버벅대자 멜리사가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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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아버지가 벌인 일 때문에 수도에서 얼굴 들고 살긴 힘들어요. 아버지 계획을 돕느라 나까지 몰락했고. 둘 다 잘살기 힘들다면 하나라도 잘사는 게 낫잖아요. 아버지라면 딸이 잘살길 바라실 거고. 그래서 저라도 잘살아 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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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 그 계집애에게 모두 뺏기고도 괜찮다는 말이냐? 이 아비와 가문을 버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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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요. 다 귀찮아. 계속 싸우다가 전부 뺏기느니 난 이거라도 받아먹고 떨어질래요.”

멜리사가 질린 얼굴로 손을 휘휘 내저으며 의사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의사가, 아니, 의사를 가장한 블란이 왕진 가방을 열어 작은 병을 하나 꺼내 아바르 앞에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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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냐?”

누가 봐도 영양제나 보약 같은 건 아니었다.

약에 대해 설명한 건 멜리사가 아닌 블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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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돕는 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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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수면제 따위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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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게 되실 겁니다. 평생 이곳에서 썩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될 때가 있을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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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르는 그제야 병에 든 것이 독약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놀라서 멜리사를 쳐다보니 그녀가 슬그머니 눈을 피하며 헛기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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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 그 계집애의 남편이 그러잖아요. 이 약을 아버지한테 줘야만 내가 시집가는 걸 도와주겠다고. 어차피 아버지는 여기서 평생 썩다 죽을 텐데, 그럼 날 위해서 받아 줄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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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 뭐, 뭐라고?!”

뻔뻔한 멜리사의 말에 아바르가 혈압이 오르는지 뒷목을 잡았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이었지만 블란은 미동도 없었다.

이대로 그가 죽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일이 편해지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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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난 전했어요. 먹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세요.”

멜리사가 더 이야기하는 것도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으며 벌떡 일어나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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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

아바르는 희망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떠나는 멜리사의 이름을 부르짖었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오히려 즐거운 걸음으로 멀어졌다.

블란은 허탈함에 자리에 주저앉은 아바르를 향해 살짝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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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훌륭한 따님을 두셨습니다. 당신과 많이 닮기도 했고요.”

마지막으로 주저앉은 그의 앞에 약병을 두고 블란까지 자리를 떠나자 완전히 넋이 나간 아바르의 시선이 서서히 아래로 떨어졌다.

죽음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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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마무리하고 왔습니다.”

블란은 저택으로 돌아와 은밀하게 알테어를 찾았다.

서재에서 책을 읽던 알테어는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 책에 시선을 둔 채로 그의 보고에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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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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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모습은 확인하지 않았지만, 유일한 희망이 무너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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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의사 선생은 어떻지? 범인과 만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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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의사 선생이요.”

덤덤하게 보고를 이어 가던 블란이 다소 곤란한 얼굴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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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눈앞에서 봤으니 제정신일 리가 없지요. 마음이 복잡해 보였습니다. 당분간은 일하기 힘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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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지. 임시로 나디아를 봐 줄 의사를 구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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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멜리사 바인의 결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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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지킨다.”

알테어가 한쪽 입꼬리를 스윽 끌어올리며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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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날을 위해 아버지까지 버린 여자인데. 그 결심을 존중해 줘야지. 결혼이 빨리 성사될 수 있도록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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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리고 황궁이 묘하게 소란스럽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황가의 각종 행사를 담당하는 비서실이 분주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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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행사가 열리는 시기는 아니니까 지금 이 시점에서 비서실이 분주해질 이유라면…….”

하나뿐이다. 황제가 약속을 지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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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황자가 죽었군.’

어렵지 않게 정답을 찾아낸 알테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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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예복을 준비해야겠다. 곧 장례식이 열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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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이라면…….”

블란의 눈이 커지는 모습을 보며 알테어가 비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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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앞에서 그놈의 죽음을 애도해 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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