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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66화 (66/600)

#66화. 第十四章 탈태(奪胎) (1)

히이힝!

마부가 말고삐를 낚아챘다.

“뭐야?”

신도파가 심드렁하게 물었다.

“관도가 파괴되었습니다.”

“……파괴?”

신도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길이 막히지도, 길이 잘못되지도 않고 파괴되었다라?

신도파는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과연, 파괴라는 말이 맞다.

누가 관도에 폭약을 사용했다. 삽으로 흙을 떠내고, 그 안에서 폭약을 터트렸다.

관도는 마차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다.

“허!”

신도파는 기가 막혔다.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분명히 자신을 노리고 한 짓인데.

전가성은 아니다. 성검문 깃발이 꽂힌 마차에는 직접적인 위해는 물론이고, 간접적인 위해도 가해서는 안 된다. 제삼자를 시켜서 길목을 차단했어도 일을 부린 자가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니 전가성은 절대로 아니다.

누군가? 아걸에게 이런 일을 벌일 만한 친구가 있었나?

팔군 조추한이 일홀도에 죽자, 소축십검은 일제히 아걸이라는 자를 조사했다.

전대 일홀문주가 제자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일홀문주가 죽을 당시, 제자는 세 명뿐이었다. 그들 세 명도 아걸은 전혀 몰랐다.

전대 일홀문주가 거둔 제자는 아니다.

그렇다면 아걸은 어디서 일홀도를 수련했나?

소축십검은 다른 쪽으로 생각했다. 서리가헌이나 서리형개가 제자를 거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 생각도 무리가 있다. 그들 두 명이 직접 나섰다면 몰라도 그들이 거둔 제자가 팔군 같은 고수를 죽이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암묵적으로 아걸은 전대 일홀문주가 비밀리에 거둔 제자로 규정해 놓고 있다. 아걸이 누구인지, 누구에게 일홀도를 전수받았는지는 나중에 서서히 시간을 가지고 풀어내야 할 숙제다.

일단, 아걸이 전대 일홀문주 제자라고 규정하고…… 그들이 숨어서 살았던 과거를 확인했다.

아걸과 연관된 일이라면 마방에 있는 지푸라기까지 뒤졌지만 나온 게 전혀 없다.

아삼과 아걸은 동승 마방에서부터 존재를 드러낸다. 그 이전에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기록이 전혀 없다. 그들을 안다는 사람도 없다.

한 마디로 아걸과 아삼은 완전히 백지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나무로 길목을 막아서 성검문 깃발이 꽂힌 마차를 막는다?

이 일은 어떤 조직이 한 것인가? 아니면 개인이 한 것인가? 아걸을 아는 사람인가? 아니면 아걸이 필요한 사람인가? 길을 파괴한 것은 마차를 버리라는 뜻인데, 그래서 뭘 어쩌자고?

신도파가 말했다.

“길을 복구해.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가지.”

그는 절대로 마차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성검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만한 배짱이면 뭐든 할 수 있겠지. 귀찮아지겠군.’

* * *

턱!

관도를 걷던 말이 무엇인가를 걷어찼다.

말 말굽에 밧줄이 걸렸다. 순간, 큰길 좌우에 있는 나무에서 비침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쒜에에에에엑! 파파파파팟!

비침은 마차를 고슴도치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마차를 뚫고 들어서지는 못했다.

신도파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마부는 비침이 날아오는 순간, 신형을 훌쩍 띄워서 피했다.

비침이 날아오는 방향은 일정하다. 마부 같은 고수가 아니더라도 비교적 수월하게 피할 수 있다.

밧줄을 건드리면 비침이 튀어나오도록 만든 초보적인 함정이다.

하지만 이번 비침 공격은 기어이 사달을 내고 말았다.

말! 말들이 쓰러졌다.

히히힝! 히힝!

말 네 필은 비침 세례에 달아나지도 못하고 풀썩 주저앉았다.

비침에 독이 묻어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말들은 지금쯤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을 것이다. 비침을 수십 개나 맞으면 정신없이 치달릴 수밖에 없으니까.

“이런!”

마부가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람은 없다. 누가 봐도 단발성 암습이다. 암습자는 함정만 설치해 놓고는 사라졌다.

덜컹!

마차 문이 열리며 신도파가 나왔다.

그는 옆구리에 손발이 묶인 아걸을 끼고 있었다.

“후후! 나더러 걸으라고 하니 걸어야겠지. 도대체 어떤 자가 이리 대범한지 얼굴이나 볼까?”

신도파가 주위를 쓸어봤다.

암습자가 있을 리 없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마부가 나섰다.

“아니. 너까지 있으면 저놈들이 감히 나서겠어? 기회를 줘야지. 내 검을 구경하겠다니. 후후!”

신도파는 피식 웃었다.

* * *

쒝!

화살이 날아왔다.

신도파는 뒤로 훌쩍 물러서서 화살을 피했다. 그리고 화살이 날아온 곳을 쳐다봤다.

야트막한 동산 위다.

활을 쏜 사람도 보인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는 없다. 키가 어느 정도나 큰지도 알 수 없다.

거리가 대략 백여 장 되는데, 강궁도 아니고 일반 화살로 정확히 겨냥했다.

“뭐 하자는 수작이냐?”

신도파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자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쫓아가는 것은 무의미하다. 거리가 백 장 정도 떨어져 있으면 무공 차이가 심하게 나도 쫓아가기가 어렵다. 더욱이 상대는 산 위에 있다. 쫓는 자는 급한 경사를 타고 올라가야 하고, 상대는 추격 방향을 살핀 후에 유유히 도주할 수 있다.

쫓아가는 시늉은 할 수 있지만, 잡지는 못한다.

상대도 그런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대범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정말 뭐 하자는 것인가?

화살에 살의가 담긴 것도 아니다. 너무 먼 곳에서 쏘았기 때문에 화살이 닿은 것만 해도 박수 칠 만하다. 화살은 그저 신경을 건드리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후후! 그건가? 그런 거라면 나도 꽤 자신 있는데, 방법을 잘못 택한 것 같군.”

신도파는 웃었다.

신경을 건드리는 작전이다.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신경을 긁어댄다. 그러면 처음에는 긴장하다가도 나중에는 면역이 되고 만다. 공격을 받아도 신경이 무뎌진다.

그때, 진짜 공격이 시작된다.

신도파는 사람 마음을 잘 꿰뚫어 보기로 유명하다. 소축십검 중에서 머리로는 대사형 전사형과 더불어서 쌍벽을 이룬다. 괜히 외장 사제들을 이끌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저러나…… 위치를 아주 잘 정했어.”

신도파는 눈살을 살며시 찌푸렸다.

상대가 차지하고 있는 동산 정상은 가히 요지라고 할 수 있다. 저곳에서는 관도를 꿰뚫어 볼 수 있다. 대략 이백 장 거리를 장악할 수 있다.

그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이백 장 앞까지가 화살 사정거리다.

관도를 걸어가는 내내 화살 공격을 받는다.

동산 정상을 차지하고 있으면 목표가 신법을 펼쳐서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도 화살 서너 대쯤은 더 쏠 수 있다.

“귀찮아.”

신도파는 광도 옆에 펼쳐진 논길로 걸음을 옮겼다.

논두렁길을 걷는다. 그가 걸을수록 정상에서부터 점점 더 멀어진다. 벌써 삼백 장 거리를 훌쩍 넘겨서 화살을 쏠 수가 없다. 겨우 몇 걸음 걸었을 뿐인데.

이제 사정은 반대가 되었다. 상대는 바쁘게 쫓아와야 한다. 자신이 걷고 있는 논두렁으로.

* * *

‘됐어!’

몽설은 손에 들고 있던 활을 내던졌다.

신도파를 논두렁으로 밀어 넣었다. 신도파는 자신의 의지로 논두렁길을 걷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어쩔 수 없이 논두렁길을 걷는 것이다.

몽설은 지난 이틀 동안 마차에서 눈을 뗀 적이 없다.

말, 마부, 마차는 쳐다보지 않았다. 마차 안에 타고 있는 삼군만 쳐다봤다.

삼군은 누구인가?

뛰어난 살수일수록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성격, 무공, 위명, 직위…… 모든 것이 행동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니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알려면 그가 누리고 있는 것, 타고난 것, 현재 가지고 있는 것 등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 이런 것들은 뒤를 쫓으면서 파악하기는 힘들다.

충분히 사전 조사를 하고,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확인을 거듭해야만 파악이 된다.

몽설처럼 뒤를 쫓으면서 직감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오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신도파를 논두렁길로 몰아넣는 계책도 너무 성급했다. 원래는 가랑비에 옷 젖는 격으로 자잘한 공격을 연속적으로 취해야 한다. 그래야 의심하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몰아 넣어진다.

지금은 단 세 차례 공격 만에 논두렁길로 몰아넣었다.

성공 가능성이 일 할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용케도 신도파가 논길을 걷는다.

신도파의 자만심이 생각 밖으로 크다.

검으로는 자신을 이길 자가 몇 명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머릿속으로 생각해 둔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기다려. 반드시 구해줄게.’

몽설은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원하는 대로 됐다고 해서 흥분하면 다 지은 밥도 죽이 된다. 서두르면 망친다. 마음이 급할수록 한 걸음 더 물러서야 한다. 배가 고플수록 음식을 천천히 먹어야 한다.

* * *

쿵!

아걸이 거칠게 떨어졌다.

신도파는 상처 입은 아걸을 마치 못 쓰는 물건처럼 거칠게 내던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땅에 쓰러진 아걸의 가슴을 발로 짓밟으며 징그럽게 웃었다.

“후후후!”

아걸은 가슴에 일도를 맞았다. 상처를 전혀 치료하지 않아서 아직 핏물이 그대로다.

신도파가 가슴을 짓밟자, 핏물이 물컹! 하며 쏟아졌다.

“안 나올 거야? 기왕 습격을 시작했으면 끝을 보겠다는 의지도 있어야지. 안 나오면 이놈만 괴로워지는데. 아! 이놈이 괴로운 건 전혀 상관없나?”

신도파가 주위를 살펴보며 말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누가 따라오지도 않는다. 신경질 나게 자신 혼자서 논두렁길을 걷고 있었다.

아걸을 짓밟고 욕했지만 나서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가 쫓아왔다면 그에게 발각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니 아무도 없는 게 당연하다.

‘도대체 뭘 하자는 거야. 날 걷게 만들고, 원하는 길로 걸어주었으면 이제는 나서야지. 하! 이거야 원…… 내가 수를 못 읽는 경우도 있네. 이놈…… 날 약 올리는 데는 성공했어. 인정하지.’

신도파는 아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물론, 경계심을 늦추지는 않았다. 앉기 전에 사방을 살피는 정도는 기본이다. 주위에 어떤 기척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에야 주저앉았다.

밤이 깊어졌다.

정오 무렵에 논두렁길로 들어서서 오후 내내 걸었다.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암습자를 기다렸다. 누가 감히 성검문에 도전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오늘은 나타날 거야. 분명히.’

그는 아걸 옆에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앉은 김에 눕고, 누운 김에 잠잔다. 아니, 잠자는 척한다. 정신은 가장 또렷한 상태로 사방을 주시한다. 어떤 놈이 시비를 거는지 모르지만 오늘은 반드시 나타날 테니까.

펄럭!

옷자락이 바람에 흔들린다. 기척을 숨기려고 무척 애를 쓰지만, 너무도 뚜렷하게 들린다.

‘왔다!’

신도파는 기척을 파악하자마자 즉시 신형을 쏘아냈다.

슈우우웃!

신형을 날리면서 상대를 봤다.

그는 나름대로는 은밀하게 몸을 숨긴 채 움직인다. 땅에 납작 엎드려서 살살 기어 온다.

그는 독수리가 병아리를 낚아채듯이 바짝 엎드려 있는 자를 내리찍었다. 허공으로 도약했고, 두 무릎을 철추처럼 곧추세운 후, 상대방의 허리를 찍었다.

퍽! 우둑!

상대방은 강력한 타격에 반항도 해보지 못한 채 기절했다.

“응?”

신도파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무 약하다! 땅을 기어 온 자가 무인인 것은 맞지만 자신을 기습할 정도는 못 된다.

“앗차!”

그는 급히 아걸이 누워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역시 아걸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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