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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내가 감당할 테니까. (144/170)


144화. 내가 감당할 테니까.
2022.10.19.


차마 할 말을 찾지 못한 알테어를 향해 리온이 다시금 분명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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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나쁩니다. 약을 강하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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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쓰는 건 문제가 없는 일인데. 그렇게 경고한다는 건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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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당장 예상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후유증은…….”

리온이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하려는데 알테어가 고개를 저어 그의 입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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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만 묻지.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나디아의 삶을 괴롭게 만들 것 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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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그렇습니다만, 그런 경우 보통 본인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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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제도 아니군.”

알테어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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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내가 감당할 테니까.”

 

***

주인이 앓아눕자 저택은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었다.

보통 아픈 것도 아니고, 후작이 죽을 날을 받아 놓고 오늘내일한다는 이야기까지 떠돌았다.

말 그대로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했다.

사용인들은 극도로 예민해진 알테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애썼다.

평소에도 없는 사람들처럼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던 이들이지만, 근래에는 숨소리조차 조심할 정도였다.

그래도 어린 하인들끼리 모여 수군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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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이 감히 할 말은 아니지만, 어쩜 인생이 그리 기구하실까? 고생만 하다 이제 겨우 빛을 보시나 했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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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니래. 아이도 가지고, 작위며 재산도 다 찾으셨으니 이제 좋은 일만 즐기시면 되는 거였는데.”

제국 전체에서는 몰라도, 이 수도에서 나디아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숙부와 벌였던 떠들썩한 법정 공방 때문이었다.

보통 사용인들은 높으신 분들에게 반감을 갖기 마련이라지만, 널리 알려진 사연 덕분에 나디아는 평민들 사이에서도 호감도가 높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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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을 그렇게 만든 게 전 후작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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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튀어나온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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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이야. 발스테드가 이렇게 허술하게 산 사람을 내보낼 줄 누가 알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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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항의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죄인 관리를 제대로 못 했으니 말이야.”

철없이 떠드는 어린 하인들을 보며 묵묵히 손을 움직이던 중년의 하인이 혀를 끌끌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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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그게 쉬운 줄 알아? 말이 발스테드에 항의하는 거지, 결국 폐하께 항의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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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이 이렇게 된 걸 누가 책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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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남작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우리 같은 하인들은 성실하게 주인을 병구완하면 그만이야.”

중년 하인이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김이 솟아오르고 있는 거대한 솥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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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놀릴 시간에 따뜻한 물이나 날라라. 그런 소리 떠들다가 혼쭐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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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무슨 소리를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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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두고 인생이 기구하다느니 한 걸 벌써 잊었어?”

주인을 하늘처럼 모시는 시녀장 마리가 들었다면 감히 주인의 삶을 하인이 평가한다며 혼쭐을 냈을 거다.

게다가 요즘은 주인의 측근 모두가 예민한 시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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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일수록 더욱 몸을 사려야 해. 시녀장에게 걸리면 해고로 어찌 무마될 수 있겠지만, 남작께 잘못 걸리면 목이 달아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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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무슨 목까지. 그리 험악한 분은 아니시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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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님이 곁에 계실 때나 그렇겠지.”

중년 하인이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직 어린 하인들이라 그런지 사람이나 상황을 보는 게 영 단편적이었다.

높으신 분들 밑에서 일하는 자들은 눈치가 빨라야 살아남는 법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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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충고 하나 하지. 이대로 후작께서 눈을 못 뜨시면, 남작께서 저택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우리 사용인들 모두에게 처벌을 내리실 거다. 보통 벌이 아니겠지.”

중년 하인은 따뜻한 물을 전해 주러 갔다가 슬쩍 보았던 알테어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이를 안은 채 말없이 나디아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무서울 정도로 텅 비어 있던 것이 떠오르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다른 녀석들은 남작이 저러는 걸 보니 상심해서 후작의 뒤를 따라 죽을지도 모른다며 수군댔지만, 경험 많은 사용인인 그의 눈에는 전혀 다른 결말이 보였다.

그는 악착같이 살아서 아내가 남긴 가문과, 재산과, 아이를 지켜 낼 것이다.

그리고 아내를 떠나게 한 모든 것을 쓸어 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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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싶으면 후작께서 무사히 깨어나시길 간절히 바라야 할 거다. 이렇게 떠들 시간에 신께 기도나 올려. 우리 주인이 무사히 눈 뜨시게 해 달라고.”

경험 많은 하인의 진지한 충고에 어린 하인들이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켰다.

***

경험 많은 하인의 눈은 정확했다.

알테어는 조금만 툭 건드려도 폭발할 것 같은 상태로 겨우 평정을 가장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계속 오러를 나눠 줘야 하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벌써 주변을 한바탕 뒤집었을 것이다.

아바르 바인의 사지를 찢어 죽이고, 황제와 나눴던 맹약을 내던지고, 당장 발스테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주변의 상황이 어떻든 상관없이 오로지 소중한 것을 상처 입힌 것들을 모두 쓸어 버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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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에에…….”

어두운 생각으로 머리가 잠식되려는 찰나 희미한 울음이 알테어의 정신을 깨웠다.

태어나자마자 알테어의 품에 안겨 한순간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아이.

작고 미약한 생명이 꿈틀대며 온기를 갈구하자 그를 가득 채우고 있던 부정적인 기운들이 한 번에 씻겨 내려갔다.

지금은 이 아이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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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딸이었다.

나디아가 깨어났을 때, 우리 딸이라고, 아이는 무사하니 안심하라고 당당하게 그녀의 품에 안겨 줄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시간이 갈수록 아이는 건강해지고 있었다.

나눠 줘야 하는 오러의 양이나 빈도도 갈수록 줄어들어 리온은 며칠만 더 고생하면 아이가 스스로 제 몸을 버텨 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지금도 하루에 한 번 정도만 오러를 나눠 주면 충분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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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은 조산으로 세상을 떠났어야 하는 상태였는데…….”

오러의 효과는 리온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았다.

아이의 몸이 기이할 정도로 알테어의 오러를 잘 받아들인 덕분이었다.

리온도 “첫째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속설이 있지요. 그래서 담고 있는 기운이 비슷한 걸까요?”라며 신기해했다.

물론 나디아의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아 마냥 감탄할 시간은 없었지만 말이다.

리온은 알테어에게 경고한 것처럼 온갖 독한 약을 나디아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강한 약을 쓰는 건 부작용이나 후유증에 대한 우려로 지양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당장 사람이 죽어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약은 조금씩 나디아의 엉망인 상태를 바로잡아 주고 있었다.

아직 생명의 기운은 희미했지만, 분명히 상황이 나아지고 있었다.

잿빛에 가까웠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고, 죽은 사람처럼 차가웠던 몸이 따뜻해져 화로도 모두 치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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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님.”

아이를 안은 채 나디아의 안색을 살피던 알테어 곁으로 마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니 그녀가 다소 난처한 얼굴로 머뭇대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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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상실에서 주문한 물건들이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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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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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일이 터지기 전에 주문하셨던 의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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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치하게 나디아의 옆자리를 사수하겠다고 리온을 밀어내고 소파를 차지했던 그 날의 일이 알테어의 머리를 스쳐 갔다.

이런 비극적인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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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후작님의 상태가 퍼지지 않도록 입단속을 해 둔 상황이라, 의상실에서는 상황을 모르고 물건을 그대로 가져온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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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군. 이야기가 퍼져서 좋을 게 없지. 내가 가서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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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럼 아기님은 제가. 의상실 사람은 응접실에 있습니다.”

마리가 조심스럽게 아기를 받아 들었다.

나디아가 눈을 뜨면 함께 지으려고 이름도 아직 못 붙여 준 아이.

쉽게 아이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던 알테어가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

응접실은 수많은 옷으로 가득했다.

의상실 사람은 중요한 고객을 제대로 대접하겠다는 의욕에 불타 포장된 옷을 하나하나 꺼내며 ‘그때 이런 점을 강조하셨는데, 저희가 이렇게 구현해 냈습니다!’라고 끝없이 설명을 이어 갔다.

알테어는 직원이 옷을 하나하나 보여 줄 때마다 그날 나디아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서늘해지는 듯했다.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던 모습.

불만스럽게 입술을 비죽이던 얼굴.

어색하게 시중받으며 옷을 매만지던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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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뭔가 잘못된 거라도…….”

알테어가 말없이 옷을 빤히 쳐다보자 의상실 직원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적극적으로 부인에게 애정을 표현하던 남작이 무표정하게 굳은 걸 보니, 준비한 옷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지 걱정스러웠다.

알테어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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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마음에 드는군. 대금은 곧장 지급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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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 다행입니다! 대금은 천천히 지급하셔도 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금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직원이 반색하며 웃었다.

설명이 지나치게 길더라니 대금 이야기가 안 나와 그렇게 떠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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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후작님께서는 안 계시는 걸까요? 뵙고 인사라도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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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은 바빠. 다음에 다시 부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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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다시 부르신다니…… 약속을 잡으려고 뵙겠다 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꺼이 찾아뵙겠습니다.”

나디아에게 살랑거려 다음 주문 약속을 받아 내려 했던 의상실 직원이 뜨끔해서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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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황궁 무도회가 있으니 일정에 맞춰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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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당장 나디아가 무도회에 나설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으나 알테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상실 직원은 그제야 만족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홀로 남은 알테어는 직원이 두고 간 옷들을 바라보다 바로 앞에 놓인 드레스를 만지작댔다.

옷은 도착했는데 이걸 입을 사람은 병석에 누워 있으니 마음이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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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깨어나서도 이 옷은 못 입겠군.’

배가 불렀을 때 만든 옷이라 이미 아이를 낳은 나디아에게 맞진 않을 거다.

씁쓸함에 드레스를 매만지고 있으니 멀지 않은 곳에서 쿵쿵 요란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종착지는 알테어가 있는 응접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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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님!”

목소리의 주인공은 안나였다.

그녀는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얼굴까지 살짝 달아올라 붉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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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데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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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셨어요!”

알테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나가 우다다 할 말을 쏟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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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셨어요!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이기에 혹시나 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단순한 반사 반응일 수도 있댔거든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정말로, 정말로 눈을 뜨셨다고요!”

알테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쿠당탕 소리를 내며 의자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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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 나디아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탓에 머리가 바로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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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났어. 나디아가.’

뚝딱대던 머리가 겨우 이야기를 인식하자마자 알테어의 걸음이 다급하게 나디아의 방으로 향했다.

그 뒤를 부산스럽게 안나가 뒤따랐다.

안나가 착각한 건 아닐까? 잠깐 눈을 뜬 거라 다시 의식을 잃을 수도 있어.

복잡한 생각을 안고 나디아의 방문을 열자마자 알테어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나디아가 정말로 깨어나 침대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들이닥친 사람에게 나디아의 시선이 닿았다.

동그래진 그녀의 눈에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눈을 마주친 채로 깊은 침묵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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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

알테어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아내에게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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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구세요?”

나디아의 목소리에 낯선 사람을 보는 듯 두려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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