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第二十八章 공수전환(攻守轉換) (1)
은자들의 싸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물이다.
물이 없으면 집중력이 흩어진다. 배고픔은 참을 수 있어도 갈증은 참기 힘들다.
구곡 곡주들은 물을 준비해 왔다.
그녀들은 은신하는 동시에 물 젖은 헝겊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 갈증이 치밀 때마다 헝겊을 빨아먹었다.
은신한 상태에서는 물을 벌컥벌컥 마실 수 없다.
“후우우…… 우우웁!”
숨을 길고 가늘게 뿜어낸다.
인내 싸움에서는 조금이라도 먼저 서두르는 자가 불리하다.
이미 적에게 기척을 읽혔는데, 본인은 여전히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집중력이 잘못이 아니라 잘못된 믿음이 큰 실수다.
참고, 참고, 참아야 이기는 싸움.
취화원 살수는 끈질기게 버티는 법을 배웠다. 이틀이고 사흘이고 한 자리에 머물 수 있다.
청부 대상자가 허점을 드러낼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모기가 피를 빨아도, 쥐가 얼굴을 기어가도 묵묵히 참아야 한다.
조용히 기다리는 방법은 수도 없이 수련했다.
조용한 가운데 두 눈만 반짝거린다.
“후욱! 후욱! 훅!”
한 명이 거친 숨을 뿜어냈다.
그는 일부러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고 있다. 여기 있으니 어서 와서 공격하라고 한다.
정동 무인도 이런 싸움에 능숙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싸움을 인내 싸움으로 여기지 않는다. 숨어있는 쥐새끼를 잡는 싸움으로 여긴다.
그래서 인도부는 물 같은 것은 준비하지 않는다.
살수들처럼 숨지도 않는다. 일부러 숨을 거칠게 뿜어서 공격을 유도하기까지 한다.
“아까 그거 사생락이냐? 꽤 괜찮은데?”
숨을 뿜어내는 자가 말을 걸어왔다.
문제는 다른 두 명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한 명은 위치를 노출한 채 계속 떠들고 있지만, 다른 두 명은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지척에 있다.
떠드는 자를 공격하는 순간, 역습을 받을 것이다.
구곡 곡주와 정동 무인들은 서로 상대가 지척에 있다는 것을 짐작한다. 한 사람이 움직이면 나머지 다섯 명도 순식간에 얽힐 것을 안다.
“이봐, 갑자기 쫄보가 됐어? 사람 벨 때는 언제고 말도 안 해? 아까 그 걸레, 이름이 뭐냐? 사내께나 홀린 몸이던데, 그런 기술로 몇 놈이나 홀린 거야?”
사내가 사사를 격동시켰다.
일부러 화낼 만한 말을 한다. 조금이라도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면 더 심한 말도 할 것이다.
“혹시 잠자리 기술 애미한테 배운 거야? 너 사창가에서 태어났냐? 에비 얼굴은 알아? 아! 모르겠구나. 너무 많아서 알 수가 없지.”
말이 농도가 짙어졌다.
사내의 공격은 사사에게 집중되고 있다. 일부러 사사만 노리고 집중적으로 인신공격을 한다.
취화원 살수는 대부분 부모가 없다. 부모가 있더라도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경우가 많다. 돈 몇 푼을 받고 팔아넘겼다거나, 돈 많은 집에 후처로 보냈다거나.
그러니 사내가 하는 말은 단순한 격장지계가 아니라 매우 아픈 말일 수도 있다.
“훅!”
짧고 격한 숨이 토해졌다.
사사가 실수했다!
사내의 말을 듣고 흥분했는지 호흡 조절에 실패했다.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으면 흘려버릴 수 있는 짧은소리지만, 정동 무인들은 이미 그녀의 위치를 잡아챘을 것이다.
‘움직이지 마!’
더 큰 실수를 하면 안 된다.
괜히 위치가 발각되었을 것을 염려해서 은신 장소를 바꾸려고 한다면 끝장난다.
스읏!
사사는 두 번째 실수도 저질렀다.
그녀의 신법은 매우 은밀했다. 너무 조용하게 움직여서 움직인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신경이란 신경은 모두 바싹 곤두세우고 있지 않나.
“하하하하!”
지금까지 말을 던졌던 미끼가 거침없이 솟구쳤다.
그가 사사를 공격한다. 다른 두 명은 뒤에 남아서 아직도 숨어있는 두 명을 견제한다.
사사를 노리는 검이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사내는 이미 사사의 위치를 알고 있다. 사사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 것인지도 예측한다.
또 그는 취하원의 절기를 봤다. 사생락이 어떤 무공인지 확인했다.
사생락의 요체는 알 수 없지만, 착시를 불러오는 요술쯤으로 생각하면 딱 맞다.
지금 당장은 사생락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대응한다.
그래서 그는 점(點)을 공격하지 않았다. 사사를 공격하지 않고, 사사가 숨어있는 영역을 공격했다.
검초를 넓게 펼쳤다.
열 개로 불어난 검이 팔방풍우(八方風雨)가 되어 휘몰아친다.
쒜에에엑! 쒜에엑!
사사가 즉각 대응하지 않는 한, 그녀는 벌집이 될 게 뻔하다.
하지만 사사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실수를 두 번이나 해놓고 이번에는 미련할 정도로 기다린다.
“흐흐흐! 피해 봐!”
사내가 진기를 가일층 강하게 뿜어냈다.
검초가 성공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사사가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때였다.
쒜에에엑!
공기를 찢은 파공음이 사사의 왼쪽 일 장 옆, 나무 뒤에서 터져 나왔다.
칠 곡주 적화가 사내의 옆구리를 찔러갔다.
그녀가 펼쳐낸 검초는 취화원 살수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비사검이다. 형옥 무인들이 즐겨서 사용하는 검초로, 살수 싸움이 아닌 일대일 비무에서 주로 사용된다.
적화의 검 끝이 방울뱀 꼬리처럼 파르르 떨린다. 떨리는 검이 사내의 옆구리를 찌른다.
그때, 인도부도 움직였다.
지금까지 숨도 쉬지 않고 숨어있던 인도부 중 한 명이 적화를 공격했다.
당랑포선(螳螂捕蟬)과 같은 형국이다.
버마재비가 매미를 노리고, 참새는 버마재비를 노린다. 서로 자신이 노리는 먹이에 정신이 팔려서, 오히려 자신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지금은 다르다.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알지만 멈추지 않는다. 뒤에서 받쳐주는 자를 철저히 믿는다.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쒜에에엑!
공기를 찢어발기는 파공음과 함께 소명도 튀어나왔다.
그는 적화를 노리면서 달려드는 자를 공격했다.
지금 같은 경우에는 비사검이 가장 적절하기에, 그녀 역시 비사검을 펼쳤다.
파르르륵!
검 끝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달려들었다.
“우하하하하!”
숲에서 우렁찬 소리가 터졌다.
마지막 남은 인도부가 어린아이 머리만 한 철퇴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이제 마지막 한 명까지 모두 나왔다.
모든 게 한순간이다.
누구 공격이 더 빠르냐. 누가 뒤를 더 잘 봐주냐 하는 차이가 남았다.
공격은 인도부가 쪽에서 먼저 시작했다. 그들의 검이 더 빨랐다.
처음 실수를 한 사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어붙었나? 기죽었나? 아니, 자신이 공격당하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듯했다.
순간, 지금까지 실수만 했던 사사가 움직였다.
그녀는 허리를 고슴도치처럼 잔뜩 웅크린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땅에 푹 박혀 있었다.
빙글!
그녀가 검을 잡고 몸을 회전시켰다.
아니, 움직이는가 하는 순간 팟! 신형이 꺼졌다.
사생락이다! 삶과 죽음의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차분하게 움직였다.
파파파팟! 파파파팟!
사사가 서 있던 자리를 인도부가 쳐낸 검광이 휩쓸었다. 사방 일 장을 벌집처럼 쑤셔 놨다. 그런데,
펑! 펑! 펑!
동시에 세 군데서 폭음 소리가 울리더니 까만 연기가 훅! 피어올랐다.
한순간에 사방이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살수들이 도주할 때 종종 사용하는 흑연무(黑煙霧)다.
“어림없다!”
휘이이잉!
마지막에 나타난 자가 거세게 철추를 휘둘렀다.
흑연무가 경풍(勁風)에 휩쓸리며 출렁거렸다. 순간,
퍼억! 퍽! 써어걱!
흑연무 속에서 소름 끼칠 정도로 차디찬 검음이 울렸다. 검이 살을 베고, 뼈를 갈랐다.
승부는 한순간에 끝났다.
인도부는 매우 강하고 이런 싸움에도 익숙하지만, 흑연무를 사용한 공격이 한 수 빨랐다.
“반나절은 걸릴 줄 알았는데, 네 덕분에 빨리 끝났어. 그런데, 그거 실수였어?”
“어멋! 실수라고 믿는 거야? 사사가 그런 실수를 할 리 있어? 호호호!”
적화의 말에 소명이 웃음으로 받았다.
“아니, 난 실수였는데. 얼마나 화나던지.”
사사가 말했다.
“거짓말. 네가 그런 실수를 할 리 없지. 이놈들이 색혼경을 알았다면 그런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럼 지금처럼 섣불리 공격하지도 않았을 거고. 호호호!”
소명이 웃었다.
사사는 색혼경에 능통하다.
색혼경을 수련한 사람은 웬만한 모욕이나 인신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남이 그녀를 애욕의 동물로 볼 때,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게 굳어 있다.
적화가 품에서 화탄을 꺼내 허공에 쏘았다.
퍼엉!
백색 화탄이 터졌다.
구곡에 있던 인도부가 정리됐다는 신호탄이다.
* * *
일곡이 폭발했다.
“참 애써서 가꿨는데.”
월영이 아쉬운 듯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지 뭐. 차 한 잔 줄까? 아직 따뜻해.”
소호가 말했다.
“그래.”
두 사람은 지축을 흔들면서 무너지는 일곡을 보면서 차를 마셨다.
정동 무인이 폭발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면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정상을 향해 신형을 쏘아냈다는 말이 된다. 오직 그 방법만이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그럼 정상에 오르기까지 반 시진, 이 곡으로 달려오기까지 반 시진, 한 시진 남았다.
아직 시간은 넉넉하다.
“암기가 모두 터질 텐데, 소용없겠지?”
“소용없어. 모두 피하더라고.”
암기는 준비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사용하는 데는 촌각밖에 걸리지 않는다.
타타탁! 하면 끝난다.
함정이라면 몰라도 암기로는 발길을 지체시킬 수는 없다.
더욱이 저들은 함정이 어떤 종류인지 안다. 암기가 날아올 것을 안다. 그래서 나무판자 같은 방패를 구할 것이다. 그러면 날아오는 암기에 구애받지 않고 달릴 수 있다.
허를 찌르는 것이 승리하는 방법이다.
구절곡 싸움에서 허는 시간에 있다.
정동 무인들이 말도 안 되게 시간을 앞당기면 구절곡을 무너트린다는 계획은 실패한다.
지금쯤 저들도 그런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든 시간을 앞당기려고 할 텐데, 암기를 무시하면서 거침없이 산등성이를 질주하는 게 제일 빠르다.
곡주들은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반 시진, 반 시진, 모두 한 시진.
이 계산을 무너트린다면 저들이 이긴다. 무너트리지 못하면 구절곡은 차례로 무너진다.
그때, 멀리서 백색 화탄이 퍼엉! 큰 소리를 울리며 솟구쳤다.
“삼 대 오. 된다니까. 우리도 내가 말한 대로 네 명이 모여서 부딪쳤다면 이길 수 있었는데.”
월영이 아쉬운 듯 말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났네? 적어도 반나절은 걸릴 줄 알았는데. 취운 생각이 맞아.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야. 나중에 들어보면 알겠지만, 꽤 아슬아슬했을걸?”
“치잇! 난 여전히 해볼 만하다에 한 표.”
“호호호! 차 마시고 먼저 가. 난 여기 불붙이고 갈게.”
“같이 가자.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데, 계산에 착오가 생겨서 싸워야 한다면 한 명보다는 둘이 낫잖아.”
“고마워.”
“천만에. 찻값은 해야지. 호호!”
월영과 소호는 차를 마시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