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第二十八章 공수전환(攻守轉換) (5)
아걸은 정동 무인에 대해서 상세히 안다. 아마도 외부인 중에서는 가장 많이 아는 편에 속할 것이다.
정동 무인은 인도부라고 불린다.
도부는 백정이라는 뜻이다. 사람인(人)을 더해서 인간 백정을 뜻하는 말이 인도부다.
자기들 스스로 인간 백정이라고 부를 만큼 살기충천한 자들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오늘날까지 선한 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순수 악종이다.
정동 무인에 관해서 관심을 가진 이후, 많은 것을 전해 들었다. 구절곡에 간 인도부가 스무 명이다. 정동에서 차출되어 바로 구절곡으로 투입되었다.
그들 전부가 행방불명이다.
서리형개는 그들이 죽었다고 판단한다.
그중 일부는 살아있을 수도 있지만, 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도부는 소모품이다. 자기 스스로 살아야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실력이 처지거나 운이 나빠서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누구에게 동정을 사지도 못하고 연락을 취할 사람도 없다.
인도부는 그런 대접을 감수하면서 수련했다.
도대체 서리형개가 무엇을 약속했기에 살인귀들이 충심을 다해서 보필하나?
서리형개는 무림을 짓밟을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물론 현재는 그 권한을 사용할 수 없다. 성검문에 의해서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그렇기에 성검문을 쓰러트려야 한다.
성검문만 무너지면 인도부 세상이다.
서리형개는 성검문을 무너뜨리는 순간, 인도부를 중원에 풀어놓을 것이다.
서리형개는 성검문을 칠 목적으로 인도부를 양성했다.
그들을 통제하거나 수족으로 부릴 생각 따위는 없다. 성검문이 무너트릴 때까지 잠시 이용한다. 인도부도 그런 점을 알기 때문에 서리의 형제에게 충성한다.
아니다. 서리형개에게 밉보이면 그와 칼을 맞대야 한다.
일홀도를 상대한 자가 어떻게 됐는지는 두 눈으로 직접 봤으니 잊을 수 없다.
일홀도에 죽을까 봐, 또 자신들의 욕심 때문에 충성한다.
현재, 서리형개를 보필하는 인도부는 서른 명이다. 서른 명 모두 온전하다. 어느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이들이 성검문의 눈과 귀를 다 제거했다.
성검문 쪽도 잘라내고 몽설 쪽도 도려낸다.
중간에 텅 빈 곳을 만들어서 둘을 멀리 떼어놓는다. 서리형개가 통제하는 죽음의 공간이다.
* * *
아걸은 민가가 예닐곱 채 정도 있는 작은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은 텅 비었다. 집집이 문이 열려 있고, 마당에는 닭과 오리가 돌아다닌다.
컹컹거리면서 개가 짖기도 한다.
사람은 일할 시간이라서 모두 논밭으로 나갔다.
아걸은 마을을 지나쳐서 마을 뒷산으로 올라갔다.
야트막한 산에는 사람 다니는 길이 잘 닦여 있다. 나무를 하기 위해서 뒷산을 오른 흔적이 뚜렷하다.
오늘, 이 산에 인도부 세 명이 올랐다.
그들은 산 어디엔가 은신해서 손맛을 짜릿하게 울려줄 먹잇감을 기다린다.
구절곡을 빠져나온 귀문 문도가 이곳을 지나갈 예정이다.
물론 마을은 거치지 않는다. 산길을 통해서 잠시 거쳐 갈, 야트막한 야산에 관심을 가질 리 없다.
인도부는 귀문 문도에게서 정보를 전해 듣는다.
같은 문도가 전해온 정보이니 상당히 정확하다. 그리고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구절곡 문도를 처리해왔다.
스읏! 척!
아걸은 뒷짐을 지고 느릿느릿 산길을 걸었다.
마을 뒷산에 난 길은 매우 편안하다. 폭이 좁아서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라는 것만 빼면 일반 길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잘 다듬어져 있다.
아걸은 유람하듯이 느릿느릿 걸었다.
‘한 명!’
아걸은 나무 위에 앉아있는 인도부를 찾아냈다.
잎이 무성한 나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아걸의 감각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처벅! 처벅!
아걸은 그를 찾지 못한 척하면서 계속 걸었다.
몇 걸음 걷지 않아서 또 한 명을 찾아냈다. 바위 뒤에 앉아있는데, 기운이 매우 정순하다.
인도부는 별로 숨으려는 의도도 없다.
단검을 꺼내서 손톱을 다듬을 뿐, 지나가는 사람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마지막 한 명은 앞쪽에 있다.
이들 세 명이 인도부다.
아걸을 걸음을 멈췄다.
오늘 사냥에 나선 인도부는 모두 다섯 조다. 그중 한 개조가 이들 세 명이다.
세 명이 구절곡 문도 이십여 명을 죽일 생각이다.
사실 귀문 문도를 죽이기 위해서 인도부 세 명이 나서는 것은 너무 과하다. 한 명만 와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굳이 세 명이 왔다. 네 명이 간 곳도 있다. 이들 말대로 화끈한 손맛을 보기 위해서다. 사람을 죽이고 싶은 것이다
상대가 안 되겠지만 그래도 죽이는 맛이 있으니까.
그럼 단칼에 죽일까? 아니다. 쥐를 가지고 놀 듯이 실컷 놀리다가 죽일 생각이다.
아걸은 인도부의 표정에서 살인광들이나 뿜어낼 수 있는 강렬한 살기를 읽었다. 피를 그리워하는 혈기가 혈광이 되어서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너희는 죽어도 여한이 없겠구나.”
아걸이 중얼거렸다.
“이 자식이 뭐라는 거야?”
바위에 등을 기대고 있던 자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쉬익! 터억!
나무에 숨어있던 자도 내려왔다.
앞에 있는 자도 아걸을 보자마자 즉시 걸어왔다.
인도부는 강자들인 만큼 상대방의 기운도 잘 파악한다. 아걸이 강자라는 게 한눈에 읽힌다. 자신들 세 명이 합공을 취해도 상대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 만큼 강하다.
“뭐라고 부르는 놈이셔?”
나무에서 뛰어내린 자가 말했다.
“별호? 어떤 별호를 말해줄까? 별호가 두 개인데.”
“호오! 별호가 둘씩이나 되셔? 아무거나 읊어봐. 우리 귀에 익은 건가. 뭐, 귀에 익은 별호면 좀 유명한 놈일 건데…… 별호가 둘인 것을 보니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지? 큭큭!”
인도부가 비꼬았다.
“흠, 어떤 별호를 가르쳐 줄까……. 근래에 얻은 게 나으려나? 명부판관 어때?”
순간, 방금까지도 느물거리면서 웃던 세 명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너, 너…….”
그들은 말도 잇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인도부가 살인귀들이라지만 성검문 일군을 쓰러트린 명부판관을 상대하지는 못한다.
아걸이 말했다.
“아니다. 너희에게는 명부판관보다도 혈도비자가 낫겠다. 인면수심을 처단하는 게 아니라 몹시 나쁜 살인귀를 죽이는 것이니, 피에 젖은 칼이 낫지.”
스르릉!
아걸이 반철도를 꺼냈다.
아걸의 칼은 가운데가 뎅겅 잘린 것처럼 뭉툭하다.
소문으로 듣던 혈도비자의 반철도와 똑같이 생겼다. 거무튀튀한 칼에서 뿜어지는 무심함이 오히려 강렬한 살기보다도 더 매섭게 가슴을 찌른다.
인도부 세 명은 얼른 눈짓을 주고받았다.
‘어떻게 할래?’
‘상대가 안 돼. 도주해야 해.’
‘그런데 이놈 아걸 맞아? 괜히 아걸이라고 허풍 까는 거 아냐?’
‘딱 보면 몰라? 아걸 맞잖아!’
그들은 눈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걸은 이미 그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이미 베기로 작심하고 뒷산에 올랐다.
츠으으읏!
아걸은 감각망기술을 일으켰다.
전신의 모든 감각이 최고조로 일어난다. 그리고 사라진다. 딱 하나, 심안(心眼), 몰안만 남는다. 심안이 아걸의 몸과 반철도를 한 몸처럼 묶어준다.
도신일체다.
몰안이 세 명 중 한 명을 찍었다.
나무에서 뛰어내린 자의 심장과 도신일체가 하나로 연결되었다. 칼과 몸 사이에 거리가 계산되었다. 칼이 뻗어나갈 수 있는 최단 거리가 만들어졌다.
다른 것은 보지 않는다. 오직 한 줄기 길, 길만 본다.
쉬잇!
아걸이 신형이 허공에 붕 띄워졌다.
순간, 아걸과 인도부 간의 거리가 순식간에 압축되었다.
쉿! 펑! 퍽!
인도부의 가슴에 반철도가 틀어박혔다.
“컥!”
인도부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숨과 함께 심장에서 역류한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반철도는 끝이 뭉툭하다. 장도를 반으로 뎅겅 자른 것처럼 투박하다. 그래서 찌르는 칼이 아니라 베는 칼로 쓰인다. 힘으로 내리치는 칼이다.
그런 칼이 가슴뼈를 부수고, 심장을 짓뭉개며 들어갔다. 뭉툭한 칼이 힘으로 살을 찢었다.
인도부의 고통은 매우 클 것이다.
아걸은 신형을 빙글 돌렸다.
다른 두 명은 이미 도주하는 중이다. 방금 아걸이 선보인 일격을 보고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아걸의 칼이 너무 빨라서 눈으로 식별조차 되지 않았다.
파앗! 츄아아악!
몰안이 그중에 한 명, 바위에서 튀어나온 자를 쫓았다.
그에게 칼이 겨눠졌다. 아니, 칼을 들어 올린다 싶은 순간, 아걸은 이미 허공으로 솟구쳤다.
타악! 탁탁! 타아악!
나무 기둥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다시 바위를 차고 솟구쳤다. 또 나무를 찼다.
그러자 어느새 반철도가 도주하는 자의 머리를 내리찍고 있었다.
퍼억!
“케엑!”
반철도는 맞은 자는 개구리처럼 펄쩍 튀어 오르더니 푹 꼬꾸라졌다.
일격에 즉사다.
나머지 사내는 도주하는 것조차 잊고 우뚝 멈춰 섰다.
도주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너무 빠른 칼이라서 상대할 수도 없다.
“으으!”
인도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맸다.
스읏!
아걸이 반철도를 겨눴다.
“제, 제발! 제발!”
인도부는 평생 하지 않을 것 같은 소리를 입 밖으로 흘렸다.
인도부가 삶을 구걸하고 있다. 너무도 절대적인 칼을 대하자 살려달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슷! 파락!
아걸이 어느새 다가와 사내 앞에 섰다. 아니, 어느새 반철도가 허공을 갈랐다.
“크윽!”
사내가 비명을 내질렀다.
요행히도 사내는 죽지 않았다. 오른팔만 팔꿈치 부근에서 싹둑 잘렸다.
“앗차! 내가 이런 실수를.”
아걸이 반철도를 내려다보며 난감해했다.
“으으!”
사내는 신음만 토해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떡하지? 난 반철도를 한 사람에게 한 번밖에 안 쓰는데. 네겐 특별히 두 번 쓸까? 아냐. 자존심 상해. 그렇다고 놓아주기도 난감하고.”
아걸이 스읏 사내를 쳐다봤다.
사내는 덜덜 떨기만 할 뿐 말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아걸이 사내 앞에 반철도를 내밀었다.
“닦아.”
“네?”
“칼 닦아. 최소한 목숨을 구걸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네 동료가 흘린 피야. 네가 닦아.”
“네, 네네!”
사내는 웃옷을 벗어서 반철도에 묻은 피를 박박 닦았다.
“살려줄게. 가.”
“아! 그럼!”
사내는 재빨리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걸이 쫓아올까 봐 자주 뒤를 돌아봤다. 느낌으로 파악해도 충분한데 굳이 두 눈으로 확인했다.
쒜에에엑!
한순간, 그가 신형을 날려 사라져갔다.
한 명을 살려서 보낸다.
저자가 가야만 다른 자들이 아걸에게 달려든다. 저자를 통해서 아걸의 무서움을 절절히 깨달을 것이고, 한두 명으로는 안 되니 수십 명이 떼를 지어서 달려들 것이다.
그래야만 귀문 문도가 무사히 빠져나간다.
저들이 서른 명뿐인 게 천만다행이다. 만약 정동 무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시진쯤 지났을까? 약초꾼 여덟 명이 산으로 접어들었다.
“오늘은 산삼이라도 캐야 하는데…….”
“이런 동네 뒷산에서 무슨 산삼을 찾아! 도라지라도 캐면 다행이지.”
“거참, 나는 말도 못 하나?”
약초꾼들은 서로 농을 주고받으면서 산을 올랐다.
그들은 하마터면 자신들의 목숨이 이 산에서 떨어질 뻔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운이 좋은 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