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第二十七章 구원(舊怨) (2)
정동 무인은 굉장히 고강도 훈련을 받는다.
훈련을 받다가 죽는 자가 절반을 넘어설 만큼 살인적인 수련이 연속된다.
그렇게 열 단계로 이루어진 수련 과정을 무뇌옥(無腦獄)이라고 부른다.
생각이 있으면 따라오지 못한다.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해야만 따라붙는다.
한 단계를 넘어야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고, 두 번째 단계를 넘어야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간다.
단계마다 죽을힘을 다해서 쫓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삼 단계밖에 따라오지 못한 자가 다섯 번째 단계에 도전하면 어떻게 되겠나. 반드시 죽는다.
하물며 정동 무인들은 뒤처지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은 상급자와 하급자를 기수로 구분한다.
무뇌옥 십 단계를 모두 마치면 비로소 인도부(人屠夫)가 된다.
십 단계를 거치고 나면 이미 일반인이 아니다. 살인 기계다. 그것도 무인을 죽이는 살인 기계가 된다.
인도부가 되면 비로소 기수가 주어진다.
중간에서 따라오지 못하고 쳐지면 다음 기수와 함께 처음부터 다시 훈련을 받아야 한다.
탈락 기회라고 무작정 주는 게 아니다. 딱 세 번 탈락할 수 있다. 네 번째 탈락하면 퇴출당한다. 중간에 그만두겠다고 선포한 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정동을 나가면 된다.
다만, 중간에 수련을 접고자 하는 사람은 인도부 중 한 명 지목해서 꺾어야만 한다.
서로 병기를 들고 싸운다.
한 사람이 죽어야만 끝나는 싸움이다.
중간에 그만하겠다고 포기한 사람들, 그리고 네 번째 탈락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어김없이 인도부와 싸웠다. 그리고 단 한 명도,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이긴 사람이 없다.
탈락이나 포기는 인제 그만 죽여 달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 * *
“몇 명이나 만들었어?”
“이백사십 명입니다.”
광도수(狂刀手)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광도수는 마흔이 훌쩍 넘은 중년인이다. 수염을 가지런하게 길렀고, 이목구비도 단정하다. 무인답게 강한 기운을 풍기지만, 미친 칼 같지는 않다.
칼을 쓰지 않을 때와 칼 쓸 때의 그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또 그는 글을 좋아하는 선비처럼 단아한 용모를 지녔다. 무슨 말이든 다 들어줄 것 같은 선한 인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하를 이끌고 양민 천여 명을 도륙한 비적 우두머리였다.
관군에게 토벌되어서 참수 직전인 자를 서리형개가 빼내 와서 정동을 맡겼다.
서리형개가 광도수를 보며 차갑게 물었다.
“마흔 명 더 늘었군. 몇 기까지 나왔는데?”
“십칠 기입니다.”
“아직 부족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광도수가 머리를 숙였다.
“귀적칠흔은?”
“여섯 개 조를 만들어 놨습니다.”
“음…….”
서리형개가 미간을 찡그렸다.
귀적칠흔은 일곱 명이 한 조다. 여섯 개면 마흔두 명이다. 사기침류공을 수련한 벙어리로, 오직 추적술만 수련한다.
“귀적칠흔도 부족해. 최소 열 개는 있어야 편하게 쓸 수 있어. 인도부는 삼십 기까지 뽑을 수 없나?”
“공급 인원이 부족합니다.”
서리형개를 침묵했다.
인도부로 수련시키는 자들은 거의 흉악범들이다.
뇌옥에서 빼내온 살인범, 강도, 비적이다. 관군에게 돈을 주고 데려오기도 하고, 탈출시키기도 한다. 길을 가다가 쓸 만한 자가 있으면 포섭하기도 하고.
중원에서 이렇게 인원 공급을 해 주는 자들이 있다.
납롱자(拉攏者)라고 하는데, 그들이 누구인지는 오직 서리형개만 안다.
납롱자는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원 공급을 한다.
그들이 수련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오직 하나, 난폭함이다. 난폭하고, 흉악하고, 살인하는 데 거침없다면 더 좋다. 인간 말종일수록 좋은 재목이다.
이런 자들만 골라서 끌어들였는데, 그런 놈들이 훈련 중 절반이 죽는다.
나머지 절반 중 또 절반은 탈락해 다음 기술로 넘어간다. 이런 훈련을 도저히 못 받겠다고 나서는 놈도 있다.
성질 사나운 놈들이 훈련인들 순순히 받을까? 받는다. 훈련을 받지 않으면 죽는다. 그들은 정동에 발을 디딘 후, 정말로 살인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게 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속으로 독기를 품고 이를 가는 것이다.
훈련 다 마치고 보자! 내가 무공만 배우면 너희 새끼들 다 때려죽일 거야!
하지만 그런 그들도 훈련을 마치고 나면 인도부 무리에 합류한다.
그들은 인도부가 된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낀다. 인도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이제부터 무인을 죽이는 무인 살인 기계가 되는 것이다.
또, 그들은 자신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수련생들의 명줄을 인도부가 움켜잡고 있었다면, 인도부의 명줄은 일홀도가 움켜잡고 있다.
그래서 망동하지 않는다.
인도부를 많이 뽑아내려면 공급을 늘리거나 훈련 강도를 낮춰야 한다. 한데 공급은 제한되어 있고, 훈련 강도를 낮추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제길! 어디 뇌옥이라도 털어야 하나…?”
서리형개가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애들 솜씨 한번 보시겠습니까?”
광도수가 말했다.
“……흠. 좋아. 한번 보지.”
서리형개가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두 명을 지목했다.
“쟤. 쟤.”
광도수가 앞으로 걸어가서 서리형개가 지목한 두 명을 불렀다.
“너! 너!”
지목당한 두 명은 무엇 때문에 호출되었는지 즉시 알아챘다.
차앙! 슷!
두 명이 동시에 병기를 뽑았다.
한 명은 검이다. 다른 한 명은 유성추(流星錘)를 꺼냈다.
두 명은 마주 보고 병기를 겨눴다. 유성추를 든 자는 벌써 추를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쒜에엑! 쒜에엑!
유성추 돌아가는 소리가 매우 날카롭다.
검든 자는 신중하게 유성추를 쳐다봤다. 아니, 상대방을 봤다.
유성추를 돌리는 데는 전신이 모두 사용된다. 손가락, 손, 팔꿈치, 어깨, 목, 허리, 다리…….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길고, 짧고, 돌리고, 찌르고, 던지는 모든 공격이 가능하다.
쒜에엑!
유성추를 휘두르는 자는 매우 편하게 공격을 시작했다.
철사에 매달린 철추가 굉장히 빠르게 달려들었다. 치고, 빠지고, 다시 쳤다.
얼핏 봐서는 날아오는 공격만 피하면 될 것 같다.
한데 그게 안 된다. 첫 번째 공격을 피하고 확 달려들려고 했지만, 곧 다시 철추가 날아들었다.
유성추는 몸을 많이 쓰지 않는다. 몸의 굴곡을 이용해서 철추를 날린다.
검든 자는 좀처럼 안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유성추가 거리를 장악했다. 검이 뚫고 들어올 수 없는 거리에서 철추로 위협한다.
검을 든 자 역시 침착한 점은 칭찬해 줄 만하다.
그가 철추를 노려본다.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 두 발이 갈 지 자를 그리며 재빨리 달려들었다.
비사보(秘蛇步)를 제대로 수련했다.
츄악!
검이 유성추 줄을 건드렸다. 그리고 또 비사보가 전개되었다. 한달음에 상대방의 품으로 훅 뛰어들었다. 하지만 유성추를 든 자 역시 이런 공격을 예상했다는 듯, 여유 있게 물러섰다.
유성추는 크게 한 바퀴 원을 그렸다.
탄력이 생긴 철추가 검든 자를 친다.
쿵!
유성추가 힘을 발휘했다. 철추를 던지면서 두 발을 힘껏 굴렸다. 그러자 철추가 철창처럼 쏘아졌다.
타앙!
검이 철추를 퉁겨냈다.
두 사람은 접전을 벌인 후, 다시 거리를 벌렸다.
서로 사정을 봐주면서 싸우는 것은 아니다.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인도부?”
“아닙니다. 무뇌자입니다.”
“몇 단계야?”
“칠 단계를 막 마쳤습니다. 내일부터 정식으로 팔 단계 수련을 거칠 자들입니다.”
“이놈들, 귀문에 보내면 일 초에 당해. 알지?”
스릉!
서리형개가 칼을 뽑았다. 그리고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한 수 가르쳐주지. 너희는 오늘 중상을 입을 거야. 내 칼은 사정을 봐주지 않아서. 당연히 이번 기수는 탈락하겠지만, 오늘 잘 배우면 누구보다도 강해질 것이다.”
스읏! 쒜에엑! 쒜에에엑!
서로 싸우던 두 사람이 일제히 서리형개를 노려보며 검과 유성추를 겨눴다.
그들의 눈에는 불복(不服)이 강하게 드러났다.
서리형개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우린 그 정도로 약하지 않다. 두 사람에게 중상을 입혀? 어디서 개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인도부도 그렇게 못해!
그들은 서리형개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
수련생, 오직 수련만 하기에 뇌가 필요하지 않은 자들, 무뇌자들은 서리형개를 친견하지 못한다. 최소한 인도부는 되어야 옷깃이라도 만질 수 있다.
쒜에에엑!
유성추가 날아들었다. 순간,
쒝!
느닷없이 하늘에서 벼락이 뚝 떨어졌다.
유성추는 아직도 서리형개를 노리고 달려드는데, 이 칼은 어디서 나타난 것인가?
퍼억!
유성추를 날리던 자가 뒤로 벌렁 쓰러졌다.
그는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렸다. 칼이 그의 이마를 찍었다. 죽지 않을 정도로, 머리뼈가 상하지 않을 정도로, 딱 쓰러질 정도만 정확하게 타격했다.
“타앗!”
검을 든 자가 서리형개에게 달려들었다.
“보법이란 한 번 이상 밟으면 허점이 되는 법. 여러 가지를 수련해라. 아무리 비사보를 잘 밟을지라도.”
쒜에엑!
칼이 검을 스치며 달려들었다.
검은 매우 느리게 나아간다. 느림보 거북이가 기어가는 것 같다. 반면에 칼은 거침없이 달려든다. 폭풍처럼, 해일처럼 확 달려들어서 전신을 휘감는다.
퍼억!
“크윽!”
검든 자가 배를 움켜잡으며 풀썩 쓰러졌다.
무뇌자 두 명은 인도부도 이기지 못한다. 하물며 서리형개를 이길 수는 없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자들이 재빨리 다가와서 두 명을 들것에 실어 갔다.
“성검문을 염두에 두고 수련시키라니까, 뭘 한 거야?”
서리형개가 광도수를 쳐다봤다.
“죄송합니다.”
“이런 자들이라면 굳이 수련시킬 필요도 없잖아? 길에서 아무나 주워 와도 이 정도는 하겠는데?”
“죄송합니다.”
서리형개는 찌푸려진 인상을 풀지 못했다.
그가 보기에는 무뇌자들이 너무 약했다. 성검문 지문 무인들조차도 상대하기 버거워 보였다. 물론 그 정도로 약한 것은 아니지만, 서리형개는 그렇게 봤다.
무인을 잡는 살인 기계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스읏!
서리형개가 칼을 넣으며 말했다.
“인도부 스무 명을 골라서 귀문으로 보내. 귀문을 멸절시켜.”
“네. 알겠습니다.”
광도수가 대답했다. 하지만 얼굴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귀문은 서리형개 것이다.
기껏 만들어 놓은 귀문을 왜 정리하려는 것일까? 취화원이 가로채서? 그거야 일부러 용인한 것이지 않나.
서리형개가 말했다.
“인도부 서른 명을 따로 추려서 내 뒤에 붙여. 성검문에서 날 따라붙는 자들이 있을 텐데, 난 손쓰지 못하니까 뒤에서 조용히 처리해. 아무도 붙지 못하게 만들어.”
“성검문입니까?”
“검문을 친다는 소리는 아냐. 내 뒤에 붙는 놈들만 처리해. 누가 했는지 모르게 감쪽같이 눈과 귀를 철저히 떼어내. 그것도 못 하면 그 자리 내놓고.”
서리형개가 광도수를 싸늘하게 쳐다봤다.
아걸에게 돌아갈 자리를 주지 않는다. 아걸은 오직 허도기만 쳐다보고 가야 한다. 더불어서 아걸에게 누가 윗사람인지도 가르쳐준다. 말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걸과 성검문은 계속 부딪쳐야 한다.
“후후후!”
서리형개는 기분 좋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