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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148화 (148/600)

#148화. 第三十章 삼차살문(三次殺門) (3)

“안 돼!”

아걸은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졌다. 이건 불벼락, 날벼락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벼락이 머리 위로 뚝 떨어졌다. 절대로 이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칼은 사정없이 몽설의 심장을 꿰뚫어갔다.

“안 돼! 안 돼!”

아걸은 사력을 다해서 도신일체를 풀었다. 하지만 도신일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신일체라는 말이 가볍게 들리나?

도신일체는 몸과 칼이 하나가 되었다는 거다. 칼 외에 남은 것이 없다. 모든 잡념이 사라졌다.

아걸이 그런 상태에서 칼을 쳐냈다.

일홀도는 상대방의 심장을 뚫기 전에는 절대 거둬지지 않는다. 몰안은 그만큼 강력하다.

중간에 거둘 수 없다!

파앗!

일홀도가 몽설의 몸을 베면서 지나갔다.

순간, 피가 확! 솟구쳤다

온 세상이 붉은 핏물로 가득 찼다. 아걸의 눈에는 한순간에 온 세상에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안 돼! 안 돼!’

아걸은 절규했다.

사대문주의 탄궁도였다면 진기가 풀렸을 것이다. 이미 칼을 썼지 않나. 탄궁도가 펼쳐졌지 않나. 결과가 어떻든 칼을 썼으니 힘도 풀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아걸의 일홀도는 진기가 풀리지 않았다.

아직 상대의 심장이 뚫리지 않았다. 몰안이 여전히 심장을 노려보고 있다.

휘릭!

반철도가 급전하며 변화를 일으켰다.

여전히 몽설을 공격하려고 한다. 계속해서 휘둘러진 칼이 심장을 향해 꽂힌다.

여기서 칼을 멈추는 방법은 딱 하나!

휘릭!

아걸은 반철도를 휘둘러서 역도(逆刀)로 잡았다.

칼날은 자신을 향해서, 손잡이를 몽설 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아직도 위험하다. 칼자루에 만들어진 도환(刀環)이 몽설의 심장을 박살 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아걸은 말도 안 되는 일을 했다.

칼을 쓰는 아걸이 있고, 칼을 멈추는 아걸이 있다. 공격하는 아걸이 있고, ‘안 돼!’하며 소리치는 아걸이 있다. 몰안은 오직 하나의 아걸만 품는데, 둘이 담겼다.

몰안이 깨졌다.

쒜에에엑!

아걸은 달려드는 속도를 배가시켰다.

늦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빠르게 치달렸다. 반면에 반철도를 든 손은 한순간만 늦췄다.

퍼억!

반철도가 몽설 대신 아걸을 찔렀다.

아걸은 자신 스스로 자해를 한 후에야 칼에 든 힘을 풀었다. 몰안을 풀어냈다.

푸우욱!

반철도가 아걸의 몸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풀썩!

몽설이 쓰러졌다.

아걸도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몽설! 몽설!”

아걸은 급히 몽설의 옷을 벗기고 상처를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반철도가 심장을 가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갈비뼈를 가르면서 지나갔다.

매우 깊은 상처다.

아걸은 급히 옷을 벗어서 피를 막았다.

몽설이 왜 은밀히 다가와서 살기를 뿜어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몽설이 위험하다. 생명이 위독하다.

아걸은 정신없이 지혈을 시켰다.

아걸은 자신의 몸에서도 피가 펑펑 솟구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오직 몽설만 쳐다봤다. 몽설이 흘리는 피를 멈추는데 온 신경을 다 쏟았다.

“안 돼! 죽으면 안 돼! 약, 약! 약이 있어야 해. 약이 어디 있지?”

아걸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른 때는 얼음처럼 냉철했는데, 자신이 칼을 맞아도 남이 칼을 맞은 것처럼 담담했는데…… 지금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게 무질서해지고 두서없이 마구 엉킨다.

아걸은 급히 자신의 몸을 뒤져서 약을 찾았다. 그러다가 또 몽설의 몸을 뒤졌다. 아니, 약을 찾는다고 여기저기 뒤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다시 옷을 들어서 피를 막는다.

그때, 멀리서 팔 장로가 치달려 왔다.

“비키게!”

팔 장로는 대뜸 아걸을 밀쳐내고 급히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아걸은 뒤로 물러서서 멍하니 몽설을 쳐다봤다.

몽설의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피를 너무 많이 쏟아내서 안색까지 하얗다.

팔 장로가 급히 응급처치한 후, 몽설을 안고 신형을 날렸다.

아걸도 몽설을 따라가기 위해서 몸을 일으켰다.

순간, 아걸은 심한 어지럼증이 일어나면서 휘청거렸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 역시 피를 많이 쏟아냈다는 사실을 깜빡 잊었다.

쉬이익! 쉬익!

아걸 옆으로 소명과 사사가 내렸다.

“잠깐 앉아요.”

사사가 아걸의 어깨를 눌러 앉혔다.

“몽설이…….”

“괜찮으니까 잠깐 있어요.”

사사는 급히 아걸이 몸을 치료했다. 피를 막고, 약을 바른 후, 붕대를 휘감았다.

피가 멈췄다.

아걸은 여전히 자신의 몸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멀리 사라진 몽설만 쳐다봤다.

“잠깐 실례할게요.”

소명이 손가락을 곧추세워 뒷머리 뇌호혈(腦戶穴)을 꾹 눌렀다.

아걸은 끈 떨어진 연처럼 똑 떨어졌다. 마혈을 짚였으니 정신을 잃는 게 당연하다.

아걸 같은 고수가 뇌호혈을 짚이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휴우!”

소명이 한숨을 쏟아냈다.

* * *

용화골에 때아닌 긴장감이 휘몰아쳤다.

‘문주 생사가 매우 위태롭다’, ‘일홀도를 제대로 맞았다’라는 소문이 곡내에 자자하게 퍼졌다.

일홀도는 딱 두 가지만 요구한다.

막거나 죽거나.

일홀도 속에 부상이라는 말은 없다. 경상이든 중상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부상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걸이 쳐낸 칼은 매우 심각하게 위해를 가했다. 갈비뼈가 후드득 갈려 나갔다. 심장이 갈라지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팔 장로가 뼈를 붙이고 살을 꿰맸다.

치료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구곡주 중 청란, 취운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치료했는데도 거의 반나절이나 소요되었다.

“문제는 출혈과 충격이야. 출혈과 충격은 몸과 정신을 단락시키는 수가 있어. 그러면 깨어나기 힘들어.”

그때, 의식을 회복한 아걸이 왔다.

아걸은 반철도로 자해를 했지만, 상처는 깊지 않다. 서리형개에게 한칼을 맞은 것보다 훨씬 약하다.

아걸이 와서 몽설을 쳐다봤다.

아직도 몽설이 왜 무모한 싸움을 걸어 왔는지 모르겠다. 몽설에게 악의가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녀가 무엇인가 말해 주려고 했다는 생각만 든다.

몽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에게 칼을 쓰게 한 거다.

아걸은 칼을 꺼내서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무슨 짓인가!”

팔 장로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내 피에는 녹선마황이 녹아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내 피라도 쓰는 게 낫죠. 그 많은 칼을 맞고도 빨리 나을 수 있는 것도 이 피가 도와줬기 때문이니까.”

아걸이 줄줄줄 흘러내리는 피를 몽설의 상처에 흘려보냈다.

“음!”

팔 장로는 신음을 흘릴 뿐 말리지 않았다.

피를 저런 식으로 쏟아내면 진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몽설은 기식이 엄연하다. 금방이라도 숨이 떨어질 듯 위태롭다.

아걸은 힘을 잃지만, 몽설은 죽는다.

지금은 뭐라도 해야 한다. 다 썩어서 금방 끊어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툭! 투투툭! 툭!

핏물이 몽설의 상처로 스며들었다.

몽설은 아걸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

아걸이 고민하는 문제는 쉽게 깨우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쩌면 평생 수련해도 깨닫지 못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아걸은 현재 벽에 부딪혔다.

몽설은 그 벽을 뛰어넘는 데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이런 일은 혈검경을 이해하고, 체득했으며, 혈검경의 심경대로 살아가는 몽설이기에 가능했다.

몽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서 전혀 모르는 세계로 나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

흔히, 사람들은 죽어서 천국이나 지옥을 간다고 말한다.

그러면 천국은 어떻게 생겼고, 지옥은 어떤가?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이 아니고, 상상에 기초한 말도 아니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해줄 수 있나.

천국과 지옥을 보려면 일단 죽어 봐야 안다.

그만큼 현실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아걸은 죽어봐야 넘을 수 있는 벽에 부딪혔다. 그러니 보통은 평생 이대로 살다가 죽는다. 한계를 넘지 못하고 현재에 만족하면서 칼을 쓴다.

이런 점은 몽설도 마찬가지다.

혈검을 일검무진(一劍無盡)에서 일검무성(一劍無聲)을 넘어 일검무적(一劍無敵)까지 나아갔지만, 거기가 한계다. 일검무회(一劍無悔)는 기웃거리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도 몽설은 서두르지 않았다.

쉽게 터득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차분히 기다렸다. 설혹 죽는 순간까지 터득하지 못해도, 일검무적까지 수련한 무공으로 무림을 활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걸은 다르다. 곧 서리가헌과 부딪쳐야 한다.

아걸은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하나? 죽어야 한다. 죽어야 다음 세상이 어떤지 알 게 아닌가.

몽설은 아걸이 보고자 하는 다음 세상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 세상은 아걸도 모른다. 알면 벌써 벽을 뛰어넘었다. 모르니까 벽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아걸을 어떻게 죽일까?

충격! 죽는 것만큼 처절한 충격!

몽설은 자신의 목숨을 걸기로 했다.

아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이 모험은 한 사람이 죽는 것으로 끝난다.

아니, 사랑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

칼과 복수, 그리고 몽설.

이 셋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서슴없이 몽설을 택할 정도로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중한 존재가 타격을 받았을 때, 던져지는 충격도 크다.

아걸이 칼이나 복수를 몽설보다 소중히 생각한다면, 이것 역시 죽음으로 끝난다.

아걸은 일홀도를 중간에서 멈추고 싶어 한다. 진기를 끌어올렸다가 풀었다가 하는 것이 그 이유에서다. 그게 안 되니 자꾸 반복해서 수련한다.

방법은 정해졌다. 아걸이 자신에게 일홀도를 전개하게 한다.

자신을 보면 칼을 거둬야 하는데, 그러자면 일홀도를 깨야 한다. 아걸이 할 수 있을까?

아걸은 자신의 무공은 낱낱이 말해주었다.

그녀가 혈검경을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되라고 말해준 것이지만, 덕분에 아걸의 무공을 환히 알게 되었다.

몽설은 아걸이 어떤 식으로 무공을 수련했는지 안다.

그가 싸웠던 상대를 안다. 삼십육 문주의 무공부터 아걸의 일홀도까지 다 안다.

아걸은 무공을 터럭만큼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숨는 방법을 택했다. 숨는 데는 사생락이 단연 최고다. 숨고, 숨고, 숨다가 일홀도를 쳐오면 부딪친다. 아걸이 어떤 식으로 자신을 찾을지 알기 때문에 숨을 수 있다.

만일의 위험도 생각했다.

그래서 팔 장로와 소명, 사사를 대기시켰다.

자신이 다치면 재빨리 달려와서 구해줘야 한다. 하지만 팔 장로는 가까이 다가설 수 없다. 바싹 붙으면 아걸이 눈치챈다. 그러니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봐야 한다.

그들은 설마 아걸의 칼이 이렇게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몽설이 일홀도에 나가떨어질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당연히 아걸이 중간에서 칼을 멈출 줄 알았다.

중도에 멈추지 못하는 칼이 있다는 것을 팔 장로와 구곡주는 믿지 못했다.

살얼음판을 딛는 듯한 나날이 나흘이나 지났다.

아걸은 지켜보는 사람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회복했다. 정말 핏속에 녹선마황이 녹아 있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다른 사람보다 회복력이 두 배는 빠르다.

몽설은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외상은 아물기 시작했다. 상처가 덧나거나 곪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의식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걸은 지난 나흘 동안 한잠도 자지 않고 몽설 곁을 지켰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았다. 몽설 곁에 앉아서 둘만의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좀 자게.”

“쉬셔야 해요.”

팔 장로와 구곡주가 말을 건넸지만, 아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평소, 아걸은 무뚝뚝했다. 몽설에게 달콤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그런 사람의 마음이 이랬다. 옆에서 말을 거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로 몽설만 쳐다봤다.

결국,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그만 일어나야지.”

아걸이 몽설의 뺨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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