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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홀도-165화 (165/600)

#165화. 第三十三章 고육책(苦肉策) (5)

몽설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몽설은 혈검경의 전인이다. 일기장군 하원랑도 몽설을 베지 못하고 물러섰다.

그녀는 객잔에 있는 자들을 모두 죽일 수 있는 무공을 지녔다.

그런데 그만한 무공을 숨기고 온몸이 피투성이다. 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

다치는 것은 거짓이었지만, 몸이 일으키는 현상은 진짜다. 그녀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다.

객잔에 있는 자들은 무공이 인도부에도 미치지 못한다.

당연히 병기를 잘 쓰지 못한다. 무조건 힘 있게 휘두르기만 해서, 상당히 난폭하다.

그런 병기에 다치면 상처가 크게 생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오히려 목숨을 위협하는 상처보다 더 크고 깊다.

아걸은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다. 하지만 일 좀 하자는 몽설의 말을 기억했다. 그래서 자신이 다친 것보다 더 큰 아픔을 느끼면서도 달려가지 못한다.

“잘 피하실 겁니다. 가시죠.”

취운이 말했다.

몽설 말대로 취운은 객잔에 미리 와서 감시하고 있었다.

혹여 취화원 살수들이 객잔에 들어갈 것 같으면 경고를 해주어야 한다.

몽설이 말한 중간 점검이라는 말속에는 모든 움직임이 함축되어 있다. 그녀가 벌이는 행동도, 취운이 맡은 일도, 취화원 살수들이 객잔에 들리지 않고 이동한 것도…… 모두 포함한다.

“도대체 왜 저 지경이 되어야 하는 거지?”

“그러니까 보지 않는 게 좋다고 했잖아요.”

아걸은 미간을 찌푸린 채 객잔 지붕을 쳐다봤다.

지붕 위에 서 있기도 힘든 자들이 몽설을 공격하고 있다. 몽설은 그런 공격을 받으면서도 쩔쩔맨다.

왜 저런 연극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저들이 몽설의 몸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아걸은 신경질적으로 홱 돌아섰다.

* * *

무뇌자들은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무뇌자들은 애초에 누군가를 잡는다는 건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일이 되다 보니까 취화원 원주를 잡을 기회가 생겼다.

이거 별거 아니지 않나!

원주라는 여자가 검 몇 개 막지 못하고 쩔쩔맨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못하다.

아니, 원주는 무공이 강한 편이다. 제대로 검을 썼을 때는 무뇌자들을 아주 쉽게 죽인다.

일 대 일로 싸운다면 누구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원주에게는 불행이지만, 지금은 여러 명이 공격한다. 우르르 몰려들어서 공격을 퍼부어대니까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 초식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 검을 막대기처럼 휘둘러댄다.

원주나 자신들이나 다를 바 없다.

“인제 그만 편히 쉬지?”

무뇌자가 슬금슬금 다가오며 말했다.

“들어와. 죽여줄 테니까.”

몽설이 눈을 사납게 치켜뜨며 말했다.

“그 말은 아까도 했잖아. 말만 골백번 하면 뭐해. 진짜로 죽일 줄 알아야지.”

순간, 몽설이 지붕을 탁! 박차며 뛰어올랐다.

“웃!”

방금까지 말을 하던 무뇌자는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몽설이 한 수 빨랐다.

퍼억! 퍽! 퍽!

살을 찢는 파육음이 연달아 터졌다.

목, 가슴, 가슴!

무뇌자의 몸에 구멍 세 개가 뚫렸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검이 사정없이 피를 뽑아냈다.

“악!”

무뇌자는 처절하게 비명을 내지르며 지붕에서 굴러떨어졌다.

“방심하지 마라!”

버럭 소리치는 자가 있다.

쒜에에엑!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하는 자도 있다.

저들은 몇 차례 격전을 치러본 경험으로 몽설을 언제 공격해야 하는지 알아냈다. 몽설이 그런 누군가를 공격할 때 뒤를 찌르면 틀림없이 성공한다.

역시 이번 공격도 먹혔다. 하지만 아쉽게도 살짝 살만 찢는 선에서 그쳤다.

칼은 제대로 쳐냈는데, 몽설이 귀신처럼 알아서 몸을 비틀었다. 덕분에 아주 약간 빗나갔다.

여기서 한 번 더 공격하고 싶다. 하지만 계속 쫓아가면 당한다. 몸이 앞으로 달려 나가더라도 꾹 눌러 참고 뒤로 빠져야 한다. 원주를 잡았다고 해도 자신이 죽으면 말짱 헛것이다.

이럴 때도 다른 자들은 공격을 쉬지 않는다.

자신들은 쉴망정 몽설까지 쉬게 하면 안 된다. 몽설은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빨리 지친다. 우선 기운을 빼놔야 한다.

쒜에에엑! 촤악! 찰싹! 쓔우웃!

채찍과 구절편(九折鞭)이 사정없이 몽설을 후려쳤다.

채찍은 주로 하반신을 노렸고, 구절편은 몸통만 노리며 창처럼 달려들었다.

채찍과 구절편을 떨쳐내는 자들은 몽설을 직접 타격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단지 몽설을 계속 움직이게 할 생각이다.

몽설은 포위망에서 벗어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니기는 하지만 그녀가 움직이면 무뇌자들도 움직이기 때문에 포위는 여전히 굳건했다.

한 명이 기회를 잡고 달려들었다.

몽설이 칠절편을 피하려고 몸을 돌렸는데, 마침 그가 서 있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에게 등을 보였다. 검도 앞쪽으로 향해 있어서 등이 환히 노출되었다.

쒜에에엑!

무뇌자가 득달같이 검초를 펴냈다.

한데 어느새 몽설이 신형을 비틀었다. 그리고 검을 쳐올렸다.

퍽!

검이 복부를 타격했다.

무뇌자는 움찔거렸다. 비명도 쏟아내지 못했다. 복부를 파고든 검이 워낙 강력해서 한순간에 혼이 빠져나갔다.

부우우욱!

검이 힘들게 가슴을 썰면서 지나갔다. 매우 느리게 몸을 베어내는 듯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검이 몸을 빠져나와서 어깨 위로 힘차게 솟구쳤다.

푸와아악!

사내는 몸에서 피를 확 뿜어냈다.

쿵! 데구르르르…… 툭! 터엉!

무뇌자가 지붕에서 굴러떨어졌다.

몽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치달렸다.

타타타탁! 타타타탁!

지붕을 밟는 소리가 거세게 울렸다.

기와가 부서지면서 마구 떨어져 내렸다. 깨진 기왓조각도 사방으로 흩날렸다.

쒯! 쒜에엑!

그때, 또 표창이 날아왔다.

이번엔 세 개다. 표창 세 대는 몽설의 등과 어깨에 여지없이 틀어박혔다.

몽설의 등에는 이미 표창 두 개가 꽂혀 있다. 거기에 세 대가 더 꽂혔다.

몽설의 등은 완전히 벌집이 되었다.

“큭!”

몽설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신형을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거세게 달려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쒜에에에엑!

앞을 가로막으려던 무뇌자들이 본능적으로 몸을 빼냈다.

몽설의 검에는 살기가 담겨 있다. 막아서는 자는 죽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 순간, 몽설은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멀리 있는 숲을 향해 치달렸다.

“도망간다!”

“잡앗! 놓치지 마!”

무뇌자들이 분분히 지붕에서 뛰어내려 몽설을 쫓았다.

객잔에서 미처 지붕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구경만 하던 무뇌자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들 눈에도 몽설은 상처가 심했다.

맹수가 아무리 사나워도 상처를 입고 헐떡이면 두렵지 않다. 만만해 보인다.

지금 몽설이 그랬다. 더욱이 몽설은 협공에 약하다. 사방에서 동시에 공격하니까 그저 눈앞에 닥친 병기를 막기에 급급하다. 역공은 엄두도 못 낸다.

서너 명만 같이 붙어있어도 몽설에게 당할 염려는 없다.

“쫓아! 저쪽이다!”

무뇌자들이 전력으로 따라붙었다.

* * *

숲으로 뛰어들자마자 팔 장로가 불쑥 다가왔다.

“원주님! 여깁니다!”

“아!”

몽설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퍼졌다.

어떻게 수준에 맞춰서 힘들게 싸워 주기는 했지만, 출혈이 심해서 손발이 무거워지는 중이었다.

“상처가 이게! 몸이 이게 뭡니까? 정말 이래야 하는 겁니까?”

팔 장로가 속상해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빨리해 줘요.”

몽설이 털썩 주저앉았다.

무뇌자들이 숲을 뒤지고 있다. 물론 그녀가 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을 뒤진다.

저들은 땅에 떨어진 피를 쫓아간다.

몽설은 저들을 유인하려고 일부러 흐르는 피를 지혈하지 않았다. 숲에 피를 뿌려놓는다. 자신의 웃옷도 벗어서 몇 조각으로 찢어 나무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재빨리 팔 장로를 만나기 위해서 달려왔다.

시간이 별로 없다. 그녀가 만든 흔적은 곧 추격된다. 저들이 흔적 끝까지 따라붙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계속 저들을 숲으로 끌어들일 생각이다.

“어휴! 이런 건 대충 맞으셔도 되는데, 날리는 족족 전부 다 맞으신 거예요?”

팔 장로고 등에 꽂힌 표창부터 뽑아냈다.

“하! 용케 요혈을 피하셨네.”

이건 비꼬는 말투다.

표창을 이렇게 맞을 바에는 요혈까지 내주지 왜 요혈을 피했냐는 핀잔이다.

“이건 진짜예요.”

몽설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표창을 던진 자, 고수예요. 아마 저들을 이끄는 자일 거예요. 무공 수준이 인도부를 넘어서요. 어디서 던지는지 파악하지도 못했고, 적절할 때를 잘 골라서 던져요.”

“약은 놈이네요.”

팔 장로가 표창을 다 뽑아냈다.

그녀는 곧 손가락을 곧추세워서 몽설의 등을 타격했다.

타타탁! 탁탁! 탁탁탁탁!

풍문혈(風門穴), 영대혈(靈臺穴), 부분혈(附分穴), 백호혈(魄戶穴)…… 표창이 박혔던 곳에 있는 모든 혈을 타격했다.

“아! 시원하네요.”

“시원해요? 아파서 미칠 지경이면서. 제 앞에서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세요. 괜찮아요.”

“아파서 미치겠어요.”

“그렇다고 당장 그런 말을 합니까!”

팔 장로가 갑자기 앞이 막힌 대나무 통을 꺼냈다.

“그건 뭐죠?”

몽설이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금창약을 준비해 온 줄은 안다. 그런데 금창약 중에 대나무 통에 담을 것도 있었나?

“피입니다.”

“피요? 무슨 피?”

“아걸이 내준 피지 무슨 피에요! 원주님이 피 흘리는 것을 보자 아걸이 제 피를 뽑아서 담아줍디다. 녹선마황의 기운이 들어 있어서 지혈에 좋을 거라고.”

“오빠가…….”

팔 장로가 대나무 통에 든 피를 상처 부위에 골고루 뿌렸다.

몽설이 흘린 피와 아걸의 피가 섞였다.

“이래서 내가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같이 오는 게 아니었어.”

몽설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원주님은 그렇게 말해도 저희는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아무 말도 마시고 그냥 호의를 받으세요.”

“제가 뭐래요?”

팔 장로는 피를 다 뿌린 후, 그 후에 금창약 가루를 살살 뿌렸다.

원래는 고약 형태로 된 것을 붙이는 것이 좋지만, 아걸의 피를 뿌렸기 때문에 약성을 살려야 했다.

“다 됐어요. 그런데 계속하셔야 합니까? 이런 조무래기들을 상대하는 데 굳이 원주님이…….”

“어차피 시작한 일이잖아요. 먼저가 계세요.”

“조심하셔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참! 이 표창 가져가셔서 누가 사용하는 건지 알아보세요. 상당히 무공이 강한 자인데,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요. 교활하기까지 해요.”

“강하기는요.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원주님을 어쩌지 못했잖아요. 그럼 강한 것도 아닌데요, 뭘.”

“풋!”

몽설이 웃었다.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가서 오빠나 감시해줘요. 오빠가 욱! 하고 싸움에 끼어들면 곤란해져요.”

“……가세요. 저도 가겠습니다.”

팔 장로가 주변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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