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第二十一章 환양(還陽:죽었다가 되살아나다) (2)
미친놈!
할배가 있었다면 당장 미쳤다면서 빽빽! 고함을 내질렀을 것이다.
일생일대의 모험을 했다.
해서는 안 되는 모험인데, 정말로 미쳤는지 갑자기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속삭였다.
죽을 수 있어? 말로만 하는 게 아니야. 진짜 죽어.
목숨을 담보로 하는 도박이다.
일홀도를 맛봤다.
사실, 맛은 진작 봤다. 서리가헌과 싸울 때 ‘이것이 진짜 일홀도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삼십육 문주의 일홀도가 아니라 자신의 일홀도라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쓰고 싶다.
초가평, 진개가 말도 안 되는 공격을 해올 때, 일홀도를 사용했다.
달리 다른 무공을 펼칠 만한 여유도 없었다. 삼십육 문주의 일홀도 중에 선뜻 펼칠 만한 것이 없었다.
직감은 현실이 된다.
‘이거 가지고는 안 돼’하고 느끼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
삼십육 문주의 일홀도를 펼쳐도 검을 막지 못한다. 일 초를 전개하고는 시전자 자신이 나가떨어지는 공격을 절대로 막지 못한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니다. 그런 점보다는 일홀도를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강했다. 그래서 삼십육 문주의 일홀도를 생각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마음이 절실해야 그에 맞는 무공이 펼쳐지는데, 미음은 오직 자신의 일홀도에만 꽂혀 있었다.
잠시 맛봤던, 아직 정리도 되지 않은 무공을 펼쳤다.
그 결과, 육신이 망가졌다.
간신히 서리가헌에게 당한 상처가 낫나 싶었는데, 또다시 엉망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한 가지 소득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봤어!’
봤다! 일홀도를 봤다!
일홀도를 평생 찾지 못할 줄 알았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무공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전대 문주들의 무공에 더욱 집착했다. 그거라도 잘하려고.
말이 쉽지, 자신만의 무공을 어떻게 창안하나.
무인 거의 전부가 무공을 창안하지 않는다. 특정 무공을 배우면서 자신의 몸을 병기로 가다듬는다. 중원 제일 무인인 공부 허도기조차도 성검문 무공을 바탕으로 한다.
오직 일홀문만 무공 창안을 부르짖는다.
솔직히 무공 창안이라는 것은 없다.
여러 무공을 수련한 후에 필살 절초라고 불릴 만한 것을 찾아내면 끝이다. 겨우 그런 것을 일홀도라고 부른다.
천만에!
일홀도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 세상에서 존재한 적이 없는 나만의 무공이 찾아진다. 백 번 말해도 필요 없고, 오직 내 것을 찾았을 때만 알게 된다.
일홀도는 찾은 사람만 안다.
이거면 됐지. 기력이 달려서 죽는다고 해도 일홀도를 찾았으면 된 거지.
“후후후! 하하! 하하하하!”
아걸은 미친 듯이 웃었다.
* * *
초가평에 이어 진개도 일어섰다.
“괜찮아?”
호금연이 초가평과 진개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쉬어. 내가 처리할 수 있어. 이제 둘이 있으니, 내가 잠기를 펼쳐보지.”
호금연은 잠기일력타를 사용할 생각이다.
“마지막 일촌(一寸)이 문제야. 손가락 한 마디를 남겨놓고 타격점이 변해. 일홀문 놈들에게 그 정도 거리면 죽음을 피하기에 충분한 거리야.”
초가평이 말했다.
만약 호금연이 잠기일력타로 아걸을 무너트리면 말할 나위 없이 좋다. 아걸을 죽이지 못해도 지금보다 더 엉망으로 만들 것이니, 두 사람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그 후, 충분히 쉬면 된다.
호금연에게 공격을 맡긴다.
“일단 포위는 하고.”
진개가 말하면서 아걸을 막아섰다.
넷 중 가장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아걸이다.
아걸은 여전히 반철도를 축 늘어트리고 있다. 제대로 들어 올리지도 못한다.
“이제 다 끝났다는 게 느껴져?”
호금연이 말했다.
아걸은 반철도를 땅에 푹 찌르고 지팡이 삼아 몸을 기대며 일어섰다.
“미친 듯이 웃기에 하는 말이다.”
“그냥 우스워서.”
“일홀도는 정말…… 지겨워.”
호금연과 아걸은 자기 할 말만 했다.
츠으읏!
호금연이 진기를 모았다.
잠기일력타는 심공(心功)이다. 어떤 기수식을 취하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훗! 숨 한 모금 들이쉴 시간을 안 주네. 다른 놈들이 이런 식으로 공격하면 이해하겠는데, 그래도 소축십검이라는 자들이……. 후후! 하기는 합공이 처음도 아냐, 옛날에도 했잖아?”
아걸이 처음으로 옛날 일을 입 밖에 냈다.
큰형이 있었다. 허문승이라고 한다. 둘째 형도 있었다. 허문학, 셋째 형은 허문기다.
세 형이 한날에 죽었다.
마인들이 성검문을 급습했는데, 조명천검을 극성으로 깨우친 세 형이 당했단다.
무림은 여전히 마인들이 죽인 것으로 알고 있고, 더 파고들지도 않는다.
그러나, 형과 어머니의 죽음에 소축십검이 연관되었다는 사실을 할배가 찾아냈다. 하지만 깊이 찾지는 못했다. 소축십검이 합공을 펼쳐서 형들을 암살했다는 것밖에는 모른다.
그때 일은 철저한 비밀이다.
당시, 성검문을 공격한 마인은 모두 죽었다. 한 명도 사로잡힌 사람이 없다. 처절하게 죽임을 당했다.
그들 외에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은 허도기와 소축십검뿐인데, 이들은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 지난 십오 년 동안, 그 일에 대해서는 잠꼬대조차 하지 않는다.
지금 문득 그 일이 생각났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라고 해봐야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허 씨 성을 이어받은 성검문 핏줄이라고 하니까 ‘그래서 뭐?’라는 생각만 든다.
성검문과 자신은 아무 상관도 없다.
지금 성검문을 치는 이유는 사부를 죽인 복수 측면이 강하다. 사형들이 사부를 배신하고, 허도기가 사부를 베는 모습……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아걸은 성검문에서 합공당해 죽은 형들이 생각났다.
형들도 이런 식으로 당했을까? 형들은 몇 명이나 합공했을까? 소축십검이 열 명뿐이니 두 명? 세 명? 그 정도일 것 같은데. 많으면 네 명 정도?
그래서 불쑥 말해봤다.
하지만 호금연은 십오 년 전 일은 까마득히 잊었다. 아걸이 그 일을 알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합공을 말하는 모양인데, 일홀도는 예외다. 너도 일홀문도니까 알잖아. 일홀문도는 뭐다? 어떤 공격, 어떤 싸움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맞지?”
“후후!”
“우리가 다소 치사하지만, 상대가 일홀문이니까. 우리가 어떤 방식을 사용하건 너희는 너의 문규대로 모두 이기면 되잖아? 어떤 싸움도 사양하지 않는다며?”
“어떤 문주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안 해도 좋은 말을 해서는 후인을 피곤하게 만들어.”
“하하하!”
호금연이 웃었다.
츄왁! 퍽!
호금연과 아걸은 순간적으로 부딪쳤다가 떨어졌다.
아니, 아걸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목석처럼 서 있다가 일격을 맞았다.
움직인 사람은 호금연이다. 그가 섬광처럼 다가왔다가 뚝 떨어져 나갔다. 다가설 때는 장검을 들었고, 떨어질 때는 빈손으로 빠르게 물러섰다.
“큭!”
아걸이 신음을 흘리며 풀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
검이 복부에 틀어박혀 있다.
오늘 아마도 창자가 여러 번 결딴나는 날인 것 같다. 소축십검 세 명의 검이 모두 배에 꽂혔다.
“또!”
호금연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초가평, 진개에 이어서 그마저도 잠기일력타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진기를 쏟아 넣어서 내기를 뒤흔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목적한 즉사는 끌어내지 못했다.
“이거…… 되게 아픈데?”
쓰윽!
아걸이 호금연의 검을 뽑아냈다.
한 번에 쑥 뽑아내지도 못하고 삼분지 일 정도 뽑았다.
쓰윽!
검을 계속 뽑았다. 배에서 핏물이 샘솟듯 쏟아져 나오지만 개의치 않았다.
툭툭! 툭!
손가락으로 장난처럼 주변 혈도를 봉쇄시켰다. 그때,
“큭!”
얌전히 뒤로 물러섰던 호금연이 비릿한 신음을 토하더니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왜 그래?”
옆에 있던 초가평에 재빨리 호금연을 부축했다.
“제길……! 언제 맞았지?”
호금연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봤다.
그의 가슴에서도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살짝 베인 듯 피가 조금 보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곧 상처가 쩍! 벌어지면서 핏물이 콸콸 쏟아졌다.
“뭐야!”
초가평이 급히 손으로 상처를 틀어막았다. 한편으로는 금창약을 꺼내서 바르고, 혈도도 누르고, 상처도 살폈다. 익숙한 솜씨로 재빨리 구급 조처했다.
“얕지 않아. 그렇다고 깊지도 않고. 딱 죽지 않을 정도다. 운이 좋은 줄 알아.”
초가평이 호금연의 상처를 꾹 눌러 지혈시키며 말했다.
“언제 베였지? 베인 것도 몰랐네.”
“모르겠군. 저놈은 오늘 반드시 죽여야겠어. 잠시 상처 좀 잡고 있어. 손 떼지 말고.”
초가평이 호금연의 손을 끌어다가 상처를 누르게 했다. 그리고 아걸을 죽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한데,
“엇!”
초가평인 눈을 부릅뜨며 경악성을 토해냈다.
아걸이 진개를 공격하고 있다. 손가락조차 들어 올릴 힘도 없는 놈이 벼락같이 진개를 급습했다.
진개는 탈진 상태에서 막 회복한 터라, 급공을 받지 못하고 한 걸음 물러섰다.
순간, 아걸이 데굴데굴 구르면서 튀어 나갔다.
포위망을 뚫고 산에서 내려갔다. 뛸 힘도 없어서 몸을 데구루루 굴리면서 도주했다.
“저놈!”
진개가 바로 쫓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걸 앞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길들인 돼지가 아니고 야생에서 멋대로 자란 멧돼지다. 그러자 아걸은 기다렸다는 듯이 멧돼지 등을 타고 올랐다.
멧돼지는 깜짝 놀라서 발버둥 쳤다.
아걸을 떼어내기 위해서 산비탈을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무인이 신법을 펼쳐서 달려가는 것만큼이나 빠르다. 굉장한 속도로 치달린다.
아걸은 처음부터 멧돼지를 노리고 굴러내러 갔다.
만약 멧돼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절대 도주하지 않았을 것이다. 움직여봤자 잡힐 테니까.
한데, 멧돼지가 사람을 태우고 달릴 수 있나? 바로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지 않나? 등에 무엇인가가 업혔으면 떼어내기 위해서 발버둥 칠 텐데.
이것도 아걸이 재주를 부렸다.
멧돼지 엉덩이 살점이 툭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반철도로 엉덩이를 찔러대고 있다. 맹수가 엉덩이를 뜯어먹을 때처럼. 그러니 도망갈 수밖에 없다.
“이런!”
초가평과 진개는 혀를 찼다.
다른 때 같으면 당장 쫓아가겠지만, 탈진한 후에 간신히 숨 한 모금 돌린 터라서 무리할 수 없다.
그들은 까만 점이 되어서 사라지는 멧돼지와 아걸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 *
“기가 막힌 놈이네요. 꼼짝없이 죽은 줄 알았는데.”
“봤니? 일홀도?”
“봤습니다.”
“나하고 싸울 때보다 훨씬 강해졌잖니. 곧 제대로 된 칼을 가지고 나타나겠어.”
“그런데 저 칼…… 우리와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요.”
“초식이 아니라 감각이라서 그렇겠지. 아무래도 요혈을 피해내는 건 초식이 아니라 감각 아니겠니?”
“…….”
서리형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이미 짐작하고 있다. 확실히 느꼈다.
아걸의 일홀도를 보면서 자신도 소축십검과 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죽는다. 아걸이 이긴다.
파해 방법도 즉시 찾아냈다. 아걸이 칼을 느끼기 전에 베는 것이다. 오직 그것만이 아걸의 일홀도를 깰 수 있다. 그리고 서리형개는 아주 빠른 칼을 가지고 있다.
“아걸과 성검문, 이제 물과 기름처럼 어긋나겠군. 두고 보자고. 어차피 한쪽은 무너지지 않겠니?”
서리가헌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