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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141화 (141/600)

#141화. 第二十九章 이차패배(二次敗北) (1)

인도부가 팔이 잘려서 들어왔다.

세 명이 나가서 두 명이 죽고 한 명만 돌아왔는데,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병신 같은 놈!’

서리형개는 욕부터 나왔다.

보는 사람이 많은데 피를 철철 흘리면서 나타나면 어떻게 하나. 팔 잘렸다고 자랑하나? 은밀한 곳에 숨어 있다가 조용히 나타나야지, 인도부란 놈이!

서리형개는 불끈 터지려는 울화통을 참고 차분히 말했다.

“……아걸이 나타났다고?”

“네! 네, 네. 아걸, 그놈이 나타났습니다.”

“아걸은 몽설과 함께 마차를 타고 간다고 하지 않았나?”

서리형개가 옆에 서 있는 인도부를 쳐다보며 말했다.

“보고가 잘못된 듯합니다.”

인도부가 즉시 잘못을 시인했다.

인도부 잘못이 아니다. 인도부는 말만 전했을 뿐, 보고를 한 자는 귀문 무인이다.

상수가 작심하고 속이고자 하는데, 하수가 어떻게 눈치챌까.

아침까지만 해도 아걸이 몽설과 함께 마차를 타고 이동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그렇다면 촌구석에 나타난 자는 누구인가.

아걸이 밤새 몰래 빠져나갔다. 그는 마차에 없다. 마차에는 취화원 장로와 몽설밖에 없다.

하수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사실대로 말했다.

하수 잘못이 아니다.

이런 잘못은 이번뿐만이 아니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거였다.

그 결과, 아걸이 간단히 하수를 따돌린 후, 역으로 되돌아와서 보기 좋게 뒤통수를 때렸다.

“후후! 우리에게 이런 허점이 있었군. 하수의 말을 곧이듣고 방심하고 있었어. 보완해.”

“네!”

인도부가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놈 멀쩡하더냐?”

서리형개가 팔 잘린 인도부에게 물었다.

“네. 머, 멀쩡했습니다!”

인도부가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인도부는 아걸이라는 말만 듣고도 겁을 집어먹었다.

이제 이자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아걸에게 검을 들이대지 못한다. 아걸이 나타났다는 소리만 들어도 싸우기는커녕 겁에 질려서 벌벌 떨 것이다.

인도부로서의 생명이 끝났다.

겁에 질린 놈은 열 단계 수련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아니,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아걸, 그놈!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인도부가 이 모양이 되어서 돌아왔나. 사람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면, 그놈 역시 악마의 심정으로 칼을 썼을 터이다.

놈도 악마가 된 것인가?

“됐다. 가서 치료해라.”

서리형개가 옆에 서 있는 인도부에게 눈짓을 했다.

“가자. 당분간 모든 걸 잊고 치료만 해.”

“고, 고맙네.”

팔 잘린 자가 염치없이 인도부를 따라갔다.

두 사람이 모퉁이를 돌았다. 순간,

“크윽!”

모퉁이 저쪽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필요 없는 인도부는 폐기한다. 겁에 질린 놈, 염치없는 놈, 사나움을 잊은 놈은 가차 없이 죽인다.

놈은 피를 철철 흘리면서 기어들어 왔다. 인도부를 모욕했다. 그러니 당연히 죽어야 한다. 놈이 죽는 모습을 모든 인도부가 똑똑히 봐야 한다.

서리형개가 말했다.

“아걸이 계속 우리 뒤통수를 칠 거다. 단단히 조심해!”

“넷!”

인도부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놈한테 뒷머리 잡히면 빼도 박도 못해. 뒈지는 수밖에 없어. 그러니 절대 뒤 잡히지 마라!”

서리형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인도부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 * *

몽설에게 믿으라고 한 말은 거짓이다.

인도부만 공격해서는 귀문 문도, 아니, 취화원 문도를 구할 수 없다. 매번 인도부를 죽일 때마다 칠팔 명씩은 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더 많은 문도가 죽는다.

봤지 않은가. 인도부는 자신을 쫓지 않는다.

자신이 나타나서 인도부를 베면 당연히 쫓아올 줄 알았는데, 전혀 쫓지 않는다.

저들 중심에 서리형개가 있기 때문이다.

서리형개가 중심을 딱 잡고 앉아서 지휘하니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면 모험을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믿으라고 한 말을 지켰는데, 이제부터는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아걸은 천석지기 집인 듯 정원까지 딸린 집을 쳐다봤다.

팔 잘린 인도부를 따라오니 이곳이다. 서리형개가 머무는 곳이다.

스읏!

아걸은 저택을 쳐다보면서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아걸과 저택 사이는 대략 백 장 정도 떨어져 있다.

저택에 오가는 사람이 개미만 하게 보일 정도로 상당히 먼 거리다.

하지만 더는 들어갈 수 없다. 안으로 더 들어가면 서리형개가 눈치챌 것이다.

눈으로 보거나, 기척을 듣거나, 감각으로 느끼지는 못한다. 서리형개가 신이 아닌 이상 백 장까지 탐지할 수는 없다. 백 장이라는 거리는 다소 부주의해도 발각되지 않을 만큼 먼 거리다.

하지만 기분으로 느낀다.

누군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홀 무인에게 그런 느낌은 거의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실제로 아걸이 그럴 수 있다. 자신이 서리형개를 느꼈다면 서리형개도 자신을 느낀다고 봐야 한다.

백 장 이내로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는 큰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눈을 감았다.

잠을 청한다.

서리형개는 따뜻한 집에서 갓 지은 밥을 먹고, 푹신한 침상에 누워서 잠을 잘 것이다.

아걸은 습기가 올라오는 땅에서 잠을 청한다.

불도 피우지 않고 식사도 하지 않고 풀잎에 얹힌 이슬로 목만 축인다.

꼬끼오!

멀리서 수탉이 울었다.

아걸은 닭이 울기도 전에 깨어있었다.

맑은 눈으로 별을 쳐다보면서 오늘도 별을 보게 해준 하늘에 감사했다.

날이 밝자 인근 주민인 듯한 사내들이 저택을 방문했다.

귀문 문도일 것이다. 인도부가 오늘 죽일 취화원 문도 명단을 들고 들어선 것이다.

잠시 후 인도부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예상이 맞았다. 저들이 신이 나서 달려가는 것을 보니 오늘도 꽤 많은 피가 쏟아질 모양이다.

아걸의 계산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인도부를 죽이면 저들 시선이 자신에게 달라붙을 줄 알았는데, 역시 무시한다.

아걸은 인도부가 쏟아져 나간 후에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떠오르는 해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따뜻함을 즐겼다.

대략 반 각 정도는 더 앉아있었던 것 같다. 서둘 필요가 없으니 차분히 기다렸다.

해가 높이 뜨고, 축축하게 젖었던 땅이 언제 젖었냐 싶게 말랐다.

“자, 그럼!”

아걸은 그제야 옷을 툭툭 털고 일어섰다.

저벅! 저벅! 저벅!

아걸은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대략 스무 걸음쯤 걸었을 때, 차앙! 하고 날카로운 쇠붙이가 목덜미를 후려쳤다.

상상의 칼이다.

서리형개가 날린 심도(心刀)다.

이렇게 명확한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나.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아주 가까이 다가가도 조심만 하면 들키지 않을 줄 알았다.

일홀도를 어느 정도 완성하자 상대방이 던지는 심도가 느껴진다.

서리형개는 벌써 자신의 심도를 읽고 있을 것이다. 자신과 비교해서 두세 걸음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추측되는데, 심도는 감각의 깊이이니 단정할 수 없다.

“웃!”

“앗! 저놈은 아걸!”

차앙! 차아앙!

저택을 지키던 인도부 두 명이 아걸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칼을 뽑았다.

“이놈들 죽여도 되나!”

아걸이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저택 안에 아무도 없는 듯 조용했다.

아니다. 서리형개가 있고, 인도부가 세 명 있다. 고수가 네 명이나 있는데, 말을 하지 않는다.

“너희들 운이 안 좋네.”

스릉!

아걸이 반철도를 뽑았다.

“뭐야? 이놈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죽엇!”

인도부는 좌우로 갈라서더니 냅다 선제공격을 가해 왔다.

좌측 사내는 머리를, 우측 사내를 다리를 휩쓴다. 두 칼이 풍차처럼 팽그르르 돈다. 회륜도(回輪刀)나 만자탈(卍字奪)을 사용하는 것처럼 매섭게 휘돈다.

깊이 들여다볼 것은 없다. 도두(刀頭)에 둥근 철환이 박혀 있어서 손가락으로 휘돌리는 것이다.

아걸은 이대 문주의 목도일참을 사용했다.

‘하향도!’

쒜에엑!

반철도가 위에서 아래로 쭉 그어졌다. 아니, 내리긋는다 싶었는데 벌써 변화를 일으켜서 머리를 수평으로 갈랐다.

‘직참도! 후배도!’

칼은 좌측 사내의 머리를 갈라 가는데, 아걸은 신형을 빙글 돌려서 우측 사내를 쳐다봤다. 마치 칼도 신형을 쫓아서 우측으로 휘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다! 칼은 여전히 좌측 사내를 노렸다.

퍼억!

직참도에 이은 후배도가 좌측 사내의 가슴을 갈랐다.

순간, 아걸의 신형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반철도를 두 손으로 잡고 바위를 내리찍듯이 힘껏 내리친다.

이십일대 문주의 낙화도다.

퍼억!

우측 사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무너졌다.

아걸의 움직임은 귀신이 현혹될 정도로 빠르다. 너무 빨라서 굳이 초식을 사용하지 않아도 벨 수 있을 것 같다.

“죽는다니까!”

아걸이 다시 외쳤다.

“……네놈 칼은 종잡을 수가 없어.”

그때, 차분한 음성과 함께 대문 안쪽에서 서리형개가 걸어 나왔다.

“이 칼인가 싶으면 저 칼, 저 칼인가 싶으면 또 다른 칼. 하나만 잡아도 모자랄 판에 오지랖이 너무 넓어.”

“충고는 사양하지.”

“그러다 뒈진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많았는데, 정작 날 죽인 사람은 없었지. 당신도 마찬가지일걸?”

“당신? 건방진 놈.”

“그럼 뭐라고 불러? 너?”

“하, 하하하!”

서리형개가 독사눈을 번뜩였다.

아걸이 찾아온 것은 정말 뜻밖이다. 이점은 서리형개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이 찾아가도 모자랄 판인데, 오히려 죽으러 찾아와? 설마 칼에 자신이 있어서 찾아온 건가? 그렇다면 바보다. 칼이 차이가 나는 것도 모른다면.

“좌우지간 네놈 대담한 건 알아줘야겠다. 정신 못 차리게 달려들어?”

“6개월만 기다리면 허도기와 내가 부딪치는데. 지금 날 죽이면 그 패를 버리는 거야. 아깝지 않아?”

“그러면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았어야지. 이렇게 나타나 놓고는 죽이지 말라는 거냐? 뒈지기 싫으면 날 죽여. 둘 중 하나는 오늘 죽는다.”

스릉!

서리형개가 칼을 뽑았다.

아걸도 피 묻은 반철도를 들어 올렸다.

주위에는 성검문 눈이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걸과 서리형개는 안다.

그자도 심도를 풍긴다.

아주 낮게 깔린 심도이니 상당한 고수다.

소축십검 중 한 명으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아걸과 서리형개는 죽으나 사나 싸워야 한다.

“첫째, 취화원 살수. 그만 좀 괴롭혀. 이쯤에서 손 떼.”

“……뭐 하는 수작이냐?”

“내가 나름대로 머리 좀 굴릴 줄 알거든. 칼 맞는데도 자신 있어서 한칼 정도는 맞아줄 수 있어.”

서리형개의 눈에서 독광이 출렁거렸다.

“내 칼을 맞겠다고? 후후후! 하하하하! 내 칼을 맞겠다?”

“내가 칼을 쓰면 너 죽어. 넌 뭐 몸뚱이가 쇳덩이로 만들어졌냐? 칼로 치면 베이는 거지.”

“첫째면 둘째도 있겠군.”

“둘째! 칼을 맞아주겠는데, 최선을, 전력을 다해서 휘둘러라.”

“뭐라!”

스읏! 휘리리링!

아걸이 반철도를 빙빙 돌렸다.

서리형개가 말했다.

“내 칼은 화염도다. 칼을 들면 화가 나. 화가 나서 미치겠어. 눈에 보이는 모든 놈을 갈기갈기 뜯어먹고 싶어져. 그래서 중간에 힘을 풀지 못해. 한 칼 맞고, 두 칼 맞고 그런 짓 못 한다는 거지. 최선을 다하라고? 어차피 네놈이 죽기 전에는 거두지 못할 칼이다. 타협 같은 것은 없어. 네놈을 찢어발긴 후에야 끝날 칼이야.”

파앙!

서리형개가 칼에 진기를 쏟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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