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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75화 (75/600)

#75화. 第十五章 일단승(一段昇) (5)

“후욱! 후우욱!”

아걸은 거친 숨을 뿜어냈다.

숨을 쉴 때마다 어깨가 들썩거렸다. 이마에서 솟은 땀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역시 내상이 낫지 않았다.

서리형개의 칼을 맞은 지 한 달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그 기간 동안 살이 아문 것 자체가 기적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만 해도 회복이 빠르다고 할 수 있는데, 싸우기까지 하니.

스읏!

다시 반철도를 들어올렸다.

상문객을 절반밖에 쓰러트리지 못했다.

일홀도는 전심전력으로 펼쳐야 하는 도법이다. 일대부터 삼십육대까지 서른여섯 가지 도법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전력으로 펼치지 않는 도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다.

허공에 연습할 때와 달리, 사람을 상대하려니 내력 소모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하다.

쒜에엑!

만자탈(卍字奪)이 날아왔다.

아걸은 십오대 일홀문주의 만완도를 펼쳤다. 손목을 이용해서 반철도를 꺾어냈다.

타앙!

만자탈과 반철도가 부딪쳤다.

아걸은 상반신을 크게 휘청거렸다.

그의 내력이 약해서 휘청인 것은 아니다. 만자탈을 사용하는 자는 한결같이 내공이 강하다.

아걸은 만자탈을 막는데 그치지 않고, 재빨리 신법을 전개해 상문객에게 다가섰다.

단창 두 자루를 들고 있던 상문객이 즉시 양어깨를 찍어왔다.

스읏! 피윳!

아걸은 반철도를 횡으로 그어냈다. 단순히 몸을 빙글 돌린 것 같은데, 반철도도 따라서 휘돈다. 몸과 칼이 하나가 되어서 빙글 회전한다.

십칠대 일홀문주의 도령전체(刀靈轉遞)다.

도령전체의 기본은 도신일체(刀身一體), 도신합일(刀身合一)이다. 칼과 몸이 하나로 묶여있어야 한다. 칼이 몸이고, 몸이 칼일 때 칼의 영혼이 튀어나온다.

“크윽!”

상문객이 격한 신음을 쏟아내며 물러섰다.

도령전체가 복부에 가하는 힘은 무지막지하다. 황소가 들이받는 것처럼 강한 충격이 가해진다.

어지간한 고통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상문객이지만 이번 고통은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후욱!”

아걸은 도령전체를 펼친 후, 심하게 몸을 떨었다.

탈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진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도 몽설처럼 진기순환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지만, 지금은 잘 되지 않는다. 경맥이 가닥가닥 끊긴다.

“조금만 버텨!”

몽설이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그녀는 아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후, 검초를 과격하게 펼쳐내기 시작했다.

막아내기 바빴던 검초가 살초로 변했다.

그녀의 검은 패검이 아니다. 쾌검이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상문객의 허점을 파고든다. 상문객의 피부는 강철처럼 단단하지만, 그녀는 단단하지 않은 곳을 공격한다.

검이 눈을 파고든다.

검이 입으로 들어가서 목젖을 찌른다.

몽설은 정확하게 검초를 전개했고, 하나같이 강력한 살초가 되어 상문객을 핍박했다.

“크으윽!”

또 한 명의 상문객이 비명을 토하며 쓰러졌다.

* * *

“하악! 하악!”

“후욱!”

아걸과 몽설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큰 숨을 들이쉬었다.

상문객을 모두 쓰러트렸다.

한밤중, 자정 무렵에 시작해서 날이 밝을 때까지 싸웠다.

진기는 바닥난 지 오래다. 체력이란 것도 남아있을 리 없다. 오직 정신력으로 버텼다.

몽설은 검을 수십 차례나 섞은 후에야 겨우 한 명씩 쓰러트렸다.

상대방의 허점을 찌르기가 쉽지 않았다. 상문객의 허점은 하나같이 치기 어렵다. 더욱이 저들은 실전 경력이 압도적으로 많다. 임기응변에도 능하다.

상문객을 모두 쓰러트린 것은 기적이다.

“상문객이…… 헉헉! 모두 백 명인데…… 헉! 왜 이들만 왔을까?”

몽설이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아걸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할 기력도 없다. 말을 할 시간이 있으면 진기를 회복하겠다.

몽설 말대로 상문객 입관은 늘 백 명을 유지한다.

그들 중 마흔일곱 명만 왔다는 것은 그들을 모두 사용하지 않고 절반만 썼다는 거다.

수룡방도 절반에서 조금 모자라게 왔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삼군이 동원할 수 있는 인원에 제한이 있는 듯하다.

수룡방을 상대할 때는 진기가 넘치는 상태였으니, 전부가 왔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상문객을 상대할 때는 진기가 상당히 소모된 후이다. 또 아주 강한 패도만 사용했다. 만약 상문객 전원이 왔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다.

“후우! 후우! 후우!”

아걸은 연신 거친 숨을 뿜어냈다.

몽설이 손을 뻗어 아걸의 등을 쓸어주며 말했다.

“내가 호법 설게. 운공해.”

아걸은 이번 말도 듣지 않았다. 두 눈을 부릅뜬 채 거친 숨만 뿜어냈다.

“후욱! 후욱! 후우욱!”

* * *

몽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옥당혈(玉堂穴)에 침을 꽂았다.

옥당혈은 임맥 열여덟 번째 혈이다.

세번째 갈비뼈 정중앙, 양쪽 젖꼭지 정중앙보다 약간 위쪽에 위치한다.

옥당혈이 바로 중단전이다.

하단전과 상단전의 교통로 역할을 하며, 오장육부 경락의 정기가 운집하는 곳이다.

정기가 모이는 집[堂], 옥당혈.

일단, 들끓는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가라앉힌다. 진기는 강하게 운집한다고 해서 강해지지 않는다. 편안한 마음으로 조용히 살펴야 강해진다.

일반적인 상식과 정반대다.

오장육부가 차분해지면 상궁과 하단전의 진기를 연결한다. 임맥의 일부분만 살린다.

진기 회복을 빠르게 하려는 조치다.

전신 경략을 모두 회복시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에 일부분만 회복시키는 데는 약간의 집중만 있으면 된다. 오감을 전부 집중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손끝에 신경을 모으고 촉감만 느끼는 것이라면 매우 쉽다.

진기를 그런 이치로 일으킨다.

임맥의 일부분이 살아났으면, 이어서 소주천으로 연결시킨다.

조금씩 조금씩 진기를 살리면서 대주천까지 이어간다.

이런 운공법은 십삼대 일홀문주의 단도격타(短刀擊打)를 수련하면서 터득했다.

단도격타는 묘한 도법이다.

모두 이십일초로 구성된 도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수련하면 운공순행이 된다. 역으로 이십일초에서부터 일초로 휘돌리면 역공(易功)이 된다. 진기가 역으로 휘돌려진다.

아걸이 진기를 일부러 움직인 것이 아니다. 도법을 수련하니, 진기가 저절로 운행되었다.

도법 자체가 운공이다.

또한 진기 순행과 진기 역행이 하나의 도법에서 펼쳐진다. 진기 순행을 하면 정공(正功)이 되고, 진기 역행을 하면 마공(魔功)이 된다. 정마(正魔)가 하나의 도법에 섞여 있다.

단도격타가 안겨주는 세 번째 효능이 바로 지금 아걸이 수행하고 있는 요상법이다.

한 점에서 작은 선으로, 작은 선이 다시 큰 선으로, 그리고 큰 선이 몸 전체의 경략으로 이어진다.

상문객과 싸울 때 단도격타를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말할 필요도 없다. 진기가 소진되지 않는다. 칼을 쓰지만 그것이 곧 운공, 바로 진기가 회복된다.

그런데도 그때는 단도격타를 생각하지 못했다.

단도격타는 원래 그의 내공심법이 아니다. 그래서 등한시한 면이 있다.

무엇보다도 서른여섯 분의 일홀도를 알고 있는데, 모든 도법에 정통하지 못하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사용할 뿐이다. 그것만 해도 용한 것이지만.

모든 도법에 능통했다면 내력이 소진되었을 때, 단도격타가 즉시 떠올랐을 것이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도법이라서 망각하고 있었다.

이제 단도격타를 시전한다. 진기요상을 한다. 가장 빠르게 진기를 회복한다.

저벅! 저벅!

그때, 한 사람이 걸어온다.

몽설은 즉시 검을 들고 일어섰다.

걸어오는 사람이 누군지 안다. 그를 오랫동안 따라다녔고, 마침내는 도박을 걸었다. 그리고 성공했다.

삼군 신도파!

“너…… 누구냐?”

신도파가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물었다.

“누군데 혈검을 쓰는 거야?”

몽설은 삼군 말에 깜짝 놀랐다.

설마 삼군이 혈검을 알아볼 줄이야.

그렇다면 이 무공이 전임 성검문주의 부인인 현정부인의 무공이라는 것도 안다는 소리다. 하기는…… 소축십검이라면 현정부인을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봤을 텐데, 혈검을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삼군이라는 사람이 치사하게 차도살인(借刀殺人)이나 하고. 이 사람들, 당신이 부른 거지?”

몽설이 쓰러진 상문객을 가리켰다.

“묻는 말에 대답부터 해라, 현정부인과 너는 어떤 관계냐?”

“현정부인? 그런 사람 몰라.”

“그런가? 후후……!”

삼군이 웃었다. 아니, 웃는다 싶었는데 어느새 눈앞까지 훅 다가와서 손을 뻗었다.

‘직자(直刺)!’

니환일검이 검을 곧게 뻗으라고 한다. 초식을 말하지 않고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한다.

쓔욱!

몽설은 즉시 검을 뻗었다. 한데,

타앙!

삼군이 손가락으로 검을 퉁겨냈다.

몽설의 반응은 무척 빨랐다. 단언하건대 충분히 삼군을 공격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막혔다. 무엇보다도 삼군이 손가락을 튕기는 동작을 보지 못했다. 코앞에서 적이 공격을 했는데, 장님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말도 안 돼!’

몽설은 너무 빠른 움직임에 기가 질렸다.

“원래는 죽일 생각이었지만, 혈검을 본 이상 그럴 수 없지. 넌 이놈보다 더 가치가 있어.”

슷! 푸욱!

삼군이 손가락을 뻗었다.

성검문 독문지법인 관천지(貫穿指)다.

들리는 말로는 관천지에 격타당하면 송곳에 찔린 것처럼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고 한다.

몽설은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관천지를 완전히 떼어내지는 못했다.

여전히 손가락이 따라온다. 그녀가 물러선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라붙는다. 뒤로 한 걸음을 물러섰지만, 어느새 손가락이 살에 닿고 있다. 그때,

슈륭!

갑자기 허공을 찢는 파공음이 터졌다.

“웃!”

지금까지 담담하던 삼군이 깜짝 놀라서 물러섰다.

아걸이 일어서고 있다. 어느새 진기를 회복했는지 숨이 안정되어 있다. 얼굴에도 혈색이 돌고, 눈빛이 담담하며, 칼을 든 손도 고요하다.

‘어떻게……?’

삼군은 아걸이 일어섰다는 것보다도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이토록 빠르게 회복했는지, 그게 더 궁금했다.

“아! 일어섰네!”

몽설은 아걸이 일어섰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삼군이 앞에 있다는 것도 잊고 활짝 반색했다.

“눈빛.”

아걸이 이해하지 못 할 말을 했다.

“눈빛?”

“눈빛이 변하고 검이 쓰여. 그럼 누구나 파악할 수 있어. 삼군이 네 검을 쉽게 파해한 이유야. 검과 몸을 합일시키는 시간이 늦어서 일어나는 현상이야.”

“아!”

몽설은 방금 전에 일어났던 상황을 즉시 깨달았다.

아걸은 자신의 이런 상태를 진작 알았다. 하지만 말해줘도 소용이 없다. 검신일체 과정은 오직 수련을 통해서 습득해야 한다. 깨달음이 아니라 습득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단점이지만 지금 당장은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데 삼군에게 너무 쉽게 당하자 비로소 이유를 말해주었다. 너무 충격받지 말라고. 별것 아닌 단점이라고.

아걸이 삼군을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숨어있는 것은 알고 있었어. 나와 싸우면 당신은 죽는다. 그래도 싸우고자 한다면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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