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홀도-166화 (166/600)

#166화. 第三十四章 무모한 싸움 (1)

상현(上絃) 땅에서 난데없이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졌다.

상현 숲은 꽤 크다. 숲이 깊거나 험하지는 않은데, 상당히 넓은 지역으로 이어진다.

객잔에 있던 무뇌자만으로는 숲 전체를 수색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인근에 깔려 있던 무뇌자들까지 죄다 끌어왔다.

그 수가 무려 일천 명에 이른다.

취화원이 파악한 정동무인에 비해서 다섯 배 이상 많은 숫자다.

이들은 아직 인도부가 아니다. 인도부가 되기 위한 수련도다. 이제 막 입문한 자도 있고, 인도부에 근접한 자도 있다. 한 마디로 비공식 인도부다.

이들을 밖으로 내몰아서 수색에 참여시킨 것은, 다시 말하면 이들 정도는 희생시켜도 괜찮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속내를 모른다.

위에서 수색을 시키니까 그저 바깥나들이 한다는 심정으로 나온 것이다.

정작 인도부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핏자국이 이리로 이어졌습니다.”

한 사람이 말했다.

그러자 무뇌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서 핏자국을 살폈다.

이들은 추격의 기본도 모른다.

마을로 내려온 멧돼지를 잡으려는 동네 사람들처럼 떼를 지어서 우르르 몰려다닌다.

몽설은 무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천천히 이동했다.

중간 점검은 확실히 성공했다. 당장 정동으로 가는 길이 환히 열렸지 않은가.

물론 취화원 살수들은 이들의 눈을 피해서 움직일 수 있다.

그만한 무공을 갖췄다. 그러니 과감하게 나서서 정동을 공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몽설은 이들의 힘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작 정동을 공격할 때 이들이 배후를 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의 무공은 별것 아니지만, 숫자 자체가 무기다.

이들은 인도부가 되지 못했지만, 숫자가 무려 천여 명에 이른다. 각기 칼 한 번씩만 휘둘러도 천 번이 된다. 괜히 이들을 죽이기 위해서 힘을 뺄 수도 있다.

무인이 휘두르는 검이나 옆집 아저씨가 휘두르는 검이나 검은 다 같은 검이다. 무공이 강한 무인이라고 해도 옆집 아저씨가 휘두르는 검을 무시하면 베인다.

검이 날아오면 피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다 똑같다.

이들이 배후를 치면 신경이 분산된다.

이런 것까지 신경 쓸 정도라면 인도부는 어떻게 공격하려고 그래? 겨우 이들을 후방에 붙잡아 두려고 표창을 다섯 대나 맞고, 일부러 상처까지 입은 거야?

솔직히 이들은 몽설이 전력을 다하면 혼자서도 막아낼 수 있다.

아걸이 혈도비자가 되었던 것처럼, 그녀도 이틀이고 사흘이고 계속 죽이기만 하게 될 것이다.

딱 그런 싸움이 된다.

팔 장로가 대신 싸울 수도 있다. 구곡주도 이들을 막을 정도는 된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가차 없이 벨 수 있지만, 차륜전으로 빙빙 돌면서 공격하면 어쩔 수 없이 쫓아가서 죽여야 한다.

아마도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싸움이 될 것이고, 어쩌면 이들에게 당할 수도 있다.

결국, 가장 안전한 방법은 몽설이 이들을 막는 것이다.

취화원이 정동을 공격하고 있는데, 몽설 같은 고수가 이삼일 동안 손발이 묶이게 된다.

몽설은 이런 판단 끝에 정동을 공격하기 전 이들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상처까지 입으면서 이들을 유인할 필요가 있냐고? 그렇다. 있다. 정동을 공격할 때 가장 주요 핵심이 무뇌자를 갈라놓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 꼭 이런 일을 원주인 몽설이 해야만 했을까?

이번 일은 무뇌자를 죽이는 일이 아니고 유인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실 누가 해도 상관없었다. 적당히 피를 흘려주고, 잡힐 둥 말 둥 아슬아슬하게 도주만 하면 된다.

오랜 고심 끝에 이번 일도 몽설이 직접 하기로 했다.

칼을 맞고, 몸에 상처가 생기고, 멀리 피해야 한다. 더욱이 어느 정도로 유인할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만약 이들이 예상보다 강하다면 유인하는 대신 최대한 많이 죽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번 취화원의 정동 공격은 취화원의 생사존망이 걸려 있다.

이기면 강호 무림에 단단히 뿌리를 내릴 수 있고, 지면 바로 도태된다.

매우 중요한 일인 만큼 몽설이 직접 하기로 한 것이다.

당장, 이들은 상현 숲으로 끌어들인 결과를 보자. 길이 뻥 뚫렸다. 이제 남은 사람은 오로지 정동에만 집중하면 된다.

몽설은 숲을 질주했다.

나무의 풀에 피를 묻히면서 도주했다.

“아! 힘들어.”

몽설은 자신도 모르게 힘들다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빈혈까지 생긴다. 어디 한적한 곳에 몸을 뉘고 푹 쉬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더 완벽하게 끌어내야 한다.

취화원이 정동을 공격하는 열하루째 되는 날까지, 몸도 회복해야 한다.

쒜에에에엑!

몽설은 추격자들과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도주했다.

* * *

“취화원 원주가 무뇌자들에 쫓기고 있습니다. 핏자국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상처가 꽤 심한 듯합니다.”

적산검(積算劍) 두모(杜募)가 보고했다.

광도수가 고개를 들어 적산검을 쳐다봤다.

“내가 뭘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방금 뭐라고 했지?”

“취화원 원주가 무뇌자들에게…….”

“취화원 원주가 맞아?”

광도수는 적산검이 말이 끝맺기도 전에 불쑥 말했다.

“맞습니다.”

“몽설이 무뇌자들에게 당했다고? 너 지금 이걸 말이라고 하는 거지?”

“저도 믿지 못했습니다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적산검이 확실하게 말했다.

광도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적산검을 쏘아보았다.

적산검이 잘못해서가 아니다. 적산검이 하는 말을 믿는다. 그래서 생각을 하는 중이다.

“몽설이 어떻게 해서 무뇌자들에게 당했지? 자세한 내막을 알아?”

“네.”

적산검은 몽설이 객잔이 들어서는 순간부터 숲으로 도주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말했다.

그도 직접 보지는 못했고, 보고를 받고 알았다. 하지만 영 믿기지 않는 보고라서 몇 번이고 확인했다. 한데 이쪽저쪽에서 들어오는 보고가 모두 똑같다.

사실이다!

“몽설이 무뇌자의 칼을 맞았다? 이게 도대체 말이 돼야 믿지. 칼이 먼저야, 암창(暗槍)이 먼저야?”

“암창에게 확인해 봤는데, 칼이 먼저였답니다.”

“암창은 뭐래? 현장에 있으니까 가장 잘 알 것 아니냐?”

“암창 말도 묘합니다. 아걸을 보낼 때만 해도 몽설이 자신만만했대요. 말투를 들어보면 꼭 쓰레기를 치우는 정도? 무척 가볍게 여기고 검을 뽑은 것 같은데…… 막상 싸움이 시작되니까 무척 흔들렸다고 합니다.”

“흔들려?”

“이 부분은 암창도 고민 중인데, 억지로 꿰맞추면 몽설이 독에 중독된 게 아닌가 하는. 그렇지 않고는 암창도 몽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으음!”

광도수는 신음했다.

암창은 무뇌자들을 이끌고 있다. 어둠 속에 숨어서 암기를 던지는데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다.

암창의 암기에는 독도 묻어있다.

암창은 상대를 잔인하게 죽인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자근자근 썰어 죽인다. 그래서 극독은 사용하지 않는다. 진기를 망실시키는 산공독(散功毒)을 애용한다.

몽설은 암창이 던진 표장을 다섯 대나 맞았다.

한 대만 맞아도 힘들 텐데, 다섯 대나 맞았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움직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점점 진기가 고갈될 뿐, 채워지지 않으니 견딜 수 없다.

아마도 지금쯤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력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색도 거의 끝나간다.

몽설이 무뇌자에게 베인 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취화원 원주가 곧 잡힌다는 사실은 의심하지 않는다. 원주가 쓰러지면 암창이 가로채서 잔인하게 죽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무뇌자들에게 넘겨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수색은 어때?”

“암창이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아시다시피 무뇌자들이라 마음에 들진 않죠. 그래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인도부를 투입하는 게 어떨지 싶습니다.”

“그건 안 돼. 혈도비자가 끼어들면 당장 난감해져.”

“아걸은 끼어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취화원주가 묘한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묘한 말? 무슨 말?”

“이 싸움은 취화원과 정동의 싸움이다. 그러니 아걸은 개입하지 말고 물러서라. 실제로 아걸이 그 말을 듣고 객잔에서 물러났답니다. 몽설이 상처를 입은 후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추격이 며칠째지?”

“사흘째입니다.”

“몽설이 사흘을 쫓기고 있는데 혈도비자는 안 나타난다. 그러면 정말로 이 싸움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건데.”

“그런 것 같습니다.”

“아걸은 지금 어디 있어?”

“역시 보고가 없습니다.”

“그럼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이 싸움에 개입하지 말라는 말이 굉장히 강력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로 개입을 할 생각이 없어 보였어요. 만약에 개입할 생각이 있다면 원주가 저렇게 당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겠습니까?”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움직인다……. 아걸이라면 모든 게 가능하지. 어떤 짓도 할 수 있어. 다른 것들은 어디쯤 왔나? 그놈들에 대한 보고도 없어?”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후후후! 이쪽도 이상하군. 분명히 근방 어딘가에 있을 텐데,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니.”

광도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동 인근 주민들은 정동 편에서 움직인다. 정동이 있어서 주변 상권이 활기차게 움직인다. 정동이 없다면 아마도 주변은 황폐해질 것이다.

인근 주민들은 정동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니 수상한 자들이 나타나면 당장 고변을 해올 텐데, 지금까지 어떤 고변도 들어오지 않았다.

취화원 살수들이 매우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거리로 보면 벌써 인근에 도착했을 텐데, 전혀 봤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다.

모두 다 감감무소식이다.

아걸, 몽설, 취화원.

며칠 전 움직임은 있는데, 그 후로는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암창이 추격한다는 원주도 정말 쫓기고 있는지 의문이다.

무뇌자는 혈흔을 추격한다. 몽설이 흘리고 간 흔적을 뒤따라가면서 점점 포위망을 좁힌다.

혈흔이나 흔적은 암창이 보장했으니 몽설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몽설을 본 사람이 없다. 정말 그녀가 쫓기고 있을까?

광도수가 말했다.

“인도부는 움직이지 않는다.”

“네.”

“싸움이 임박했어.”

“준비는 이미 끝났습니다. 어느 놈이든 코빼기만 뵈면 당장 목을 날려버릴 겁니다.”

적산검이 자신 있게 말했다.

서리형개에게 보냈던 서른 명도 돌아와 있다.

인도부가 이백이십 명이나 있다.

예전에 구절곡을 공격하기 위해서 보낸 인도부가 스무 명이었다.

취화원은 스무 명을 감당하지 못해서 구절곡을 버리고 도망쳐야만 했다. 비록 반격을 당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죽음이 실패라고 말하기는 싫다.

그런데 도주만 하던 것들이 감히 정동을 공격하겠단다.

건방지게! 어린 것들이!

취화원에는 아걸이라는 대단한 병기가 있다. 그놈은 서리가헌의 팔까지 잘라냈다.

놈이 오면 인도부들은 참 피곤해진다.

그런데 놈이 싸움에서 빠질 것 같다.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다.

그렇다면 자신 있다.

몽설이 혈검을 수련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미숙할 것이다. 인도부가 달라붙으면 여지없이 깨진다.

취화원은 아직도 인도부가 어떤 자들인지 모른다.

인도부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들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잃어버린 악귀다.

적산검의 자신감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후후! 무뇌자들을 풀어놓으면 경계망이 강화되는데, 그런 효과도 사라졌고…… 놈들이 공격해 올 때 배후를 치게 하면 딱 좋은데, 지금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지금부터 달려온다고 해도 오늘내일 사이에 공격이 시작된다면 도착하지 못해. 이번 싸움에서 무뇌자들은 제외해야겠군.”

“인도부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거리상으로 보면 아마도 내일이나 모레쯤 시작될 것 같다. 벌써 싸움 준비를 할 필요는 없어. 병기는 잡고 있되, 푹 쉬라고 해. 지금부터 긴장하면 정작 싸움이 시작되면 손해를 보게 되지. 지금은 푹 쉬는 게 좋아.”

“네!”

“어디 취화원 솜씨 좀 볼까? 그동안 얼마나 컸는지. 하하하!”

광도수가 웃었다.

지금 형세로 보면 싸움은 취화원의 기습으로 시작될 것 같다.

정동의 수비망이 뚫렸다. 인근 사람들도 저들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틀림없이 기습당한다.

일단 기습을 받고, 역공을 취한다.

기습에서 십여 명쯤 나가떨어질 테지만, 남은 자들이 충분히 싸울 수 있다.

“후후후!”

광도수의 눈빛에 살광이 이글거렸다.

0