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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150화 (150/600)

#150화. 第三十章 삼차살문(三次殺門) (5)

“샀어요! 샀어요! 샀어!”

적화가 흥분을 감추지 않고 마구 소리 지르며 달려왔다.

몽설은 빙긋 웃었다.

“기어이 그 집을 샀네!”

팔 장로가 키득대며 웃었다.

적화가 한성 한가운데에 지어진 대저택을 산 모양이다.

한성 지도를 넷으로 접었을 때, 한가운데 접히는 부분이 바로 최고 중심처다.

그곳에는 대상인의 저택이 지어져 있었다.

인구 이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읍의 최고 중심처이니 가장 번화한 곳이다.

그런 곳이 빈 땅으로 남아있을 리 없지 않은가.

적화는 그곳에 누각을 지을 예정이라며 저택을 팔라고 했다.

당연히 삶은 호박에 이도 안 들어갈 소리다. 대상인이 무엇이 부족해서 집을 팔겠나.

적화는 문전박대당했다.

그날부터 적화는 파락호들이 남의 집을 뺏을 때는 쓰는 삼류수법을 사용했다.

잠을 청하는데 천정에서 닭 피가 뚝뚝 떨어진다.

뒷간에서 희뿌연 그림자가 훅 지나간다. 어떤 때는 옷을 찢기도 한다.

대상인은 무인을 고용했지만, 무인은 오지 않는다. 오히려 벌벌 떨면서 도주했다.

무엇보다도 가족이 아프기 시작했다.

음식을 잘못 먹어서 배탈이 났는데, 자칫 죽을 위기까지 치몰린다.

이 정도 괴롭히면 대충 다툼이 끝난다.

상황은 점점 나빠질 것이고, 사방을 둘러봐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점을 알려주어야 한다.

썩 좋지는 않은 방법이지만 한성 최고 중심처에 누각을 세우려면 어쩔 수 없다.

“생각보다 훨씬 싼 값에 샀어요. 거의 절반 가격에. 호호! 어지나 속이 시원하던지, 계약하자마자 당장 인부를 불러서 담장부터 부쉈어요. 호호호!”

적화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보였다.

“잘했다. 잘했어.”

팔 장로가 몽설을 대신해서 말했다.

“팔곡은 어때?”

몽설이 팔 곡주 소명을 쳐다봤다.

“백이십 명 침투 완료! 호호! 쌀, 채소, 고기, 생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부 우리 손으로 구할 수 있어요. 오래전부터 하던 일들이라서 침투하기도 쉬웠어요.”

소명이 대답했다.

팔곡과 구곡은 살문의 생필품을 담당한다. 모든 물자 조달을 그들이 한다.

두 곡의 문도는 무사히 한성에 침투했다.

쌀가게를 차리고, 생선가게에 직원으로 들어가고, 육포점에서도 일한다.

워낙 일 잘하는 사람들이라서 안심해도 된다.

“구곡도?”

“네. 저희도 침투 완료했어요.”

구곡주 사사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팔곡과 구곡 사람들은 구절곡에 있을 때는 민가로 돌아다녔다. 그러니 살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더욱이 그들은 동쪽에 한 명, 서쪽에 한 명 이런 식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의심할 수가 없다.

“우리가 거처할 곳은 정했어?”

몽설이 적화를 보며 말했다.

“그게 문제에요. 딱히 마땅한 곳이 없어요. 그냥 정원 하나 구해야 할까 봐요.”

적화가 대답했다.

살기가 옅은 사람들은 한성에 섞여들기가 쉽다. 하지만 살수들은 다르다. 그들이 어떻게 사람들과 섞이겠나.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당장 표시가 난다.

“그건 조금 더 생각해 보고. 그럼 모두 수고!”

몽설이 곡주들에게 손을 들어 보인 후, 용화골로 걸어갔다.

몽설은 용화골에서 살수 양성에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살수는 강해야 한다. 살수가 약하면 취화원이나 구절곡 사건이 또 벌어진다.

두 번 다시는 형편없이 당하지 않는다!

“우리 문파 이름은 뭐로 하기로 했어?”

적화가 사사를 보며 물었다.

“취화원.”

“그거 그대로 쓴다고?”

“그대로 쓰기로 했어. 모두 같은 생각이야.”

“나도 뭐 딱히 싫은 건 아니야. 가만! 그러면 다시 화원을 만들까? 이건 너무 표시 나지?”

곡주들이 즐겁게 웃었다

대별산 생활은 평화롭고 조용했다. 언젠가는 살행을 시작하고, 다시 피가 튀겠지만, 지금은 매우 한가로웠다.

“팔곡과 구곡이 모두 침투 완료했다면 모두 몇 명이나 들어가 있는 거야?”

“대략 사백?”

“와! 맞네.”

적화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살기나 난폭함이 드러나지 않는 살문 사람은 전부 잠입했다.

살수가 문제다. 살수는 아직도 용화골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몽설이 그들은 매우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매일 다치는 사람이 한두 명씩은 꼭 나올 정도다.

그들이 조용히 한성에 스며들어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

요즘 곡주들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했다.

* * *

아걸은 손님을 맞이했다.

“여기 있으니까 좋니?”

한 사람이 걸어왔다.

“너 찾느라고 고생했잖니. 날 꼭 여기까지 불러야 하니? 네가 와주면 좋잖나.”

서리가헌이 찾아왔다.

서리가헌은 취화원 살수들의 경계망을 가볍게 뚫었다.

대별산에는 이미 많은 눈이 깔려 있다. 대별산 주위에 깔아놓은 고정 간자만 해도 거의 오륙백 명에 이른다. 산자락에 깔린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취화원에 협조한다.

하지만 서리가헌이 대별산 깊숙이 스며들 동안, 그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서리가헌이 아걸 앞에 나타나려면 용화골을 거쳐야 한다.

용화골에는 몽설이 있다. 구곡주가 있다. 죽을힘을 다해서 수련에 매진하는 취화원 살수들이 있다.

서리가헌은 용화골도 거침없이 뚫었다.

서리가헌은 뒤로 돌아온 것도 아니다. 정면으로 뚫고 들어왔다. 그런데도 아무도 찾지 못했다.

“육군이라는 자는 다른 소축십검과 다르던데, 누구야?”

아걸이 물었다.

“게네들 황궁을 노리고 있잖니.”

“뭣……!”

아걸이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황궁이라고? 그럼 역모를……?”

“역모면 어떻니. 세상은 승자의 기록 아니니. 정작 일이 벌어지면 누구 목이 떨어질지는 모르겠는데, 허도기도 만만치 않아.”

“음!”

아걸은 침음했다.

“후후! 그럼 넌 성검문이 허도기가 가진 전부라고 생각했니?”

아걸은 잠시 침묵하고는 말했다.

“……상관없어. 역모든 뭐든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지. 허도기와는 비무 날짜를 잡아놨으니, 그때 결판을 내는 것으로…….”

“후후후! 순진하기는. 비무 때까지 네가 살아있을 수 있을 것 같니? 내가 여기를 찾아왔는데, 다른 사람은 오지 않을 것 같니? 허도기가 너랑 칼을 맞댈 것 같니?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죽일 수 있는데, 그런 건 생각 못 했니?”

아걸은 반철도를 들고 일어섰다.

지금 서리가헌이 하는 말들, 다 헛소리다.

그가 한 말들은 일단 서리가헌이라는 벽을 넘어섰을 때 생각해 볼 만한 말이다. 서리가헌을 넘지 못한다면 성검문과 맺은 비무는 물론이고 뒷말조차 들을 필요도 없다.

서리가헌이 찾아왔으니 싸움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당신은 끝까지 허도기 개로 싸우는군.”

“후후후! 네 눈에는 내가 개로 보이니?”

스릉!

서리가헌이 칼을 뽑았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칼에는 용서가 담겨 있지 않다는 걸 안다.

서리가헌도 이번에는 전처럼 아걸을 놓아줄 수 없다.

허도기가 직접 특명을 내렸다.

부상은 필요 없다. 주검을 가져와라. 죽이지 못했거든 네가 죽어라.

이보다 명확한 명령은 없다. 너무 명확하다.

허도기가 서리가헌에게 직접 검을 겨눴다.

서리가헌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허도기와 싸우지 않으려면 아걸을 베야 한다. 그게 싫으면 허도기와 싸우면 된다. 어쨌든 서리가헌은 둘 중 한 명과는 싸운다.

누구와 싸우는 게 쉽나.

아걸은 밀지를 읽는 순간, 서리가헌이 자신에게 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왔다.

스읏!

아걸이 반철도를 들어 올렸다.

“공부 많이 했니?”

“칼을 보면 알겠지.”

“이번에는 내 칼을 막을 수 있겠니?”

“당신 칼은 무적이 아니야. 난 당신 칼이 사부에게 막히는 것을 봤어. 그때만 생각하면 우스워. 그리고 오늘, 나한테도 막힐 거야. 들어와!”

아걸은 공격해 보라고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취화원 살수들은 대별산 한구석에서 싸움이 벌어진 것을 모르고 있다.

이 싸움은 아무도 모른다. 몽설도 모른다.

두 사람이 격하게 싸워도 대별산 살수들은 아걸이 무공수련에 매진하는 줄 안다.

아걸은 매일 바위를 부쉈다. 절벽에 낙서하듯이 칼을 틀어박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대별산에는 우렁찬 굉음이 요동쳤다. 바위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흔하게 들렸다.

그러니 두 사람이 아무리 격렬하게 싸워도 와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묘하게 두 사람만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아걸과 서리가헌은 서로를 노려보며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던 한순간, 아걸이 딱 멈춰 섰다.

파앗!

아걸이 사라지고 칼만 남았다.

아걸이 일홀도를 꺼내 들었다. 그가 칼을 들고 있지만, 서리가헌의 눈에는 아걸이 보이지 않고 칼만 보인다. 그만큼 칼에 집중된 힘이 강하다.

“공부 많이 했군.”

서리가헌은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무릎을 깊숙이 구부렸다.

그의 신형이 매우 낮아졌다.

대체로 이런 자세는 다리를 쓰지 않고 두 팔로 강한 힘을 뻗어내는 데 쓰인다.

아걸의 공격을 받아칠 생각인가?

순간, 서리가헌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일탄십검!’

아걸은 즉시 서리가헌의 도법을 알아봤다.

타타타탁! 타타타타탁!

서리가헌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아니, 벌써 두 발이 쭈르르 미끄러진다.

몸을 땅에 드러눕듯이 눕히고 칼로 발목을 잘라왔다.

스읏!

아걸은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서리가헌이 무릎 탄력만으로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몸을 일으키며 일탄십검이 튀어나왔다. 일수에 칼 열 자루가 튀어나와 전신을 들이쳤다.

타타타타탁! 타타타탁!

두 칼이 맹렬하게 부딪쳤다. 순식간에 십여 초가 교환되었다. 머리, 다리, 목, 배, 어깨…… 두서없이 쳐오는 공격에 혼이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빠르다!’

예전에도 느낀 바이지만, 서리가헌의 칼은 섬전을 능가한다. 이 칼을 보다 보면 서리형개의 삼도일살이 오히려 느려 보인다. 속도만 비교하면.

순간, 아걸도 탄궁도를 던졌다.

탁!

반철도가 용수철에 퉁겨진 것처럼 빠른 속도로 튕겨 나왔다.

서리가헌이 무서운 속도로 수십 개의 칼을 던졌다면, 아걸은 딱 한 번 칼을 쓴다. 하지만 어떤 장벽도 뚫고 나갈 정도로 강력하다. 그리고 빠르다.

적진을 뚫고 나가는 적토마 같다.

쒝!

반철도가 도벽(刀壁)을 뚫으면서 쏘아졌다. 서리가헌의 심장을 노렸다.

까앙! 탕탕탕!

서리가헌이 탄궁도를 막았다. 또 급격하게 변화를 일으키는 반철도를 연이어 격타했다. 반철도의 변화를 죽이고, 다시 아걸의 몸을 쳐온다.

타타타타탁! 타타탁!

서리가헌의 칼은 한 번 쏟아지면 기본이 십여 초다. 노리는 부위도 전신을 아우른다.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지 알지 못한다. 마치 굶주린 메뚜기떼가 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 같다.

까앙! 깡깡깡깡깡깡!

두 칼이 맹렬하게 부딪쳤다.

아걸이 일탄십검을 정확하게 보고 친다. 쏟아지는 칼날들은 모두 퉁겨낸다.

스읏! 슷!

두 사람이 두 걸음씩 물러섰다.

“괜찮군.”

서리가헌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서리가헌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아걸은 서리가헌이 전력으로 싸우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자신의 칼을 보려고 일부러 진기를 늦췄다. 일홀 무인은 비무할 때조차 전력을 다하는데, 이번에 금기를 깼다.

“사부가 살아계셨다면 당신 파문이야. 이번에는 전력을 다해.”

“후후후! 넌 내가 네 칼에 속은 줄 아니? 너 역시 전력을 다하지 않았잖니. 후후! 그런데 네 칼, 전과 많이 달라졌네? 시야가 꽤 넓어졌어.”

스읏!

서리가헌이 칼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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